@isaac_nadir
(수첩의 줄글들을 확인하며 걷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걷는 이를 인지해 잠시 시선을 들고, 이내 당신을 확인하면 다소 의외로운 양 손끝을 팔락인다.) 아이작? (적당한 거리에 다다르면 걸음을 멈췄다.)
@yahweh_1971 네? 왜요? (답은 반사적으로 나왔지만 그는 당신보다 인식이 늦었다. 한 걸음 더 딛고 나서야 종이에서 눈을 뗀다.) ... 헨! (마찬가지로 의외라는 듯 동작을 멈춘다.) 이게... 얼마만이지. 어디 가고 있었니? 일?
@isaac_nadir
내가 하는 거라면 다 비슷하지. (뭉뚱그려 넘겼다. 씩 웃곤 당신이 들여다보던 종이 위로 가벼이 손을 얹는다.) 오랜만이다. 여긴 대체 웬일이야? 런던으로 돌아오기엔 그리 좋은 시기는 아니었을 텐데. 나비들은 잘 있고? (지난번 만남에서의 정보를 주워섬기는 것.)
@yahweh_1971 뭐, 결국엔 의뢰자 부탁대로 박제가 되었지. 잘된 일인지는 모르겠네. (그는 진심을 얼버무리며 뱉는다.)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와야 하는 시점이라서 말야. 심부름꾼이 물건이 떨어지는 날을 지정할 수는 없지, 안 그러니? (가볍게 어깨를 턴다. 그는 당신이 종이 위로 올린 손을 향했다 금세 떨어진 시선은 도로를 훑는다.) ... 이 시간에 문 연 상점도 없겠지. 어디라도 잠깐 갈래? 오랜만이니까. (네 말대로.)
@isaac_nadir
행복한 삶이었겠군. 이제 오래도록 유의미하고 귀중하게 돌보아질 일만 남았네, 그렇지? (오로지 박제에 관한 심부름일까? 궁금증이 들되 묻진 않는다.) 공원이나 가볍게 걷다 헤어지자. 나도 할 일이라면 있던 차라...... (그러나 아주 급하진 않다. 수첩만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슬쩍 보였다.) 네 근황이나 좀 듣고 싶어.
@yahweh_1971 그래, 그러자. 근래 내 삶은 남의 험담으로 가득 차서 썩 들을 만한 것은 못 되는데. 넌 왜 자기 얘길 안 하니? 강요할 맘은 없지만 이유라도 알려주지 않을래? (잠시 침묵.) 그래도 내 근황이라면, 난, 행복한 삶보다는... 그런 것은 없고, 그냥 삶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사이.) 순간이동할 줄 아니? 공원 입구까지 걷다가 돌아와서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야 않지만 말야. 난 못하거든. 미리 배워놓을걸, 요새 관련해서 여러모로 미안한 일이 계속 생기네.
@isaac_nadir
내 이야기는 너무 지루하거나 자극적일 테니까. 둘 모두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나누기에는 적절하지 않지. 뭐, 시간은 한정적이고 우리가 다시 만날 것도 아니잖아? (무정하게 말하고도 웃었다. 거리를 두는 발화가 실재 거리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는 여전히 차분하게 자박자박 돌아다니던 꼬마아이를 기억한다.) 행복하지 않다니 유감이지만, 그게 가장 나은 삶의 방식이기야 하지. (손을 내밀었다. 짐짓 신사답다.)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