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부를 벗어난다. 다이애건 앨리 길목에서 마리아 칼리노프스카와 마주친다. 울면서 끌어안는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리며 무감하게 말했다.) 네, 어머니. 네, 제가 잘못했어요. 허락 없이 집에서 나온 거요. 상처만 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울지 마세요. 어머니 말 잘 들을게요. 죄송해요. 그런데 어머니, 오늘은, 8월 25일은 제 명명일이잖아요. 스물두 번째 명명일요. 축하해 주세요.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네게 이름을 지어 주길 정말 잘했다고 해 주세요. …네, 어머니, 죄송해요.
(함께 걷는다. 저 멀리 거리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보이자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는 숨 죽여 운다. 어서 안전한 집으로 가자고, 여기 있지 말자고 한다. 그러나 부러 느릿느릿 걸으며 읊조렸다.) Мутно небо, ночь мутна… Мчатся бесы рой за роем в беспредельной вышине, визгом жалобным и воем надрывая сердце мне¹… 네? 러시아놈들 말 쓰지 말라고요? 아, 죄송해요. 그냥… 갑자기 이 구절이 생각나서요.
악령들의 시대죠, 그렇지 않나요?
──── ¹ 알렉산드르 푸시킨 〈악령Бесы〉, ‘하늘도 잿빛이고 밤도 흐릿한데 악령들은 떼 지어 몰려온다. 드높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애처로운 비명과 울음소리가, 내 영혼을 망가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