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저기요. 들어가셔야 해요. (조그만 마법사의 어깨를 붙잡는다.)
@LSW (당신이 입을 뗀 순간부터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몸을 돌려 자기만큼 조그마한 마법사를 마주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뒷걸음질 친다. 당신이 자신을 알아보기 전에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2VERGREEN_ (당신이 뒷걸음질치자 빤히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손목에 그 무지개색 리본을 매고 있나?)
@LSW (큼지막한 망토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당신이 눈썰미가 충분히 좋다면 — 또는 의지가 있었더라면 작은 마법사가 모자를 눌러쓰는 순간에 여전히 그 자리에서 흩날리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힐데가르트는 당신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2VERGREEN_ 아하... (지팡이를 꺼내 겨눈다. 특별한 마법은 아니고 그저 힐데가르트의 망토 모자를 뒤로 넘겨 벗기기 위함이다. 피하거나 저항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테다.)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돌아가야 하잖아요, 힐데.
@LSW (⋯ 어떻게 알아본 거지? 당신이 지팡이를 꺼내들자마자 급히 제 것을 들어 함께 휘두른다. 천 너머로 적잖게 당황하고,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너야말로야. 마법 정부가 통제되었다면서. 모처럼의 휴가인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2VERGREEN_ 힐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건 적절한 대화 태도가 아니랍니다. (매뉴얼을 읊듯이 말하고는 힐데가르트의 목소리를 확인하자 지팡이를 내렸다.) 이런 것도 휴가라고 부를 수 있던가요? 어쨌든 나름 정부 아래서 시민들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일꾼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는 채로 집에만 있을 수는 없죠. 누가 또 죽는 걸 보고 싶지 않고요. (이는 거짓말이다.)
@LSW 하지만, 너도 가끔 그러잖아⋯.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억울함이 가득하다. '대화의 태도를 따지자면⋯ 나라고 지적할 게 없는 것도 아닌데!') ⋯ 너 언제부터 애사심이 그렇게 뛰어났어?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다고 해도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아? (당신이 지팡이를 내리자 다시 슬금 뒤를 돌아본다. 도망갈 생각이 가득하다!)
@2VERGREEN_ (약간... 인내심이 바닥나려 하기 시작했다.) ...전 지켜보러 나왔어요. 그러니까 힐데도 말해요, 자꾸... 도망가려는 사슴처럼 굴지 말고... (이쪽은... 양심에 털이 난 듯. 하여튼 역지사지를 못 한다.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던 레아는 힐데가르트가 슬금 뒤를 돌아보자마자 그를 겨누고 동작 정지 주문을 쓴다.)
@LSW (지팡이를 빼들거나 무언가 말을 할 새도 없이,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당신이 전사한 주문에 맞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다. '망했네.' ⋯ 적어도 이번에는 도망가려는 너구리는 아니어서 다행인가? 그나마 사슴이⋯ 낫나?)
@2VERGREEN_ (...너구리라고 할 걸 그랬다. 당장 생각이 안 났다. 하여튼 굳어버린 힐데가르트의 앞까지 다가가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의 망토 모자를 벗긴다.)
@LSW ⋯ (⋯ 어딜 봐서 너구리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모자가 벗겨지자 순식간에 달빛에 엉망이 된 얼굴이 비친다. 제 왼 눈을 가로질러 길게 난 상처와 말라붙은 혈흔으로 엉망이 된 낯. 잠시간 남은 쪽의 것으로 당신을 애절히 바라보다, 질끈 감는다.)
@2VERGREEN_ (그저 힐데가르트가 자신을 보기 싫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했고, 그래서 얼굴을 가렸고-이 부분은 과대망상이긴 하다-그래서 숨었다고 그래서일 거라는 강박적인 의심이 있었는데...
시선이 상처를 낱낱이 훑고 지나간다. 레아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힐데에게 건 주문을 풀고는 그의 턱을 쥔다.) 누가 손댔어요?
@LSW (당신이 제게 풀었던 주문에서 자신을 해방시켜주자마자, 다시 느리게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는 손을 슬쩍 밀어낸다.) 손을 댄 건 아닌데. (그래, 낱말 그대로 풀어본다면 주문으로 다친 것이니 '손을 댄' 것은 아니므로. 말장난으로 시간을 끈다. '⋯ 너와 줄리아가 어떤 관계지? 단순한 협력자?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가 엮여있나?' 머릿속으로 천천히 당신과 했던 대화를 되짚는다.)
@2VERGREEN_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에요, 힐데가르트.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누가 그랬어요? 나는 그냥- 알려고 하는 거예요. 그냥... (당신이 다치든 말든 상관없다. 그렇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눈물이 나거나 안타깝거나 그렇진 않은데 가슴이 선득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분명히 생경하다. 저 상처를 건드리고 싶다. 아물지 않은 눈가의 상처를 잡아 벌리면서, 누구에게 당한 거냐고, 이렇게 다칠 거라면 왜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고...)
@LSW ⋯ 다들 보자마자 똑같은 질문들이야. 누가 그런 거냐고. 그걸 아는 게 너한테 그렇게 중요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제 손을 들어 미간을 짚는다. 머리가 아프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다 이 꼴이 된 것인지를 당신에게 설명해야 할까. 설명한다면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추측하고 바닥이 난 인내심을 가늠하기에, 그의 머릿속은 너무나도 복잡했다.)
@2VERGREEN_ 알고 싶어서 묻는 거잖아요, 힐데가르트. 그리고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제가 학창 시절에 레질리먼시를 배웠거든요. 저 나름 잘해요. 꽤. (지팡이를 손아귀 안에서 돌린다. 힐데가르트가 오클러먼시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은 듯하다.)
@LSW 얘기할게, 얘기할 테니까 그걸로 내 정신을 들쑤시고 나가는 건 좀 자제해주면 안 될까? (흔들리는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스스로마저도 제가 '그런' 걸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었으므로⋯ 레아 윈필드가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대신 알고 나서도 모른 척 해준다고 약속해⋯. (사설이 길다.)
@2VERGREEN_ (여태까지는 학창시절처럼 드물게 웃음기가 없었다. 힐데가르트에게서 말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지팡이를 거두었다.) ...모른 척한다의 범위가 '마법사 결투로 복수하지 않겠다'라면, 네. 그럴게요. 거짓말하지 말고요. 저 스니코스코프도 가지고 다닌다고요. (레아와 줄리아는 협력자였고 학창시절에 그렇게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나 먹이사슬이 역전된 지금은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 겉보기로는 그랬다. 어떤 공통점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LSW ⋯ 아니, 그 아이의 앞에 가서 나와 있었던 일은 모르는 것처럼 굴어달라는 뜻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 (그리 몇 번이나 부탁을 하고, 그러고 나서도 한참 제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못한다. 제가 입을 열지 않아도 당신은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 아이의 이름을 받아갈 거다. 그런 생각에 가닿아서야 당신에게 겨우 들릴까 말까 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호명한다.) ⋯ 라이네케. 자, 이제 만족해⋯?
@2VERGREEN_ (레아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했다.) 네. 이제 됐어요. 만족해요. (미지근하고 싱거운 반응이다. 절제하는 건지, 아무것도 못 느낀 건지, 그도 아니면...) 라이네케라면 그럴 만 하니까요. 그래도 조금 의외네요. 당신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는데. 이유 물어봐도 돼요?
@LSW 그래, 네가 만족했다면 됐어⋯. ("당신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린다. 채 아물지 못한 상처가 당겨져 욱씬거린다.) ⋯ 걔가 내 이야기 꺼낸 적 없어? 한 번도? (당신이라면 익히 그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을 것이라 감히 속단했다. 사건 사고가 좀 많았었어야지⋯.) 간단하게 설명할게. 누가 네 앞에 와서 자꾸 네가 네 아버지의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2VERGREEN_ 솔직히 말하자면 학창시절에 당신 괴롭히는 걸 본 적은 있어요. 그래도-이렇게까지 '흉이 지도록' 상처입힐 줄은 몰랐죠. (다른 사람의 관계에는 끼어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므로 개입하지 않았다.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으므로 이건 '어찌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손을 놓아버린 체념에 가깝다.) ...음... ...음... 그냥 기분만 좀 나빠지고 말 것 같아요. 하지만 라이네케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네. 안 봐도 옴니큘러군요.
@LSW 오⋯. 사실 처음은 아니긴 해. ("여기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며 어깨와 이어지는 제 상체의 어느 부분을 더듬는다. 옅은 흉이 남아있을 그곳을. 그러면서, 동시에 타인 간의 관계를 항상 어느 정도 유심히 바라보면서도 끼어들지는 않았던 당신을 떠올린다. 그래,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는 당신의 그런 체념이 다행이었다⋯.) 화가 많이 났더라. 한 해 전쯤에 내가 율리안 라이네케의 책을 번역했다는 것까지 트집 잡는 걸 보니까. ⋯ 네 앞이니까 말하는 거지만, 그러는 걸 보면⋯ '다들' 불쌍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니까⋯. (간극.) 난 그 아이들을 마음 편히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아. 우습네⋯.
@2VERGREEN_ (처음이 아니라는 말에 눈이 조금 커졌다가 돌아왔다.) 율리안이라는 이름이 그 애의 상처기야 하죠.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을 건드렸군요. 마찬가지로... 함부로 동정하지 마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신의 목소리가 옛적 어느 날처럼 가슴을 찔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살인자들은, 그리고 살인자들과 손 잡은 사람들은 동정하는 게 아니에요. 불쌍하다고 여기는 순간 방심한 틈을 타서 당신 눈을 할퀼 거라고요. (나름의 충고였다. 언젠가 레아 자신이 힐데가르트에게 그러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기도 하고.) 하하, 이름처럼 성녀님 납시셨네요...
@LSW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이야기해줘야 할 이름이기도 하니까.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넌 그 사람의 딸이라고. ('비록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릴 정도로 미운 사람이라고 해도.' ⋯ 힐데가르트는 그 순간, 아버지들의 얼굴과 그 딸들을 떠올린다. 율리안과 줄리아 라이네케를, 아이작과 레아 윈필드를. 닮지 않았으나 지독하게도 닮은 그 혈연의 굴레를⋯.) 이름을 잘못 지었지. (간극. 눈을 굴려 당신을 바라본다. 언제나의 올곧은 푸른 눈빛이다. 공기를 가르는 목소리가 단단하다.) 너도 언젠가는 적당한 때를 골라, 내 눈을 할퀼 셈이야? (그러므로 이 말의 전제는: 그는 당신이 살인자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협력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당신을 동정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2VERGREEN_ (입꼬리를 끌어당긴 채로 거기서 웃음이 멈춘다. 잠깐의 정적 동안 레아는 힐데가르트가 '어디까지 알고 있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제가요. 어릴 때야 멋모르고 그랬지만 지금은 우리, 잘 지내고 있잖아요. 저는 '율리안'의 딸 '율리아'가 아니라고요. 마지막까지 분투하다 떠나간 불사조 기사단원 아이작 윈필드의 자식 레아 윈필드죠. 당신에게 유감이 없는데. (손을 내민다. 자신의 말을 믿으라는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