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서점의 쇼 윈도 너머로 무언가를 빤히 구경하다 휙 몸을 돌리자마자 당신을 발견하고는, 먼 발치서 가만히 눈만 깜빡인다. 당신도 나를 발견했나?)
@2VERGREEN_ (어쩐지 시선이 느껴져서 주위를 돌아보다가-눈이 마주쳤다. 눈 깜빡이길 몇 초, 레아가 서점 앞으로 향한다. 반갑게 웃으며) 힐데! 여긴 웬일이에요? 오라고 해도 도통 오질 않더니.
@LSW (조금 어색한 듯이 웃으며 제 두 손을 마주 잡고 두어 번 문지른다. 음, 하고 작은 소리를 내다 천천히 대답한다.) 그냥. 오랜만에 언니가 여름 휴가를 받기도 했고... 갈 만한 곳이 이곳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당신의 웃는 낯을 바라본다. 퇴근하는 길인 것인지, 옷을 갖춰 입은 듯한 모습도.) ... 너는?
@2VERGREEN_ 전 일이 끝나서 간단한 먹거리만 사서 집에 가려던 길이에요. (하며 눈만 굴려 시계를 확인한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다.) 휴가 덕분에 육아에서도 해방되고, 다행이네요. 하긴 마법사가 어딜 가겠어요. (힐데가 마주잡았던 손 중 한쪽 손목을 붙들더니 서점 안쪽으로 잡아끈다.) 온 김에 책 구경이나 해요. 밖에서 보지 말고.
@LSW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나는 시켜준다고 해도 위즌가모트에서 일하지는 못할 것 같아. (붙들린 손목을 바라본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동요하지만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당황스러운 듯한 낯을 하며 서점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딱히 사야 할 책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신간 나온 게 있는 지만 보려고 한 건데.
@2VERGREEN_ (왼쪽 손목을 잡았다. 무지개색 리본이 감긴 쪽이다.) 그러다 사기도 해야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되죠. 안 그래도 요즈음 불경기라 서점도 힘들다고요. 마음 가는 신간이 있으면 제가 사 줄 테니까요. 위즌가모트에서 일하는 거, 급여가 넉넉하게 나오거든요. (안심하라는 듯 웃는다. 서점 안으로 발을 들이니 특유의 인쇄물 냄새가 코끝에 어른거린다.)
@LSW 무슨 뜻인지 알겠어. ... 난 범죄자들처럼 도망 안 갈 건데, 이것만 좀 놔주면 안 돼?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책을 사는 데 쓸만한 여윳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고, 오랜만에 들르는 마법 세계의 서점은 어딘가 반가운 구석이 있었으므로. 크게 숨을 들이쉰다. 언제부터 이런 냄새를 좋아하게 되었더라...) 뭐 추천해줄 만한 책 있어?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기에는 좀 바쁘려나?
@2VERGREEN_ (그럼 그제서야 손목을 놓았다.) 요즘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기 어려워서요. 활자라고는 서류들만 봤어요. (즉 추천해줄 만한 게 없다는 뜻이다.) -그보다 위즌가모트에서는 일 못할 것 같다는 건 무슨 뜻이죠? 당신과 어울리지 않긴 한데, 말단직은 그래도 제법 평범하거든요. ...이런저런 범죄와 재판 관련 서류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지만.
@LSW 그럴 것 같았어. (놓아진 손목을 몇 번 주무르다, 리본을 다시 한 번 단단히 묶는다.) 예전에 누가 난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평범한 직장이랑은 안 어울린다고 했거든. 게다가 위즌가모트는 법을 다루는 곳이잖아. 난 뭐랄까... (말 끝을 늘이며 느릿하게 눈을 끔뻑인다.) 공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아무리 말단직이라고 해도 최악의 직원이 될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는 너한테 조금 더 어울리는 일 같아.
@2VERGREEN_ (시선이 그 알록달록한 리본에 머무른다.) 예상은 했어요. 프리랜서처럼 일하잖아요. 공정도- 음- 뭐랄까, 이제까지 보아온 모습대로면 분명 뻔한 사연에도, 아니면 친구가 재판받는 걸로도 마음 흔들릴 게 보이고요. 안 봐도 옴니큘러랄까. 힐데 말대로 제가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근래 생각해봤는데, 저도 치우칠 때는 치우치게 되더라고요. (레아는 비어버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먼저 서가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약초학 코너다.)
@LSW (시선을 피해 팔을 허리 뒤로 조금 물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옅게 싱긋 미소 짓는다.) 네 말이 맞아. 난 너희를 '좋은' 상황에서만 마주하고 싶거든. 재판정 같은 곳에서 만나는 건 딱 질색이지. (당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책 한 권을 들어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대꾸한다. 정신을 치유하는 약초 몇 가지가 실려있다.) 아무래도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치우칠 때는 치우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라도 있어?
@2VERGREEN_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이걸 내버려두면 안 될까, 또는 잠깐만 눈감으면 끝나 있을 텐데 하고... (뜸을 들이다가) ...힐데가 친구를 좋은 상황에서만 마주하고 싶어하는 것과 비슷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해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그런 것들과 타협해야 하더군요. 그래도- 오늘은- 힐데가 오랜만에 와 줬으니까 가능한 좋은 모습만 보여줄게요. (힐데가르트의 옆에 붙어 책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레아는 책 자체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시선이 곧 힐데의 옆얼굴로 향한다.) 그게 마음에 들어요?
@LSW 무슨 말인 줄 알아. 그냥 묻어놓고, 모르는 척 하고 있으면 상처받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해야 하는 것들 말이지? 어른이라는 건 참 어려운 것 같아. 난 아직도 내가 열한 살 어린애로 느껴지곤 해. (제 바로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책에 붙어있던 시선을 떼고 당신을 향해 돌린다. 싱긋이 웃고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다.) 그냥, 흥미로워 보여서 한 번 본 거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굳이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2VERGREEN_ ... ... (부러 어중간하게 말한 것이었는데 힐데의 언어가 아주 정확한 곳을 짚었다. 당신의 녹색 눈 앞에선 때때로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린아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전혀 아니지만, 동의해요. 그런 것들은 그렇게 캐내고 싶지 않거든요... ...업무상 알던 기사단원들의 사망 소식이나 누가 범법자가 되었단 정보를 먼저 접할 수밖에 없어서요. 그럴 때마다 치우친 판단을 내리고 싶더라, 이런 말이었는데- (웃으며 힐데가르트에게 딱 붙어 그의 팔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팔짱을 낀다.) 이런, 분위기가 영 그렇네. 친구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는 건데 쓸데없긴요. 제 기쁨이니까 마음 쓰지 말고 고르래도요. 저, 안 그래도 최근에 프러드가 원하는 눈치길래 (아니다) 쥘이 가던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도 함께 갔다니까요? 가서 대체 몇 파운드나 쓴 건지 원.
@LSW (당신의 말을 들으며 느리게 작은 한숨을 내쉰다. 이럴 때면 정말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죽어버린 기사단원들과 범법자가 되어버린 제 친구들의 앞에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했을 지에 대해, 자신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러게." 작게 수긍하고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떠들고 싶지 않다는 듯이.) ... 알았어,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말할게. 이 책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내려놓은 거고... ... 프러드랑, 쥘이랑... 아직도 친하게 지내? 학교에 있을 때는 누가 누구랑 친한지, 누구와 사이가 안 좋은 지 눈으로 바로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졸업한 이후로는 모든 게 너무 복잡해졌어...
@2VERGREEN_ (기사단원들의 부고를 들을 때는 반가웠다. 그건 내내 기다려 온 소식이었으니까. 정말로 기뻤다. 기쁘고,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이 만족스럽고 온 세상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양 모든 것이 밝아 보이고. '정말로 그랬지.' 그것을 발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 (친하게 지내느냐는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아무래도 그렇죠.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고 각자 자신의 할 일을 떠났으니까요. 하지만 동물들도 원래 그러지 않던가요. 다 자라서 둥지를 떠나면 그대로 뿔뿔이 흩어지죠. 자신의 영역을 위해서든 후손을 남기든 좋아하는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서든 바닷바람을 따라 길을 떠나든... 어떻게든. 그러다가도 가끔 우연히 만나는 거고요. (힐데가르트가 책을 고르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하려는 요량인지 끊임없이 하지만 느긋하게 말한다.)
@LSW (당신이 그것을 발화하지 않았기에, 힐데가르트는 당신이 그들의 수난을 기다려왔고 그 순간에 여명처럼 세상이 밝아보였다는 것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신이 아주 슬퍼하지만은 않았으리라고 예상할 뿐이다.) ⋯ (서가를 뒤적거리며 당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다. 결국 손에 들고 다가온 것은 아마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익숙할 동화책이다.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독수리들이야 그렇겠지. 사자는 무리 동물이거든. (대뜸 뜬금없는 부분에서 딴지를 걸고 느리게 웃는다.) 농담이야. 그래, 각자 원하는 것이 모두 다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누군가는 자신이 발붙일 땅을 원할 거고, 명예를 원하는 아이도, 평화와 사랑을 원하는 아이도 있겠지. ⋯ 너는 뭘 원하는 것 같아?
@2VERGREEN_ (그 동화책과 힐데가르트의 얼굴을 번갈아본다. 다소 의아한 눈치다. 그러다가) -글쎄요. 저는 예전부터 별로 바라는 것이 없었어요. 레질리먼시 쪽으로 파고들어서 사람의 심리구조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는데 그건 머글들 연구결과도 참고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별로-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시대에 맞춰가야죠, 어른이라면. 힐데는 어떤 걸 원해요? (빙그레 웃어 보인다.)
그리고 그보다, 이건 어린애들도 다 아는 이야기잖아요. 오랜만에 동화를 읽고 싶었어요?
@LSW ('정말로?' 제 눈에 비치는 당신은 항상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조차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를 몰라, 모순적이게도 '좇을 것' 자체를 바라는 사람.) 그래⋯ 시대가 시대니까, 머글들이 쌓아올린 상아탑에 오르다 걸리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지도 몰라. 잘 생각했어. (그곳에 오르려다 발각된 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피하며 천천히 말하다 입을 다문다. 잠시 침묵하다 다시 대답한다.) 나는 한결같지. 평화와 사랑⋯. (또 한 번의 간극. 다시 싱긋이 웃는다.) 그래,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에티한테도 읽어주고.
@2VERGREEN_ (힐데가르트의 눈을 한참 바라보던 시선이 떨어진다.) 평화와 사랑. 좋죠. 좋은데,
힐데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네요. 탑에서 떨어져 본 적이 있기는 할까 몰라... 그래서 애한테 그런 걸 읽어주려는 거예요? 배비티 래비티와 깔깔 웃는 그루터기는 몰라도 마술사와 털 난 심장 이야기는 아이에게 읽어줄 만한 거리가 못 되어요. 마법사들 옛날 이야기가 대개 그런걸요. 취미로 장작불에 올라서서 화형당했다고도 하고.
@LSW ⋯ 있지, 레아. 그런 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어. 굳이 나에게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돼. 떨어져도 계속 오르는 거야. 그게 나의 숙명이라면, 아프고, 다치고, 죽을 지 몰라도, 계속, 계속⋯. (제 품에 안은 책을 꼭 쥔다. 어릴 적, 결국 떨어질 걸 알면서도 계속 산 꼭대기에 거대한 바위를 올려놓아야 하는 형벌을 받은 이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요즘 들어 나 또한 그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기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일순간 슬픈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들어 미소지으며 당신의 눈을 마주한다.) 마술사와 털 난 심장 이야기는 빼고 읽어줄게. 그래도 네 말대로 그루터기 이야기나 엄청난 행운의 샘 이야기 같은 건 제법⋯ 좋잖아?
@2VERGREEN_ ... 그러는 걸 그만둘 때도 된 것 같은데. ...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그들'을 마주할 때와 같았다. 같은 증세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가시밭길을 걷는 자들을 볼 때면 그랬다. 아프고 다치고 죽을 위기에 처하더라도 기어이 그 길을 고르는 사람들 말이다. 당신이 그랬다. 당신은 곱게 죽지는 못할 운명이라고 그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어떤 세계의 일부가, 톱니바퀴가 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 말이다... 비웃고 싶은데 왜 그 말이 가시가 되어 가슴 어딘가에 박히는 건지는 어른이 된 지금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에티는 마법사가 아니라 다행이네요. 요즈음은 그루터기와 행운의 샘 이야기를 좋지 않게 보는 '차별주의자들'이 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호그와트에 비들 이야기를 들여서는 안 된다고 해요, 동화에 머글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예전이라면 문제될 것 없었겠지만 시대가 시대니까.
@LSW (머글들의 세계에서는 괴짜로, 마법사들의 세계에서는 돌아가야 할 부적격자로 여겨지는 삶. 모든 세계에서 오로지 남은 것은 제가 쌓아둔 친애뿐이라, 그것이 제 목을 조르고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배제하는 자신 앞의 운명. 비웃기고, 한심하기만 한 그것.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는 생.) ⋯ 아직은 모르지. 아버지가 마법사니까⋯ 이제사 생각한 건데, 차라리 그 아이가 스큅이었음 좋겠어. 이런 세계에 그 아이를 던져놓을 바에는, 차라리 마법 따위는 모르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이 세계는 끔찍한 동시에 너무 반짝여서, 한 번 발을 내딛으면 영원히⋯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살아야 한단 말이야. 그 아이가 나처럼 살게 될까 두려워⋯. (간극.) 너도 비들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불온하다고, 금서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2VERGREEN_ (달리 말하자면 : 어느 쪽도 아닌 겉도는 이방인의 운명이라. 내내 검은 양으로 살아왔던 것은 오히려 당신이었을 테다.) -아니요. (생각보다 대답이 금방 나왔다. 힐데가르트가 말을 마치자마자.) 책은 그저 책이니까요. 어떤 사람의 생각을 담아놓은 작은 견본품이라고 해도요.
하지만 오래 전 당신이 돌의 비유를 빌렸죠. 저는 그런 모난 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의 글귀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빼는 편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해요. 힐데도 지금 말했죠, 에티가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레아는 자신이 구르고 부딪쳐 깎여나가는 삶을 진즉에, 처음부터 포기해버린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언니의 아이라고 해도 피는 어디 가지 않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도는 불 보듯 뻔한데.
나라면 그런 삶, 안 물려줘요. (힐데가르트가 손에 든 동화책으로 손을 뻗는다.)
@LSW (검은 양은 의외의 대답에,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당신의 얼굴을 한 번 살핀다. 예상한 답변은 이랬다: 그것이 반동의 시작이므로, 작은 불씨가 커지기 전에 '적당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리라 믿었으나, 당신의 말은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레아 윈필드는 정말로, 지나치게, 성가실 정도로 복잡한 인간이라고.)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애가 자기 아빠를 닮았다는 거지. 내 얼굴을 보면서 도망가자는 말밖에 못하는, 자신의 두 세계 중 하나를 영영 포기해버린 겁쟁이. 정말로 그 애가 호그와트에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글쎄, 에티는 나만큼 멍청하게 굴지 않을 거야. (당신의 손에 그 책을 내민다.) 그리고 정말 나처럼 군다고 해도, 내가 그 삶에 말을 올릴 자격은 없지. 모든 것은 그 아이의 선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이니까. (구르고 부딪쳐 깎여나가는 고통 또한 나의 선택이므로.)
@2VERGREEN_ 다행인걸요. 현명한 아버지를 두었어요. 그쪽 피를 물려받는다면 좋을 텐데, 여러모로. 말 한 마디만 더 얹자면요, 힐데... (그제야 책을 건네받는데, 아까 당신이 어딘가 불편해하던 기색을 기억하던 건지 반 걸음을 더 다가선다. 거리가 훅 좁혀진다. 레아는 반대편 손으로 리본 묶은 힐데가르트의 손목을 쥐었다.) "엄마가 가장 잘 알아Mother knows best"라는 말도 있잖아요. 굳이 겪을 필요 없는 고통을 겪지 않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그러니까 어떤 길이 쉬운 길인지를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사랑 아닐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세상에 고난은 이미 많고 많아서요. 통제는 이럴 때 해야죠.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손목을 놓으며 미소짓는다.)
@LSW (당신이 제 손목을 붙들자마자 일순간 얼굴에 미세한 불쾌감이 스쳐지나간다. 이제 와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레아라면, 모든 걸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기에는, 자신을 따라 붙는 그 푸른 눈이 가끔은 저주처럼 느껴졌다.) ⋯ 이것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고집이라는 걸 아는데,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당신이 손목을 놓자마자 참았던 숨을 내쉬고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자신의 삶은, 고난과 역경까지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난 내 아이를 잘 가꾸어진 온실 속의 꽃으로 키우고 싶지 않아. (불편하다. 두렵다. 피하고 싶다.) ⋯ 내일도 출근일 텐데, 내가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갈까?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
@2VERGREEN_ 피곤하다뇨, 이렇게 또 봐서 기쁘기만 한걸요. ...이럴 때야말로 열한 살의 그 어린아이 같아요, 아직도. (피하고 싶어하는 속이 보인다는 말의 우회적 표현이다. 레아는 지금의 대화가 '나름'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힐데가르트가 자신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았으며, 그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신 육아방식에 대해 뭐라 하진 않을게요, 전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으니까... (그러면서 반대편 손에 든 책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그냥 온 김에 차라도 마시고 가요. 그것도 제가 살게요. 에티에게 줄 간식을 사는 것도 좋겠어요. 그 애에게 제 이야기를 한 적은 있나요? 이모 친구 선물이라고 하면 좋아하려나.
@LSW ⋯ 우리 평소에도 자주 만나잖아. 솔직히 말해서, 졸업한 후에 너만큼 연락하고 만난 애 없는데. (그래, 아마 여기서 10년이 다시 지나간다고 해도 당신 앞에서는 속이 뻔히 보이는 열한 살 어린애처럼 굴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작게 한숨을 내쉰다.) 했었어. (하도 호그와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기에, 그 과정에서 '레아 윈필드'라는 이름도 여러 번 올랐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당신을 빼놓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 워낙 많았기에⋯. 그러고 보니 당신과의 인연도 참, 끈질기고 희한했다.) 차는 내가 사게 해줘. 너무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슬슬 미안해지기 시작했거든.
@2VERGREEN_ 좋아요. 이 맞은편 가게로 가면 되겠군요. (카운터로 가서 책을 계산한다. 동전을 조금 더 내고서 깔끔한 종이 가방도 받고서는, 힐데를 이끌어 맞은편 건물로 간다.) 그리고 말이죠... 우리가 아무리 자주 연락한다곤 해도 같이 사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전 힐데를 볼 때마다 좋아요.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는. 당신은 분수를 알고서 몸을 웅크린다. 빛나지 않되 따뜻한 빛을 낸다. 그런 한편으로는 여전히 바위며 파도에 휩쓸리며 부딪치길 주저하지 않아서. 파도의 포말이 돌에 부딪쳐 부서지며 그것이 반짝이는 보석 같은 빛을 내기에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내 손이 닿을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나의 뜻대로 깎아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저열한 의식이 있다.)
@LSW ⋯ 호그와트에서 함께 지낸 7년 동안은 같이 살았던 거로 쳐야 하지 않을까? 비록 다른 기숙사기는 했지만, 나 네 기숙사에 엄청 많이 숨어 들어갔었는데⋯. 아니, 그 전에⋯ 넌 나랑 같이 살고 싶어? (멀뚱. 대뜸 행간을 잃지 못하고 어이없는 질문을 던진다.)
⋯ 나도 네가 좋아, 친구니까. (그래,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친애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신의 앞에서 적당히 분수를 알고서 몸을 웅크리는 것은 그 까닭이었다. 가끔은 당신을 두려워하고, 가끔은 당신을 미워하면서도. 또, 언젠가는 당신이 자신을 원하는 방식대로 세공할 수 있는 존재처럼 생각한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그는 당신을 따른다.)
@2VERGREEN_ 같이 살고 싶을 리가요?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건 좀... 하지만 제가 언제든지 당신 사는 집에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좀 좋을 것 같아요. (상냥함과 애정은 참으로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여전히 그것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법을 모른다. 너무 가까워지면 할퀴고 싶어지고, 너무 멀면 본능적으로 그 뒤를 쫓아 덤벼들게 되고. 이때까지 운이 좋게도 당신은 나를 '놓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발톱이 닿지 않는 범위에 있었다. 십여 초면 지날 길을 가다가 문득 멈춰선다. '아닌가? 핑계만 있으면 충분히 건드릴 수도 있었는데.' 그걸 문득 깨닫자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 이상한 것들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뿐이고 당신은 그 불가해의 한가운데에 있다. 고개를 젓고 찻집의 문으로 들어간다.) 전 캐모마일도 좋아해요, 힐데.
@LSW 사실, 지금도 언제든지 와도 상관은 없긴 한데 말이야. 이미 발 디딜 틈이 없는 것만 감안해준다면⋯. (그런 그에게도, 상냥함과 애정은 참으로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그것을 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나서야 끝이 나곤 했다. 누군가를 상처주는 것은 칼이나 지팡이 따위를 휘두르는 이마저도 다치게 만드는 일이므로. 사람 간의 관계에서는 가해와 피해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복잡한 일이었다. 실상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불가해한 존재였다.) 홍차로 하려고 했는데, 네 말을 듣고 나니 허브 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당신 몫의 캐모마일과 제 몫의 페퍼민트, 스콘 두 개를 주문하고는, 적당한 자리를 고르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어디가 좋을까⋯.) 허니드-하프-컷 스콘, 아직도 좋아하지?
@2VERGREEN_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창가 자리로 향하여 앉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어느 어린아이가 보호자의 손을 잡고 지나간다. 이런 시대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어디에나 아이들은 있었으므로.) 좋아해요. ...에스마일이 주던 거라 좋아했던 거지만. 그런데 말이에요, 힐데. 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저는 힐데가... 제가 가는 걸 반기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것도 당신 가족들과 함께라면... (이런 점에서는 그래, 불가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