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0일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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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k

2024년 08월 20일 22:47

(비좁은 그 집을 떠난 지 며칠 되었으니 슬슬 들키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난리가 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오밤중의 다이애건 앨리를 달리며 실성한 듯 제 이름을 외쳐대는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를 보고는… 그냥 숨었다.) … … (숨어서 일기나 썼다.)

Finnghal

2024년 08월 20일 23:07

@Ludwik (골목길 뒤쪽에서 걸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멈추어선다.)

Ludwik

2024년 08월 20일 23:38

@Finnghal (…저번에 그 사람이다. ‘사람’? 아마도. 대화가 통했고, 또… ‘익숙하니까. …그런데 누구지? 정말 모르겠어… …’ 루드비크는 지금의 그에게서 서로의 가족을 지키자는 약속을 주고받았던 바다의 전사를 떠올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멈춰 선 그에게 말없이 손짓했다.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이쪽에 와달라는 뜻 같은데, 핀갈의 체구로는 힘들지 않은지…)

Finnghal

2024년 08월 20일 23:46

@Ludwik (담배라도 피우는 사람처럼 골목 입구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당신에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둠 속에서 노란 안광만이 괴괴하게 빛났다.) ... ... (골목 바깥을 힐끔 일별한 그가 낮게 묻는다.) 뭘 하고 있는 거지.

Ludwik

2024년 08월 21일 13:40

@Finnghal 숨어 있어요. (일기장을 덮고 올려다본다. 중얼거리듯 답하는 그의 목소리도 낮다.) …당신, 저번에 그 사람이지요? 사람… 이름이 뭡니까?… 그때 데려간 사람은 어떻게 했습니까? 죽이진 않았죠? 아무것도 안 믿는다면서요… 그럼 죽일 이유도 없잖습니까… (횡설수설.) …나 좀 모른 척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나 루드비크는─아까 말하고 말았듯이─ ‘거구의 추격자’가 쫓던 이를 붙들고 사라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의 무력감은 아직 남아 있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면 왜?’… 남아 있음에도, 간청하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Finnghal

2024년 08월 21일 18:00

캐릭터에 대한 비하, 경멸

@Ludwik (역시 이 녀석은 칼리노프스키다. 그를 찾는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옹송그린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하지만 왜...?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는 처음으로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라는 인간에 대한 그의 인식에 커다란, 아주 커다란 구멍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한다. 어차피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도 그것은 그를 허망하게 했다.

서로 모른 척하는 것으로 할까, 중얼거리며 팔짱을 낀다. 아니, 정말로 다른 사람 같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두서도 안 맞는 말을 대책없이 횡설수설 늘어놓는 눈앞의 이 유약한 겁쟁이가 칼리노프스키라고? 차라리 칼리노프스키에게 알려지지 않은 형제가 있다는 말이 더 믿기 쉬울 것이다.

Finnghal

2024년 08월 21일 18:00

캐릭터에 대한 비하, 경멸

@Ludwik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가. 한 가지만은, 몹시 낯익은 방식으로 그의 신경을 긁었다. 칼리노프스키가 이따금, 아니 어쩌면 항상 그랬던 것과 지독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용무도 없는 곳에서 얼쩡거릴 여유도 이유도 없음에도, 사실 이 자리에서 뒤돌아 떠나는 것이 가장 사리에 맞는 행동일 텐데도 그 기시감을 이기지 못해 그는 결국 성마르게 반문하고 말았다.)

너는 무언가를 믿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나?

Ludwik

2024년 08월 21일 21:53

@Finnghal (구태여 이 사람에게 손짓을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에게 주문을 쏘았던 데다, 남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최대한 모른 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가장 사리에 맞는 행동일 텐데도’, 기시감이 든다. 어쩐지 익숙한 체취, 디멘터에 둘러싸여 지내던 그 끔찍한 세월 동안에도 잊을 수 없었던 누군가의 언어와, 빛나는 눈… 흐릿하게 떠오르는 모습이 하나 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 ‘만약 이 사람이 핀갈이라면 나는 수치스러워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쓸모없고 회의주의에 빠진 겁쟁이가 되었다는 걸 그 애가 혹시라도 안다면, 분명… 이번에도 날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고작 1년 동안 아즈카반에 있었다고 해서”, “사람 좀 죽였다고 해서” 이렇게 되다니, 라고… 실로 전사에 어울리는 너라면 말할 거야. 난 절대 견딜 수 없을 거고.’ 하지만 핀갈의 마지막 답변 덕분에 버텼던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Ludwik

2024년 08월 21일 21:55

@Finnghal (그리고 지금은, 그의 첫 번째 물음이 루드비크를 무너뜨렸다.)

무언가를 믿기 때문이냐고요. …믿‘었’기 때문에 죽였습니다. (마리아 칼리노프스카의 울음 소리가 멀어진다. 아들을 찾아 헤매며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여인은 여전히 ‘불쌍한 여자’다. 불현듯 루드비크는 오래전 핀갈과의 약속을 떠올린다: “내가 전쟁영웅처럼 강한 어른이 되고 나면 … 네가 우리 엄마를 지켜 줄 수 있어?” 이제 와 떠올리니 우습다. 전쟁영웅은커녕 약해빠진 범죄자가 되었지 않은가. 그는 저도 모르게─어머니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나자 명료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네. 그랬습니다. 어디서 제 이야길 듣고 오신 모양이군요… 하긴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절 많이 비웃덥니다, 집까지 찾아와서 조롱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있고요… 역시 당신도 그들에 속해 있는 겁니까? 난 믿음으로 살인했는데, 이게 옳은 일이라고 굳게 믿었었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면서 대체 왜…

Finnghal

2024년 08월 21일 22:09

@Ludwik (그는 당신이 머리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낯모르는 타인으로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이 그를 알아본다면 수치스러워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

... 과거형인 걸 보니 지금은 그렇게 믿지 않는가보지. 그래서 길을 잃었나. (옛 '친구'의 무너진 얼굴에 힐끗 시선을 던졌다 거둔다. 어찌하여 우리는 이렇게 퇴락한 채로 다시 마주하게 되었나. 그렸던 미래는 그렇게도 눈부셨는데. 혼잣말처럼)

믿음 같은 것 때문에 싸운다니 나로서는 언어도단이야. 힘이 있는 것과 옳은 것은 다른 것인데 어떻게 전자로 후자를 관철할 수 있나. 자물쇠에 맞지 않는 열쇠를 구겨넣으려 애쓰는 꼴이 아닌가.

Finnghal

2024년 08월 21일 22:26

@Ludwik 싸움은 그냥 존재의 양식이다. 어디의 무엇으로 태어났든지,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밀어내거나 먹어치우면서 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거야... ... 그러려는 의지의 부딪힘이다. 거기에 이유는 없어. 그라인딜로우와 바다 트롤 중에 누가 먹이를 차지해야 하는지 어떤 옳고 그름이 심판을 볼 수 있겠나. 싸워서 이긴 쪽이 삶을 이어가고, 아닌 쪽은 퇴장할 뿐이야.

(시선을 내려,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 너희는 그걸 야만이라고, 악이라고 여기는 것 같더군. 하지만 사념으로 존재를 심판하려는 태도야말로 오만방자하지 않은가. 옳고 그름은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성원들 사이에서나 의미가 있는 것을. 그 바깥에 통하는 규율은 각자 있는 힘을 다해 서로 부딪히고 결과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말고는 따로 없다. 그리고 그건 존재에 새겨져 논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지... ...

Ludwik

2024년 08월 22일 20:48

@Finnghal (‘이 사람과 비슷한 말을 하던 소년을 알고 있다.’ 아니.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애만은 아니어야 한다. 루드비크는 한참 동안 그를 관찰하듯 응시하다가, 그에게서 느껴졌던 기시감의 뿌리를 깨닫곤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핀갈?

핀갈 모이레 모레이? 당신… 아니, 너… …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예전에만 해도 루드비크가 훨씬 컸었는데. 이젠 두 다리로 일어서더라도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이 차이 역시도 이유는 없는가? 너는, 네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모르가나 가민의 짐승이 된 건가? 정말로?) 아까 내가 물었지요. 당신… 이름이 뭐냐고.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었기에 그는 존대했다.) … …대답해 줘요. 지금.

Finnghal

2024년 08월 22일 21:03

@Ludwik (이런 젠장, 말을 너무 많이 했다. 혀를 깨물며 루드비크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네가 알던 누군가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마라.

Ludwik

2024년 08월 23일 16:34

@Finnghal 대답해요… (울 것 같은 얼굴로 다가간다. 그는 언제나 핀갈에게서 답을 갈구해왔다.) 이름이 뭡니까? 내가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되지요? 당신은 어떻게 불리고 싶고요?… 왜… 왜 핀갈처럼 말하지요?

Finnghal

2024년 08월 23일 23:44

범죄자와 악인에 대한 비인간화

@Ludwik 너는 나를 부를 필요가 없어... ... 나를 다시 볼 일이 없을 테니까. (다가오는 루드비크를 한 팔을 뻗어 제지한다. 그와 시선을 맞추지 않는다. 목을 꺾어 부득부득 올려다본다면, 괴로워 보이는 얼굴일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하지 마라... ... 그건 해악을 전염시킬 뿐이야. 어둠의 마법사는 그냥 어둠의 마법사다. 이제 없는 사람은 기억 속에 묻어. 루드비크,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 소리내 부르고 만다.) 살아내야 하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마라. 생사의 실질을 대신할 수 있는 논담은 없어... ... 그런 게 있어서도 안 되고. 나가서 네 몸으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그렇게 살아. 네 손에만 쥘 수 있는 것을 손에 넣어. (몸을 곧추세우고, 옷깃을 떨쳐 떠날 태세를 갖춘다. 씁쓸하게.) ... 너는 아직 그럴 수 있어.

Ludwik

2024년 08월 24일 10:06

@Finnghal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그로 하여금 울음을 터뜨리며 소릴 지르고 싶어지게 하는 사람이 세상에 둘 있을 리 없다. 루드비크는 핀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언어로 말미암아 확신했다. 제 이름을 부르는 그 태도가 곧 증거였다. 그러자 몰려오는 수치에 도망치고 싶었다. 전사의 이름을 가진 너에게만은 이런 자신을 보이기 싫었다. 그런데, 하지만, 그래도… …)

시끄러워!… (거리가 떠나가라 외쳤다. 약해진 어른의 몸으로 어릴 적처럼 투정을 부리려니 전신이 흔들렸다.) 시끄러워, 제길, 하여간 넌 예전부터… …! (앙상한 팔로 핀갈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분노와 수치, 공포와 그리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다. ‘날 봐. 날 봐달라고. 나한테…’) 나한테 이야길 해! 핀갈 모이레 모레이, 이… … (거칠고 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릴 지른다.)

이 돼지야!!!!!!!!!!!!!!!!!!!!!!!!!!

Finnghal

2024년 08월 24일 19:11

@Ludwik 야, 너 미쳤냐!!! 숨어있겠다는 놈이 소리를 질러서 어쩌려고!!! (꼭 소년 시절만 같은 행동거지에 당황해, 잠깐 덩달아 시간을 거슬러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거기에서 바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당신의 양 어깨를 붙들었다. 꼭 열서넛 즈음의 그 때처럼,) 잘 들어, 루드비크. 네가 지금 부른 그 애는 죽었어.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단 말이야. 네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고, 어떤 약속도 지킬 수 없어... ... 제대로 된 어른은커녕 제대로 된 *존재*조차 되지 못했으니까. 네가 만난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고.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내려다보는 눈이 번쩍거린다.) 그러니까 가서 제대로 네 인생을 살아, 루드비크. 있는 힘껏 울고, 웃고, 화내고,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해. 제발 그래줘, 내가 할 수 없는 몫까지... ... 나는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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