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by ... (빨려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채링 크로스 로드의 인적 드문 골목에 내려선다.) 뭐, 그래도 당신보다는 틸맨이 낫구나 싶어요. 그 사람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그러니까, 당신은 브레이크가 필요한데 브레이크가 되어줄 사람이 영 없단 말이죠... (중얼거리며 조금 구겨진 세실의 옷 주름을 지팡이로 건드려 펴 주고는) 뭐- 특별한 걸 먹으려는 건 아니고. 피쉬 앤 칩스에 맥주나 한 잔 하죠. 전 맥주 대신 레모네이드로 할까 하는데 세실은? (저쪽에 리키 콜드런이 있다.)
@Ccby (입을 조금 벌려 웃는다.) 참 신기해요. 술을 하는 기사단원들이 적지 않던데. (그 낡아빠진 주점으로 들어간다. 레모네이드 두 잔과 피쉬 앤 칩스 2인분을 주문하고는 남루한 탁자에 앉는다.) ...제가 당신의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세실은 총리감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죠.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조금... 못할 말을 했었잖아요. "기사단원 감이 아니라고." ...요즈음 들어서는 세실 당신만큼 용맹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요. 누구보다도 기사단원다운 사람을 꼽자면 역시 당신 이름부터 댈 거예요, 저는.
@LSW 건강에 안 좋잖아, 싸우려면 몸을 잘 간수해야지! 그리고 난 달콤한 간식들이 더 좋아. (레아의 앞에 앉아 손가락으로 탁자를 느리게 톡톡 두드린다.) 설마 멈추게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지? 너는 내 일에 끼고 싶어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무튼 내 브레이크가 되는 건 꽤 힘든 일일 거야. 꼭 총리가 아니더라도 높이 올라갈 테니까 걱정 마.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 그 때는 정말 내 뜻을 이룰 수 있어!… (슬 웃는다.) 이거 너무 띄워주는데? 어차피 뒤끝은 없다네요. 오히려 그때 내가 어리석었지, 그깟 일로 약해져서는 말이야. 그때는 너도 나도 어렸던 거야.
@Ccby (그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 하나. 레아의 눈에 세실 브라이언트는 여전히, 여전히 그 무고한 학생을 쏘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열일곱의 젊은이였다. 그렇지만 그의 혈기는 분명히 불사조 기사단을 끌어가는 동력 중 하나였다.)
어리고 미숙했죠, 정말로. -이젠 멋진 어른으로 자라서 다행이에요. 댄도 지금 세실을 본다면 정말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당신을 정말 사랑했으니까......
(미소한다. 그때 보았던 기억 속 댄 브라이언트는 계속된 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져 가면서도 주변인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 전도유망한 오러에게 그의 최후를 보여주고 싶다고. 모든 용맹한 전사들과 영웅들은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맞는다고. 머잖아 당신도 그 뒤를 따를 거라고...)
(곧 음식이 나오는데, 웬일로 건과일을 넣은 파운드 케이크도 몇 조각 나왔다.)
@LSW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나도 그를 정말 사랑했어. …너도 그렇지, 윈필드 씨가 그립겠지? 내가 댄 삼촌을 그리워하는 만큼. 그러니까 더욱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해. (얼굴에 띤 미소가 살짝 누그러진다. 장난스럽던 웃음은 댄 브라이언트를 언급하자마자 희미하게 부드러운 온기로 바뀌었다. 그때 이후로는 자주 짓지 않는 표정이었다. 평소 그렇게 주저없이 차갑게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할 수 있었던 전도유망한 오러는 그 죽은 이들을 언급할 때면 드문 따스함을 보였다.)
정말이지, 농담이라도 뇌물이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 줄래? 친구끼리 주는 선물로 받을게.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Ccby (당신의 말이 가슴 한 구석에 서늘한 불씨를 지핀다. 그 불은 뜨겁지 않다. 뜨겁지 않으나 한기가 심장을 콱 틀어쥔다. 레아는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고 그 노력도 효과가 있었으나, 안색이 다소 창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했다. 마침내 죽음으로 내몰았다. 내가 그랬다. 내가 댄을 죽일 사람들을 몰고 왔어. 하지만 내가 아니어도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당신이 무어라 추궁하지도 않았는데 변명을 하고 싶은 기분으로, 그는 반쯤 벌렸던 입술을 의식하고는 입을 다문다.)
이렇게 청렴결백해서야. 그래도 운 나쁘게 뉴스 탈 일은 없겠어요. (자신도 하나를 집어먹었다. 이윽고 포크로 생선튀김을 찍는데, 손이 조금 떨린다.)
@LSW (고개 갸웃하더니 자기 음료도 마신다.) 이래서 마법부가 문제야. 내가 높이 올라가면 이렇게 사람을 갈아넣는 제도도 바꿔야지. (잠시 뒤 컵을 내려놓고 가볍게 웃는다.) 정말 많이. 평소엔 일에만 몰두하면서 살다가도… 가끔씩 삼촌의 얼굴이 떠올라. 삼촌이랑 함께했던 시간들도. (그리고 그럴 때면 자신을 잡아먹는 분노가 한순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뤄둬야겠지. 너도 그런 생각을 해? 네가 윈필드 씨에 대해서 말하는 일이 드문 것 같아서. (너도 이 기분을 알지? 같은 아픔을 겪었으니까… 그런 눈으로 레아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Ccby (세실의 눈을 피한다. 시선이 조금 어긋난다.) 사실 아버지와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추억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이래저래 바쁘시다 보니 할머니께서 절 키우셨거든요. ...그렇지만 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날 인질 행세를 하며 끌려갔었다. 아이작 윈필드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상대로 교전을 벌였고, 잘만 하면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방어를 포기하고 자신을 구했을 때, 세실 '덕분에' 그 혼란을 벗어난 뒤에도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도 그 순간의 낯선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잠을 설치는 날이면 그날의 꿈을 꿨다.)
가끔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고. (보고 싶으냐면, 모르겠다. 그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저기, 세실. ...만약에 아무것도 못 바꾸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