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9일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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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_Reinecke

2024년 08월 19일 01:46

(늦은 저녁, 녹턴 앨리에서 다이애건 앨리로 이어지는 길목 앞을 유유히 걸어나온다.)

Ludwik

2024년 08월 19일 15:47

@Julia_Reinecke (다이애건 앨리와 조금 더 가까운 위치의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견 홈리스 부랑자인가 싶은 모습의, 본래 그가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 ‘감시 대상’이다. 그는 한눈에 줄리아를 알아보곤 눈만 깜빡인다.)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19일 16:25

@Ludwik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네 엄마 품에서 있는 것도 꽤나 힘들었나 봐? '우리'가 산책을 허락한 기억은 딱히 없는데 말이지.

Ludwik

2024년 08월 19일 17:38

@Julia_Reinecke 미안해. (일어나려고 하다가 힘이 없어서 포기한다. 그저 올려다보기를 택했다.)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마… 내가 여기 온 거 아시면 또 우실 거야.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 …허락해 줘.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19일 17:45

@Ludwik 글쎄. (고개를 기울인다.) 난 네 어머니가 울든 기절하든 아무 상관이 없거든. 겨우 그 정도 비는 걸로 내가 설득될거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나를 만만하게 본 것 같은데. 안 그래? '패배자'.

Ludwik

2024년 08월 19일 20:10

@Julia_Reinecke … (대답도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다 피워가는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내버리더니 새 것을 꺼내들었다. ‘칙’, 불을 붙여 한 모금 내뱉고 나서야, 무관심하게─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대해 말하듯─ 묻는다.) 내가 뭘 해야 만족할 수 있겠어?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19일 22:25

@Ludwik 그걸 내 입으로 말하면 쓰나. 네가 알아서 맞추어야지. 지금 네 목줄을 쥐고 있는 게 누군지, 가장 잘 아는 건 너잖아? 네 어머니보다도, 네 전 부인보다도. (잠시 생각하더니) 그건 아닌가? 네 전 부인, 꽤나 영리하더라고. 그날, 우리 쪽에 거래를 제시할 때는 감탄했다니까.

Ludwik

2024년 08월 20일 14:16

@Julia_Reinecke 모르겠어… (담배만 피운다. 시선은 다이애건 앨리 어딘가에 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너는 무엇으로 만족할 수 있는지도… 어떻게 해야 널 구할 수 있을까?… … (마지막 물음은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러곤 ‘전 부인’ 이야기에 조금 웃었다.) …헬렌은 잘 지내? 미로스와프는?… 미르는 내 아들인데, 본 적 있나 모르겠네…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0일 17:59

@Ludwik (당신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린다. 그것은 쓴웃음이면서도, 조소에 가깝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칼날처럼 서늘하고.) 똑똑히 말해주지, 칼리노프스키. 나는, 그 누구의, 구원도, 필요하지 않아. 나는 오래 전에 나 스스로를 구했으니까. 너희 중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지. (그 말에, 일말의 원망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면, 단순한 착각일 뿐일까?) ...... 내가 설사 그 둘을 자주 만났다 하더라도, 그걸 네게 알려줄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걸. 특히나 네가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더더욱.

Ludwik

2024년 08월 20일 22:37

@Julia_Reinecke 그래?… 어머니는 네가 불쌍한 애라고 하시던데. (새 담배를 꺼내들며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독일인을 불쌍하다고 하는 건 처음 봤어. 독일놈들 것이라면 비누도 질색을 하시던 분인데. 하다못해 동독 제품도… 그래서 난 네가…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살인자는, (불을 붙인다. 수 초의 공백 뒤.) … …살인자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에 들어갈 수 없다더라… 지옥에 간다고… 믿음의 책에 그리 써져 있던데. 하-하-하, 믿거나 말거나… … 그래도 살인자는 어떤 방법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해. 난 아마 평생 이 모양으로 살게 되겠지… 만약 진실이 어디에도 없다면 더더욱… (중얼거리다 말고 한 개비 내민다. 줄리아가 을렀던 ‘이런 태도’보다 훨씬 더 무사태평하고 어쩌면 방만해 보였다. ‘우리는 다를 게 없다’고 믿기 때문에?) 피울래?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2일 01:42

@Ludwik 치워. (지팡이가 불꽃을 일으키자, 당신의 손에 들린 담배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패배자의 넋두리 따위는 혼자 어디 구석에 가서 하지 그래. 거기에 날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아니, 우리는 다르다. 그는 생각한다. 당신과 그는, 그 무엇도 닮지 않았다. 조소는 딱딱하게 굳었고, 눈동자에는 경멸이 가득하다.) 내가 괴롭다고, 살인자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웃음은 점차 커지고 또 커진다. 턱을 젖혀들고,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크게 웃고는.) 틀렸어.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도! 내 삶에 만족스러워. 거추장스러운 건 전부 치워버렸으니까. 이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니까! (얼굴에 서린 것은 광기다. 매끄러운 눈이 희번득했다.) 알아들어? 네 패배의식을 나에게 투사하지 말란 말이야.

Ludwik

2024년 08월 23일 00:14

@Julia_Reinecke (손을 반코트에 문질러 닦고는 느릿느릿, 위태롭게 일어섰다. 거의 피우지도 못한 것마저 거리에 내던지고는 줄리아와 마주 보았다. 그들의 눈높이는 같다.) 그럼 그때 왜 날 안아 준 거야? (…같지만 다르다. 루드비크는 여태 10년 전 그날 밤의 기억으로 산다. 홀로 눈물을 터뜨렸던 그에게 다가와 안아 주었던 아이. 소리 지르고 막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고, 친구가 되고 싶었던 그 조그마한 아이… … 이제는 과거로만 남아버린.) 날 위로해 주던 너 자신도 거추장스러운 것에 속했어? 그래서 치워버린 거야?… 너도 나처럼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거지, 그렇지, 율리아 라이네케. (로신을 떠올린다. 눈을 감았다가 뜬다.)

미안해. (너무 늦었다.) 미안해, 네 말대로 이건… 패배자의 넋두리인 것 같아. 듣기 추할 테지.

Ludwik

2024년 08월 23일 00:14

@Julia_Reinecke 그러니까, (그는 자존심을 버린다. 어차피 있지도 않았던 그것.) 연민해 줘. (영어 문법을 완곡하게 지적하던 그 아이를 다시 만난다면 차라리 기쁠 것이다.) 불쌍하게 여겨 줘. (당신에게 그 나날이 족쇄였더라도. 지금이 가장 만족스럽더라도.) 돌봄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라고 여겨 줘…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는…’)

다시 안아 주면 안 될까…

(그러나 이번에도 너무 늦었고, 루드비크는 아무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허락 없이 집을 뛰쳐나온 약하기에 ‘악한’ 감시 대상과, 그를 관리할 권리가 있는 강하기에 ‘선량한’ 감시자만이 이곳에 있을 뿐이다.)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4일 08:49

@Ludwik (광기 어린 웃음은 그것이 찾아왔던 것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끊긴다. 시선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도 많은 감정이 담겼기에 보이지 않는 걸까? 수많은 물감을 섞으면 본래의 색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지는 것처럼.) ...... (정말로 오랜만에, 그 날을 떠올렸다. 한심하고도 미련한 시절이었다.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남들을 돕고 싶어했을까. 구하고 싶어했을까. 살리고 싶어했을까. 그 지긋지긋한 감정들. 그 지긋지긋한 순간들. 당신에게 구원이었던 그날은 그에게는 도려내고 싶은 종양이었다. 그를 좀먹는 불행이었다.)

너는 정말, 끝까지...... (뒷말은 이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조차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심하다’고 하고 싶었던 것도, ‘이기적이다’고 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확실한 사실은 그 얼굴에, 목소리에, 말투에 이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다는 감정이 깊이 서려있다는 점이었다.)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4일 09:15

@Ludwik 하.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하하, 하. (또다시 헛웃음을 흘린 다음에.) 이젠 웃기지도 않는다. 결국 그게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이야? ‘연민해 줘’? 나를 붙잡고 싶어서 한다는 말이 겨우 그거야? (차갑게 당신을 응시한다.) 이건 정말, 비웃을 가치조차 없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아. 왜,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아쉬워? 걔였으면 네 마음대로 필요할 때 위로받고 공감받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럼 그 애에게 좀 잘해주지 그랬어. 매번 어쩔 줄 몰라하며 네 눈치를 볼 때, 조금만 더 상냥하지 그랬어. 매번 쥐잡듯 잡지 못해 안달이었던 주제에, 아쉬워지니 옛 기억에 매달리려 하는 꼴이란.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4일 09:16

@Ludwik (그래. 모든 것은 너무나도 늦어버렸다. 이 관계는 오래 전에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지났다. 당신은 그를 구하지 못한다. 영웅이 아니기 때문에. 아니, 그저 스스로에게 진실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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