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ud_ens
(휴업이라면 듣지 못한 일이다. 우스꽝스러운 것을 보듯 표지판과 당신을 구경하다 일부러 마른 가지를 밟았다. 절묘하게도 썩어있던 부분이 뚝 으스러진다.)
@yahweh_1971 (소리에 돌아본다. 얼굴을 확인하자 제법 짓궂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이런, 손님. 안타깝게도 지금부터 내일 오후까지 문을 닫을 예정인데요, 혹시 찾으시는 분이라도 있으십니까?
@Furud_ens
(눈썹이 까닥 치켜올라간다. 당신을 바라보다 손끝으로 한쪽 입꼬리를 식 끌어올렸다.) 아, 미안합니다. 찾는 사람은 없고, 물건이 있습니다만...... 이곳에 시끄럽고 멋들어진 벌통이 보관되어있다고 들었어요. (두 손을 펼쳐보인다.) 실례가 안 된다면, 내가 뽑아가도 될지?
@yahweh_1971 오, 찾으시는 물건과는 좀 다른 것 같긴 한데요. 특히 시끄럽다는 부분이 요구 사항과는 부합하지 않습니다만....... (프러드는 아직도 자기가 헨에게 잔소리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뽑아간다는 부분도, 다소 과격한 것 같기는 한데.... (문에 자물쇠를 건다.) 그래. 가져가. 지금부터 내일 낮까지는 대여해 주지.
@Furud_ens
아, 벌통은 뽑아서 부숴먹어야지. (말마따나 과격한 양 장단을 맞추어주곤 비딱히 섰다. 그리 *신사답진* 않은 태도로 당신을 지켜보다 정리를 마친 듯하면 손을 내민다.) ...... 무슨 일로 휴무야? 이런 대목에. (전쟁이 심각해질수록 녹턴 앨리는 오히려 붐빌 테니.)
@yahweh_1971 (손...?) 진짜 대목 손님들은 폐점 개업하고 받는 거야. 쓸데없이 찾아오는 다른 사소한 용건들에 방해받지 않겠다는 뜻이지. 오늘 자정부터 내일 낮까지 가게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어. (적당히 발을 옮기기 시작하며.)
@Furud_ens
(눈을 굴린다. 손을 다시 주머니에 꽂곤 당신을 따랐다.) 누군지 물어보고 싶다만...... 그런 고객들은 보나마나 과묵한 입을 사랑하겠지. (사이. 원한다는 것을 가정해 알 방도라면 많았으나, 사소한 일들을 하나하나 파기엔 지면은 짧으며 전쟁은 뻑뻑하다.) 네 일자리를 부숴버리진 않을게. 내가 물어보면 넌 분명 답해줄 테니까.
@yahweh_1971 알면 다쳐. (키들거리며 가까이 붙어서 걷는다. 농담이기도, 외연까지 고려하면 농담이 아니기도.) 손님들의 신원이 왜 궁금한데? 날 걱정하기에도 어차피 이제 *같은 쪽*이잖아. 넌 이제 내가 먹고 싶은 저녁 메뉴 같은 걸 궁금해해야지.
@Furud_ens
아- 관둬, 어린애들 편가르기도 아니고. (그러나 이것은 놀음보다 유치하며 처절하다. 차라리 운에 진영을 맡기곤 웃어넘기는 놀음이라면 쉬웠겠지.) (짧은 한숨.) 그리고 네가 먹고 싶은 저녁 메뉴를 내가 왜 궁금해해야 해? 미안하지만, 이미 정해졌어. 그린 파크 근처에서 커리나 들자. 서민적으로- 어때?
@yahweh_1971 거기 주방 냄새가 테이블로 너무 많이 넘어오던데....... 카다멈이 장난 아니야. (프러드는 향기에 예민하다. 툴툴....) 이봐, 사랑하는 허니를 대여했으면 그 시간 동안은 충실하게 대해야지. (옆구리 찌르려고 손 넣기.)
@Furud_ens
카디멈까지 사랑해줘, 허니. 미안한데- 넌 그런 주방 냄새와 소란과 싸구려 식기들에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손가락을 꽉 잡았다. 장난치듯 두 마디짜리 인질을 톡톡 건드린다.) 링험 스트리트(*헨과 메브가 거주했던 리버풀의 가상 거리)였으면, (하여 말은 잠시 끊어지고,) ...... 개죽 같은 커리도 군말 없이 먹어야 했다고. 알아?
@yahweh_1971 ...... (잠깐 멈춰서서 손을 준 채 빤히 본다.) 넌 이제 거기서 벗어났는데 어째서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굴지? 정신 차려, 헨 홉킨스. 지쳤으면 지쳤다고 말하되 네가 기껏 떠나온 사실까지 쓸모없게 만들지 마. 알았어?
@Furud_ens
(잡은 손끝에 순간 힘이 들어간다. 끝이 파고들기 전 의식해 던지듯 탁 놓았다.) ...... 미안한데, 그건...... (목소리는 이어 평소대로 돌아온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곤 다시 당신 손을 주섬주섬 가져왔다.) ...... ...... 제길, 너무 헛소리라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말한 사람이 네가 아니었으면 여기서 그냥 집어치우고 집에 갔어. 알아?
@yahweh_1971 (여전히 같은 표정인 눈.) 나는, 왜 되는데? 내가, 뭐가 다른데? (손을 빼내 다시 보폭을 넓혀 걸어간다.) 그래. 시끄러운 커리 가게로 가자.
@Furud_ens
(빈 손을 잠시 내려다본다. 그러나 신호를 무시하곤 당신의 뒤를 따랐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어떻게 같아? (다시 손을 잡는 대신 어깨를 살짝 누른다. 지팡이로 손을 뻗었다.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숨이 막히는 감각이 수 초 지나 그들은 그린 파크의 거리 가장자리에 있다.) 짠. (당신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괜히 소매를 잡아끈다.) 자, 가자.
@yahweh_1971 ....... (답변까지 침묵이 다소 길지만 순간이동의 어지럼증에서 되돌아오는 과정일 뿐이다. 다르게 말하면, 순간이동 자체에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이젠 주머니 사정도 전처럼 쪼들리지 않으면서. (타박타박 걷는다. 이미 충분히 전달했으니—듣고 있는지는 둘째치고서라도— 더 이어지는 말은 없다.)
@Furud_ens
(이어지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 보폭이 넓어지지 않으면 옷자락 또한 놓아준다. 익숙한 간판이 나올 때까지 말없이 걸었다.)
@yahweh_1971 (주방과 테이블 특성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전에도 몇 번 같이 들렀던 곳이기에 알고 있다는 뜻이다. 때마침 빈 가장 구석—소음과 냄새와 그나마 제일 먼—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난 치킨 크림 커리. 물이면 되고.") ...그래서, 무슨 일인데?
@Furud_ens
(테이블에 앉아 코트를 벗었다. 두어 번 접어 옆자리에 내려두곤 맥주를 곁들여 음식을 주문한다. 웅웅거리는 소음에 미소짓다가도 당신을 다시 돌아봤다.) 별 일은 아니야. 말하자면- 일들이 멋들어지게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간단히 축배라도 들까 했지. (테이블에 한 팔을 괬다.) 하지만 역시 샴페인과 구운 치즈는 내 취향은 아니더라고.
@yahweh_1971 그런 악당 같은 짓은 내 취향이 아닌데. 뭐, 질질 끄는 소모전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그리 밝지 않은 조명 아래, 음식 냄새와 습기가 떠도는 뿌연 공기 속 얼굴을 살피듯 마주본다.) 마무리도 아니고 시작을 축하하다니 심보가 고약하잖아.
@Furud_ens
우로보로스에서 마무리와 시작을 구별하는 건 무의미하지. 우린 꼬리를 무는 머리에 서 있으니, 기왕이면 마지막을 상정하고 축하하는 건 어때? (악당이란 표현엔 킬킬 웃었다. 시선은 마주 닿지 않는다.) 이 전란의 시대가 저물면 다른 시대가 올 거고, 그 시대도 오래지 않아 저물 텐데...... 하나하나 귀찮게 따지진 말자. 악당이든 뭐든, 일단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것 하나만 보고 축하하면 되잖아. (평소보다 혀가 길다.)
@yahweh_1971 ...싫어. (눈을 피하는 얼굴을 가만히 마주본다. 냄새와 소음을 두고 불평했던 것치고는, 주변 환경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태도다.) 우리 헤니는 열 네 살 때보다도 더 별로가 됐네. ...... (그리고 간명한 물음이 뒤따른다.) 무슨 일 있어?
@Furud_ens
넌 늘 별로야.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꾸하곤 수 초가 지난다. 슬그머니 시선을 올렸다. 눈치를 보듯 표정을 확인하곤 한숨 쉬었다.) 그냥 네 휴가와 함께 축하하자는 거지. 어울려주지 않겠다면 됐어, 폐업이 내걸리거나 총리가 갈아치워질 때 다시 찾아갈게.
@yahweh_1971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내가 너한테 괜찮은 평가를 못 받은 지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야? 진짜 모른 척 건배라도 해? 그리고 언젠가 생계가 곤란해진 다음 네 날개 밑으로 들어가서(명백하게 이름으로 장난치고 있다.) 내가 작고 귀여운 달걀로 살았으면 좋겠어?
@Furud_ens
그거 마음에 드네. 네가 '작고 귀여운' 달걀일진 모르겠는데, 내 날개 밑으로 들어오겠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내가 *피보호자*들에게 얼마나 지극한지 알잖아? (신경은 자연히 품안으로 잠시 쏠리지만, 드러내 의식하는 대신 괜 팔을 슬쩍 미끄러뜨렸다. 몸이 굽어진다. 마침 나온 맥주를 힐끗 봤다.) 그래, 우선 건배?
@yahweh_1971 ....... (아마 대화가 이런 패턴으로 흘러갔을 때마다 당신이 꽤 자주 봤을, 가만히 눈을 내리깐 표정이 몇 초간 드리운다. 한숨을 속으로 삼키고 맥주를 반 잔만 따라 가져간다.) 그래. 건배. (울 적 . . . .) (마구 티냄.)
@Furud_ens
(물을 따라 쥐여주었다. 잔에 따르지 않은 맥주를 툭 맞부딪힌다.) 건배(*bottoms up). (그러나 말관 달리 입술만 축이곤 내려놓았다. 축 처진 눈을 잠시 바라보다 결국엔 다시 한숨을 쉰다.) 정말- 오늘따라 왜 이래? 프러디, 일이라면 네게 있는 것 같은데. (손을 펼쳐 테이블 위에 내려둔다.) 기회를 주지. 말이라도 해봐.
@yahweh_1971 (왜.......) (허망하게 물 들린 손 바라봄....) 최근 내 문제는 죄다 너한테서 비롯해 있어. 다른 건 벌써 전부 털어놓은 참이라고. ("도리언은 아직 안 깨어났고.") 그 외에 다른 일은 *진짜로* 없는데.
@Furud_ens
...... 진심이야? 그 말만 들으면 인생에 문제라곤 없어 보여. (도리언의 화제에선 잠시 말을 멈췄으나, 더 말을 얹는 일은 없다. 가족에 대해서라면- 그것은 그가 당신을 도울 영역이 아니다. 씁쓸한 술을 홀짝였다.) 네가 평안하다면 다행이기야 하지.......
@yahweh_1971 ...... (손을 뻗어, 손끝으로 당신의 이마를 꾸욱 눌러 민다.) 얼마나 선택적 듣기를 하고 있는 거지? 골칫덩이가 마주앉아 있다고 방금 말했어.
@Furud_ens
(고개는 맥없이 뒤로 젖혀진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 가감없이 '골칫덩이'의 면모를 보여줬다.) 웩. (유치하게 단음절을 뱉곤 다시 당신을 본다.) 나처럼 사건사고 없는 친구가 또 어딨는데? 아즈카반도 결국 안 갔잖아.
@yahweh_1971 힘도 없고....... 꾸벅꾸벅 조는 닭이 되었으면서 어떻게 날개 밑에 식구를 거느리겠다는 거야? (지금까지 불만으로 다소 식어 있던 눈매가 조금 부드럽게 풀린다.) ......불쌍해서 따지지도 못하겠다. 그래, 그냥 같이 있을게. 그게 내가 제일 잘 하는 거긴 한데, 그게 너한테 좋은 건지는 슬슬 좀 모르겠긴 하지만.
@Furud_ens
거느린다니, 그거 가부장적인 닭이네...... (분위기가 동정으로 이어지는 까닭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다시 눈썹을 찌푸려 보이려다 그만둔다. 힘이 풀리자 눈이 가늘어졌다.) ...... 미안.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았던 차에 때맞춰 음식이 나왔다. 뜨거운 그릇을 밀어주곤 별 말 없이 식기까지 차려준다.)
@yahweh_1971 오, 정확해. 너 몹시 가부장적인 닭이야. (이제 웃음기가 담긴 채 쏘아본다. 접시와 식기를 차리는 일련의 동작들을 바라본다.) 풀 죽어 있지 말라고, 못된 말썽쟁이야. 근데 풀 죽은 말썽쟁이한테 다그치기 미안하긴 한데, 이러니까 진짜 물어봐야겠다. 넌 뭐가 미안한데? (나왔다, 수많은 곤란한 의견차 말다툼의 서막....... *'뭐가 미안한데?'* )
@Furud_ens
(한평생 이런 말다툼이라곤 당신과만 해봤지만, 그러므로 전조를 더 잘 안다. 포크를 내려주던 손이 아주 느려졌다. 손끝으로 톡톡 건드려 각도까지 조정해준다.) ...... 풀죽어있지 말라고 하고, 왜 풀이 죽을 말을 하는 건데? 양육자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으면 피양육자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져. 기를 죽이던지, 넘어가주던지 하나만 명료히 정해야지. 근래(*20세기 중후반 기준) 연구 결과에 의하면 뇌는 가소성을 가지는데, 자꾸 내게 그런 비일관적인 태도를 보이면...... 오, 프러디...... 이제 좀 식은 것 같아. 먹을래?
@yahweh_1971 넌 개인의 감정에 신경쓰지 않고 대의를 추구하는 것 아니었나? 풀죽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고, 내가 "왜 미안한데?" 하고 묻는 것 같은 사소한 일에는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네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고 어디 가지는 않을 테니까 일단 밥이나 먹자. 네 맥주도 식겠어.
@Furud_ens
(식기를 집던 손끝이 멈춘다. 새파란 눈이 되려 당신을 노려보되- 이미 들쑤셔진 것이 있어 그리 위협적이진 않다. 수 초가 지나 말없이 병을 들었다. 목을 조금 축인다.) 나만 널 긁는 줄 알아? (탄산에 씻겨나간 양 눈이 축 처졌다.) 미안한데, 방금 네가 찌른 게 정확히 내 '무슨 일'이야. 닭을 두 마리나 잡아먹으니 좋겠다. (짐짓 가벼운 체 구시렁거리곤 숟갈을 뜬다. 예나 지금이나 식사를 깨작이는 것은 같다.)
@yahweh_1971 '닭을 두 마리나'....... (갑자기 접시에 있는 치킨 커리... 봄...) (......) 왜? 내가 신경쓰여? (지적받고 나자 그냥 대놓고 긁는다!) 오, 그러지 마, 헤니. 나는 나름 너를 위한 최선의 친애를 보인 거라고. (뜸.) 자, 이게 네 방식이고. 내 방식은 널 붙잡아 놓고 —옛날에 같은 기숙사에서 지낼 때처럼— 속을 털어놓으라고 밤새 추궁하는 거지. 그런데 네가 언제나 영 바라지 않는 것 같아서 난 성질 많이 죽였어. (처음에 떨떠름해진 표정은 어디 가고 한 마리째의 닭을 잘 먹고 있다.) 그런데 성질 죽이면서 네 곁에 있는 바람에 네가 불안함을 느낀다면 그것도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니니까 제대로 얘기하긴 해야겠다. 난 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해. 출발한 이유도, 지향하고 싶은 목적도 잃어버린 채, 앞뒤로, 완벽하게.
@Furud_ens
(브로콜리를 뭉그러뜨리며 당신 말을 들었다. 웃는 듯 움찔거리던 표정이 가라앉은 뒤론 제 이야기가 아닌 양 조용히 방관할 뿐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소리만 내 웃고.) 널 오늘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많이 피곤해? 웬 악담이야. 방향이니, 길이니...... 그따위 걸 네가 왜 판단해? 서로 귀찮아지잖아. 봐, 지금도 밥 먹다가 체하기 직전이야...... 젠장, 내가 토하면 치워줄 것도 아니고. (손끝이 테이블을 두드린다.) 불쌍하다느니, 길을 잃었다느니...... 뭔가 오해가 있었단 건 알겠는데, 이 시대에서 좀 피곤한 건 오히려 정상이야. ...... ...... 그래. 내가 널 '신경쓴다'는 건 인정할게. 그러니 지금도 말이 길어지는 거겠지. 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정도만 인정하고 밥이나 먹어.
@yahweh_1971 (밥은 먹이고 싶었으나... 원래도 깨작거리는 녀석이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식사하기는 텄다는 걸 인정하고 그냥 말한다. 참고로 이쪽은 거의 다 비웠다.) 넌 왜 사람을 그렇게 안 믿어? 네가 토하면 널 살피고 주변을 치우고 가게에 사과하고 집까지 데려가겠지. 다리에 주문을 맞아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으면 병동까지 데려가서 무사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지켜볼 거야. 가깝다는 건, 아낀다는 건, 친애한다는 건 기꺼이 상대방과 귀찮아지는 일을 나누는 거고 별로인 점을 끌어안는 거야. 나는 아주 예전부터 그렇게 할 용의가 충분했는데, 네가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지. 난, ....... (말간 눈이 마주본다.) 그래서 네가 버거워. 얼마나 더, 아무것도 몰라도 아무렇지 않은 채 네 곁에 있어 줘야 하는데? 그러면 떠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마. 무한정의 애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yahweh_1971 대신 지금 이 순간 너를 기꺼이 염려해서 네게 문을 열어 달라 매달리는 내가 있을 뿐이고, 네가 나를 원한다면 지금 나를 붙잡아야 돼. 그리고 일정 기간의 친애가 유효가 다하면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 번에도. 똑같이 손을 잡고, 만약 내가 여의치 않으면 네가 찾아와야 돼. 관계는 그렇게 유지되는 거야. 모든 영구해 보이는 가치들도 실은 그게 구현된 실제 세계의, 유한 시간들의 중첩이야. 헨 야훼 홉킨스. *지금 내* 말을 듣고, *지금 나와 있는* 순간을 느끼고, *지금 나의 감정을* 마주보도록 해.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현재에, 피부로 느껴지고 숨으로 들이쉴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
@yahweh_1971 (눈동자는 처음으로 타오른다. 그것은 당신을 향한 질책이자, 부탁이자, 애원이자, .......) 너는 네 사랑하는 형제와 결별하고 지금 여기에 있어. 방향도 없는 이끼처럼 둥둥 떠다니다 인생 종 치고 싶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걸 꽉 붙잡아. 생의 모든 순간순간에서 '진짜'를 쌓아 가지 않는다면 네가 놓은 다리는 전부 허방다리야. 그걸로는 아무 것에도 도달할 수 없어.
@Furud_ens
...... ...... 머플리아토.
https://pourlenregistrement.tistory.com/m/12
(비밀번호: henn)
“헨. 너는 네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해. 네가 사랑하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래서 무엇이 너를 지금 여기 있게 하는지 알아야 돼. 목적 없는 변혁이란 그저 세계를 무한히 부수고 또 쌓아올리는 의지 없는 폭풍에 지나지 않아. 그 안에서 네가 의미를 가지려면, 시대의 폭풍에 휩쓸린 채 변혁의 하수인이나 자처하다 흔적 없이 흩어질 게 아니라면, 너는 네가 왜 변화에 기여하고 싶은지 그 시작을 알아야 돼.
너는 왜 이 번잡스러운 거리를 사랑하는지, 친애하는 상대와 잔을 나누고 싶은 밤에 샴페인과 구운 치즈는 취향이 아닌지, 그래서 결국 우리는 왜 지금 이 가게에서 이런 저녁을 먹다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너는 가장 구체적이고 내밀하고 사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
https://docs.google.com/document/d/1YDLmUdmHnr8dTnaLdZIYaNPc_lzW007ArYJ9tTHWBpw/edit?usp=sharing
@Furud_ens
(어두운 백열등이 깜박인다. 뭉그러진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의 말이 옳다. 이것은 근본적인 견해의 차이이며, 짐작컨데 한두 문장의 대화만으로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의 대화는 소모적이지만, 그는 그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입을 뗄 만큼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친애한다.)
개인과 개인 간의 사랑은 숭고하고 절대적이지 않아. 모든 관계는 목적을 가지거나 인과 아래 이루어져. 친애하는 내 형제가 내게 결핍을 의탁하고 죄책감을 가졌듯이, 네 말마따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내가 학창 시절 안정을 줬던 널 지금까지도 아끼며 만나고 있듯이. 관계는 목적-대부분 거슬러 올라가면 생존이라 부르는 그것-을 위해 쥐는 수단이야. 감정은 그걸 유지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물이고. 사적 사랑이 일면에선 역할을 한다는 건 알겠지만, 너무 사적인 연민을 숭배하는 것 아니야? (그릇을 밀어낸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괬다.)
@Furud_ens
이어서, 사사로운 관계의 본질이 수단이라면, 그건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그저 하나일 뿐이야. 전혀 특별하게 대우해줄 만한 것이 없지. 하지만 사회는 달라. 인간은 사회적인 생물이고, 결국 집단 없이 생존할 수 없어. 그러니 다시 저울을 가져오자고. 우리가 관계에 집착하도록 하는 '감정'을 걷어낸다면, 관계 자체를 재어봤을 때 그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지? 사사로운 관계를 지키는 것과, 사회를 지키는 것 중 뭐가 더 가치 있어? 후자를 위해 전자를 버리는 것이 정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네 말이 맞아. 이건 근본적 견해의 차이고,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은 달라. 내게 메브와 리버풀을 들이밀기 전 그걸 이해해야지.
@Furud_ens
나는 한낱 인간이고, 그러므로 아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설령 내가 지독하게 그들을 그리워하더라도, 그 가치들은 이미 밀려났어. 내가 내 형제를, 날 연민하도록 부추기지 마. 그런 것들에 발목을 잡히기 싫어.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그것들이 나에게 주는 감상들을 감당할 여력도 지금은 없어. 나도 힘들어......
(짐작하길, 당신은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묻지 말았어야지. 손바닥이 눈가를 문지른다. 짙게 그림자 진 눈이 조금 쓸렸다.)
내가 바라는 것의 시발점이 메브와 리버풀에, 내가 지나쳐온 궤적에 있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목적은 이미 옮겨왔고, 근본이 날 방해한다면- 그걸 버리고서라도 할 일을 할 거야.
@yahweh_1971 (피곤해 보이는 당신 앞에서 고개를 젓는다. 아, *너무 멀다.* 그는 실감한다. 그래서 낯빛은 울적함을 띤다. 지난 십 년간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이해하지 않은 채 놓아 두었던 거리는, 의식해서 지킨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애초에 넘을 수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프러드 허니컷은 지금 생각했다. 논쟁하기에는 애초에 전제가 다르다. 관계는 수단이 아니며, 관계는 삶에 비효율을 유발하며, 그 비효율이야말로 전혀 효율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기에 오히려 그런 선택을 한 인간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며, 따라서 고유하고 고귀한 의미를 갖는다고, ...... 그는 분명히 믿고 있다.
@yahweh_1971 그러나 서로 다른 종교의 교리처럼 그와 그의 가장 친애하는 친구가 믿는 말은 달랐으며 보는 세상도 달랐다. 그는 느릿하게 이 관계의 한계를 감각하고, 이 '다가갈 수 없음'이 비상하는 매의 몸체 위에 드리운, 끝없는 흐린 구름처럼 그에게 또 한 번의 수용을 종용함을, ...... 받아들인다.)
......그래. (이번에는 그가 당신의 손을 잡아 가져온다.) 그냥 같이 시간 보내고 싶었던 건데 뾰족하게 굴어서 미안해. (미미하게 잠긴 목소리와 더불어 고개를 떨어뜨린다. 다정하게 손을 어루만진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Furud_ens
(희미한 절망을 인지한다. 낯빛이 흐려지는 것을, 친애하는 친구가 또 한 번의억압을 견디는 것을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것을 괴로이 여기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손끝이 움츠러들다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지쳐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손은 버석하다.) ...... (이런 것이 싫다. 선택한 길, 가치관의 발목을 잡는 친애. 감정의 무의미함을 오래 지껄여대고도 막상 표정을 확인하고, 가라앉는 모습을 짐작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고 머리가 울리는 것이 싫었다. ...... 그러나 익숙해지면, 언젠간 이마저도 사라질 것이다.)
...... ...... 관둬. 꼭 네가 가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 그냥, 말하더라도 결괏값이 이럴 것 같아서 싫었던 거야. (사이. 결국 우습기 짝이없는 물음을 이어 툭 뱉었다.) 어때. 내게 실망했어?
@yahweh_1971 친애의 이름으로 다른 가치관을 종용하는 것도 일종의 가해지 뭐. (일상적인 투로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그 이전에 선행한 '희미한 절망'을 감지했다면 다르게 들릴 수도 있을 터였다.) 네가 받아줄 줄 알고 무리했어. 욕심도 좀 냈고. 그런 기대는 있었으니까, 기대가 꺼진 부분이 슬프기는 한데, 네게 실망한 건 아니야. 너는 언제나 지금이랑 똑같이 말하고 있었잖아. 그냥 내 마음의 문제인 거지.
@yahweh_1971 (세계에서 슬픔을 느끼고, 그래서 외부 조건을 개인적 슬픔으로 치환하고, 그 슬픔을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가장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어 왔던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그와 똑같이 세계에서 슬픔을 느끼는 이들에게 그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수준이었으나, 반대로 같은 것을 보아도 부조리나 분노를 느끼는 이들과 그는 영원한 평행선을 걸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두근거렸고, 프러드는 어쩌면 자신도 다소 피곤할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주어 없이) 요즘 무리했나 봐. 돌아가서 쉬는 건 어때?
@Furud_ens
...... 그마저도 이해하기 힘들어. (그러나 슬픔은 침몰의 감정이다. 세계가 당신을 짓누른다면, 눈물로 뭉그러지고 사사로이 흩어지는 대신 세계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친구의 말마따나 리버풀에 마음이 묶인 그의 원념이었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면 붙들려서는 안 되며, 지체해서도 안 된다. 잿가루조차 남지 않을 때까지 길을 걸으며 등불을 태울 이와, 불씨로 데운 손길을 타인에게 나누는 이는 각자의 대척점에 있다. ...... 영영 이해하지 못하겠지. 쓴 침을 삼키며 생각하길, 난 당신이 숭고하고 값지다 여기는 가치를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곁에 두어 고맙다 말해야 할까?)
...... 그래, 요즈음 상황이 별로지. 불러내서 미안. (사이. 잠시간 표정을 들여다보다 먼저 몸을 일으켰다. 결국 줄지 않은 그릇이 덩그러니 남겨진다.) 내가 계산할게. 가자.
@yahweh_1971 밥 남겼네. (대부분의 생각을 이제는 삼키고, 입에서는 쓸데없는 말이나 흘러나온다. 아니다. 쓸데없는가? 무의식마저도 발화의 원인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전까지 식사를 방해하는 대화의 원흉이 되고 있었음을 모르지 않으니까. 그것은 아마, 그럼에도 당신의 곁에 있는 이가 결국 뱉어낼 만한, 하나도 우습지는 않은 신소리이다. 잠자코 따라나선다. 등 뒤에 대고 묻는다.) 집에 마실 거 있어?
@Furud_ens
(제길, 쓸데없는 소리. 반사적으로 생각하지만, 한순간 날섰던 태도는 누그러졌다. 하여간에 미적지근하게 애정이 담긴 발화란 듣기에 나쁘지 않다. 이것으로 몇 년을 지킬 수 있을까. 모든 것이 휙휙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설령 이 친애가 당신을 힘들게 하더라도, 아직은......) ...... (아직은 안 되지. 눈을 가벼이 굴리며 생각을 끊었다. 값을 치르곤 먼저 가게 문을 열어준다.) ...... 진과 맥주 몇 병? (알콜중독자같은 대답......) 적당히는 있어.
@yahweh_1971 안돼. 오늘 너는 자기 전에 꿀 탄 우유를 먹을 거야. 열한 살처럼. (여전히 소란스럽고 다소 번잡스런 거리로 나선다. 식당이나 주방과 가까운 골목의 몇몇 부분들은 후텁지근하기까지 하다. 보폭을 크게 해 가게 앞과 도로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의문의 진창(...)을 뛰어넘는다.) 없으면 사서 가자.
@Furud_ens
(진창을 주저 없이 찰박 밟았다. 당신에게 흙탕물을 튀기곤 제 구두와 바지에만 지팡이를 겨눈다. 행인들이 지나치는 사이 얼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 ...... 싫은데. (열한 살에도 꿀 탄 우유는 먹어본 적 없다. 열 살에도 먹어본 적 없다...... 투덜거리면서도 뒤는 얌전히 따라갔다.) 머글 식료품점이라도 가게? 머글 화폐는 있어?
@yahweh_1971 (하??????????? 하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어른이니까, 원한다면 위스키 몇 방울도 타 주지. 집 근처에 식료품점 없어? 머글 가게든 마법사 가게든 별 상관은 없어. (빙글 손가락 돌린다.)
@Furud_ens
유다가 마시더라도 그 정도론 기별도 안 가겠다. (바지에 튄 물자국을 보곤 비쭉 웃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당신 손가락을 쥔다. 내리는 대신 소매까지 콱 틀어잡았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익숙한 압박을 견디면...... 인적 하나 없는 익숙한 골목: 헨의 집앞에서 눈을 뜰 수 있다. 맞은편에서 식료품점의 간판이 반짝인다.) ...... 갈레온으로 계산할래?
@yahweh_1971 근본적으로 너한테 술을 먹이려는 게 아니라 따뜻하고 단 거 좀 먹이고 재우려는 거야. 저녁도 다 남겼잖아....... (그리고 같이 옮겨진다. 간판을 보다가 툴툴거린다.) 제발 물어보고 좀 옮겨. 왜 맨날 마음대로 잡아끄는 건데? (소매 잡힌 것도 본다. 결국...) *애냐?*
됐어...... (주머니를 뒤지자 두 번 접혀 말린 지폐 몇 장이 나온다. 머글 화폐가 주머니에서 나오는 마법사가 된 것에도 당신의 영향이 없지 않다.)
@Furud_ens
(도로에는 아기 쥐 한 마리 없다. 쥔 소매를 힐끗 내려다봤다. 투덜거리는 소리는 무시하되 구겨진 소맷자락은 느릿느릿 문질러 펴주었다.) 솔직히, 스물한 살이면 아주 어른은 아니지. (늘 어린애 취급을 남발하니 말대로 되는 것이다. 쉽게 책임을 전가하곤 소매만큼 구깃구깃한 지폐까지도 힐끗 보았다.) 먹이고 재워주는 거야? 그야말로 육아네...... 비용은 홉킨스 가에 청구해.
@yahweh_1971 ('뻔뻔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야' 표정.......) 언제는 아주 다 큰 것처럼 굴고 다녔으면서....... 혹시 부작용이 뒤늦게 몰려오는 거야? (진심이 안 섞이지는 않은 채 대충 대꾸하고 가게로 들어선다. 꿋꿋하게 우유와 꿀을 집는다.) 자는 건 네 집이잖아.......
@Furud_ens
그러게. 나이를 거꾸로 먹나...... (책에서 본 단어들을 남발하며 젠체하던 꼬마를 떠올렸다. 그 옆의 금발머리 신사까질 기억해내곤 웃는다.) 이름값은...... 꿀은 왜 통으로 사? 어차피 오늘 하루만 먹을 텐데. 네가 꼭 가져가. (식료품점을 빙 둘러 파란 치즈나 조금 집어왔다.)
@yahweh_1971 나 참... 그렇게 따지면 치즈는 네가 따로 계산하든가. (같이 계산한다.) 근데 난 블루치즈 싫어. (그리고 또 예민한 취향!)
@Furud_ens
...... ...... 그래서? (계산을 지켜보다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양 되물었다. 치즈를 챙긴다.)
@yahweh_1971 그냥 그렇다고. (치즈 건넨다.)
@Furud_ens
(집으로 가는 길은 한산하다. 열쇠로 문을 열자마자 종일 심심해 심통이 난 올빼미가 푸드덕대며 덮쳐왔다. 익숙하게 몸을 슥 숙여 유다의 돌격을 피한다.)
@yahweh_1971 악 (파묻혔다가...... 그래도 같은 올빼미 기르는 사람으로서 능숙? 하? 게? 떼어낸다......?) 헨...... 이것 좀 데려가.... (버둥버둥.)
@Furud_ens
(상대를 착각한 유다도 멋쩍게 부엉거린다. 큰 상자라도 들듯 올빼미를 번쩍 들어 문앞 횃대 위로 올렸다. 노란 눈은 두 사람을 *사납게* 노려본다.) 부엉이용 열매 좀 줘. 나 좀 씻고 올게. (그러곤 욕실 앞 옷을 챙겨 회피하듯 홀랑 들어간다......)
@yahweh_1971 ....... (닫힌 문 앞에서 황망하게 협박? 함) 네가 나왔을 때 내 한쪽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더라고 해도 난 몰라. (다치는 건 본인이고 뭐 모르면 어쩔 건데.......)
@Furud_ens
(졸졸 흐르는 물소리 사이로 얄미운 환청: "그래서?"가 들리는 것만 같다...... 유다는 샛노란 눈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부엉이용 열매는 봉지에 담겨 식탁에 있다.)
@yahweh_1971 ......유다....... 우린 십 년 넘게 본 사이잖아. 네가 자고 있을 때 나는 항상 너와 함께했어...... 그렇지? (스윽...... 유다의 눈치를 보며 부엉이용 열매 봉투에 손을 뻗는다.......)
@Furud_ens
(그러나 당신은 눈을 뜬 유다를 얼마나 오래 보았는가? 물소리는 멈출 기미가 없고...... 유다는 부리를 딱 부딪힌다. 날개가 쫙 벌어지자 언뜻 헨보다 덩치가 크다.)
@yahweh_1971 (낯설다... 부엉이의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집에서 기른다고 해도 맹금류를 상대로 쫄? 면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애써 침착하게 대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열매를 꺼내든다.) ...자.
@Furud_ens
(이십여 분이 지나, 덜 말린 머리를 털며 낡아빠진 침의를 입은 집주인이 나온다. 유다는 열매를 먹은 뒤 숫제 아기 집고양이마냥 온순하게 골골거리다 콜콜 잠들었다.)
@yahweh_1971 (유다 복복복복복 긁다가 고개 든다.) 얘 되게 착한데. 그동안 식구의 불만을 얼마나 묵살하는 독선적 가정 운영을 했길래 두 번이나 물어뜯긴 거야?
@Furud_ens
그거야 영업 기밀이지. 알려줬다간 네가 질투해서 모방할지도 모르잖아? ("유다!" 부르곤 팔을 펼친다. 잠에서 깬 올빼미는 날아가긴커녕 머리만 스르르 돌려 헨을 찢어버릴 양 노려본다. 알 만하다.) ...... 둘이 너무 친해진 거 아냐? 우유에 위스키나 마시자.
@yahweh_1971 질투나지? (못된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웃는다.) 우유에 꿀이 언제 우유랑 위스키로 바뀌었지? 다시 말하지만 술 먹일 생각 없어.
@Furud_ens
안 나겠어? (비죽하게 대꾸하곤 식탁가에 앉았다. 당신이 말해준대로 가부장적이기 짝이 없는 폼새다. 오만한 표정을 지으려다 멈칫했다. 그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 ...... 대영 금주 협회에서 나왔어?
@yahweh_1971 (당신의 자세와 표정에는 신경쓰지도 않은 채 일어나 찬장에서 익숙하게 컵을 꺼내고 우유를 따랐다. 느릿하게 컵째로 데우며) 집에는 진이랑 맥주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위스키도 구비했어?
@Furud_ens
네가 몇 방울 타준다면서...... 까먹은 건 아니지? (포장된 치즈를 빙글 뒤집었다. 당신을 구경하며 앉아있자면 결국 커다란 새가 날아와 어깨에 앉는다. 깃털에 몇 번 기침하곤 푹신한 올빼미에게 기댔다.) ...... 이 집 말이야, 마음에 들어?
@yahweh_1971 그런데 없으면 못 타잖아. (상냥.......) (달콤하게 꿀을 타서 가져온다.) 갑자기 그건 왜? (끔벅.) 싫진 않지. 꽤 헤니-틱하잖아. (데운 꿀 우유 밀어주기.)
@Furud_ens
간악한 꿀벌. (짧게 평하곤 우유를 받았다. 마시는 대신 미지근한 잔을 쥐고 들여다본다. 손이 데워지는 것이 당장엔 속이 데워지는 것보다 기분 좋다.) ....... 헤니-틱한 게 뭔진 모르겠는데, 곧 이사할까 싶었지...... (조금 벌꿀빛인가? 표면을 유심히 보자니 유다가 비친다.) 하긴, 계약도 남았는데.
@yahweh_1971 네 생활 공간은 대개 헤니-틱해. 그런데 그건 집의 입지나 특징 때문에 아니라 네가 거기 살아서 그렇게 되는 거니까 별로 상관없을걸? 네...... (집안 둘러본다.) 실용성과 가격 외에 고려한 게 없는 것 같은 가구 선택이나, 입은 옷 빤 옷 헷갈리게 바닥부터 침대 위까지 죄다 어질러 놓은 모양이나, 생활용품이랑 사무용품이랑 구분 안 된 서랍이랑, 쓸데없이 어지러운데 집착적으로 구성한 책상 같은 거 말야. (욕인가...?)
@Furud_ens
...... 대단해. 내 생활패턴에 대해 다 분석하다니, 이제 너와 핀과 에시가 둥글게 손을 잡고 헤니틱 논문을 작성할 일만 남았군. (정곡을 찔려 비아냥거린다. 너저분한 생활습관은 잔소리로 어찌 고치더라도, 종이들이 기하학적으로 엉겨있는-그러나 나름의 규칙은 있다- 책상 구조나 가구 선택 기준은 영영 변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굴렸다.) 침실에 들이기엔, 넌 이제 아는 게 너무 많아. 오늘은 부엉이장에서 자는 게 좋겠다.
@yahweh_1971 나랑 핀갈이랑 에스마일이 너에 대해? (눈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가 입 다문다. 이걸 한 번 더 물으면 당신이 애써 탄 꿀 우유도 거부할 것 같았으므로.......) 난 널 재우고 갈 건데?
@Furud_ens
(홀짝 마셨다. 따끈따끈한 감각에 눈썹을 찌푸리다 다시 마셔본다. 그리곤 다시 마셨다......) ...... 대체 뭐하러? 네가 내 보모야? (우유 한컵은 깨끗하게 비워진다. 여전히 온기가 남은 잔을 감싸쥐었다. 잠시 들여다본다.) ...... 자고 가. (한풀 꺾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