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 ... (당신을 마주보는 샛노란 두 눈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생각이 분주한 사람처럼. 이윽고 당신 등 뒤, 골목 안쪽으로 순간이동한다. 그러나 그 잠시의 지체 동안 숨겨진 골목의 입구는 다시 닫혀 평범한 벽돌로 돌아가 있다. 황망하게 벽을 더듬거리다가, 잠깐 멈추고.) ... ...여기서 나가. 당장. (당신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듣기 싫게 끽끽거리는 날카로운 목소리.)
@yahweh_1971 (슬슬 난리를 정리하고 따라붙고 있다! 매우 초조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 당신에게 쏘는 듯한 시선.) 나가라고, 누가 보기 전에! (그러다 말이 안 통하겠다 싶었는지, 당신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곤 어딘가로 순간이동한다.)
@yahweh_1971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버려진 해변'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기울어진 폐선들의 옆구리로 검은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반쯤 허물어진 방파제로 밀려든 물결이 녹으로 뒤덮인 기계들을 집어삼킨다. 본래 여객보다는 산업과 물류 용도의 항만이 들어섰던 자리 같다. 해안선 안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완만한 언덕에 헐리워진 집터 같은 것이 보인다.)
@yahweh_1971 퍽이나. (그는 이끼가 낀 바위 위에 퍼질러앉아버린다. 마치 시름 없고 불만 많던 교복 차림의 기묘한 소년처럼.) ... 앞으로는 그러지 마. 국면이 격해지니까 눈앞에 있는 게 누군지, 누구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지 안 가리는 녀석들도 많아. (실은 전쟁의 판세만큼이나, 편리하게 뒤집어씌울 수 있는 속죄양이 생긴 것도 만만찮게 원인이 되었겠지만... 그는 함묵한다. 이제는 이 짓이 익숙했다.)
@yahweh_1971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안으로 웅크린다. 마음속 어딘가에 꽉 들어차 있던 무언가가 일순 썰물처럼 쓸려나가, 답지않게도 그 말에 안으로 허물어질 것만 같아서. 검은 바다에 시선을 두고, 그 위에 물결치는 하얀 포말처럼 한동안을 흔들린다. 말이 나올 때까지는 오래 걸렸다.) ... ... 피델리우스.
@yahweh_1971 여기는 원래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올 생각이 없었어. (여전히 헨을 보지 않은 채다.) 그런데 너와 나에게 둘 다 안전할 것 같은 곳이 한 군데도 생각나지 않아서... ...
@yahweh_1971 네가 누군가한테 말하면 어차피 결과는 같아. 그러니까 여기 널 데려와버린 시점에서 나는 오블리비아테를 쓸지 이걸 쓸지 정해야 했어. (그리고 드디어 뒤를 돌아본다.) 오블리비아테 쪽이 좋아?
@yahweh_1971 ... 그래. 생각해보니 누가 내 소재를 알아낸다고 널 고문이라도 하면 곤란해. (전혀 잘못 짚은 사유로 선뜻 수긍하며, 뒤로 벌렁 눕는다.) ... 30분만 있다가 돌아가자. 벽 안쪽으로 들어가서 쫓아가다가 놓쳤다고 둘러대야지.
@yahweh_1971 (당신들은 호그와트 운동장의 잔디밭을 뒹굴던 볕 좋은 오후의 소년들처럼 누워있다. 막상 정말로 호그와트를 다니던 적에는 그들이 이런 식으로 함께 있는 일은 드물었지만. 헨 Y. 홉킨스는 공부와 '개혁'과 친교와 말썽을 양립시키느라 학교 생활이 분주했고 핀갈 모레이는 틈만 나면 검은 호수에 뛰어갔으니.) 오블리비아테가 깨질 만큼 고문당하면 보통 순간이동 좌표 같은 건 못 찾아. ... 하긴 그런 것도 생각 안 하는 녀석들도 쌨지만. (표정이 음울해진다.) 어둠의 마법이라는 게 그렇지.
@Finnghal
그런 건 내 머리를 부숴버린 뒤에 고민해볼 일이지. (부서진 시간을 짜맞추는 것은 무의미하며 기묘하다. 조각을 끼워맞춰 연결해보았자 이미 망가져버린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주문을 간단히 외는 것만으로도 복구되는 것들이 있지만, 이것은 마법사의 특권을 벗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미 기억이 지워질 것을 보장받으니- 스스럼없이 조각들에 손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 넌 원래 어둠의 마법을 혐오했잖아. (사이. 오랜만에 구사하는 어투엔 괴괴하게 애정이 어렸다.) 난 그게 정말 멍청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어.
@yahweh_1971 지금도 혐오해. (고개를 하늘로 향하고 눈을 감는다. 그대로 바위를 뚫고 땅밑으로 가라앉기라도 할 것처럼 무겁다.) 너도 신문에 뭐라고 쓰든, 어둠의 마법 같은 것에는 손 대지 마.
@yahweh_1971 (시선을 맞받는다. 표정이 느리게 일그러진다.) ... ... 어째서... ... ?
@yahweh_1971 그건 정말,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야.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아서 당신을 내려다본다. 다급하고, 간곡하고, 언젠가의 소년이 했던 말과 같으면서 또 그 때와는 아주 다르다.) 제발 이번만은 내 말을 들어. 세상에 그 어떤 좋은 목적도 어둠의 마법으로 이뤄질 순 없어. 모르가나 가민도 처음부터 마왕이 될 셈으로 시작한 건 아닐 거라고.
@Finnghal
(그러나 당신의 살상은 정당한가?)
(선악에 대해 논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는 머릿속의 물음을 무시하며 당신을 본다. 자라버린 껍데기 안의 경애하던 소년을 보고, 그가 변화했을지언정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종내엔 필연하게도 그를 지독하게 그리워하며......) ...... ...... 하하! 하, 하하...... 너 뭐 하냐. 난 그런 것 안해. (당신이 받아들일 바는 염두에 두지도 않은 채 경쾌히 웃었다. 킬킬대다 바위에서 죽 미끄러진다. 누웠다.) 앞으로도 사용할 생각 없어...... ...... 그냥, 좀 별로잖아.
@yahweh_1971 뭐야, 놀랐잖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뻣뻣한 몸을 이완하는 모습은, 정말로 당신의 눈에 익은 그 자세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당신을 물끄러미 건너다본다. 시선이 서글프다.) 알아, 내가 말하는 건 우습지. ... 그러니까 두 번 다시 만나기 싫었는데. (마지막은 조그맣게 줄어든 중얼거림.)
@Finnghal
(웃음은 찬찬히 잦아든다. 고개를 휙 꺾어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이어 옷자락을 끌어당기려 손을 뻗는다. 선악! 그것은 정말 무책임하며 무의미하므로......) 누구라도 우스울걸. 어느 노인네들은 날 어둠의 마법사로 단정짓고, 어떤 멍청이들은 내가 선량한 정의의 사도인 줄 알지. 부디 부탁인데...... 넌 그러지 마. (몸을 굴려 앉았다.) 그리고-...... 이봐, 말했잖아. 네가 어디가 나빠? (내뱉는 말은 기이하리만치 명쾌하다.) 약자를 짓밟는 사회에서 발버둥치는 게 나빠? 약자를 짓밟아 으스러뜨리는 사회에 일조한다면, 그건 비열한 살생이야. 네가 한 일은, 의도가 어찌 됐든 정당성을 부여받지. 이 사회에선 누구도 네게 돌을 던지지 못해. (사이.) 널...... 만나서 기뻐. 네가 여전히 너인 채 살아간다는 걸 알아서.
@yahweh_1971 (숨이 턱 막혀서 몸을 웅크린다. 어떤 다른 말이 이만큼이나 안으로 무너지는 기분일까. 입을 뻐끔거리며, 그저 맹렬하게 고개만 젓는다.) ... ... 아냐. 아니야, 헨. 그건 아냐.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돼. 나는... ...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묻는다.) ... 나는 이렇게 되면 안 됐어... ... 누구도 이렇게 되면 안 됐어.
@Finnghal
(뿌리치리라 생각하고도 소매를 쥐었다. 이어 손끝이 당신을 살짝 스친다. 이런, 핀......) 맞아, 넌 이렇게 되면 안 됐어. 그들은 널 이렇게 만들면 안 됐어. (또한 우리에게 그래서는 안 되었다. 바닷바람에 옷이 살짝 뒤집혔다. 늘 바람이 드는 곳에서 만나는구나. 그것은 제법 마음에 드는 일이다.) ...... ...... 그래, 윤리의 선에서 죄책감을 가지는 건 좋지만, ...... 이곳에 '죄 없는 자'가 어디 있어? 너...... 그자들 사이에서 대우라도 제대로 받나? 그런 걸 돌아봐야지.
@yahweh_1971 (스치는 손길을 잡지도, 뿌리치지도 못하고 작게 신음하며 움츠러들었다. 바람이 거세다. 언젠가 당신은 겉옷을 벗어 그를 덮어주고 말했었는데. 네가 뭘 하든 비난하지 않을 거야. 그런가, 약속을 지키고 있구나. 그는 끔찍한 기분으로 생각한다. 이래서 친교의 상대는 잘 골라야 한다는 거지.) ... ...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난... ... (뒤이을 말은 안으로 먹히고, 한참을 입안에서만 굴러다닌다.) ... 나는 그냥, ... ... 돌아가고 싶어서... ...
@Finnghal
(어디로? ...... 묻고 싶었으나, 질문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어디로든 돌아갈 수 없다. 당신의 고향은 파괴되었으며 나의 고향은 무가치하여 버려졌으니. 당신이야 청명한 바다와 교인들의 세계를 택하겠지만, 굳이 어디로든 돌아가야 한다면, 난 차라리......) 학창 시절은 이미 끝났어. (당신이 밀어내지 않는다면, 마른 손은 더 뻗어나간다. 옷으로 덮인 팔을 가볍게 감아쥐었다.) 이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사이. 그것은 사무치는 일이지만, 이곳에서 엉엉 울어댈 것은 없다.) ...... 그 시절에 남아주지 못하는 건 미안해.
@yahweh_1971 (그 감촉에 고개를 들고, 돌아보며 비실비실 웃었다. 헛웃음에 가까운 짧은 호흡이 이내 킬킬거리는 자조와 증오로 번진다.) ... 그래, 이미 끝났지. 그러니 할 일을 해야지... ...
(일어서서 당신에게 지팡이를 겨눈다.) ... 정신 조작 마법은, 잘 못 해. ... ... 이 기억이 다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 관한 다른 기억이 지워질 수도 있어... ... 기억을 떠올릴 수는 있지만 고통스럽거나 겁이 나서 떠올리기 싫어질 수도 있어. ... ... 그래도 그 편이 나을 거야. (그러면서 단 한 번, 처음 보는 얼굴로 웃었다.) 알겠지, 헨. 돌아가고 나면, 이제 나에 관한 건 최대한 잊어. 우리 둘 모두에게 그게 더 나을 거야... ...
@Finnghal
(부작용들을 겁낼 것은 없다. 그야 오롯이 내가 바라 부탁한 일이었으니- 기억이 모조리 지워지지 않는다면, 그 자신이 다시 손을 쓰면 될 일이었다. 눈을 감으면 다 마무리지어질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미지에 손을 미세하게 떨며 마지막으로 당신을 올려다보고,)
...... ...... 아. (다소 멍청히 입을 벌려 탄식했다. 둥글어진 눈이 웃음을 눈에 담는다. 이건, 정말 처음인데...... 이것마저 영영 잊는 것은 조금 아쉬울 것 같아. 그리 생각해 수 초가 지나고서야 다소 서두르듯 문장을 냈다.) 핀갈, 잠시만...... (그러나 으레 그렇듯 그는 한 발짝만큼 늦는다.)
@yahweh_1971 (그는 명상하듯 마음을 비운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날뛰는 살의가 사랑하는 친구의 정신에까지 발톱을 뻗지 않도록, 오로지 지워야 할 기억에만 집중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 정신을 다잡는다. 버려진 해안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힘껏 그린다.
쏟아지는 달빛을 피해 당신이 만들어준 그림자 속에 숨어 눈물을 흘리던 길 잃은 괴물을 그린다. 불 꺼진 도서관에 은빛 너울을 드리우던 당신의 패트로누스를 어루만지던 소년을. 재앙의 북소리 같은 날개소리가 덮쳐올 때 당신들을 날카롭게 다그치던 외침을, 성벽 안쪽에 앉아 나누었던 보가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당신의 위쪽 이층침대에서 풍기곤 하던 물비린내를, 거기에 붙어있던 어떤 사진을, 기숙사 휴게실에서 잔잔하게 이어지는 토론에 불쑥 끼어들던 엉뚱한 질문들을 되짚는다. 래번클로 테이블에 앉은 당신에게 옆에서 툴툴거리던 기묘한 꼬마를, 열차에서의 난투를 되살려낸다.)
@yahweh_1971
('인면어'만이 아니라, '핀갈 모레이' 역시 당신의 인생에 가능한한 무관하기를. 그리하여 당신은 선악을 아는 인간답게 나와 같은 존재들을 비난하고 배격하라. 이 모든 것 중에 최대한 많은 것이 소실되고, 변질되고, 덧씌워지는 '부작용'은 우려가 아니라 바람이었다. 당신은 늘 발설하지 못한 사랑에 안으로 허물어지지. 그러니 가지고 있어 괴로워질 뿐인 친애라면 당신에게서 내 손으로 거둬가겠다.
*잊어.* 그는 마지막으로 강하게 생각하고, 힘주어서 크게 읊었다.)
오블리비아테!
@Finnghal
(기억이란 실재하는 관념이다. 그것은 관계를 앞질러 그가 배경으로 가진 정보를 이루고, 그의 가치관과 사고를 이루며, 그 모든 것으로 말미암아 실존하는 헨 홉킨스를 이루는 일부분이다. 교인의 주문은 곧게 쏘아져나오고, 크게 벌어진 시야에는 주마등처럼 기억이 범람한다. 파랑이 껌벅였다.)
(그는 하얀 머리칼을 팔락이던 소년을 기억한다. 붉은 입술에 짓눌려 괴로워하던 밤, 그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이야기해주던 말을 기억한다.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에 맞서는 법을 알려준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것은 사라진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어둠의 마법을 부정해온 언어를 기억한다. 그가 비틀거리고 갈등할 때, 명료히 꾸짖어주고 선 안을 걷도록 붙잡아주었던 무수한 대화들을 기억한다. 그것은 사라진다.)
@Finnghal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에도 기억들은 처참하게 조각나 사라진다. 그는 침대 위의 바보같은 소년을 잊는다. 늘 가장 깊었던 곳에 존재해오며 그를 지탱했던 친애를 잊는다. 어린 날의 호그와트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의 '돌아가고 싶은 곳'을 이루는 거대한 조각은 영영 사라졌다. 그것에 한순간 절망했던 마음조차 두꺼운 암막 너머로 자취를 감춘다.)
...... ......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몸은 맥없이 넘어간다. 쪼개질 듯 아픈 머리를 긁어내리며 눈을 뜨면, 눈앞엔 그가 모르는 어느 혼혈이 있다.)
@yahweh_1971 (어느새 장소는 바뀌어, 다이애건 앨리의 뒷골목이다. 이물의 증거를 양쪽 귀 아래 매단 푸르죽죽한 거죽의 괴물이 그를 내려다본다. 쇠판을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오고, 다음 순간 그는 사라지고 없다.) ―너는 오늘 운이 좋았다, 머저리. 길거리에 목숨을 버리고 싶지 않거든 다시는 죽음을 먹는 자의 앞을 가로막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