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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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ud_ens

2024년 08월 18일 23:18

(방문 시각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녹턴 앨리의 손님들에게는 아직까지 한창 분주한 때인 시점, 가게 문 앞에 커다란 '금일 휴업' 표지판을 걸고 있다.)

Ludwik

2024년 08월 18일 23:33

@Furud_ens (멀뚱멀뚱 바라본다. 별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녹턴 앨리까지 와버린 모양이다.) 오늘이 쉬는날이던가. (대중 없이 묻는 목소리는 다 쉬어 있다.)

Furud_ens

2024년 08월 18일 23:39

@Ludwik 이런 가게는 원래 아무 때나 쉬어. 진짜로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사장이 갑자기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싶어질 때도 쉬지. (느릿하게 대꾸하면서 돌아본다.) ...멀리 나왔군?

Ludwik

2024년 08월 19일 00:17

@Furud_ens 자본주의는 이상해. 중세 시대처럼 살아가는 마법사들에게 이런 비유도 이상하지만. (마주한다.) …전투가 일어난다길래 왔어. 그냥. … …그래야 할 것 같아서.

Furud_ens

2024년 08월 19일 00:32

@Ludwik 그런 거라면 여기는 좀 잘못된 선택일 텐데. 여기부터 저 안까지는(녹턴 앨리의 더 깊고 수상한 가게들 쪽을 가리킨다.) 기사단 쪽에 시비를 걸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교전 장소로 선택되지 않잖아. 앉아서 창 밖으로 구경이나 하고 싶다면 목이 좋은 자리이긴 하지.

Ludwik

2024년 08월 19일 15:36

@Furud_ens (프러드가 가리키는 쪽을 멍하니 돌아본다.) 오랜만에 와서. …길을 잃었던 거야. 녹턴 앨리에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거의 이 년만이라서인가… 다이애건 앨리… 출소한 뒤로는 한 번도… (말인즉슨 프러드가 일하는 언쇼 가게의 고서점도 직접 온 건 처음이라는 뜻이다. 가게 일을 전해 듣기야 했겠지만. 한참 중얼거리던 루드비크가 다시 Tomes & Tombs의 ‘금일 휴업’ 표지판을 돌아보았다.) 가게 주인이라던 노부부는?…

Furud_ens

2024년 08월 19일 15:53

@Ludwik 저 거리까지는 다이애건 앨리니까 아직 길을 안 잃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고. (으쓱.) 둘 다 퇴근했어. 그들은 이 건물 2층에 살거든. 널 보면 귀찮아질지 모르니 다행일지도 몰라. 덱스터 언쇼가 기사단과 마법부를 혐오하거든.

Ludwik

2024년 08월 19일 17:34

@Furud_ens ‘아직 길을 안 잃었다고’… (난 이미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녹턴 앨리를 응시했다.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지는 않았다. 어쨌든… 틈새에서는 틈새 너머를 바라보는 것만이 허용되어 있으므로.) 언쇼는… 알아. 들은 적 있어. 아들이 전사했다던가. 혐오할 만하지. 그래, 혐오할 만하지… (이것은 틈새의 의견이자 넋두리다.) 아무튼. 이제 너도 퇴근할 테고… 있잖아. 잠깐 같이 있어 줄 수 있어?

Furud_ens

2024년 08월 19일 21:00

@Ludwik 그럴까. 가게를 쓰겠다는 손님들이 있어서 미리 일찍 닫은 거니까, 잠깐 안을 구경해도 돼. 널 싫어할 게 분명한 이들의 자산을 마음대로 침탈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지.... (악동처럼 말한다.) 어때? 아니면 그냥 밖에서 걸을래?

Ludwik

2024년 08월 20일 13:22

@Furud_ens …? (“널 싫어할 게 분명한 사람들”이란 말에서 대략 짐작이 갔지만, ‘들여다보기 위해’ 가게 안을 잠시 기웃거린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저 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진… 않아. 그냥 궁금한 거지… … 네가 왜 저들에게 가게를 빌려 주는지도. (알 것 같긴 했다.) 너도 여기에 오래 있고 싶진 않겠지. 지금도 그들을 돼지라고 여긴다면 말이야. …걸을까.

Furud_ens

2024년 08월 20일 13:33

@Ludwik 돼지까지는 아니고. (그 말에 간단히 발을 옮긴다.) 그런 건 상대를 인간으로서 가깝게 느껴야 나오는 비하잖아. 부득이하게 자주 마주쳐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나한테는 그냥 사회 현상이나 자연 경관이나 다름없어. 엉망인 길에 커다란 나무가 구불구불 가로질러 자라 있으면, 흙투성이가 되면서 그 아래로 기어 지나가는 것뿐 환경에 대한 사감은 없어. ... 그런 식이 아니면 하나하나 화낼 수 있을 만큼 소수도 아니고.

Ludwik

2024년 08월 20일 15:49

욕설

@Furud_ens (혈통만 내세우는 차별주의자들을 가리켜 ‘빌어먹을 돼지새끼들’이라고 속삭이듯 말하던 열일곱 살의 프러드를 떠올린다. 수 년이 지나 지금. 이제 그 자들은 프러드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하게 된 것일지, 하고 루드비크는 생각한다.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언쇼 부부의 고서점을 벗어나 뒤따른다.) 엉망인 길, 커다란 나무…란 말이지… … 그럼 어떤 사람들은 무얼 위해 그런 것에 맞서 싸우는 거지. 그들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고 무의미하게 화를 내는 건가?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나무, 갑자기 몰아닥치는 폭풍우, 수백억 년을 사는 적색 왜성 같은 것들 때문에… (웅얼거린다.)

Furud_ens

2024년 08월 20일 16:00

@Ludwik 그들에게는 그게 자연 경관이 아니겠지. 삶의 중요한 문제이고, 나에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의미일 거야. 한때 네가 그랬듯이. (걸음을 늦추어 보조를 맞춘다.) 나는, 그렇지만 내가 이런 비유와 한두 마디 말로 사실은 다 설명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런 각자의 복잡한 사정을 안고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야. 내가 그걸 다 헤아릴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선명한 진실들은 내 세계에서 의미 없는 배경음으로 왜곡되어 존재하겠지. 그 반대도 성립할 테고. ...... (느릿하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래서 아주 예전에, 네게 '이해한다'고 했던 거야. 그건 우리 사이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는 뜻이었지.

Ludwik

2024년 08월 20일 22:23

@Furud_ens … …잘 모르겠어… (나란히 걷는다. 지금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진실인 것들이 다른 이에겐 무의미하다면, 세상이 전부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면… 진리 같은 게 없다면… 모조리 거짓이고 헛수고라는 뜻이잖아. …영국인들에겐 우습고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특히 마법사에겐 그럴지도 모르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언어는 세상을 분명하게 해석 가능한 것이라고 봐. 진리는 있고, 미래는 정해져 있고, 인민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늘 위는 어둡다. 오늘 밤은 런던에서도 별을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왠지, 이제는 잘 모르겠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어.

Furud_ens

2024년 08월 21일 11:18

@Ludwik 개인 간의 몰이해가 사회 구성의 불가능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지. 나는 마르크스주의의 요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이미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그에 관한 논변도 헛수고는 아닐 테야. (하늘은 구름이 끼어 있고, 아주 밝은 천체들 외에는 도심에서 관측이 어렵다.) 루드비크. 그런데 세상에 진리가 꼭 필요한가? 그냥 각자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고 떳떳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안 되는 건가? (그것은 그의 오래된 생각이다. 물론 그런 개인적이고 소시민적인 사고조차 지금의 사회를 은연중에 지배하는 이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으나, 그는 구조와 개인 사이 모든 선택지에서 언제나 개인을 택하는 쪽이었다.)

Ludwik

2024년 08월 21일 17:42

@Furud_ens (버릇대로 북극성을 찾아 헤맨다. 작은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붙박이별, 어느 계절에도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그것이라면, 흐린 도심의 밤하늘에서도 간신히 보이리라. 루드비크는 명료한 것들을 원했다.) 내겐 진리가 필요했어. …지금도 필요하고. 그냥… 그냥… ‘개인’이라는 말은, 내겐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 별처럼 명료한 신념이, 반드시 올바른 사상이, 다시 말해 진리가 없다면, 우리 모두가 무의미한 존재로만 남는 것 아닌가?… “충실하고 떳떳하게, 최선을 다해”… 그건 ‘마왕’과 그의 군대에게도 적용되잖아. 그들도 충실하고 떳떳하게, 최선을 다해 살인을 해. (‘그리고 나도 그렇게 했었다.’) 저들과 우리가 다를 게 없단 말이야?… …

…아니.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었는데… … 미안해. (파헤치기 두렵다.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다간 울 것만 같았다.)

Furud_ens

2024년 08월 21일 21:05

극단적 상대주의

@Ludwik 글쎄, 루드비크. (하늘에는 익숙하고 고정된 별들이 몇 개 떠 있다. 그의 이름을 따온 별이 포함되어 있는 큰개자리는 한겨울에 관측 가능하기에 지금은 하늘에 없으며, 시기가 맞더라도 오늘 같은 날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별처럼 명료한 건, 개인의 삶이야. 사상이나 진리는 비유하자면 그것들을 이어 구성한 별자리인 거야. (그리고 다음 말에서 진리(理)는 진실(實)로 물 흐르듯 바뀌었다.) 진실은 신념에서 찾으면 안 돼. 진실은 각자가 살아가는 시간에서 찾아야 해.

...... 마왕의 군대에 속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진실을 품고 살아가는 이가 없을 것 같나? 그런 생각이야말로 위험하지. 진리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죽여도 된다는 논리로 이어지니까. 루드비크. (그는 몇 걸음 떨어져 선 채 당신을 본다.) 지극히 선명한 건 사람뿐이야. 중요한 것도 사람뿐이고.

Ludwik

2024년 08월 22일 20:31

@Furud_ens 난… 나는… 하지만… … (말하고 싶었다, ‘그런 식이라면 세상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어. 본성은 선량한 파시스트들이 넘쳐나는 게 우리네 세상이야! 너처럼 생각하면 결국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하지만 네가 나폴레옹이 되고 싶어할 리는 없지. 넌 그냥 개인에 치중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모른 척하려는 거잖아…’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프러드를 바라보기만 한 것은…) 그, …그런가… … (울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체념하듯 수긍했다. 옛날이었다면 소릴 질렀을 텐데, 지금은.) 모르겠다. 어쩌면 네가 옳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나는 속이 많이 좁아서 그런가 봐. (제 탓으로 돌리면 편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보고, 알게 되더라도… 용서하기가 힘들어. 아마 평생 서방 세계를 싫어할지도 몰라, 내 곁에 영국인 친구들이 있고 나 자신도 영국에 살고 있더라도. 이상하지… …

Furud_ens

2024년 08월 22일 20:59

@Ludwik 미워해도 돼. 아주 옛날에도 너한테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느릿하고 미온적으로 따스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신, 내 제안은... 그러면서도 미워하는 것들에게도, 용서할 수 없는 것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이해한 채로 미워하고... 그리고 그러면서 네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한계 안까지의 것들을 힘껏 사랑하는 거야. (아마도 이것은 권유를 가장해 자기 자신의 삶을 변론하는 화법일 테다.) 이상해도 상관없어. 그런 건, 가치 판단의 기준은, 어차피 사상과 체제에 따라 무수히 변화할 텐데, 별달리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나.

Ludwik

2024년 08월 23일 16:29

@Furud_ens 지금도… 남에게 미움받아도 된다고 생각해? (알면서 던지는 질문이다. 루드비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온전히 사랑받거나 온전히 증오받거나, 둘 중 하나여야만 했다. 그는 이분법의 세계에서 자랐다. 철의 장막 안쪽 올바른 세상 아니면 그 너머의 적들, 선인 아니면 악인, 마법사 아니면 머글이며 제3의 선택지는 없다. 그가 프러드 허니컷처럼 영국에서 태어나 스큅 양친에게서 자랐더라면 무언가가 달랐을까? 당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불가해한 모든 것에 한참 괴로워하다가, 범죄자인 자신과는 다르게 ‘올바르고 친절한’ 청년으로 ─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금발머리 청년을 응시했다. 불화하지 않는 사람. 프러드 허니컷. ‘너처럼 행동하면 나도…’ 그리고 그들 사이에 불가해한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 보자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Ludwik

2024년 08월 23일 16:30

@Furud_ens (그러자 그게 정말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래서 너는 폭풍우 치는 오두막 안에 머무르길 택했구나… …’)

너처럼은… 할 수 없을 테지만… … 나는 미움받는 걸 정말 못 견디거든, 하지만 그래도… 노력해 볼래. (최대한 힘껏 사랑하는 대신 미워해도 된다, 그런 권한이 주어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젠 나도 집에만 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직장도… 잡아야 할 테고… … 사회로 나가야지, 언제까지나 어머니한테 신세질 순 없는 노릇이야… 그리고 살면서, …프러드 네 말이 도움될 날들이 올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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