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뒤켠에서 갑자기 차고 축축한 손이 튀어나와 우악스럽게 당신의 어깨를 잡는다.) 너 진짜 미쳤어! 지팡이도 없는 빈손으로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Finnghal (누군가가 제 어깨를 붙잡자마자 새된 비명을 지른다. 당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두어 번 살핀다. 그리고는 망토가 벗겨지지 않도록 쥐고는, 냅다 좁은 골목길로 도망치려 한다. 수많은 도망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2VERGREEN_ (수많은 도망자들과 달리 당신은 도망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당신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면서 방금 도망치려던 골목길로 끌어들인다.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휘두르고 ― “머플리아토.” 이따금 귀청을 찢는 새된 잡음이 섞인, 듣기 싫은 웅웅거리는 소음이 주위를 채운다 ― 그러고도 목소리를 낮춰 쉭쉭거린다.)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어, 힐데가르트 마치?
@Finnghal (발걸음을 떼더라도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당신에게 붙잡히리라는 사실 쯤은 알고 있는데도, 글쎄⋯ 도망가고 싶었다. 귀가 먹먹하다. 이래서 머플리아토 따위의 주문은 질색이었다. 모자를 당겨 깊게 눌러쓰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날 이 꼴로 만들어놓고 사라져버린 건 너면서!' 억울했다, 그저.) ⋯ 살아있잖아. 그러면 된 거 아니야⋯?
@2VERGREEN_ 멀린이시여. (신음처럼 내뱉고.) 마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처럼 행동하는군. 뭐가 불만인 건데. 누구한테 화내는 거냐. 너도 모두가 다 밉고 그 중에서 네 자신이 제일 미워? (말하는 새 저도 모르게 거칠게 어깨를 흔들기 시작한다)
@Finnghal (당신의 입에서 제 '친구'의 이름이 — 이에 대해 반박하고 싶다면, 적어도 최근에는 그 또한 '지인'의 반열에는 올랐으므로 — 나오자마자 입술을 꾹 깨문다. 맞는 이야기였다. 부정할 수 없었다.) 아파, 아프다고, 이거 놔⋯! (당신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소리를 높였다. 그래, 네가 미워. 다 미워. 세상의 모든 게 다 미워.) ⋯ 그렇다고 해도 네가 무슨 상관인데.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밉고 싫은 건 나라서, 견딜 수가 없어.)
@2VERGREEN_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손에 힘을 늦춘다. 굳어 있던 얼굴이 일그러진다. 당신의 말에, 정말이지 같잖게도, 어딘가 상처받은 기색이다.) 왜 그러는 거냐. 너는 항상 그래선 안 된다고 했잖아. 약하고 만만한 상대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이는 쪽이었잖아. 그런데 왜 네게 그러고 있는 거냐. (품 속에서 또 하나의 지팡이를 꺼내 당신에게 쥐어준다. 9인치 짧은 기장의 친숙한 사과나무.) 미움을 소중하게 써... ... 그리고 너 자신을 잘 지켜라. 내 부탁 같은 건 이제 의미 있을 사이가 아니겠지만... (마른침을 삼키고, 조금 힘겨운 듯이.) ... 네 곁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바랄 거야.
@Finnghal (슬쩍 눈을 들어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 고작 제 아프다는 말 한 마디에 어쩔 줄 몰라 할 거면서, 나의 말 한 마디에 상처받은 것처럼 굴 거면서. 그런 주제에 숱하게 많은 사람을 다치게 만들고, 죽여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팡이를 받아든다. '내 부탁 같은 건 이제 의미 있을 사이가 아니겠지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마저 '스승'이라도 되는 것마냥 제게 조언을 늘어놓는 당신이 뻔뻔하게 느껴지고⋯) 애초에 그렇게 말할 거였으면 내 지팡이를 뺏어가지 말았어야지. 핀, 이런 꼴이 되지 말았어야지. (짜증이 나서 — 혹은 슬퍼서? 아니야. 아니라고. —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네가 이렇게 바뀌어버렸는데, 나는 바뀌면 안 돼? 나는 항상 순진하고, 작고, 다정하고, 마냥 착하게 굴어야 해?
@2VERGREEN_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있으면 돼. (힘껏 따라잡아도 여전히 그는 늦깎이. 여전히 복잡미묘한 마음들에 둔감하고, 여전히 말의 표면 그대로를 믿고. 괴로운 듯이, 미간을 약간 찡그린다.) 하지만 의미없이 위험한 일은 하지 마. 중요한 걸 그냥 바닥에 던지지 말라고. 네, (다시 한 번, 이번엔 좀더 가파르게, 목울대가 일렁이도록 마른침을 삼켰다) 친, 구가 여기 있었더라도 너한테 그렇게 말했을 거야... ... (그는 차마 그 소년의 이름을 제 입에 올리지 못했다.)
@Finnghal ⋯ 어려운 걸 주문하네. (제가 당신을 붙들고 '이겨서 돌아오라'는 말을 했을 때의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 사랑이니, 무어니, 이미 세상에 사라진 가치를 믿으려고 했던 그 또한 늦깎이이다. 많은 것을 잃고, 시간 속에 스스로가 흐려지고 나서야 모순적이게도 타인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당신의 말에서 기묘함을 눈치챈다.) 하나만 묻자. 이전의 너는 이미 죽어버렸다고, 그 아이는 내가 아니라고. 반짝이고 영특했던 그 아이와 흉측한 나는 비연속체라고 규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 (목소리에 울음이 섞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차마 그 소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한 것은, 당신을 향한 마지막 애정이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지독하게도⋯.)
@2VERGREEN_ 하. (다른 사람처럼 풀려 있던 얼굴이 일순간에 빳빳하게 굳으며 작게 헛웃음을 친다.) 다들 내게 그걸 묻는군. (그러더니, 가늘게 한숨을 쉬고) 있잖아, 힐데. '우리'는 '너희들'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 설명이 그럴듯하고 훌륭하게 들리지 않으면 불안에 사로잡혀 괴로워하지 않아. 생존의 제일조건인 양 거기에 매몰되지는 더더욱 않는다고. 우리는 형편없는 놈으로 태어났어도 형편없는 채로 그냥 살아. 언제나 노력하고 향상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는단 말야. ('우리'와 '너희'를 구별해 말하기가 서슴없어진 소관은 분명 그 가차없는 배제의 반복이라. 이제는 그의 음성에도 날이 섰다.) 어중간하게 물든 탓에 이런 꼴이 됐지만 나도 마찬가지지.
@2VERGREEN_ 어둠의 마법에 잡아먹히는 것이야말로 생명이 당할 수 있는 최악의 말로이고, 어둠의 마법에 어떠한 저항감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야말로 완전히 거기에 잠식된 것인데 내가 왜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야 할까? 나는 단지... ... (어딘가 호흡이 답답해져, 체액에 축축해진 옷을 팔락거린다.) ... *이런 것*이 아닐 수도 있었어. 적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믿었다고. 제대로 살고 제대로 죽을 수도 있었고, 정말 어쩌면이지만 심지어 너희들의 세계에 섞여서 살아갈 수도 있었어. 태어날 때부터 이런 존재로 전락하게끔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야.
@2VERGREEN_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누구나 조금씩은 그렇겠지만..., (샛노란 두 눈은 형형하게 이글대지만, 그것은 눈앞의 당신을 향해서라기에는 너무 격렬하고, 너무 살의에 차 있다. 그것은 차라리 그의 지팡이 끝에서 터져나오는 그의 부스러진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들을 이가 없기에 억눌러온 말을 겨우 만난 상대에게 저도 모르게 터뜨리듯이) 적어도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됐어. 그래도 이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었어. 적어도 내가 태어난 모습, 만들어진 생리로는 그래야 마땅했다고. 나는 이것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였어. 그 쪽이 원래 내 본성이었다고. 그 정도는 수긍할 수도 있잖아... ...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쉰다. 뛰지도 않았는데 숨이 가빴다.)
아니면 왜, (문득 음성이 비웃듯이 낮아진다.) 너희들의 복잡하고 고등한 정신으론 그것조차 부정해야 앞뒤가 맞아지나?
@Finnghal (그리고 그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마주한다. 푹 눌러 쓴 옷자락 너머로 평소의 눈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 그가 어떤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나도 알아. 넌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그런데 나는, 나는⋯. ('이야기하고 싶었구나.' 이것이 고해라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사제가 되겠다고. 그렇기에 비웃음에도 입을 다문다. 하지만 숨이 답답하다. 거칠게 호흡하며 제 옷깃을 그러쥐고 고개를 푹 수그린다. 귓가에 제 심장 소리가 울리고, 또다시 머리가 어지럽다. 요즘 들어 왜 이러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 네 옆에서 미래를 꿈꿨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머리로는 알면서, 네가 떠나온 고향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것보다는' 나은 삶을 꿈꿨어.
@Finnghal 그래, 누군가는 부정할 지도 모르지만 난 네 말에 수긍해. 너도, 나도, 적어도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됐다고. 우리는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최악을 선택했다고.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른다: 미쳤구나! 그 '인면어'의 삶을 연민한다고?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하지만. 어긋난 톱니바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삶, 매 순간의 증명. 그렇게 따지자면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 하지만, 그렇지만, 모두가 매 순간 세계의 일원으로 받아줄 만 했던 핀갈 모레이라는 소년을 애도하고 그리워한다면 네 앞에 선 너는? 대답해⋯ 그럼 너는 누구야? (모르겠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당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존재였으므로. 나는 어떤 순간에도 당신을 제 세상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는데.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친애하기에⋯ 가쁜 숨을 간신히 쉬어대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대답해, 너는 누구지?
@2VERGREEN_ 나는... ... (어딘가를 푹 찔린 듯이 고개를 떨군다. 숨쉬기가 괴로웠다. 동시에 어딘가 마비된 듯, 혹은 괴사되어 영영 되살아나지 않을 듯,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 나는 재해다... ... 짐승이야. ... ... 너희들의 세계가 배설한 찌꺼기, 너희들의 세계를 삼키는 어둠이다. (그 소년이 죽어 남겨진 잔흔이다. 묻히지 못한 시체다. 돌아가지 못한 망령이다. 누구도 읊지 않은 어둠의 주문이 지상에 표류시킨 검은 죽음이다.) 검은 기름띠를 뒤집어쓰고 뭍 위에서 몸부림치는 심해어다... ... (돌아가고 싶었다. 있어야 할 곳으로. 있어야 할 모습으로. 그것이 본래의 자신이라 외치고 싶었다. 조난당한 괴물의 말로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핀갈 모이레와 작별할 수 없어서... ... ― 아, 그는 그러니까 이 지경이 되어서까지도 여즉 단념하지 못한 것이다... ...) ... ... 해악이다. 그럴 뿐이야... ...
@Finnghal (어느 순간부터 당신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높이 들어야 했다. 모자가 뒤로 젖혀지며, 깊게 찢어져 뜨지 못하는 왼눈이 드러난다. 얼굴에는 말라붙은 혈흔이 선명히 남은 채다. 반틈 남은 여전한 한 눈으로 당신을 올곧게 바라본다.) ⋯ 넌 재해도, 짐승도, 어둠도 아니야⋯. (어느 날에는 당신을 생각하며 후회했다. '아, 친애를 이유로 네 발을 묶지 말 걸 그랬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있어야 할 모습으로,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레 시간 속에 흐려지도록.) ⋯ 망령도, 해악도 아니라고⋯. (그러나 그 소년이 이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이 세계는 마땅히 그를 끌어안았어야 한다.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 지라도.) 내가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하냐' 고 물은 건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 널 완벽히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어. 그건 기만이니까. 하지만⋯
@Finnghal (그리고 나는 당신을 몰아낸 세계의 일원이다. 나는 당신의 선택을 탓할 수 없으나⋯)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한테 넌 핀갈 모레이야. 부정하지 마. 라이네케가 나를 고문하고, 눈을 멀게 하고, 고통스럽게 할 지라도 여전히 나약한 율리아인 것처럼. (이것은 친애로 말미암은 구원이 아니다.) ⋯ 핀,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지. (웃는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너에게 네 이름을 부르는 게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야. 내 삶을 바닥에 던져서라도 이뤄낼 일이야. 알겠어? (얼마나 편리한 일이니, 내가 미워하는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동시에 나를 내던질 수 있는 일이라니. 투신할 수 있는 일이라니⋯.)
@2VERGREEN_ 너, 너 눈이 왜 그래? (드러난 당신의 얼굴을 보고 토하던 이야기까지 잊었다. 다급하게 당신의 턱을 치켜들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린다.) 누가 이랬어. ... 라이네케? 아까 라이네케랬지? (턱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가 황급히 늦춘다.) ... 병원에 데려다주겠다.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가 있어. 날 지금 위험한 것 이상 위험하게 만들고 싶은 거라면 계속 나와서 돌아다니고. (말씨가 험하다.)
@Finnghal ⋯ 지금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해? (여전히 느리게 웃으면서 얼굴을 옅게 찡그린다. "네가 붙잡는 게 더 아파."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굴 때마다 미묘한 불쾌감이 마음을 건든다. 손을 들어 당신의 팔을 두어 번 툭툭 치며 밀어낸다. 강하지는 않으나, 기분 나쁠 정도의 세기이다.) 집에 돌아가 있으라고. 그래, 모든 게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 나는 그저 가만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으라고, 또 다시. (작게 중얼거린다.) ⋯ 싫어. 돌아가기 싫다고. 안 돌아가.
@2VERGREEN_ 이게 안 중요한 상황이 어디 있어? (제지를 아랑곳않고, 눈의 상처를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맙소사, 여태 처치도 안 하고 뭘 한 거야. 너 진짜 뭐가 하고 싶은 건데. 너야말로 이러면 마음이 좀 편해져?
@Finnghal — 웃기지 마! (그 순간에, 힐데가르트는 미묘한 불쾌감의 정체를 깨닫는다. '그러니까, 고작 이런 게 중요하다고 구니까 네가 미운 거라고.' 낯을 더욱 찡그린다. 미워, 싫어, 그러니까 좀 비키라고. 체중을 실어 당신의 가슴팍을 거칠게 밀어낸다.) ⋯ 내가 다치고, 아픈 게 걱정되었다면 애초에 이런 모습이 되지 말았어야지, 핀갈 모레이. ⋯ 솔직하게 말해 봐, 네가 그 아이들하고 뭐가 달라? 나는 또 뭐가 달라? 네가 다치게 만들고, 죽여버렸던 사람들과 뭐가 다른데? (도대체 무얼 원하냐는 질문에는 도무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입밖에 내지 않은 것이, 제가 당신에게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이자 애정이었다.)
@2VERGREEN_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실로 오랜만에 영문을 모르는 표정. 인간 늦깎이였던 소년이 곧잘 짓곤 했던 얼굴이다. 그러나 그 때와 달리 지금, 여기에서는 정말로 냉혹무비한 이물처럼 보인다.)
@Finnghal ⋯ 정말 무슨 뜻인지 몰라? 무슨 상관이냐고?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당신의 그 표정을 보다 보면, 당신의 그 목소리를 들어버리면. 그래, 그것은⋯.) 너 정말, ⋯ 최악이야. (작게 중얼거린다. 당신은 연속체다. 이런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게 당신의 본성이고, 만들어진 생리라고? ⋯ 아니, 이 모든 길은 결국 당신의 선택이며 그것은 첫 울음을 운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 모든 게 당신이라고. 도달하고 싶지 않았던 결론으로 귀결된다.) 말해 봐.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고, 무참하게 죽여버렸을 때에는 '중요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나는 뭐가 다르냐고 묻고 있잖아. ("⋯ 애초에 널 믿은 내가 바보였어." 작게 중얼거린다.)
@2VERGREEN_ 네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니까. (아, 실로 그렇다. 핀갈 모이레에게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었고 대부분은 이것보다 나았으나, 당신이 아는 그 소년이 그 모습으로 고정된 어떤 우주에도 그가 다른 자의 목숨 빼앗기를 죄악으로 여기게 되는 세계선은 없으리라. 이것이 그의 괴물됨이라고 한다면, 그는 필경 아주 옛날부터 언제나 괴물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당연한 이야기라도 하듯이 묻는다.) 뭘 바라는 거야. 설마 넌 내가 인류의 모든 구성원을 '박애'하고, (그 낱말은 여전히 그의 혀끝에서 생경하다) 그 '박애'의 일환으로 너를 대하기를 바라? 너 자신은 그렇게 하고 있나? 인류의 그 누구든 그렇게 하고 있어?
―아니, 그 전에, 정말 진심으로, 내게 모래 한 알만큼이라도 그럴 마음이 있을 것 같아? (기가 막힌 듯한 마지막 반문은 거의 "어떻게 감히 지금 내게 그걸 요구할 수 있느냐"는 말처럼 들린다.)
@Finnghal ⋯ ('너 자신은 그렇게 하고 있나?' 그 물음에 상념이 깨진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다 미간을 짚는다. 그리고는 입을 몇 번 뻐끔거리며 딱딱한 발음의 언어로 혼자서 무언가를 다시 중얼거린다. 독일어를 몰라도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욕이거나 그에 준하는 비속어일 것이다⋯.) 박애라니, 그래, 그건 나도 못해. 나도 못 하는 걸 너한테 요구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그냥⋯ (느리게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면 괴물됨이란 애시당초에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모든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모든 상황이 화가 나는 거라고. 젠장, 안 그랬으면 진작에 네 반대편에서 지팡이를 들고 싸우고 있겠지⋯.
@2VERGREEN_ '박애'가 맞네. 그러니까 넌 너무 '박애주의자'가 되어버린 나머지 싸울 수도 없게 된 거구나. 그래, 그건 좀더 너답네. ... (깊게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고 시선을 비낀다.) ... 하긴 너희들은 그렇지, 아무도 그렇게는 안 하는데 또 누구나가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하고 있고. 왜냐하면 그것이 *최적 해답*이니까. 그러니... ...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잠시 아무 소리도 없다. 그리고는, 한결 누그러진 얼굴로 당신을 보고.) ... 알았어, 내가 미안해, 힐데. 네가 사랑하는 네 동족들을 해쳐서. 이런 식으로밖에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되어버려서 미안해. 그래도 치료는 받자... ... 그리고 나서 나를 미워하든지 해. 그래도 늦지 않잖아.
@Finnghal 아니라고. 난 그런 인격자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당신을 흘끔,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너희'라는 단어도 싫어.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존재로 엮이기 싫은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얼굴을 팍 찡그리며 휙휙 손사래를 친다. 상처가 당겨져 욱신거린다. '열 받아.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사과 받고 싶었던 것도 아니니까, 그것도 하지 마. 그리고, 내가 널 미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진짜, 짜증나 죽겠어⋯. (모든 말이 투정처럼 들려서, 결국은 입을 다문다.) ⋯ 알겠어, 치료 받으면 되잖아. 됐어⋯?
@2VERGREEN_ 내가 알기로는 사랑을 하는 데는 특별히 인격이 필요하지는 않다만... ... 그 '같은 존재로 엮이기 싫은 녀석'들도 죽이면 화낼 것 같은데, 아니야? (당신이 말을 철회할까봐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목을 잡아채고 병원 앞으로 순간이동한다. 무게중심을 되찾기를 기다렸다가 손을 놓고 등을 떠민다.) 그냥 미워해, 힐데... ... 방법을 찾아. 아마 그런 녀석들 스무 명을 무더기로 쌓아놔도 웬만해선 내가 더 이 세상에 해악적일 테니까. 네가 스스로 미워하는 것보다는 그 쪽이 나도 차라리 편해.
@Finnghal 사랑은 몰라도 박애에는 인격이 필요— ⋯ 나 진짜⋯ 순간이동은 정말 질색이야⋯. ('그래, 그 녀석들도 죽이면 화낼 거기는 하지만!' 당신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맺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순식간에 눈 앞의 풍경이 변한다. 후유증으로 한참을 비틀대며 두어 번 헛구역질한다. 속이 울렁거렸다. 당신이 떠미는 대로 떠밀리며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 너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어려운 거 아니야. (두어 발자국을 나아가다, 슬쩍 당신을 돌아본다.)
@2VERGREEN_ ... ... 들어는 볼게. (어느새 망토를 깊이 눌러쓰고 있다. 승낙인 듯하면서 승낙이라기엔 애매한 답변.) 알다시피 내가 지금 무척 활동이 자유롭고 여유가 넘치는 처지라서.
@Finnghal 딱 세 시간 정도 남았겠네. (시계 따위는 들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고, 동쪽을 지나고 있는 달을 보고 추론한다. 아홉 시쯤 되었겠구나, 예상하며.) 그래, 무척 활동이 자유롭고 여유가 넘치는 내 친구야. (자조인 것쯤은 알고 있으므로, 괜히 실실 웃는다.) 남은 하루 동안은 누가 널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마. 안 들어주면 라이네케 앞에 가서 또 까불 거야. 걔는 내 얼굴 보면 쓸 저주 레퍼토리를 마련해뒀을 것 같은데⋯ 알아들었지? (그리고는 대답을 듣기도 이전에⋯ 내뺀다! 도망친다!)
@2VERGREEN_ (오, 이제부터 라이네케를 찾아가서 깊고 진한 마음의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 당신이 말하는 '아무도'에 줄리아 라이네케도 들어갈지 0.3초 정도 고민한다. *당연히 들어가겠지.* 하지만 줄리아 라이네케에게 그를 먼저 공격하게 만드는 것은 헝가리 혼테일을 화나게 만들기보다 쉬웠다. 많은 경우에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몇 초의 시간 안에 생각을 마치고 싱긋 웃어보인다. 당신이 뒤돌아 뛰고 있지 않다 해도, 망토의 그림자 안에서는 보이지 않을 미소였지만... ... ) 응, 어렵지 않네. 알겠어, 그렇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