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9일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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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ande

2024년 08월 19일 00:34

(멍하니 골목길에 기대서있다. 공중에 담배 연기를 뿜어내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안녕. (눈이 조금 휘어진다.)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오랜만이야.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01:20

@Impande
그렇지 않아도 새 구두를 주문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그가 허리숙여 인사한다. 학창시절의 어느 때처럼, 어느 귀족을 따라하듯 과장스럽고, 그보다 훨씬 천연덕스럽게. 그가 당신의 한쪽 손을 조심스럽게 붙들어 그 위로 입맞추는 행세를 한다. 부드러운 친애와 애정이 그 얼굴 위로 뒤섞여 머문다.)보고싶었어, 정말이야. 임피, 오랜만이야.

Impande

2024년 08월 19일 15:49

@Raymond_M 어머, 나도 네 주문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이구나. (샐쭉 웃더니, 오른쪽 손을 최대한 당신과 멀리 둔다. 들고 있던 시가 탓이다.) 이러지 않아도 돼. 더러운 손에 키스하기엔, 너무 고결한 입이잖니. (왼손으로는 가볍게 주먹쥐어, 툭 당신의 턱을 밀어낸다.) 누님께서는 잘 지내시고?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20:58

@Impande
예약이 밀리진 않았고? 너 혼자 만든다기엔, 이제 네 구두는 어디다 내놔도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던데. 이미 신던걸 안팔겠냐고 웃돈을 내놓던 사람까지 봤다니까.(대체 어떻게 알아보는거람? 툴툴거린다.)더러운 손이라니, 그거 농담이지? 내가 아는 사람중 네 손만큼 예쁜 손을 본적이 없는데.(윽, 과장스럽게 고개를 뒤로 물린다.)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어. 이젠 악몽도 꾸지 않으시고. 넌 어때? 결혼식때 본 게 마지막이었잖아. 백합처럼 예뻤는데.

Impande

2024년 08월 19일 23:29

@Raymond_M 체계적으로 주문을 받고 있으니 괜찮아. (손을 설레설레 젓는다.) 나 혼자 만드니까, 더 사람들이 잘 알아보는 거 아니겠니. 특색이 있어서 그런 거야. (그러고보니 당신이나 그 가족이 가지고 있는 구두 대부분엔, 공방의 로고 대신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있겠지. 진짜로 혼자 만들었으니까. 그때보다 지금 훨씬 더 주문량이 많기야 하지만, 집요정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손이 예쁘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 (가끔 손톱을 깨먹기도 했고 왼쪽 손등엔 커다란 반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평균보다 작고, 굳은 살이 잔뜩 박혔으니까.) 그래도 그것 때문은 아니야. 담배뿐만이 아니라, 가죽과 온갖 식물의 껍질을 만지는 손인데. 깨끗하거나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이상하지. (은근 아쉬운 눈치로 불꺼진 시가 보더니.) 나도 괜찮게 지내고 있어. 물론 결혼식은 망쳤지만, 내겐 다른 가족과 공방이 남아있으니까. (백합이라는 말에 피식 웃는다. 신랑도 안 해준 말을...)

Impande

2024년 08월 19일 23:29

@Raymond_M 하여간 여전히 칭찬에 후하다니까. 옷이 예쁘면 뭐하니. 주머니도 전혀 없고 불편하기만 해. (그러곤 담배를 살랑살랑 흔든다.) 이것도 치워야하는데. 케이스를 두고 와서 이러고 있잖니.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23:53

@Impande
다행이네. 1인 브랜드의 비애란 그런거잖아? 주문량 폭주와, 원하든 원치 않든 가지게 되는 워커홀릭이라는 타이틀. 그정돈 아니라 다행이야.(그의 시선이 당신의 손에 오래 머무른다. 일반적으로 예쁜 손은 그런 손이지. 새하얗고, 길고, 여려서 어디 하나 굳은살 박힌 데 없는 아가씨의 손. 당신의 손은 그렇지는 않다.)그렇지만 임피, 그 손이야말로 네가 선택해온 것들에 대한 증명이잖아. 네 매 순간의 치열함을 네 손에 박힌 굳은살과 흉터가 증명한다는 걸 알아. 그렇다면 그건 얼마나 멋진 일이야? 나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일부로 증명하는 사람의 손보다 멋진 걸 아직 못 봤는데.(그래서 그는 당신의 손을 좋아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는 당신의 그 흉많은 손을 애정한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애정하는 만틈이나.)담배 끊으란 잔소리 정도는 할 수도 있겠네. 뭐... 스트레스 받을 걸 아는 입장에서야 그것도 강하게 밀어붙일 소리는 아니겠지만.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23:53

@Impande
(고질적인 스트레스야말로 사업가의 영원한 동반자일테니까. 가끔 술이 당기는 순간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그날의 주인공은 너였잖아. 사진사가 따로 오는 게 아니었다면 몇 장은 더 찍었을걸. 원한다면 그때 사진을 보내 줄 수도 있어.(여전히, 그날 찍었던 사진 한 장은 그의 앨범에 소중하게 들어 있다. 희고 섬려한 순간들의 한 페이지에 당신의 이름이 있다는 뜻이다.)그건 좀 곤란해 보이네. 어디다 쑤셔 넣을 수도 없고... 이리 줘봐.(주머니에서 몇 겹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낸다.)종이에 말기라도 해 두면 적어도 신경은 덜 쓰이겠지.

Impande

2024년 08월 20일 01:09

@Raymond_M 하하, 꼭 겪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하네.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었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였으니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한 손을 등 뒤로 숨긴다. 벽에 기대어 고정까지 하고 나서야 덤덤히 대답할 수 있었다.) 구두를 만드는 손은, 구두보다 더 거칠어야지 버틸 수 있어. 물론 나도 내 손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증명이나, 치열함같은 거창한 것보단... 그냥 결과 아닐까. (사실 이 손 때문에 결혼반지를 고르는 것에만 한 세월이 걸렸는걸. 조금 농담 섞어 대답한다.) 글쎄... 어쩌면 끊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야. 사업 초기엔 담배도, 술도 전혀 입에 안댔거든. 가족들을 걱정시키기도 싫고, 건강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눈썹을 늘어트리며 웃는다. 가족들이 피로 이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집요정들이라는 걸 눈치챘을까. 조금 초조해진다.) 그래, 두 명의 주연 중 하나이긴 했었지.

Impande

2024년 08월 20일 01:13

@Raymond_M (웃는 얼굴은 여전하지만, 당신의 결혼식 묘사에 숨이 콱 막힌다. 예식을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하려 했지만, 도무지 그걸 아낄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손을 잡고서 걸었던 버진로드는 얼마나 길었던가. 또 평소에 절대 신지 않던 하이힐은 제 발을 얼마나 옥죄던가. 그래서 그 순간 정말로 간절히 바랬다. 전부 다 망가져버리길... ... ...) 필요없어. (반사적으로 말을 뱉는다. 옛날처럼 신경질섞인 무뚝뚝한 목소리다. 곧 당황한 듯 눈이 커진다. 진정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아니, 괜찮아. (입꼬리를 올려 가뿐한 웃음 짓고는) 레이먼드. 네 말대로 사진사들도 많았었고—, 그런 일이 일어난 날인데. 소중히 간직하는 것도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 하지만 고마워. 이 종이도, 제안도... 둘 다. (오른손으로 시가를 든 채 가만히 서있다. 시선은 스스로의 손가락에 고정된 채로.)

Raymond_M

2024년 08월 20일 13:25

@Impande
지인들이 제법 있거든. 이따금 밥한끼씩 먹으면서 인생 이야기하는, 뭐 그런 사이. 제플린은 그렇게 표현하던데, '영광도 고난도 오롯 자기것인 자리.' 좀 극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아예 동의하지 않기는 어렵지.(당신이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나서야 시선이 당신의 뺨에 가 닿는다. 눈을 꿈뻑.)결국 그거랑 그건 같은 표현 아니야? 단어가 좀 달라졌을 뿐이지. 네가 노력했기에 내 신발과 네 공방이 그곳에 있잖아. 네 손이 그런 것처럼.(이어지는 말에는... 당신과 꼭 닮은 어조로 대꾸했다.)그렇다면 그 반지에게는 더더욱이나마 영광이었겠지. 자신이 아니면 안되는 자리를 찾아 네게 왔을테니까.

Raymond_M

2024년 08월 20일 13:25

@Impande
(어렴풋이는 짐작했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적어도 당신 앞의 그는 당신과 7년을 동거동락한 사이이며, 당신이 곤란할 때 눈가를 어떤 방식으로 늘어뜨리는지, 몇 번째 손끝을 손톱으로 가볍게 헤집는지 정도는 안다. 그래서 그는 당신에게 손을 뻗거나 다른 말을 하는 대신 몸을 한 걸음 뒤로 물린다. 눈가가 미미하게 풀어진다. 다정스런 어조다.)나는 예나 지금이나 네가 말하지 않는 걸 알아낼 생각이 없고, 생각하고 싶은 걸 헤집을 생각도 없어. 그런데 오늘의 넌 날 경계하는구나. 내가 네 무엇을 알아내 상처입히기라도 할 주제나 된다는 것처럼.(당신을 읽은 것은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지만,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지도 않다. 그래서 그는 당신이 비명처럼 뱉어놓은 그 다음 말에 생각한다. 기억하지 않는게 낫겠구나, 그날의 너를.

Raymond_M

2024년 08월 20일 13:25

@Impande
그날, 온갖 하객들과 사진기사들의 한가운데 둘러쌓인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웃는 얼굴이었던 것도 같고, 웃는 얼굴마저 제 눈이 빗겨 기억한 환상인듯도 싶다.)네가 그렇다면, 알겠어.(대신 화제는 부드럽게 우회한다.)그 부케는 직접 만든거야?

Raymond_M

2024년 08월 21일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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