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가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머리를 모로 흔드는 모습은 무언가에 실망한 이의 것도 같고, 예상한 비탄을 맞이하는 이의 것도 같다. 그가 지팡이를 손아귀에 쥔다. 그리고는 골목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살피듯이. 혹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인 그는 어둠속에 녹아들기 알맞다. ...시 ...분. 녹턴앨리 b구역 12번지. 불사조기사단. 여의치 않을때는 파기할것. 다급했던 목소리에 대한 기억. 품안에는 편지봉투 하나가 있다.)
@Raymond_M (뒤의 큰길 쪽에서 소리도 없이 언뜻 봐도 잘못 맞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 같은 흉흉한 전격이 당신을 향해 쏘아져나간다. 받아치려면 꽤 강한 힘이 필요할 것 같다. 만약 당신이 피한다면 조금 전까지 옆에 있던 벽에 커다랗게 패인 자국을 낼 것이다.)
@Finnghal
(그의 팔이 튕겨내듯 호선을 그린다. 순간적으로 전신에 힘을 줬는데도 발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박자를 늦춘 그가 몸을 숙이는가 싶더니, 허공에서 그의 인영이 훅, 사라진다. 그리고는 당신의 뒤였던 위치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지팡이 끝이 허공을 가르는 일은... 없다.)평범한 시민을 다치게 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되는대로 죽이는 건 학살이지. 아니면... 이번에야말로 죽여 입을 막아야겠다는 판단이 섰나?(어둠속에서 초록 눈동자가, 곱잖은 감정을 담은 채로 샐쭉 휘어진다.)
@Raymond_M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보다 먼저 손날이 휘둘러진다. 뒤이어 지팡이를 든 다른 손이 따른다. 어떤 것인지 정확히 식별되지 않는 무언 주문. 그리고 나서야 귀를 찢듯 거칠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둠의 마법사가 무고한 목숨 앞에 거리끼기를 기대하지 마라, 메르체. 그런 걸 확인할 여유가 있으면 도망치든가 반격을 해.
@Finnghal
(몸을 뒤로 밀치듯 당신과 떨어진다. 보호막이 쩡, 하고 당신의 손날과 부딪힌다. 그가 한쪽 눈썹을 밀어 올린다.)한 번은 됐는데 왜 두 번은 안되지?(그러나 말하면서도, 그 모든 문장이 이미 당신에게 적용되지 않는 범위임을 알고 있다. 그의 후드가 벗겨진다. 증오와, 애정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얼굴. 당신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며 그가 씹어뱉는다.)널 동정해.
@Raymond_M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은 네 친구가 아닐 테니까. (그는 방어하는 대신 마찬가지로 주문을 연사해 상쇄하며 음울하게 말한다. 레이먼드 메르체는 호그와트에서부터 전투에는 발군이었지. 그는 바다 사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투쟁적인 영혼이다. 그만큼이나 힘이 있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별로 후환이 없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것은 불필요한 말들이지만.) 마찬가지로, 동정과 친절을 낭비하는 악습도 고치는 것이 좋아. 그건 자비가 아니라 죽음을 부를 뿐인 방심이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존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연약해서 매번 그를 당혹시키고, 그것은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눈앞에 선 강적조차도 터무니없이 위태로워 보이니 그가 마음의 낭비에 관해 남을 나무랄 계재가 못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Finnghal
온 세계가 날더러 죽으라고 충동질하는 기분이 어떤건지는 잘 알아.(주문 하나가 둘의 중간에서 화려하게 터진다. 그러나 레이먼드는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마법의 종류가 바뀌었을 뿐, 마법과 마법을 사용한 결투라는 지점에서 그는 이 일에 지극히 익숙하다. 어쩌면 본능 어딘가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지. 흙먼지가 자욱하다. 그가 속삭인다.)그러나 그럼에도 너는 내 친구고.(그리고 그가 지팡이 끝을 조금 내린다. 이것은, 내가 너와 대화를 원한다는 명시적인 선언이다. 전투로 인해 나온 엔돌핀이 손끝에서 두근거린다. 흙먼지가 차분히 걷힌다. 그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상처 받지 않기 위해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면, 차라리 죽겠어.(사랑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그가 택한 삶이다. 평이한 어조로 그가 묻는다.)계속해야하나?
@Raymond_M 네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를 알려준다면, 아니. (그는 지팡이를 잠시 늦추지만, 그것은 단지 문답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네 대답은 이미 나온 것 같군. 그러니 마지막 조언이다, 메르체.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조금 전보다 커진 전격을 쏘아보낸다.) 어둠의 마법사를 만나거든, 그를 전에 알던 누군가로 착각하지 마라.
@Finnghal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면 드디어 나랑 술이라도 한 잔 할 기분이 들었나?(그가 지팡이를 휘두른다. 폭음이 공기를 찢어발긴다. 그는 이 먼지바람만으로 품안의 룬마법 하나가 유명을 달리했을 것임을 짐작한다. 그가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그가 놀란 기색 없이 대꾸한다. 진실을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이다.)녹턴 앨리의 술집에 물어보지 그래? 비번인 날마다 와서 최고의 손기술을 보여주는 카드게임의 명수가 누구인지!(그가 품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귀퉁이가 달랑거리던 룬부적을 찢어내는 것은 아주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말소'는 이렇게 완료된다. 그가 지팡이를 크게 휘두른다. 칼날같은 바람이 당신을 향해 끼친다.)거꾸로 묻지. 아무도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성인聖人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옳은 길로 돌아올 수 있지?
@Raymond_M 죽은 자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말라는 뜻이다, 메르체. (크게 도약하여 공격을 피하고, 위에서 거의 작살만한 불화살을 당신을 향해 쏘아보낸다.) 지금 품 안에서 찢은 것을 이리 내놔.
@Finnghal
난 추억을 품고 곡하는 짓따위는 안해. 죽지 않은 이를 애도하는 법은 배운 적 없으니까.(씹어뱉는다. 그러나 당신이 벌린 거리만큼, 시간이 걸렸으리라. 허공이 일그러진다. 사라진 그는 당신의 오른편에 빗겨 나타난다. 불화살은 허망히 허공을 가른다.)너무하네, 친구의 연서까지 궁금해하다니. 자길 장사지내라고 말한 사람치고는 지나친 참견 아닌가?
@Raymond_M (지팡이를 쥔 오른손을 주먹쥔 채 휘둘러 그대로 레이먼드의 옆구리를 노린다.) 어둠의 마법에 사로잡히는 것은 죽음보다 나쁘지. 죽은 자는 더럽혀지지 않으며 그것을 전파하지도 않는다.
@Finnghal
(당신의 주먹은 그의 손바닥에 박힌다. 그는 그대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난다. 손바닥이 얼얼하다.)학창시절이 생각나. 온갖 애들하고 이렇게 지냈잖아, 너.(그러나 이제 그는... 더는 웃는 얼굴이 아니다.)너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동정하지도 않고, 지금의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도 못하는데... 핀갈, 적어도 이런 의문은 든다. 넌 너 자신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긴 하니.
@Raymond_M 그렇게 부르지 마. (지팡이 끝에서 쏘아져나가는 폭발 주문에는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광폭함이 있다.) 네 친구였던 이를 능욕하지 마라.
@Finnghal
(그러나 이번의 그는 피하거나 몸을 굴리지 않는다. 지팡이 끝에서 번진 푸른 불꽃이 폭발마법과 만나 허공에서 흩어진다.)뭐가 문제지? 네 이름은 내다 버리기로 했나? 그게 아니면 과거의 일례로 남기기로 했어?(그가 이죽거린다. 그러나 거기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음산한 악의가 있다.)설령 내가 네 이름을 욕보이고 망령되이 읊는대도-(그가 지팡이를 휘두른다. 리덕토.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법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롯한 분노다.)핀갈, 고작 네 이름이 불리는 것도 이기지 못할거라면 넌 날 샬럿과 함께 육피트 아래에 묻어버렸어야 했어.
@Raymond_M (펑!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두 번째 폭발 주문은 거의 집 한 채는 날려버릴 것처럼 보인다. 당신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라도 한 것마냥... ... 그리고서야 겨우 입을 연다.) 숨만 쉬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거라면 어둠의 마법으로 영생할 수 있겠지.
@Finnghal
(그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이것은 필연이다. '막아냈다고 생각했음에도' 팔을 털자 팔목에 매뒀던 룬부적 세 개가 끊어져 바닥을 뒹군다.)대단하네. 왜 그 빌어먹을 차별주의자분들이 널 기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겠어.(지팡이를 휘두르자 일순간에 먼지가 걷힌다. 그는 꼿꼿이 선 채 당신을 보고있다. 여전히.)그럼에도 여전히 숨쉬고 있는 건, 그런데도 죽음이 두려웠던 거 아닌가? 제 목을 긋는 것보다는 남의 목을 부러뜨리는 게 쉬웠고, 제 목숨을 끊어내는 것 보다는 남의 팔다리 끊어내는 편이 훨씬 더 가까이에 있었던 거잖아. 그렇다면 같잖게 네 현재 삶을 부정하지 마. 네가 그저 네 과거의 연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어둠의 마법에 물든 이를 이전과 똑같은 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고? 타인의 언사를 빌려 자조하면 네 삶이 네것이 아니게 되나?
@Finnghal
(그가 당신을 향해 걸어온다. 공격당해 바닥을 굴러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지금 그를 지배하는 정조는 이성의 것이 아니라 분노의 것이다. 그가 당신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표정이 기어이 일그러진다. 다그치듯 억눌린 목소리로 윽박지른다.)삶을 받아들여. 죄를 죄라고 읽을 수 있는 심장이 아직 남아있다면, 똑바로 괴로워 해! 애매한 손끝으로 죄를 흘려쓰지 마. 모든 것이 네 선택이라고 읊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선홍빛 죄가 네것이 아니게 되는 일도 없으니까.
@Raymond_M (펑, 펑, 펑! 방금 것보다 조금도 약해지지 않은 무언 마법이 세 차례나 지팡이 끝에서 연사된다. 일그러진 입매 위로 노란 두 눈이 번쩍거렸다.) 네 상상이 고작 거기서 그치는 데 감사하도록 해라, 메르체. 영원히 그 바깥은 모르는 채 죽도록 해. 모멸과 몰락을 알지 못하는 채 순진한 긍지를 뿌듯해해라. (완전히 제어에서 풀려난 살심이 날것으로 지팡이 끝에서 쏘아져나간다. 주변의 길과 골목은 온통 파편과 먼지로 엉망진창이다. 머지않아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
@Finnghal
(감정은 마법사를 강하게 만든다. 불씨가 이리저리 튄다. 그러나 그는 지팡이 끝을 휘두르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 분노로 잔뜩 부풀어오른 근육과 기어이 일어선 살의가 그 사실을 감히 가능케 한다.)그래, 나는 너를 모르지. 그러나 추도하게 만든 이를 위해 사과하지조차 않는 건 그저 뻔뻔함이야.(그러나 너 역시 나를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가 끝끝내 턱끝을 치켜올리고 씹어뱉는다.)선의를 사치재라고 여기는 네게, 언젠가... 오욕과 몰락이라는 변명으로도 가리지 못한 죄가 너를 기어이 패배시키길 비마.(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이 네게 바칠 수 있는 최후의 선의나 친애의 형태일거라고. 그러나 선의를 그저 순전한 이상의 발로로 아는 당신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문장의 끝이 완전히 흩어지기 전에 그가 사라진다. 내일은 꽃을 바치러 가지 못하겠다는 예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