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me_esmail 뭐예요, 에스마일! 오늘도 졸고 있어요? 아직 학기 초인데 공부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 (방긋 웃으면서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테이블 저쪽에서 커피 한 잔을 잡아다 당신 앞으로 끌어다놓는다. 각설탕 종지를 열며,) 몇 개 넣어드릴까요? 한 5개쯤 넣어야 제 입맛에 맞던데.
@jules_diluti ...하지만 중요한 시험이 곧인걸요... 자기 미래에 관심이 있는 어린 마법사라면 누구나 수면 시간의 희생 정도는, (하품.) ...음. 저도 그 정도 넣으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당신 말을 들은 걸까? 알 수 없다...)
@callme_esmail 하지만 보다 긴 미래를 생각하는 마녀라면, 젊은 시절의 건강을 허투루 낭비해선 안 된다는 걸 알죠. (당신이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상태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각설탕을 듬뿍듬뿍 집어넣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당신 앞으로 밀어놓고.) 오러라도 하려는 게 아닌 이상요!
@jules_diluti 음. (자연스럽게 마녀라고 부른 것에 대한 반응인지, 당신이 커피를 타준 것에 대한 반응인지 모호하게 만족스러운 소리 내고는 커피를 들이켰다.) ...켁, 엄청 다네요, 이거. 순간 매운 거라도 넣은 줄 알았어요. (잠이 깨서 눈 깜빡이고) 오러요? 제가요? 맙소사. 농담이시겠죠?
@callme_esmail 왜요? 으음, 한 3년만 더 쓰면 가능할 것 같은데. 5학년으로 돌아가서 표준 마법사 시험부터 다시 치는 거예요. 그리고 모든 과목에서 특출남을 받는 거죠. (...) 미안해요, 네,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과로하다간 당신과 같은 방을 쓰는 누군가가 음료에 진정 물약을 탈지도 몰라요. 한나절 푹 주무실 수 있게. 이건 농담 아니랍니다?
@jules_diluti (...침묵. 혀가 아리게 단 커피나 마신다...) 용서해 드릴게요. 당신도 전과목 특출남을 받는 괴물은 안 되시니까 한 번만 봐드리는 거예요... (가볍게 말하고는) 레이디와 레아가 연합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사주할 건가요?
@callme_esmail 용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3학년 때 에스마일이라면 제 얼굴로 수업시간에 물구나무서기 하실까봐 무서웠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새 철이 드셨잖아요! 이제는 안 무섭다구요. 악당은 못 될 에스마일. (악의 없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흔든다.) 이대로 가다간 제가 사주하지 않아도 그런 일이 분명 일어나요. 장담할게요.
@jules_diluti 이런, 이제 저를 아주 물로 보시잖아. (커피잔 내려놓고 따라 조금 웃다가) ...글쎄요, 그냥 용서하지 못할 수는 있겠죠. 저도 공부를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건 아니라. (약간의 진심이 섞인다. 표정을 가리려고 잔을 한번 들고) 그때도 묻고 싶었던 건데. 제가 악당이 못 된다면 당신은 저를 무엇으로 쓰실 건가요? 100년 동안 잠에 빠지는 미녀? ...설마 등장조차 안 한다고 답하시진 않겠죠.
@callme_esmail 물보다는 커피죠, 각설탕 다섯 개 정도 넣은? 그리고 그 기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는 세 과목 낙제한 거로 만족했는데, 에디스는 비슷한 성적인데도 엄청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저랑 기대치게 달랐겠지만... 그래도 에스마일만큼은 뭐랄까, 목표치가 낮다는 점에서 제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당신 빠안-히 쳐다보다가.)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재치 넘치고 말 많은 광대? 궁정에 잡혀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요. (그가 무엇을 알고 말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되는대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jules_diluti ...제가 엄청나게 달콤쌉쌀해요? (흐릿.) (에디스 떠올리며-사실 그 즈음엔 성적보다 다른 부분이 좀더 걱정되는 편이었지만-조금 울적해졌다가, 하긴 다시 생각하면 본인 선택이 맞긴 하니 납득하고 기분 풀기로 한다.) 동지라니 좋네요. 그럼 계속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당신도 차나 커피 한 잔 타 드릴까요? (묻고,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마주친다.) ...요즘에도 그렇게 느끼시다니 의외인데. (중얼.) 그래도 광대는 어떤 말을 지껄이든 면죄부가 주어지니까요- 다 농담일 뿐이잖아요. 쥘은 <리어 왕> 같은 것도 읽으셨나요?
@callme_esmail 과거의 에스마일이 "쌉쌀" 담당이었고, 지금의 에스마일이 "달콤" 버전이에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제 나름의 달콤쌉쌀함이 있지 않을까요? 푸딩처럼. (어깨를 으쓱한다. 홍차에 우유랑 레몬 타서 주세요, 덧붙이더니.) 아, 물론이죠! 멜로디네 서점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샀거든요. 희극도 유명한 건 샀지만. 어디 보자-
"가진 것보다 많이 보여주지 말고,
알고 있다 하여 전부 말하지 말라."
@jules_diluti (작게 풋, 웃음.) 은유를 확장하는 기술이 상당하신데요. 장차 많이 파시겠어요... (지팡이 휘둘러 찻주전자를 가져오더니 당신의 주문을 우아하게 완수한다. 참고로 우유를 먼저 붓는 타입.) 멜로디네 서점에 가 보셨어요? 전 어쩌다 보니 기회가 없었는데... (눈썹 치켜올린다.) ...오. 광대가 하는 말이었던 건 기억나는데. 다음 구절은 기억이 안 나네요. 뭐였죠?
@callme_esmail 아, 방학 때마다 갔었어요.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는 머글 세계의 책들이 거의 없단 말이죠? 하지만 멜로디네 서점은 달라요. 문을 닫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고마워요, 칭찬 때문인지 퍽 들뜬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하고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한 모금 마시며 본인의 수첩을 뒤적거리더니.) 저도 기억이 안 나서... 잠시만요. 아, 여기 있다. "가진것 이상으로 빌려주지 말고, 가려는 거리보다 멀리 말을 몰아라." 이런 걸 보면 광대가 참 현명해요. 정곡을 찌르죠. (광대의 익살을 흉내내며 자기 머리 위 보이지 않는 고깔모자를 당신에게 씌워준다.)
"왜냐고? 인기 떨어진 사람 편을 드니까 그렇지. 바람 부는 대로 웃지 않으면 너는 머지않아 찬밥 신세가 되고 말 거야!"
@jules_diluti (전 오히려 플러리시에 머글 책이 한 권이라도 있다는 게 더 신기한데요. ...그랬구나. 뒷말에는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끄덕인다. 시대는 크든 작든 모두에게 상실을 가져왔고, 따라서 우리의 대화에는 짧은 묵념이 많았다. 가보지 못한 서가를 생각하듯,) 바람 부는 대로... ... 좋은 말이네요. 그럼 그 희곡에서 광대의 결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하시나요? 제가 광대라면 저는 제가 살아남았다는 데 걸겠습니다. 아주 멀리 말을 몰아서요. (웃고,) 쥘 당신은... 음. (고개 기울인다.) 지금처럼이라면 셋째 딸이 가장 어울리지 않으려나 싶지만, 등장인물에 굳이 비유할 필요도 없겠죠? 이미 작가로서 불멸하실 생각이라면.
"우리가 살아 숨쉬고 서로를 볼 수 있는 한, 이 글귀는 우리에게 생명을 줄 것입니다." (이건 기억한다는 듯 자신만만.) 소네트는 읽어 보신 적 있나요?
@callme_esmail 네에? 제가 셋째 딸이요? 아버지에게 쫓겨나고 결국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그 사람이요? (다소 억장이 무너진 표정이 된다... 사실 "리어 왕"에서 좋은 결말을 맞이한 사람이래야 손에 꼽지만, 개중에서도 입발린 소리를 하지 못해 비극을 맞이한 셋째 딸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던 탓이다.) 그렇군요... 제가 그렇게 보이는군요... 뭐, 저도 에스마일이 잘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아무리 폭군이라도 좋은 익살꾼을 마다하는 법은 없거든요. 지금의 에스마일은 익살꾼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할 말을 훤히 들여다보듯 힘주어 덧붙인다.) ...그냥, 그렇단 얘기예요! 그리고 말씀하신 소네트도 좋아하고요. 불멸하는 시라니 낭만적이잖아요.
@jules_diluti ...네...? 음, 비참한 최후 부분에 집중하지는 않았어요. 성격도 고결하고 늘 자신이 느낀 진실을 말한다고 나오고, 쥘도 루이랑 메이블에 비해서 아버님과 사이도 조금(많이) 안 좋잖아요...? 저번에 집도 나왔고, 그래도 코델리아는 나름 나중엔 화해도 하는데... 그렇게 안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조금 허둥지둥하며 당신에게 당밀 타르트를 밀어준다... 단 것으로 달래려는 하찮은 시도.)
...절 잘 아시네요... 그렇지만,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시면 당신이 저에 대해서 무언가 "더" 아시는 건 아닌지 궁금해하게 된단 말이죠. (눈 살짝 가늘게 뜨지만 넘긴다. 당신이 타 준 커피를 어느덧 다 마셨다.) 맞아요. 글이 불멸할 수 있는 건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불멸해서가 아니려나요.
@callme_esmail 그렇구나. 괜찮아요. 한 가지 정정하자면 저희 아버지는 요즘 저희 남매 전부와 사이가 안 좋으셔요. 루이 큰누님께선 아주 중요하고 위험한 일을 하고 계시거든요.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길길이 뛰셨지만 요지부동이었죠. 그것 때문에 친구랑도 싸우셨어요. "네가 꼬여낸 거 아니냐"고. (윈필드 씨와 아버지가 다투던 것을 떠올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당밀 타르트를 한 입 크게 문다. 달다... 맛있다...) 결국 자랑스럽지만 걱정되는 맏이, 유능하지만 반항적인 둘째, 그리고 안전한 곳에 있지만 별로 자랑스럽지 않고 엇나가기 시작한 셋째. 이렇게 자식 농사를 두신 셈이죠.
그래도 시프 씨랑 에스마일은 사이가 단란해 보이시던데. 착한 아이인가요, 에스마일은? (눈이 웃음으로 슬그머니 휘어진다. 기분은 오래 전에 풀린 참이다.) 저는 별로 아는 게 없지만요. 즉흥적인 말재주는 저보다 당신이 훨씬 뛰어난 것 같다고만 얘기할게요.
@jules_diluti ...정말이죠? (한번 더 물어보고는, 진심인 듯 보이니 안심한다. 타르트를 접시째로 밀어준 뒤 몸을 다시 뒤로 조금 기대고,) ...리어 왕도 결국에는 딸들 모두와 갈등하게 됐죠... ...홀로 폭풍 속에서 황야를 떠돌게 되시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전 역시 당신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들어요. 옆에서 끝까지 간언하는 광대가 될 자신은 없네요. (선언한다.) 루이 언니는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고요. 당신과 메이블도 마찬가지고...! (어쩐지 열성적으로 말하다가 뒤늦게 진정하며.)
...착한 아이는 아마 아니고. 저희 아버지께서는 저랑 성격이 많이 비슷하시거든요. 물론 당신께서는 제가 어머니와 더 닮았다고 말하시지만... 저희 둘 다 근본적으로는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타입이라서. (흠. 웃음이 좀 얄밉다... 이쯤에서 제법 확신한다. 아마 다음 방송쯤에 당신의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callme_esmail (그리고 밤중에 몰래 듣는 라디오에서 제 이름이 나오면 깜짝 놀라 사레들린 기침을 마구 쏟아내서, 같은 기숙사 방의 친구들을 전부 깨워버릴 이 소년은 자신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 채로 눈을 말갛게 뜨고 웃고 있다...) 그런가요? 하긴 근 삼 년의 에스마일은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것 같긴 했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예요. 워낙 재치있는 분이시니. 친구의 아버지를 리어 왕에 비유하는 사람은 에스마일 말고는 없을 거예요. (기분이 상한 건 아니에요, 덧붙인다. 미소에서 장난기가 다분히 엿보인다.) 그런 에스마일의 유머가 좋아서 그런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을 집안 사정을 자꾸 늘어놓게 되네요. 이런 얘기 듣는 게 지겹진 않으세요?
@jules_diluti (후플푸프 남자 기숙사에 미리 심심한 사과를... 조용히 살고 싶은 것과 실제로 조용히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니까. 소망만은 진심이다. 고개 끄덕이다가.) 그건 확실해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괴짜는 상당히 많은데. 당신만 해도 온갖 사람을 온갖 것에 비유하지 않나... (루드비크와 제국주의를 로맨스의 남녀 주인공에 비유했다던데, 생각하며 잠시 은은...) 그리고 왜 궁금하지 않겠어요? (눈썹 치켜올린다.) 당신은 제 친구잖아요, 쥘. 거기다 다정하고, 세심하고. 그러니 그런 당신이 슬프면 왜 슬픈지 궁금하고, 좋아하는 게 있으면 같이 알고 싶은 건 당연하죠. "집안 사정"이야말로 그 사람을 이루는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오히려 졸업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못 들을 것 같아서 아쉬운 걸요. 자주 연락해 주실 거죠? 사인회 하면 책 들고 갈게요.
@callme_esmail 뭐랄까. 제 "집안 사정"이 누군가에겐 속편한 고민으로 들릴 것 같아서요. 숨길 생각도 없지만, 자랑스레 떠벌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이런 말을 하면 상냥한 에스마일은 '세상에 미미한 고민은 없다'고 말하겠죠... ... 그래도, 제가 용감할 수 있는 건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철없게 보더라도 할 말은 없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니까. (어깨를 으쓱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덧붙인다.) ...물론 에스마일과 시프 씨는 제게도 특별해요! 구조 버스에서 내렸을 때 쉬어가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멀미가 나기 직전이었거든요. 당신에게 더 진솔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 그러니까, 네! 제 사인회에 에스마일이 언제든 환영이란 의미예요.
@jules_diluti ...(빈 커피잔 만지작거린다. 약간 길다시피 생각하고,)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건 부정하지 않을게요. 그런데 사람이 내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양은 자신과 상대의 "객관적" 위치도 있지만, 상대와의 관계도 꽤나 영향을 미쳐서. 우선 저는, 당신이 상냥한 건 당신이 상냥한 거라고 생각하고, 당신이 용감한 건 당신이 용감한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농담을 섞더라도 제게 더 진솔하다고 말씀해 주시면 기분이 좋아요. 좀더 욕심내자면... ...당신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한테는 고민을 가감 없이 "떠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인회 초대장도 물론 기쁘지만, 그는 좀더 깊고 개인적인 환영을 바라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해서 당신의 고통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감정에 대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되뇌인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고통을 어딘가에 털어놓지 못하면 누구든 뒤틀리고 말아요.
@jules_diluti ...언젠가 저한테 그런 말을 하셨죠. "세상이 당신의 고통을 감각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지 마세요."였던가요? 저는 당신의 고통을 감각하고 싶습니다, 쥘. 사실 그건 저한테 좀 쉬운 일이거든요. 과장을 좀 보태면 당신 옆에 있기만 하면 되어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 본다. 이제는 당신의 생김새를 복사하지 않지만, 표정은 아마 누구나 지은 적 있는 표정이다. 무언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듯한.) 그래서 저는 나아가 그 맥락을 이해하고 싶어요. 그게 다른 모든 사람에게 하찮아 보이는 사유이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당신의 위대한 문장들보다도 이쪽이 더 궁금해요. ...그야 명작은 모두가 읽을 수 있겠지만 그 작가를 아는 영광은 모두가 누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callme_esmail 에스마일이야말로 상냥해요. 사려깊고... 당신에게 지팡이를 들이밀며 저주를 쏘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질문할 것 같아요. 왜 이러는 거냐고. 그리고 그 사람의 고통 중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헤아리려 노력하겠죠. 당신에겐 흙탕물 가장 밑바닥의 진주를 발견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어요. (혹은 진주가 거쳐온 압력과 고통을... 물끄러미 자신의 커피잔을 내려본다. 수면이 잔잔해지자 그곳엔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있잖아요, 에스마일. 몇 년 전 머글 세계에선 어떤 전쟁*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그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겠죠. 피해를 입은 쪽도, 쳐들어갔던 쪽도. 그것에 대해 책도 나오고 영화도 나온댔어요. 머글들은 그걸 두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들은 당신의 나라를 침략한 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눈물지을 거라고.'
* 베트남 전쟁, 1975년
@callme_esmail 물론 그 눈물이 전부 다 악어의 눈물은 아니겠지만, 과연 누구에게 고통을 발화할 자격이 있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고개를 든다. 당신을 마주한다.) 저는 완벽한 사람이 될 자신은 없고, 어쩌면 태어난 순간부터 발화할 자격을 일부 잃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저를 당신이 이해해 주려 한다는 것이 매우 기쁘면서도 당신이 염려돼요. 세상에는 다종다양한 고통과 나약함이 있고, 그것이 악으로 이어진다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거든요. 당신이 고통을 감각하고자 곁에 있다면 필연적으로 악은 당신을 해치려 들 거예요. (시선은 오래도록 당신의 얼굴 위에 머무른다. 눈을 내리깔며 작게 웃는다.) 제가 이런 말을 한다고 포기할 작정은 아니시군요? 이, 뼛속까지 래번클로 같으니. (...) 오래 사세요, 에스마일. 이건 진심이에요.
@jules_diluti 저는 죽는다면 살해당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