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_M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지나치려던 걸음은 구역질 소리에 멎는다. 목소리를 구별해 반응할 여지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 아.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다 다가간다. 혈향이 유독하리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걸음이 툭 멎으면 무릎을 꿇곤 덮듯 끌어안았다. 과호흡의 대처라면 알고 있다. 눈을 짙게 감았다 뜨곤 손을 모아 간격을 두고 당신 입을 덮는다.)
@yahweh_1971
(입을 틀어막는 손에, 반사적으로 저항하듯 몸을 뒤튼다. 말 그대로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섬망처럼 빛이 눈꺼풀 위로 오간다. 목덜미를 쥐었다가, 당신의 손등을 긁는다. 천과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린다.)끅....(비정상적으로 빠르던 움찔거림이 천천히 멎는다. 그가 산발적인 숨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시선을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초록 눈동자에 천천히 빛이 든다. 당신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다른 손.)
@Raymond_M
(억세게 목덜미를 받쳐올렸다. 손등 위로 붉은 줄이 그어지는 것을 고요히 보며 끝까지 모은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녹빛 눈에 초점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손길을 느끼고서야 손에서 힘을 뺀다. 핏줄이 가라앉은 손을 덜덜 떨고,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그제서야 고개를 숙였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조용히 당신을 바라보다 손을 떨어뜨렸다.) ...... ...... 야. (붉게 내리뜬 눈에 물이 두르르 고인다. 뺨을 적시며 툭 떨어졌다.) ...... ......
@yahweh_1971
(느리게, 흰 눈꺼풀이 달칵인다. 등덜미와 손등을 온통 적신 식은땀이 그제야 선명하게 느껴진다. 익숙한 탈력감이 온 몸을 휘감아 돈다. 이대로 잠들고싶다.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은데... 뺨 위로 따뜻한 액체가 툭 떨어진다. 그래서 그는 제 것 아닌 것처럼 무거운 팔을 들어 당신의 뺨을 훔친다. 그리고는 다른 팔로 당신의 등을 끌어안는-결론적으로는 당신이 허리를 숙인 꼴이 되긴 했지만-다. 갈라져 엉망인 목소리가 간신히 뱉는다.)...미안, 놀랐겠다.....
@Raymond_M
...... ...... 너까지 이러지 마. (그러나 당신의 탓이 아님을 안다. 눅눅하게 젖어 갈라진 말을 뱉곤 순순히 허리를 숙인다. 그러나 마주 안는 대신 당신을 받쳐 일으켜주었다. 정신이 산란하다. 문제들이 겹겹이 겹쳐 숨통을 짓누르는 기분......, 이것은 언젠가의 것과도 비슷하되......) 좀, 괜찮....... ....... (그러나 말은 이어지지 못한다. 어지러워 숨을 삼켰다. 너저분한 화장실, 산란한 핏물, 눈앞의 어리석으며 괴로운 친애, 울음에 더해 가빠진 호흡......) ...... (...... 아. *그는 생각할 뿐이다.* 힘겹다.)
@yahweh_1971
....너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그러나 변명은 그게 다다. 순순히 허리를 세운다. 조금씩, 뭍에서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미묘한 평온이 그의 폐부에 깃들면, 그는 그제서야 경악한다. 바닥에 흩뿌려진 붉은 피와 당신의 창백한 얼굴에. 지팡이 끝이 들린다. 그가 다급하게 외친다.)불네라 사넨투르, 페룰라! 헤니, 어디서.(아니다, 이미 당신이 어디서 다쳤을지를 안다. 그가 피묻은 손으로 당신의 뺨을 닦아낸다. 그리고는 일어나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보건실로 가자.
@Raymond_M
(얼굴엔 피가 눈물과 함께 번질 뿐이다. 변명일랑 들어줄 이유 없다. 어차피 이곳의 문을 연 것은 그였으니, 그저 비겁한 책임 전가였을 뿐이다. 그저 몸부림치던 모습을 회고하고 회고해 머릿속에 박아넣느라 여념없었다. ...... 졸업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형제로부터는 이미 버려졌고, 친구들은 속속들이 잃어가는 작금 지독하게 선명한 책임과 외로움이 보였다. 사회에서 나는 사체를 타넘을 것이다. 친애하는 당신의 사체 위로 철골을 세울 날이 올지도 모르지.....) ...... ...... (그러나 이리 나약해빠져서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 손을 떼어내곤 숨을 들이마셨다.) ...... 불네라 사넨투르. (따라 일어나는 대신 속삭이자 상처가 기괴하리만치 빠르게 아물어간다. 새살이 돋는 광경까질 가만히 보고.) ...... 이봐. 산책하러 가자. 넌 바람을 좀 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