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번클로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연회장을 나가다 넘어져 다친 무릎이 쓰라리다. 벗겨진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지금의 기분은 그냥 그 정도다. 아버지와 린드버그 부인의 사진을 신문사에 '악의적으로' 제보했던 때와 같다. '별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병동 바깥에서 처치를 기다리며 서 있던 레아는 벽에 기대어 쭈그려 앉는다. 스쳐 지나가는 발소리가 귀를 쟁쟁히 울린다. 꼭 머글 영화의 효과음 같다. 누군가 울고 누군가 끙끙댄다. 병동 가장 깊은 곳에는 아투르 교장이 누워 있다.
아이작 윈필드는 고작해야 이런 사람들을 지키려 하고 있다. 학생들을 제대로 통솔하지도 못하고 갈라서는 교육자들, 그런 혼란에 쉽게 흥분하고 겁먹는 학생들, 미래의 시민들... 그 사실에 문득 신물이 나서 무릎을 끌어안는다.) ...역시 토론 클럽 같은 건 하는 게 아니었는데.
@LSW ... 레아, 다쳤어? (병동 앞을 지나다 당신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함께 자세를 낮추어 무릎을 대고 앉는다.) 괜찮아?
@2VERGREEN_ (고개를 든다.) 괜찮아요. 그냥 연고나 조금 바르면 되는 정도라. (손바닥을 보여준다.) 아까 보니 참 분주하던데 좀 쉬지 그래요.
@LSW ... 따가웠겠다. 여기서 순서를 기다리려면 한참 있어야 할 텐데... 차라리 내 기숙사에 있는 연고, 빌려줄까? 병동에서 쓰는 거랑 큰 차이 없어. (당신의 손바닥을 붙들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바라본다.) ... 그리고, 쉬는 것보다 바쁜 게 나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2VERGREEN_ (힐데가르트의 손이 따뜻하다. 그의 말들이 그런 것처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익숙한 기분이 열처럼 훅 솟구쳐 올랐다. 한동안 하지 않았던 '나쁜 상상'이다. 이를테면 이대로 힐데가르트를 밀쳐버린다던가 아니면 그를 상처입힐 주문을 쏘는 상상이다. 생각은 금방 내리누를 수 있다. 레아는 힐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제 '걱정'은 소용이 없네요... 알겠어요. 빌려줘요. (그러면서 힐데의 손을 붙잡고 지지대 삼아 일어난다.)
@LSW (그러나 그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당신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동안, 그 또한 당신을 가만히 보며 언젠가 돌아올 응답을 기다린다. 그 대답에는 싱긋이 웃으며 제 손을 내밀고.) ... 미안해. 마음 써서 걱정해줬는데, 별 소용이 없어서. 그래도... 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제 기숙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VERGREEN_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요. 크게 다친 사람은 있지만. (무던히 말하며 복도를 따라 걸었다. 움직이는 계단을 지나친다. 머잖아 예의 그 초상화 앞에 다다른다. 그리고 레아는 막연히 예감한다. 보이지 않던 균열이 터져나온 지금, 이제 학생들은 제각기 갈 길을 가게 될 거라고.) ...힐데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거예요?
@LSW ... 어쩌면 생길 지도 모르지. 아직까지는 죽은 사람이 없다고 대놓고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 (익숙한 듯이 암호로 문을 열고, 붉은색이 가득한 기숙사 안으로 들어간다. 당신도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하고.) ... 글쎄, 좀 고민 중이야. 가족들은 다들 원래의 머글 세계로 돌아오라고 종용하고 있고, 세상은 이 모양 이 꼴이고. ... 너는? 네가 아무런 계획 없이 살 것 같지는 않거든.
@2VERGREEN_ (두 번째로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입성했다. 그때와는 달리 제법 정돈되어 있고, 그리고... 레아는 여전히 어딘가 정신사납다는 인상을 받았다. 래번클로 기숙사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는 마법사니까 마법사로 살아야죠. 마법 정부 사법위원회 말단직 면접 날짜가 잡혀 있어요. ...아마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될 수도 있겠죠. (숨을 내쉰다. 그리핀도르 여자 기숙사 앞에 멈춰서서 힐데가르트가 다녀오길 기다린다.)
@LSW (그야 당연하지. 사람을 가장 안정시킨다는 푸른 색조와는 달리, 붉은색은 관찰자를 고취시키고 흥분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아무리 정렬해보아도 정신이 사납고 어지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금세 연고를 가져와 제 손가락에 조금 짜고는, 손바닥을 내어달라는 듯이 당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그렇구나. 너한테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넌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 있지,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적은 없었어?
@2VERGREEN_ 이대로 어디든 가서 다른 일을 할 수야 있죠. 지금보다 어렸을 땐 닉스 앤 내크에서 잠깐 일해봐도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지만. ...그냥 대체로 '굳이 원하는 일' 같은 게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냥 몸 불편할 일 없고 노후 준비만 잘 되면 아무래도 괜찮아요. (중얼거리며 힐데가르트에게 손바닥을 내민다. 피가 얼마 나지 않았고 그마저도 굳었다.) ...레질리먼시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 싶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