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nde
뻔하고 흔한 이야기였어. 우리가 이미 하고있는것들....(당신의 옆자리에 기대앉는다.)의심하고, 반목하고, 두려워하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그런데도 사랑하라던데.
@Raymond_M 흐음... (손을 멈춘다. 표정이 조금 일그러지지만, 몸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자리를 만든다.) 의심하고 반목하고 두려워하되, 사랑하라. 어려운 이야기네. 안 듣길 잘한 거 같아. 난 내 웬수들 사랑할 자신이 없거든. 어렸을 땐 생각이 없어서 가능했었던 거 같기도...
@Impande
어렵지. 그래도 그런 이야기는 아닐거야. 원수를 사랑하라니... 우리가 성인聖人도 아니고. 저건 그냥... 미리 사랑해버린 이들을 미워하지 못한 늙은이의 이야기였으니까.(제 지팡이를 손가락에 걸고 돌린다. 그게 사람을 죽일 무기라는건 간단히 잊은듯.)
@Raymond_M 미리 사랑해버린 이들?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눈 깜빡깜빡. 당신의 손을 보고선 무뚝뚝하게 잔소리한다.) 지팡이 가지고 장난치지마, 그러다가 마법 잘못 나가면 다친다.
@Impande
그래. 미리 사랑해버린 이들. 사랑은 조건을 요하지 않고, 사상보다 선행하며… 재앙처럼 들이닥치지. 미움보다 사랑이 선행하는 이야기를 한둘이 넘게 알고있거든. 같은 선분 위에 설수 없는 애정은 비극일까?(너털웃음. 그러면서도 얌전히 지팡이 내려둔다.)임피, 날 너무 어리게 보는 거 아냐?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는걸.
@Raymond_M (사랑은 조건을 요하지 않고, 사상보다 선행하며, 재앙처럼 들이닥친다. 손이 우뚝 멈춘다. 정확히는 제가 사랑하는 '집요정들'을 떠올린다.) ...그 마음은 조금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비극이겠지. 하지만 연극이라면, 그 정도 역경은 이겨내야하는 거 아냐? (조금 웃는다.) 내 눈엔 아직, 머리 하나도 제대로 못 묶는 어린 아이같은데. 어른이 됐다... 이거야?
@Impande
…이해할거라고 생각했어.(그러나 그것이 썩 유쾌한 투는 아니다.)주인공조차 꺼꾸러지고 역경에 굴복하고, 무너져서… 죽음을 맞이하지. 어떤 극 위에서는 그래. ‘우리'가 주인공일까, 임피?(그러나 시선은 당신을 빗긴다. 의표를 찌르지 않는 문장은 대답을 요하지 않는다.)적어도 지팡이를 다루는데는 그렇다는거지. 난 네 앞에서는 언제까지나 애이고싶어. 어른이 되면… 네가 날 지금보다 매몰차게 세상에 던져놓을까 두렵거든. 가끔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을 치고, 웃을게. 예쁘다, 우리 레이. 해줘.(장난스럽다.)
@Raymond_M 허 참나... 레질리먼시라도 쓰는거야? 어떻게 예상했대. (콧방귀를 뀌며, 창가에 가죽을 내려놓는다.) 한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거든.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간에... (눈을 감는다.) 말은 잘해요... 성인이 되면 우린 모두 독립할 수 밖에 없잖아. 내가 네 '집요정들'도 아니고... (한쪽 눈만 슬그머니 뜬다.) 예쁜 구석이 있어야 "예쁘다" 해줄 수 있는데?
@Impande
박터지게 생각하다보면 주변 인물들이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갈음하도록 할까? 임피, 난 자주 생각해. 이 세상이 한 편의 극이라서, 내가 살아남는다면 마법처럼 해피엔딩이 찾아오고, 내가 죽는 순간 이 세계의 모든 불이 꺼지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셰익스피어 좋아해? 난 좋아하거든. '죽는 것이 사랑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면. Save that, to die, I leave my love alone.'(소네트66.)그렇지만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이유로 세상에 스스로를 홀로 내던져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평생 너희들의 '레이'이고 싶은데. 평생 어리광을 부리고 웃고싶어. 떠나는 길따위는 너무 멀다구요, 임피 선생님.(곧장 자세를 고쳐앉는다.)어떤 '예쁘다'가 좋아? 노력해볼테니까. 응?
@Raymond_M 그렇다면 너는 매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양이네. 참나... 나도 구두에 그렇게까지 진심이 아닌데. 셰익스피어? 음... 엄청 좋아하진 않아. 명대사만 몇 아는 정도지. "이대로 살 것이냐, 아니면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 같은 것들 말이야...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너랑 반대야. 내가 죽고 나서도 계속 세상이 돌아갔으면 좋겠어. 남은 이들끼리 지지고 볶다가, 어느 순간 진짜 끝이 오면 다같이 커튼콜을 맞이하러 나가는 거지. 나는 엑스트라니까 커튼 한 구석에나 숨어있고. (혀를 끌끌 찬다.) 그게 어른이 된다는거야, 레이. 평소엔 똑똑하면서 지금은 왜 이러니? (손가락으로 당신의 이마를 툭 건드린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 징그러워. 그리고 나한테서 예쁨받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일텐데. 보통 각오론 어려울 걸.
@Impande
불가항력이지. 사랑으로 지탱하기에는 힘겨운 세기잖아. 의심이 숨쉬는것만큼 당연해지면 붙잡기 위해 남는 건 생각하는 일밖에 없는지라. 난 여전히 삶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삶을 지탱할 수도 있다고 믿거든.(히, 문장만큼이나 맹하게 웃어보인다.)그런가? 그래도 커튼콜. 그래, 그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이 다 각본 위의 시나리오였다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얼싸안고 웃는거.(그가 시선을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 반목과 분노, 증오가 잡아먹은 세계는 여전히 광막하고, 넓고, 그럼에도 아름답다.)네 손은 내가 잡을거야. 무대 가장자리에 네 손 절반쯤과 내가 같이 보이게 서있지 뭐.(딱밤이라도 맞은것처럼 고개를 뒤로 물린다. 제 이마를 문질, 이내 볼맨소리로.)
@Impande
난 그런게 어른이 되는 거라면 평생 애로 살고싶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버터비어를 마시고 처음보는 마법에 열광할래. 수업이 듣기 싫으면 네 손을 붙들고 도망가지 뭐. 이 세상은 책임을 지기 위해 허리를 세우기엔 너무... 너무, 복잡한걸.(초록 눈동자가 느리게 껌뻑인다. 괜히 당신의 어깨 위에-다분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제 얼굴을 툭 얹는다.)괜찮아, 나, 노력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는걸. 다른 사람이 예뻐하는 것도 아니고 너한테 예쁨받는건데? 그럼 얼마나 노력하든 내가 남는장사지. 안그래?
@Impande
(기숙사 모자의 속삭임을 기억한다. 그건 꼭, 예언처럼 머릿속으로 내리꽂혔지. 어린아이의 자장가를 불러주는 목소리로, 머리 위의 모자가 속삭였다. 이 세상에는 다정에 오래 앓을 이들이 있지. 다정에 오래 앓는다는 게 어떤 건이 레이먼드는 그 시절 체감하지 못했으나, 아득하게나마 생각했다. 그게 내 인생을 사랑이 점거하리라는 말일거라면, 그게 옳을 거라고. 제 인생을 칭칭 감아 또아리 튼 애정이, 결국에 제 입을 벌려 그를 삼킬때에도 그는 두 팔을 벌리며 기껍게 웃으리라고. 인생은 긴 연극의 일부다. 하나의 연극이 끝날 때, 또 다른 연극이 그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연극이 얼마나 괴롭고 슬프든, 기쁘고 장엄했든간에 우리는 그 위의 모든 이들과 함께 어둠이 내린 무대 위에서 울 염려가 있다.)난 그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겠지. 조금 웃을지도 몰라. 모든 이들과 손을 잡고 품에 상대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겠지. 하하, 뛰어다니다가 숨이 부치지는 않을까 몰라.
@Impande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는 당신만큼이나,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인생은 그 누구도 그 역할을 정해주지 않은,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길. 그렇기에 우리는 자유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그 어떤 책망도, 슬픔도, 분노도 피할 수 없다. 내 삶은 내가 이뤄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적어도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을 맞고 싶어. 그 누구도 빠지지 않은 곳에서.(그 어떤 애도도, 추모도 필요 없다. 왁자한 노랫소리와 웃음만이, 제 숨이 꺼지기 전까지 제 머리 위로 오가도 좋을 것이다. 그가 느리게 눈꺼풀을 깜빡인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허공을 헤매다가, 이내 당신을 향해 붙박힌다.)너희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 도망치고 싶다고, 이대로는 싫다고 중얼거릴때마다 그런데도 너는 앞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하지.
@Impande
(너는 앞으로 가야해,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해. 작은 일에 고개를 숙인 채로 과거를 향해 파고드는 대신 내일의 아침 해를 맞이해야 해. 그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났던 적이 없다고 한다면 이는 오롯한 거짓이겠으나. 그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볼우물이 옴폭하게 들어가는 그 웃음이다.)그래도 널 찾아 들어온 나를 내쫒지는 마. 너무너무 지쳐서 어린애가 되고 싶을 때, 삶이 견딜 수 없을 때만 널 찾아갈게.(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날이 우리의 생애에 하루 이틀만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여남은 시간을 홀로 견뎌 볼테니까. 허리를 세우고, 눈을 들고 지팡이를 치켜들거나 혀끝을 벼린 채로, 그 수많은 시간들 속을 혼자 헤맬 결심을 하기도 해 볼 테니. 그가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를 당신의 품 안으로 욱여넣는다. 아, 따뜻하다.)
@Impande
허리를 펴고 자라나는 풀도 이따금은 바람에 눕기 마련이잖아.(눈물이 날 정도로 바람이 차가울 때는 네게 오겠다. 헐거운 다정에 목덜미를 붙잡혀 정신없이 흔들릴 때. 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때. 이 다정과 오늘이 그리울 때. 턱을 긁는 당신의 손길에 그가 웃는다. 어깨를 들썩이면서.)…임피, 오늘이 아주 그리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