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거기 서, 마치. (우선 호명했는데, 막상 할 말이… …) …
@Ludwik ... ...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복도를 빠르게 걸어내려간다.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누가 보아도 피하려는 의도.)
@2VERGREEN_ …야! 거기 서란 말 안 들려? (종내 고함부터 지르고 만다. 루드비크는 그를 따라 달리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손끝이 조금 흔들렸으나.) 인카서러스!
@Ludwik (주문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막아낸다.) ... ... (흔들리는 눈빛으로 잠시 멈춰서 입을 달싹이지만, 이내 다시 굳게 닫힌다. 그리고 결국 하는 말이라고는,) ...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꺼져.
@2VERGREEN_ 난 있어. (긴 복도. 둘 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힐데가르트와 마주 보았다. …미처 가리지 못한 흉터와도.) 요즘은 좀… (‘어때?’… 라고 물으려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은 좀 기운을 차린 모양이네. MAGUS 불태우는 거 다 봤어. 아예 불사조 기사단에 들어가지 그러냐.
@Ludwik ... 사람 붙잡아놓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했더니... 야, 나한테 시비 걸 시간에 가서 마법 연습이나 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한다. ... 마주보지 않는다. 시선은 미묘하게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 이대로라면 영웅이 되기는 커녕 같은 단원들의 발목이나 잡겠지.
@2VERGREEN_ 시비 거는 거 아니야! (고함을 내지른다.) 네 입장에서도 불사조 기사단과 함께하는 편이 여러 면에서 훨씬 낫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라고. …왜 발목을 잡는다는 건데.
@Ludwik 그렇게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리니까 좀 조용히 해. ...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한다. 발목을 잡는 건 나를 말한 게 아니고 네 이야기야. 능력도 없으면서 그 주제에 목소리만 크지. 다들... 네가 성가셔서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몰라. (... '어떻게든 네가 상처받았으면 좋겠어.'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미워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왜 당신 앞에서는 이렇게 굴게 되는 것인지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모든 시간들 때문에?)
@2VERGREEN_ …아, 그래.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굳어버린 목소리다. 상처받길 원해서 내뱉은 말이라면, 힐데가르트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나도 알아. 잘 안다고. (‘그러니까… 내가 전사하면… 죽고 나면, 다들 날 인정해 주겠지.’) 근데 난 뭐든 하기라도 하지. 넌 그런 것도 아니잖아. 고작 학교 안에서 반장 행세하는 것 따위로 스스로가 그리도 자랑스럽냐?…
기사단에 들어와, 마치. (‘왜 나는 이 애를 우리의 군대에 소속되게 하고 싶은 거지? 나도 모르겠어…’) 내가 있어서 싫은 거면 나 죽은 뒤에 들어오든가. …너한테 할 말은 그게 다야.
@Ludwik ... ... 싫어. 그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스스로가 그렇게 자랑스럽냐고? 어차피 학교 밖으로 나가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그것에, 자신을 맡기는 일이 즐겁냐고? 아니, 차라리 나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처럼 영예로운 죽음을 그렸다면, 조금 더 나았을까. ... 팔을 꼭 그러쥔다. 어느 순간부터 생긴 습관이다. 붙들 곳이 그곳밖에 없는 것처럼 힘을 주는 것...)
너 때문인 게 아니니까, 이것도 착각하지 말고. 할 말 다 했으면 이제 꺼져. (차갑게 내린 눈빛은 당신을 바라보지 않고, 내뱉는 말에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난 네 죽음이라는 말에 아직도 흔들리는 건지 모르겠다.')
@2VERGREEN_ 왜 항상 제대로 말을 안 해?… (참지 못하고 툭 던지듯 물어보았다. ‘… …’ 엮여 봤자 서로가 상처입을 뿐인데도. 알아야 했다. 외쳐야 했다.) 왜 싫냐고! 왜 그곳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냔 말이야. …전선에 나가지 않고서도 단원 활동을 하는 사람은 많아. 다치거나 죽는 게 무서워도 괜찮다고. 그냥… (‘불사조 기사단에 정식으로 들어오면… 보호도 받을 수 있을 거고, …같은 단원끼리는 해할 일도 없을 거고.’) … …그 편이 합리적이란 걸 네가 모르는 것 같아서. 멍청한 놈 같으니…
@Ludwik ...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내가 뭐하러 떠들어야 하지? (언젠가는 상처입을 것을 알면서도 소리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은 외치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당신이 궁금하지 않았다. 간극이 길다.) ... ... 다치거나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정말로?) 어차피 넌 이해 못 해. ... 야, 넌... 내가 널 모르는 척 하기를, 괴롭히지 않기를 바랬었잖아. 처음부터. 그래서 이제라도 그렇게 해 주고 있잖아. ... 왜 이제 와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 (시선을 들어, 형편없이 떨리는 두 눈으로 잠시 당신을 바라본다.)
@2VERGREEN_ 나는… (‘나는 사과하고 싶어서, … …’ 그럼에도 겁쟁이는 말이 없다. 루드비크는 그저 다가갔다. 걸음을 옮기는 다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 ─ 힐데가르트의 두 눈처럼…) …나는 널 이해 못해. 맞아, 너 같은 거 추호도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넌 머글 태생이고, 정치 면에서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잖아. 불사조 기사단원으로서 너를 신경 쓰는 게 뭐가 이상하단 거야?… 개인적인 일은 아무래도 좋아, 전쟁 중이니까! 대의를 위해 사적 감정을 짓누르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넌 대체, (…) 왜 이렇게 매사에 감정적인 건지…
@Ludwik ... 하하, 하... (왜 이 순간에 웃음이 터져버린 건지, 힐데가르트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 앞에 설 때마다 도무지 자신답지 않은 행동만을 반복하게 된다. 그것이 싫다.) 야. (차가운 호명이 텅 빈 복도를 가른다. 한 팔을 들어 어깨를 가볍게 툭 밀친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언제부터 날 그렇게 신경을 썼다고. 전쟁 중이니까,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모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너는 좋겠다, 핑계댈 거리가 많아서. (조소한다. 동시에 소리친다.) 어, 난 그게 안 돼. 전쟁에 미쳐있는 너 같은 인간이랑 다르게 '정상적이라', 그게 안 돼! (어떤 단어에 유독 힘을 실어 발음한다. '넌 잘못된 사람이야. 넌 이상해... ...')
@2VERGREEN_ (손이 움찔한다. “너 같은 인간이랑 다르게 정상적이라”… 구토감이 몰려오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는 여러 번 눈을 깜빡인 다음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핑계 아니야. (흐트러진 목소리였다.) 네 감정적인 면모를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그때 일 때문에 이러는 거면, 그건… 그건, 실수로…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너한테 하려는 게 아니었어. 네가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고…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한참 더 중얼거리던 루드비크가 돌연 고함을 내지른다. 견딜 수 없다는 듯이─정말로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고의로 남을 해치고 다니는 그 독일인이랑은 잘만 어울리면서!… 왜, 왜 나한텐 이러는데? 감정에 휩쓸려서 진짜 자기 편이 누군지도 모르는 네가 더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야! 난… (‘난 잘못되지 않았어. 난 정상적인 남자야…’)
@Ludwik — 변명하지 마! 듣기 싫어, 듣기 싫다고! 진짜 감정적으로 굴고 있는 게 누구인데?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나한테 와서 걱정하고, 울고, 화내는 애들한테도 아무 얘기 안 했어! 그러면 된 거 아니야? 그게 네가 원한 거 아니야?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너야.': 그것은 정답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더는 사유하고 싶지 않다. 고개를 수그린 채 손으로 제 머리를 마구 헝클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지른다.)
넌 영웅이 될 수 없을까 두려운 거잖아. 내가 로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고 다닐까 걱정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조용히 살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 건데! (잠시 모든 것이 멈춘다. '독일인.' 당신이 그리 명명할 이라면 하나뿐이었다. 손을 천천히 내리고, 고개를 든다. 증오가 가득 담긴 푸른 시선 끝에는 여전히 명확한 색을 알아보기 힘든 당신의 눈이 담긴다.)
@Ludwik ('그러나 그 색이 정확히 무엇이든 내게 무슨 상관이지? 난 더 이상 널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지팡이를 휘둘러 전격이 당신을 향하게 한다.) ... 내가 누구랑 어울린다고?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칼리노프스키. 다음은 여기서 안 끝나! (아파. 아프다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고통이 또다시 선명하고, 어느 순간 하얘진 머리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주문들로만 가득하다.)
@2VERGREEN_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여자’가 자신을 탓하는 말과 비명과 눈물 앞에서는 항상 이렇게 된다. 자신이 상처입히고 자신을 상처입힌 동급생 앞에서 어머니를 ─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를 떠올리고 만 것은 어째서였을까?… 연민? 지긋지긋함? 그도 아니면, 당신과 함께 무너져버리고 싶어서? 그게 나의 최선일 것만 같아서?… 얼어붙어 있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문득 생각한다. 힐데가르트 에버그린 마치… …)
(‘이 불쌍한 여자를 구하고 싶다.’)
(그가 소리를 지르면 지르는 대로 듣고, 폭력을 가하면 가하는 대로 맞고 싶다.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면야, 그냥 얌전히 받아내면… 그러다 보면 끝나지 않겠는가?… 고통 속에서 속절없이 무릎 꿇으며 조금 웃었다… …) …율리아 라이네케. (변명도 침음도 없이 건조하게 답했다. 시선은 바닥을, 힐데가르트의 발에 향해 있고, 그러나 두 손만은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다.)
@Ludwik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넌 아무 것도 모르잖아!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떤 일을 견뎠는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잖아. 죽어버려. 지긋지긋해! 너 같은 게 태어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았을 텐데! (지를 수 있을 만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가할 수 있을 만큼 폭력을 가하고 싶었다. 그래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고통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횡설수설하며 소리를 지르고, 버둥거리며 발길질하고, 당신을 탓하다...)
(한 순간 고개를 수그리고 제 옷자락을 붙든 당신의 손을 잡는다.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눈물이 당신의 위로 떨어진다. 연민이어도 좋다. 지긋지긋하다 여겨도 좋다. 함께 무너져버려도 좋으니, 지금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줬으면 했다.) ... 루디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그만 좀 해... (당신이 내게서 어떤 '불쌍한 여자'를 떠올린다고 해도 상관 없다. 그저... ...)
@2VERGREEN_ (묵묵히 감내했다. 들으며 기억하고, 맞으며 체념하고, 힐데가르트를 받아들이다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태어나서 미안해.
아무것도 몰라서 미안해. 살아 있어서 미안하고, 그때 너를 상처입혀서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왜 네가 나한테 미안해하는 건지 모르는 것도, 지금 널 울린 것도 사과하고 싶어. (‘언제나 당신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엄마.’) 하지만 그래도… 용서해 주면 안 될까. 난 곧 전선에서 죽을 거니까, 그러고 나면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용서한다”고 말해 줘… 아니면… 뭘 원해?… 내게도 네가 당한 것과 같은 주문을 쓸래? 그렇게 하면 만족할 수 있겠어? (‘그것으로 내가 널 구할 수 있다면.’)
@Ludwik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찾아오는 지독한 탈력감. 천천히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수그린다. 몸을 웅크린다. '이대로 사라진다면 좋을 텐데.' 욕지기가 치밀어오른다. 밭은 숨 사이사이로 헛구역질이 섞이고, 붙잡을 곳이 없어 당신의 손을 힘주어 붙든다. 어느 순간 제 언어는 당신의 언어와 닮아 있었다. '너도 가끔은 모든 것을 견디기 힘들었어? 그래서,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싶었어?' ... 사실 모든 것이 당신과 닮아 있었다. 그것이 끔찍했다.
힐데가르트 마치는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를 필요로 했다.
직시하는 것보다 쉬운 것은 회피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보다 쉬운 것은 증오하는 것이다. 당신을 미워하고 소리치고 억지로 만들어 낸 핑계로 상처주고, 몰아세울 때만은 숨쉴 수 없는 세상에서 아주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기분이었다. 한 점 망설임 없이 당신을 미워할 수 있었다. 정말로? — 정말로.
@Ludwik 어느 순간부터는 당신이 자신을 상처입혀주길 바랐다. 전쟁이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는 시대에 한 발짝 물러서 모든 것을 관망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매일 낮이, 매일 밤이, 매 순간순간이 괴로웠다고. 수치스러웠다. 모든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되는 일이라 말했으면서, 그렇게 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말로 상처입는다면, 괴로워야 할 만큼 괴로워진다면, 그렇다면. 시대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격렬한 통증과 아득한 정신 속에서,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또다시… '그게 너였구나. ... 다행이다.')
@Ludwik … 싫어. 이제 와서 그렇게 굴지 마. 왜 하필 지금 그런 말을 해? 네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그리고 그 모든 상념은 다시 아주 오랜 시간을 돌아 당신의 말에 산산히 부서진다.) 왜 네가… (왜 당신이,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거냐고. 주먹을 쥔 손으로 거친 돌바닥을 몇 번 내리찍는다. 비명을 지른다. 울음을 터뜨린다. 사이에 이국 — 틀렸다, 그들에게는 단 한 번도 나라가 주어진 적이 없으므로. — 의 언어로 된 울먹임이 섞인다. "죽어버리고 싶어." 숨이 모자라고, 어지럽고, 목에서는 쇠를 닮은 비릿한 향이 올라오고. "그러면 더 이상 나를 부끄러워하지도,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않아도 될 텐데." 의지할 곳이 없다는 듯이 당신을 붙든 채로, 기도하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 용서를 빌고 싶으면 살아 돌아와. 죽어버린 영웅이 아니라 인간으로... ... 내가 너를 추모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게 만들어 줘...
@Ludwik (당신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당신 앞에 서는 모든 순간에, 그는 산산히 바스라져 시대 속에 사라지고 있었다. 모두가 제 뿌리를 지키며 한평생 숨 쉬는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게끔 당신이 목숨 바쳐 투쟁하여 승리한다고 해도, 이미 그는 시들어 사그라진 뒤였다. 어차피 우리가 서로를 구원할 수 없을 운명이라면, 무너지기를 천명하며 세워진 그 장벽처럼... 당신의 세계를 파괴하고 싶었다.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