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주워먹으며 기숙사 배정식을 보고 있다. 지금 먹어둬야 한다. 왜냐하면, 곧 있으면 이 평화는 깨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테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핀도르에 온 걸 환영해! 우리 기숙사는 동쪽 탑에 — 오, 거기 안경 낀 친구는 벌써부터 왜 우니? 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알겠어, 그... 초콜릿이라도 먹을래? (설명해야 할 것은 태산이고,) 우리 기숙사는 용감한 사람들을 위한, 아니, 테오? 시어도어 밀러! 학기 첫날부터 지팡이 빼들고 싸우지 마! 지금 멈추지 않으면 10점 감점할 거야! 니콜, 너도야. 얼른 그 반짝이 폭탄 집어넣지 못해?! (지팡이를 겨누고 장난감을 꺼내드는 후배들을 말리다 보면, 저녁 식사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이 벌써 올해로 3년째! 전쟁 속에서도 어린아이들은 여전하고,
힐데가르트는 이것이 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9월이라는 감상에 잠길 새도 없다.)
@2VERGREEN_ 첫날부터 바쁘네. (목소리는 뒤에서 다가왔다. 힐데가르트 옆에 서 상반신을 약간 숙였다.) 오랜만이야.
@Edith 안녕, 이디스. (어느 순간부터 '디디'라는 호칭은 그만두었다. 싸움을 벌이려던 참이던 두 학생의 지팡이를 뺏어들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웃어보인다.) 그러게, 오랜만이야. 방학은 잘 보냈어?
@2VERGREEN_ 늘 그렇듯 따분한 방학이었지. 그 따분함이 나쁘진 않지만. (어린 학생들이 왁자지껄 모여있는 것을 지켜본다.) 우리 1학년 때 반장들도 고생이 많았겠어.
@Edith 나도 마찬가지야. 요즈음은 방학을 해도 그리 기쁘지 않네. 이럴 거면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 ... 그건 그렇고, 이번 방학도 시모어네 집에서 보냈어? (당신이 집에 돌아가지 않은 지가 벌써 얼마인지 속으로 생각해본다. 뱉어놓고 머쓱했던지 "그냥 궁금해서." 하고 덧붙이고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신입생들은... 적어도 1학년 때의 나보다는 얌전해 보이니 다행이지. (너스레.)
@2VERGREEN_ 여기는 그나마 평화가 지켜지는 곳이기도 하니까. (어깨 으쓱했다.) 어어, 그랬지. (문득 ‘집’에 돌아가지 않은 것이 얼마인지 생각했다...) 이제 성인이고 하니 졸업 후에는 독립할 생각이야. 너무 신세를 오래 지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이 동요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건 그래. (낮게 웃었다.) 그것도 이제 몇 년이나 지난 일이네.
@Edith 그것도 맞아. 하지만 신세라고 하기에는 네가 최고의 선생이 되어준 것 같던데. ("앉을래?" 물으며 당신이 앉을 만한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몸을 조금 더 물린다.) 누굴 가르치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고, 너같은 선생을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밥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걸. (작게 웃었다.) 7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 줄 몰랐어, 그치?
@2VERGREEN_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실제로 성적이 오르긴 했으니까, 다행이지. (낮게 웃으며 당신이 물러난 자리에 앉는다.) -그러게. 그때는 까마득하기만 했는데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졸업하게 될 줄도 몰랐고. (중얼거림에 가깝게 말을 맺었다.) 힐데가르트 넌 마법 세계에 남아 있을 생각이야?
@Edith 넌 재능이 넘치니까.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덕도 있겠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건 힘든 일이잖아. 너뿐만 아니라 시모어도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해. (턱 괸 채로, 눈을 돌려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대답한다.) ... 일단은 남아있고 싶어. 이제 와서 머글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서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변의 눈치 슬 살피고는, 낮은 목소리로 작게 덧붙인다.) 내가 바란다고 남아있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2VERGREEN_ 그래, 고마워. (잔웃음과 함께 느긋이 테이블에 기댔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머글 태생의 딜레마 아니겠어. 우리가 배운 것들은 다 여기 있으니까.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넓게 훑었다.) ...살아남는 게 목적이라면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는지가 문제겠지만...
@Edith 맞는 얘기야.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목숨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겠지.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서 내렸던 선택이 언제 다시 와서 내 목을 조르는 위험이 될지 알 수 없는 시대니까. (손 들어서 빠져나온 머리칼을 공연히 괴롭히다가 어깨 으쓱한다.) 참 어려운 것 같아. 그치?
@2VERGREEN_ 우리는 항상 불합리와 전쟁의 시대를 살았지. 어쩌다 당사자가 된 것 뿐이야.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불운하게도. (간극.) 그렇다 해도 선택은 해야 해. (이디스는 힐데가르트의 선택이 자신과는 다를 것이라 막연히 짐작한다. 당신의 올곧음에서 비롯된 선택은 아마 그가 하지 못했을 어떤 것일 거라고...)
@Edith ... 어떤 이유도 규명할 수 없을 테니까, 불운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네. ... 넌 어떻게 살아갈 건지 이미 선택한 것처럼 말한다? 정확히 어떤 계획인지 묻지는 않을게. (테이블에 팔을 베고 누워 당신을 올려다본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 ... 불운하게도.) 난 너랑 싸워서 이길 자신 없거든, 머레이 선생. (그렇다면 지금은 우습게 웃어넘길 때였다.)
@2VERGREEN_ 뭐, 내가 원한다고 삶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이니 어쩔 수 없지. (턱을 괸 채 시선을 마주한다. 슬퍼하기에 이 시대에서 불운은 너무 흔하다... 그렇다면 웃을 수 있을 때 웃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네 어둠의 마법 실력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Edith ... 하지만 왜 결국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건 인정하기가 어려운 걸까. 괜스레 남 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아? (어쩐지 당신 앞에서는 자꾸 이런 질문이 나왔다. ... 어딘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거기에 '방어술' 좀 붙여줄래? (목소리가 으례 그랬듯 장난스럽다.)
@2VERGREEN_ 왜 없겠어.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변명하면 편하잖아. 그것마저도 내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좀 짜증나네. (반쯤 농담조다. 그 또한 당신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곤 했지만... 동시에 당신과 자신은 다르다고 느낀다. 제멋대로인 생각이지만 힐데가르트가 저와 같아지는 걸 원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오, 미안. (작게 키득인다.) ‘방어술’ 말이야. 아무튼 실력이 괜찮잖아?
@Edith 잠시만, 어지럽다. 모든 것을 선택한 것은 내 몫이고, 그걸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기로 선택하는 것도 내 몫이고, 이걸 내 몫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내 몫이고... (마트료시카 마냥 말을 죽 늘어놓고는 피식 웃는다.) ...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건데, 뭐. 그렇게 말하는 너도... 실력이 대단하잖아, 한결같이.
@2VERGREEN_ 됐어, 됐어. (손 휘젓는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자. 적어도 지금은. (씩 웃고.) 난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겸양이 아니라 정말로. 지금 상황은 이렇지만...... 내가 마법사라는 건 꽤 행운이었다고 생각해.
@Edith 나중에는 하기 싫어도 실컷 해야 할 텐데, 뭐. (반쯤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켜 팔을 위로 들고 쭉쭉 늘린다. 찌뿌둥한 듯이 작게 으으, 하는 소리를 낸다.) ... 사실 왜 하필 '우리'인 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 근원을 찾을 수 없는 머나먼 가족 중에 마법사가 있었다고 해도, 많은 이들 중에서 우리가 '선택받은'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래, 행운이겠지. 넌 예전부터 이 세계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
@2VERGREEN_ 오. (눈 깜빡.) 그건 별개지. 여긴 여러모로 엿같아. (태연한 얼굴로 악평을 내놓는다.) -물론 난 염세론자 따위는 아니야. 어떤 세계에든 명암이 있다는 말이지... 예를 들면 그래, 내 발목을 잡는 것들을 여기선 신경 안 써도 되거든.
@Edith 엿... ... 너 그런 말도 쓸 줄 알았어? (당신을 제법 모범생 반열로 생각하기라도 한 것인지, 조금 느리게 눈을 끔뻑이며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묻는다.) 머글 세계에는... 네 발목을 잡는 게 있었나 보네. 널 성가시게 하는 애인이라도 있었어? (당신이 그리 얘기하는 것이라면, 무언가 '심각한' 사정이 있을 것만 같아서, 일부러 너스레를 떨고.)
@2VERGREEN_ 날 어떻게 보고 있었던 거야? (미간을 좁혔지만 실제로 불쾌했던 것 같지는 않다.) 애인은 무슨. 별 대단한 건 아니고... 머글이었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을 것 같아서. (어깨 으쓱.) 우리 아빠의 말을 빌리자면 ’타고난 자리‘에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