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leclark739 계곡이라니, 전쟁 중인데 유유자적이시군. (그러는 루드비크도 머글 세계로 몇 번 여행을 다녀왔었다.) 요즘은 관심사가 바뀌었나 보던데 그래선가?…
@Kyleclark739 아직 안 받았지만, 만약 받았다 쳐도 네가 봐서 뭐 할 거야? (건빵 몇 개 주워먹으며 건성으로 이어 말했다. 좀 속상한 티를 내는 것 같기도 하다.) 너 되게 열의 없어진 거 알지? 물론 예전에도 그랬긴 한데, 지금 같지는 않았어.
@Kyleclark739 친구 사이에 위계 가지자고? 넌 군인도 불사조 기사단원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래야 해. (음료도 야무지게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 넌 군인이었던 적이 없잖아. 죽지도 않았고. 비유가 근본적으로 틀렸어, 클라크.
@Kyleclark739 (한 입 더 마신다.) 삼촌 것은 세 개. 아버지는 열한 개. …아버지와는 만난 적 없지만 하여튼 그래. 이게 왜 알고 싶은데?
@Kyleclark739 난 이미 불사조 기사단의 일원이야. (반쯤은 군인이라는 뜻이다.) 졸업하면 전선으로 갈 거고, 거기서 싸우다 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지, 그건. (입 안으로 ‘희생’을 읊조린다.) 그래,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 …우리 아버지는 독소전쟁에 참전하셨어. 그러니까 넓게 보면 유럽인의 절반을 살린 셈이지. 훈장 열한 개는 그냥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무 가치 없는 고철도 아니고.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카일을 응시한다.) 넌 훈장 몇 개쯤을 원하냐. (다시 말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고 있다.)
@Kyleclark739 나한텐 우리 아버지의 훈장의 개수로 사람을 몇이나 살렸을지 물어봐놓고, 너는 그건 남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니 대답을 않겠다고? 불공평한데. 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사실이지만.
@Kyleclark739 하지만 앞으로 군인이 되려고 마음 먹을 수는 있는 거잖아. (가만히 카일을 응시한다.) 난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도 군인이 되었을 거야. 기실 그분에 대해 알기 전부터 꿈꾸었던 일이니까. 하지만… 그래.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 …이번 전쟁이 끝나면 만나러 갈 거야. (‘전쟁영웅이 되어서.’) 아님 뭐 아버지한테 전사 통지서만 갈 수도 있는 거고… 전쟁은 원래 그런 거니까. 사람이 쉽게도 죽지.
@Kyleclark739 평화를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 마음도 동하지 않을 테지만. (‘카일 클라크, 너는 구태여 따지자면 어느 쪽일까? 넌… 전쟁을 싫어하진 않지. 그러나 더 이상 고대 전쟁사에 열을 올리지 않아. 하다못해 평화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고. 너의 진실은 뭐야?…’ 묻지 못한 물음 대신 답변을 했다.) … …내가 온 곳은 평화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자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야. 너무 끔찍한 전쟁을 겪었으니까, 전사한 이들, 수백만 명이 넘는 그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신성시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지. 영국 마법사들의 세상과는 달라. 네가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모르겠다만…
마법사 간의 전쟁에서는 사상자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잖아. 안 그래?
@Ludwik (그의 진실은 보잘것없다. 그가 한 번이라도 평화의 가치를 생각해보지 않고, 근대 어느 국경을 두고 개전부터 종전까지 죽어간 병사의 수를 세어보지 않음은 어린 시절 '전쟁'이 아닌 '승리'에 관심을 가졌던 탓이다. 그는 중요한 것을 잊지 않은 눈앞의 동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과 달랐다.) 그래, 내가 좋아하던 전쟁과 지금 네가 말하는 전쟁이 이제 다른 것 정도는 알겠어. 아직 그 가치는 모르지만, 다르다는 건 알아. (그리고 조용해졌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가 말했다. '마법사 간의 전쟁에서는 사상자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잖아.' 카일 클라크는 얼마 전 불사조 기사단의 전장에서 사망한 형의 여자친구, 데보라 사라 펠로시를 떠올렸다. 창틀이 복도에 일그러진 격자 무늬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Ludwik (카일 클라크는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머글 전선의 화기와 훈장에 미쳐 마법사 세계의 숭고한 주검을 손바닥 크기의 개묘지 취급하는 군인의 아들에게 주먹을 날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참하다. 나 방금 네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화가 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녀의 죽음은, 마법사의 전투는 그에게 아무 슬픔도, 분노도 남기지 않는다. 그 사실만이 비참했다. 카일 클라크는 자신이 포기한 것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앞에서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네가 온 곳 이야기를 더 해줘. 거기 사상자는 얼마나 많아? 이번에는 나를 정말 화나게 해야 할 거다.
@Kyleclark739 무엇이 비참하다는 거야?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무지하다. 그것은 군인의 아들인 동시에 민간인의 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인가? 언덕 위의 고립된 세상에서 인민 공화국을 선망만 하며 살아온 까닭인가? 무엇일지언정,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이 그런 건데. 마법사들의 내전은 중세적 그것과 같아. 머글들과는 다르지.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머글들의 전쟁과는… 달라. (그러나 본질은 같았고,)
(그는 다만 무기질적으로 답한다. 슬픔에 무뎌진 것처럼. 거대한 숫자에 잠식당한 것처럼.) 2차 대전 동안 폴란드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해 6백만 명이 사망했어. 부상자와 피난민까지 포함하면 수천만 명쯤 될 테지. 내 조부모님이나 다른 친척들도─만나 본 적은 당연히 없지만─ 그때 죽었다던데, …너는 이런 얘기 별로 안 듣고 싶어하지 않아?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의 영광에 관심이 있던 게 너 아닌가.
@Ludwik (2차 대전, 6백만, 부상자와 피난민까지 포함하면 수천만, 체감조차 되지 않는 숫자를 말하는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크게 슬퍼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머글의 역사책-그는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 지나가듯 지나가듯 본 군인의 얼굴과 더 닮아있었다. 기습 침공 앞에서 허물어진 방어선을 붙들고 지원 병력을 기다리는 흑백의 군인들, 전우도 죽고 수도를 버리고 피난을 간 가족들도 공습에 뼛조각 하나 안 남기고 사라졌는데 너무 얇고 먼 전선은 여전히 쥐고 버텨야 하는 이들의 텅 빈 표정.) 아니야, 마법사의 전쟁도 참담한 것 같아. (그는 그런 비극에 감히 잠식된 것처럼 루드비크의 것을 흉내내어 말했다. '이 전쟁통에서 나는 왜 아무것도 느끼지 않지?' 모종의 권태와 부끄러움 속에서 진심으로 분노하고 슬퍼해보려고.) 나도 너처럼 뭐가 참담한지 생각 좀 해볼게.
@Kyleclark739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이는 제1세계 출신 영국인 마법사와 — 제2세계 출신 폴란드인 마법사의 차이인가? 혹은 보다 근본적인?… 루드비크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무슨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