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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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Guys

2024년 08월 02일 20:30

(그리핀도르 테이블 맨 끝에서 손바닥만한 책을 뒤적거리며, 한 손으로만 식사하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글씨를 들여다보느라 포크가 헛손질을 반복한다.)

yahweh_1971

2024년 08월 02일 20:41

@HeyGuys
(포크를 가벼이 겹쳐쥐어 음식을 푹 찍어주었다. 이어 아무렇지 않게 곁에 앉는다.) 새학기인데 인사 한 번 없이 구석이라니, 가이. 방학은 어땠어?

HeyGuys

2024년 08월 02일 21:34

@yahweh_1971 (포크와 손을 한 번 봤다가,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제야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조금 민망한 것 같다.) 나 혼자서도 포크질은 할 수 있는데. 음, 이 책이 너무 재밌어서 그쪽 테이블까지 돌아볼 정신이 없었네. 내 방학은 늘 그렇듯 끝내줬지. 너는... (아주 짧은 간격.) 잘 지냈고?

yahweh_1971

2024년 08월 02일 22:03

@HeyGuys
무슨 책인데? 소개해줘. (손을 뻗어 음식 접시를 끌어온다. 다른 기숙사 복장으로 스스럼없이 닭다리를 똑 떼어 포크를 꽂았다.) 나는...... 그래, 잘 지냈지. 끝내줬다고도 할 수는 있겠네. 심경의 변화가 좀 있었거든. (다리를 해체했다.) 역시 좀 쉬어야 하나봐. 머리가 좀 식었어......

HeyGuys

2024년 08월 03일 02:34

@yahweh_1971 그냥 시집인데... 너 시도 읽던가? (고기 요리에 곁들여진 아스파라거스를 쿡 찌른다.) 그래...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말야. 헤어 패션은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지. (짐짓 진지한 척 말을 맺는다.) 푹 쉬었다면 다행이고. 포토푀 먹을래?

yahweh_1971

2024년 08월 03일 18:03

@HeyGuys
시라면...... 활자가 부족할 때나 가끔. (닭고기가 실처럼 가늘어졌을 무렵 드디어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적당히 깨작인다.) 널 이해하기 위해 시집에 삼십 분 정도를 투자할 의향은 있지만. 올해의 가이는 헤어가 그리 달라지지 않아서- 분석해내려면 다른 단서들에 의존해야 할 것 같거든. 브로콜리랑 양배추만 덜어줄래?

HeyGuys

2024년 08월 04일 02:10

@yahweh_1971 '활자가 부족할 때'라, 그 표현 정말 시적이고 진성 책벌레처럼 들리는군. (칭찬이야. 덧붙인다. 수프 그릇에서 야채를 덜어내 당신 앞에 놓는다.) 약간 더 엉킨 정도지. 하지만 이건 가벼운 심심풀이용이라, 머리카락만큼 결정적인 단서는 못 될 걸. (짧은 간격.) 무슨 일 있었어?

yahweh_1971

2024년 08월 04일 18:16

@HeyGuys
'진성'과 '벌레'와 칭찬이 한 문장에 들어가다니, 언어의 마법사가 됐네. (대꾸하며 눈짓으로 인사했다. 흐물해진 브로콜리를 씹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시에도 이렇게나 몰입하는 거야? 나는...... 글쎄, 내 '결정적인' 머리카락보다 이쪽이 더 흥미롭다. (조금 웃고.) 그냥 재밌게 보냈어.

HeyGuys

2024년 08월 05일 03:45

@yahweh_1971 최근 들어 몇 시간씩 활자와 춤 연습을 하는 못된 버릇이 들어서. (가이식 농담의 표현은 해가 갈수록 난해해져만 간다. 당신의 대답을 듣고, 역시나 한 번 더 묻지 않는다. 대신 다시 책으로 화제를 돌린다.) 잘 지냈다면 다행이고. 이봐, 유명한 작가는 괜히 유명해진 게 아니더라. 호그와트의 만찬을 마다하게 만들 정도면 아주 훌륭한 심심풀이 아냐?

yahweh_1971

2024년 08월 05일 14:19

@HeyGuys
그야말로 못된 버릇이네. 홉킨스틱(*Hopkinstic, 없는 단어)해져가고 있잖아, 가이. (시집 위론 시선이 잠시간 머무를 뿐이다. 말마따나 시에는 영 흥미가 없지만.) 그래...... 심심풀이론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 멋들어진 작가가 누군데? 윌리엄 예이츠? 요즈음의 난세에선 이니스프리로 떠나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아.

* 《이니스프리 호수》인용

HeyGuys

2024년 08월 06일 20:18

@yahweh_1971 그러는 너야말로, 도서관 대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결투장을 선택하곤 했으면서? 그건 가이의 방식이지. (고개를 젓는다.) T.S.엘리엇. 호수 물결이 찰싹이는 소리는 호그와트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으니까.(*같은 시 인용) 호수는 있지만 포도와 평화가 없는 곳에서는 이 작가도 나쁘지 않아.

yahweh_1971

2024년 08월 07일 01:23

@HeyGuys
내가 아는 T.S.엘리엇은 황폐한 사람인데. 부디 그걸로 네 심리를 짐작하는 것은 지나칠 것이라고 말해줄래? (그에 대하여 잘 알진 못하지만. 몇 편 읽었던 시들을 돌이키며 잠시 웃었다. 그리 즐거운 기색은 아니다.) 하긴, 쥘이 《멕베스》와 《오셀로》에 심취했다는 걸 감안하면...... 즐기는 창작물이 독자를 대변하는 건 아니긴 해.

HeyGuys

2024년 08월 08일 10:22

@yahweh_1971 그럼. 쥘이 비극적인 왕이 될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내가 시집을 읽다가 마음이 황폐해져서 라일락 구근처럼 묻힐 일도 없겠지. (감자 요리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따지자면, 나는 문학을 깊이 좋아하거나 심취한 사람도 아니고 말야. 독서광은 나랑 그다지 어울리는 별명은 아니지, 안 그래?

yahweh_1971

2024년 08월 08일 23:46

@HeyGuys
모를 일이지. 쥘의 목소리로 《오셀로》의 대사라면 들어보고 싶은걸. "오, 주인님, 질투를 조심하세요......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 맛있게 먹어치우는 잎사귀 빛깔 눈의 괴물이니까요." (애정을 곁들여 가벼이 흉내내곤 웃었다. 식사라면 마쳤다.) 나도 문학광은 아니지만...... 읽을 것이 없으면 문학만큼 좋은 것이 없지. ...... 이런. 정말 독서광처럼 들리네.

*《이아고》인용, 원문: 오, 주인이시여, 질투를 조심하시옵소서. 질투는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며 먹이로 삼는 녹색 눈의 괴물이니까요.
O, beware, my lord, of jealousy;
It is the green-ey’d monster which doth mock
The meat it feed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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