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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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Guys

2024년 08월 02일 20:30

(그리핀도르 테이블 맨 끝에서 손바닥만한 책을 뒤적거리며, 한 손으로만 식사하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글씨를 들여다보느라 포크가 헛손질을 반복한다.)

Raymond_M

2024년 08월 02일 22:23

@HeyGuys
(옆에서 보다가 완두콩 콕! 찍어서 당신의 입가에 가져다댄다.)독서 삼매경이네. 그게 네 친구보다 재밌어?

HeyGuys

2024년 08월 03일 02:36

@Raymond_M (무심코 받아먹고 슬쩍 인상을 찡그린다. 그래도 끝까지 잘 씹어 삼킨다.) 으엑, 콩이잖아. 한눈판다고 벌주는 거야, 지금? (책을 덮고, 씩 웃는 얼굴로 돌아온다.) 아무렴 너보다 재밌는 게 또 있으려고. 방학은 잘 보냈어, 레이?

Raymond_M

2024년 08월 03일 18:40

@HeyGuys
밥 먹을 때 딴 짓 하는 학생은 벌을 받기 마련이지. 무슨 책을 그렇게 보는거야?(고개를 쭉 빼고 책 제목을 살핀다.)이번 방학때는 본의아니게 칩거생활을 해서 그런가, 호그와트가 천국으로 보일 지경이야. 정신이 없어서 편지 한 장 보낼 수나 있어야지. 넌 어떻게 지냈어?

HeyGuys

2024년 08월 04일 02:34

@Raymond_M 그냥 시집. (제목 아래 저자란에는 'T.S.엘리엇'이라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책 먹을 때 식탁에서 깨작거리는 학생도 사서의 불호령을 받게 되고, 그래. 아무래도 지난 방학은 다들 집안에 틀어박혀 보내는 기간이었나 보네. 난 두 달 동안 책이랑만 대화했더니, 지금 이렇게 수다떠는 것도 어색하다.

Raymond_M

2024년 08월 04일 18:54

@HeyGuys
그럼 이제부터 익숙해지는 것도 좋겠지. 학기말에는 토론클럽까지 있을텐데, 책과 놀며 잔뜩 공들여 쌓은 문장을 발화하지 못해서야 곤란하잖아.(당신의 시집을 보던 그가 한쪽 눈썹을 홱 치켜 올린다.)동의해? 그 말 말이야. 4월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잖아.

HeyGuys

2024년 08월 05일 03:57

@Raymond_M 그래. 익숙해질 때까지 네가 나랑 수다를 잔뜩 떨어주면 되겠다. 각오해. 사람이 하루종일 입을 다물지 않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 (킥킥 웃는다.) 흠... 그 작가는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다'고 했지. 동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문장이 내게 인상깊었던 건 틀림없어. 그리핀도르 휴게실의 벽난로가 너무 따뜻해서일까? (결국은 또 실없는 농담으로 끝맺는다.)

Raymond_M

2024년 08월 06일 01:58

@HeyGuys
물론 네가 먼저 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이지이.(눈 가늘게 뜬다. 이어지는 대답에는 한쪽 눈썹을 밀어올렸지만... 썩 수긍하는 태도는 아니다.)매번 그런식으로만 넘어가려고 들지 말고. 내가 내 친구의 속 하나도 온전지 짐작을 못해서 학기말 토론대회를 애타게 기다려야 직성이 풀리겠어?

HeyGuys

2024년 08월 07일 14:36

@Raymond_M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찡긋거린다.) 이봐... 그냥 시 한 구절이잖아. 큰 의미 없이 한 말이야, 정말로. 4월은 한참 멀었고, 겨울은 두 발짝 더 남았지. 벌써부터 계절의 잔인함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평소보다 부드러운 말투로, 그러나 평소처럼 스리슬쩍 말을 넘긴다.) 그러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4월이나, 뭐, 다른 거라도.

Raymond_M

2024년 08월 08일 19:26

@HeyGuys
오늘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네가 모를 리 없다고 보는데.(이편과 저편 사이 어딘가. 이쪽과 저쪽 사이 어딘가. 당신의 자리는 항상 그곳이다. 모두들 여기다, 저기다, 추측하고 떠들어대길 좋아하지만 단 한번도 당신의 입으로 밝힌 적 없는 '거기 바로 그곳')얼음이 녹으면 그 아래 잠들어 있던 시체가 드러나겠지. 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봄의 충동질에 일어나 간신히 두 팔을 뻗을테고.(그의 손이 당신의 책 표지를 짚는다.)그렇다면 우리는 결정해야겠지. 야속한 겨울을 다시 끌어와 황무지를 덮을지, 그게 아니면 천둥이 치는 그 아래서 비를 맞을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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