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leclark739 자, 우리 아기 사자들. 저기에 너희가 좋아하는 초코 퍼지 케이크도 있네, 얼른 가봐! (손 휙휙 저으며 당신 옆에 있던 후배들을 쫓아내고는 빈 자리에 앉는다.) 안녕, 카일. 계곡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2VERGREEN_ 난 내가 거기 시험지를 버리고 오게 될 줄 알았어. 결국 안 그러게 된 건 네 덕이지? ('그래서 초코 퍼지 케이크 어디,' 찾기 시작했다.) 너 방학에 바다 갔다 왔어? 계곡보다는 나았을 거 같은데.
@Kyleclark739 나도 부모님이 보기 전에 집 앞 마당에 성적표를 묻어야 할 줄 알았는데. 어깨 좀 피고 다닐 수 있었던 건 네 덕이고. (웃으며 말한다. 턱 괴고 테이블에 있던 사과 던졌다 받는 장난 중.) 방학하고 얼마 안 되어서, 7월달에 2주 정도? 갔다가 상어한테 물릴 뻔 했다. (물론 장난이다!)
@2VERGREEN_ 전쟁통에서 새 사탕이 잘 나오나? 사탕 껍질 까는 일꾼으로 우리 아빠 고용해줘. 일자리 없다. (바닷가에 있는 힐다의 부모님, 그 사탕 가게가 잘 있는지 묻는 듯 하였다. 초코 퍼지 케이크가 담긴 그릇을 가지고 와서 힐다가 쥔 케이크에 하이파이브하듯 가볍게 부딪혔다.) 상어 왜 안 데려왔지, 언니 부부 런던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거긴 상어 없어?
@Kyleclark739 뭐라는 거야. (낄낄 웃으며 대꾸한다.) 잊은 것 같은데, 나는 그 혈통차별주의자들이 사랑해 머지않는 순수한-머글 태생 마법사라고. 우리 가게는 머글들이 사는 마을 한복판에 있지. (그러니까, 적어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격당하기는 힘들 거라는 뜻.) 아직은 괜찮아. 계속 이런 식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런던에서는 못 봤어. 사실 포츠머스에서도 못 봤다. 뭐, 멀리 나가면 살긴 살겠지?
@2VERGREEN_ (그는 그 무렵 혈통차별주의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농담처럼 나온 말 뒤에 숨겨진 경중을 가늠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어쩌면 영영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아득한 느낌과 함께... 바닷마을 어딘가의 사탕 가게를 머릿속에 희미하게 그려보았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1977년 전반이 그에게 그러했다. 명확하지 않았다.) 너네 가게는 무사했으면 좋겠어. 너네 언니 부부도 무사했으면 좋겠고. (편한 말이다. 선택적이다.) 상어 찾으려면 생선 가게나 수족관엔 가야 할 거 같아.
@Kyleclark739 고마워. 아마 괜찮을 거야. (그리고 힐데가르트는 그것이 낯설지 않았다. 편하고 선택적인 말 사이에서, 적어도 당신의 말이 걱정을 담고 있다는 것 정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생선 가게에 상어가 파나? 수족관에는 확실히 있겠지. ... 그 녀석들도 도살된 채로 가판대에 널려있거나 인간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보다는 바다에 있는 게 좋겠지만 말이야.
@2VERGREEN_ 졸업하고 한 번 찾아가도 돼? 나는 초대할 곳이 없긴 하지만. (그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 지하실을 생각해보다가, 곧 머릿속에서 지웠다.) 나중에 바다 위로 세모 지느러미 같은 게 보이면 한 번 알려줘. 상어가 도살되거나 유리 안에 갇히지 않고 바다에 잘 살고 있다고. 그나저나, 바다에 사는 거 중에 뭐 좋아하는데?
@Kyleclark739 너 원할 때 아무 때나 놀러와. 보답은 없어도 되고. 원래 착한 일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드넓은 바다를 생각한다. 런던의 좁은 집에 갇혀있을 때나 혼란 속의 호그와트에서 머무를 때면 유독 그리워지는 그곳을.) ... 바다거북? 상어는 직접 본 적 없지만 그건 직접 본 적 있으니까. 등에 타려고 시도하다가 떨어졌었지만.
@2VERGREEN_ 그래, 돌고 돌아 착하지 않은 사람도 착해지길. 선물로 가져갈 만한 건? 사실 머글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가게에, 뭘 선물로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아빠 먼지 쌓인 논문? 덧붙여 농담하고 웃었다.) 나는 상어 본 얘기보다 바다거북 본 얘기가 더 신기해. 더 해줘.
@Kyleclark739 글쎄? 정 뭘 가져오고 싶으면 맛있는 거라도 챙겨 오던가. 우리는 두 손 가볍게 온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니여서... (덧붙인 농담에는 "그것도 괜찮고," 덧붙이며 작게 웃는다.) 어렸을 때 아빠랑 싸우고 집을 나갔다가, 해변가에 뭔가 거대한 게 놓여있길래 가까이 가보니... 걔가 머리를 내밀지 뭐야. 그때 거북이인 걸 알았어. ... 너도 이런 동물들 좋아해?
@2VERGREEN_ 뭐 드시고 싶어하시는데. 질리도록 먹었던 버터맥주 말고, 아니야. 우리만 질리도록 먹은 걸지도 몰라. (동물을 좋아하냐는 말에 '아마테라'라 이름 붙였던 자신의 올빼미를 떠올렸다. 이젠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내가 못나서 동물한테 정을 못 붙여. 꼭 큰 개 얘기하듯 얘기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집에 가져갔어? (거북이, 얘기였다.)
@Kyleclark739 난 이제 슬슬 버터맥주라고 하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어. 그 날 너무 과식했었다니까. (그 날이라고 한즉, 아마 O.W.L 성적표가 나온 날을 말하는 것 같다...) 아니, 너무 커서 집에는 못 들고 가겠더라고. 그때 나는 진짜 이만했단 말이야. (한 1m쯤 되는 높이에서 손 흔든다.) 아마 들고 갔어도 집에서 쫓겨났을 걸? ... 그리고 너 스스로한테 못났다고 하지 마. 진짜 그러다가 못난 사람 된다?
@2VERGREEN_ 후하게 말해주는 경향이 있어, 너는. 졸업하고도 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기억날 것 같다. (무료함에 시달리며 간혹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다닌다. 그런 그가 성이 아닌 이름으로 여전히 부르고 있는 친구는 정말 많지 않았다.) 1미터 힐다, 지금이랑 별로 다르진 않았을 것 같은데. 너는 거북이 등딱지나 만지고 나는 이상한 머글 소식이나 듣고 있던 애 때 말이야, 훗날의 OWL까진 예상했어도 지금의 전쟁까진 예상했었을까? 아득하다.
@Kyleclark739 봐야지. 안 볼 거야? 와, 방금 그 말 엄청 서운한데. 나만 졸업하고 나서도 동창회 겸 모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지금이랑 별로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소리에는 잠시 분노한 듯 했으나... 이어지는 말에 정신이 팔려 다행히 넘어간다.)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겠지. O.W.L도 예상을 못했는데 - 그야, 난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머글 태생이니까. - 전쟁을 어떻게 예상했겠어. (간극.) 넌 한 번이라도 전쟁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어?
@2VERGREEN_ 그럼, 힐다, 그때 나를 불러줘. 바닷가를 지나가는 열차여도 좋을 것 같다. 네 버터맥주는 내가 사고 싶어. (그는 먼 곳의 바닷소리를, 그리고 어째서인지 4학년의 어느날 힐다와 마셨던 많은 양의 버터맥주 향을 떠올렸다.) 이런 세계를 아예 예상 못했는들... 나는 네가 누구보다 이 세계에 멋지게 적응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전쟁통의 학교에서 하기엔 이상한 소리였지만, 카일 클라크에겐 거짓이 아니었다.) 난 고대 전쟁사를 들들 외우고 다녔어. 옛날의 위대한 정복과 승리에 푹 빠져있어서, 더욱 현실의 불길과 비명과 구체적인 분란을 예상 못했어.
@Kyleclark739 환영이야. 내 버터맥주는 네가 살 거라는 그 말, 잊으면 안 된다? (씩 웃어보인다. 이어지는 말에는 눈 데굴 굴린다.) 내가 잘 적응했다고? 아서라, 네가 잘 몰라서 그래... ... 특히나 먼 옛날은 지금만큼 복잡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상은 역사 속처럼 영예로운 승리와 치욕적인 패배로 이분되지 않잖아.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손 허공에 저으며 적당한 말을 고르려 고민한다.) ... 좀 답답하지. 나누어떨어지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게다가 지난 역사는 잘 와닿지도 않으니 더더욱 그래. 그 사람들도 한때 우리처럼 평범히 살아갔을 존재들처럼 느껴지기보다는, 그냥 등장인물처럼 느껴지잖아.
@2VERGREEN_ 7년을 허무하게 보낸 것 같아, 라고 했을 때 네 얼굴이 떠오르지는 않으니까. 요컨대 너는 뭔가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고뇌한 느낌이야. 열심히... (그는 속단일지도 모르는 말을 꺼내며 마지막 단락에 유독 많은 생각을 실었다.) 네 말이 맞아. 승리와 패배, 승리를 기뻐하나 온전히 즐길 자격은 없는 사람. 패배에 치욕스러워하나 잃지는 않은 사람, 어느 쪽에도 관심 없다는 듯 굴지만 사실은 싸우고 싶었던 사람... 그런 자잘한 걸 기억하기에 시간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야. (뜸.) 모든 등장인물을 기억할 수는 없듯.
@Kyleclark739 ... 열심히 놀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아마 호그와트에서 나만큼 쳐볼 수 있는 장난을 다 쳐봤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짐짓 진지한 목소리였다가, 이내 또 장난스럽게 돌아왔다가... 언뜻 듣기에는 꼭 두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이어나간다.) 싸우다가 어느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멈춘 사람, 승리하는 쪽에 붙기를 선택한 사람, ... 그리고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사람. 셀 수가 없이 많지. (간극.)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도 그런 등장인물들처럼 남게 될까? 그게 역사의 흐름이니까?
@2VERGREEN_ 적어도 호그와트 역사책 한켠에는 네 이름이 실리지 않을까, 장난의 대부분은 쳐봤다고.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지나간 것을 이야기하듯 쓸쓸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 셀 수가 없이 많아. 그걸 역사가 다 셀 수 있을 만큼 자비가 있지도, 한가롭지도 않아서 그냥 승자와 패자로 간편하게 이분한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졸업을 몇 달 남겨둔 7학년의 막바지, 창밖은 흐렸다. 구름 모양은 알기 힘들었다.) 이름이 실리길 원하지 않아. 네가 등장인물이라면 어떨 거 같아, 힐데가르트 마치. (그는 드물게 성과 이름을 모두 불렀다.)
@Kyleclark739 (당신의 그 호명이 낯설다. 한참 동안 손가락을 세워 테이블을 두들긴다. 대답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에야 다시 입을 연다. 목소리는 낮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하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 다만... 이런 나라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욕심을 부려본다면... 더 많은 주인공이 기억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가능하다면 내게 주어진 자리를 양보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마음이, 신념이, 흐려지지 않고 온전히 기록되도록. ... 나의 자리를 비켜주고 싶어. 그런다면 행복해질 것 같아. (간극. 당신을 눈에 담는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카일 클라크?
@2VERGREEN_ (카일 클라크의 이름도 불렸고 힐데가르트 마치의 이름도 불렸다. 두 이름이 온전히 불렸고,) 나는 내 자리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게 할 거다. 그렇게 비켜주지 않을 수 있게, 누구와도 눈이 마주치지 않게. (대답은 서로 달랐다.) 너는 올곧네. 진심이야. (그는 뭔가를 직감한 듯 창밖을 보았다.) 누구를 가장 지키고 싶어?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하느냐,와는 조금 다른 질문이었다.)
@Kyleclark739 하지만 그 길은 너무 외롭지 않겠어? 기록되지 않으며, 동시에 인지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잖아. 그 길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걷기를 선택했던 자신에게, 당신의 말은 어딘가 서글픈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올곧다는 말은 다른 애들한테나 어울려. 내 마음은 헤픈 데다가 항상 흔들리거든. 꼭 누구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그냥... 다들... 내가 지킬 수 있는 한 모두. ... 한 명도 제대로 못 지켜내지 못하겠지만. (느릿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창밖을 바라본다. 흐리다. 나아갈 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안개와 구름이 짙다.)
@2VERGREEN_ 고독이나 외로움을 선택한 게 아니야, 나는 혼자 서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몇 번 봤었는데 그건 되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건, 비겁함이야. 그는 마음 속으로 말했다.) 내겐 그런 용기가 없는 것 같고. 글쎄, 나도 누가 날 지키는 게 싫고, 누굴 지키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이상하게 네가 누군가를 지킨다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바로 네 옆에 있는 사람을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카일 클라크가 아는 힐데가르트 마치는 그랬다. 그건 카일 클라크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무거운 하늘을, 먼 창밖을 보며 눈을 잠깐 감았다.)
@Kyleclark739 (도서관에서 함께 새웠던 수많은 밤 뒤로, 나누었던 대화들 뒤로, 힐데가르트 마치는 무언가를 깨달았었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나약하고 비겁한' 인간으로 규정짓는 사람들이라고. 아주 다른 것일지라도,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 주제 넘게도.) 이건 용기가 아니야,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기에 어리석게도 그러쥐는 미련함이지. (간극.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따라 눈을 감는다.) 어떤 길이든... 그것이 네 선택이라면, 끝까지 걸어가면 돼. 우린 그 끝에 무엇이 있을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선택에 대해 후회하진 않았으면 좋겠네, 너도, 나도.
@2VERGREEN_ ... 어리석고 미련해? (이곳은 먹먹한 오후, 기억속을 스쳐지나가는 건 호그스미드의 술집 풍경이기도, 수많은 날,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공부를 했던 도서관의 높은 천장들이기도 하다. 그 돌아오지 않을 모든 날들 끝에 있는 건,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말하는 친구의 서늘한 녹색 눈었다.) 이런 결론을 내리려고 7년을 버틴 건 아닐 텐데. 인정해야 하니까 이제 어른인 건가봐. (간극.) 그래, 후회하지 말자. 힐다. 7년 동안 즐거웠다. (그리고,) 허무해. (그는 마침내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너와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Kyleclark739 ... 어떤 사실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부정할 수 없어. 벗어날 수도 없고. ... 글쎄, 이렇게 구는 걸 멈추지는 않겠지만... 인정은 해야하겠지. 살아가야 하니까. 더 이상 어린애처럼 눈을 가리고 떼를 쓸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그는 이미 이런 날이 다가오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애써 부정하고, 도피하고 싶었던 사실을 '제 스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라고. ... 모든 것이 허무했다. 그렇기에 지금은, 당신을 끌어안을 힘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또다시 방조하기를 선택하자.) 나도야. 네가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니...
@2VERGREEN_ 그래, 이제 애가 아니야... 호그와트 밖으로 뛰쳐나가 네 가지 색의 망토들을 하늘로 던지지도 않고 갑자기 명패를 받지도 않아.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된대. 곧. (그는 테이블을 불규칙적으로 두드렸다. 비가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창밖을 볼까 했지만, 아니야, 그는 어디를 보아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졸업한 첫날에 뭘 버리는 게 좋을까. 짐이 너무 많을 거 같은데.
@Kyleclark739 더이상은 퀴디치나 기숙사 점수 따위의 '하찮아보이는' 것으로 겨루고, 우승컵에 기뻐하지도 않겠지. 서로를 죽이지 않을 수준의 결투 대신에 당장 주문 하나하나에 삶과 죽음이 오가는 싸움이 벌어질 테고. (제 손으로 전해져오는 테이블의 진동을 느끼며 창밖을 바라본다. 어느 순간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는 창밖의 너머,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바라본다.) 난 책부터 먼저 처리할 생각이야. 그게 부피를 제일 많이 차지하더라고... 교복도 버려야 하고. 난 물려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2VERGREEN_ 퀴디치나 우승컵 같은 거, 그게 1학년 때는 제일 커보였어. 세상에서 가장 큰 승리는 퀴디치 승리인 줄 알았고. 네가 몰이꾼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은 이제 못 보겠다. (전쟁 앞에서 퀴디치 경기는 어쩐지 그저 놀이,를 연상시켰다. 한때는 그 정도 무게가 아니었으며 같은 그리핀도르의 깃발 아래서 울고 웃고를 했었는데, 이젠 목숨이 오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무 놀이터 정도의 인상이 되어버렸다. 그 역시 쓸쓸한 일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다.) 책은 모르겠는데 나도 교복은 버릴 거야.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곳에. 어디가 좋을까.
@Kyleclark739 그러게. 나도 그리울 것 같아. ... 고작 공 하나 잡겠다고 다른 애들이랑 몸싸움까지 벌이며 날아다녔던 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 거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열심이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재밌었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퀴디치가 이제는 그저 '공놀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많은 것이 세월 속에 빛바래, 반짝임을 잃고 그저 기억 속 한 구석으로 밀려날 것이다. 빗소리가 거세다.) 정 버릴 곳이 없으면 태워버려. 그러면 정말 신경을 쓰고 싶어도 아무도 못 쓰게 될 걸. (테이블에 턱을 괴고 중얼거린다. 허무함 속에 빠져 굳이 의미를 부여잡는 일 따위는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다.)
@2VERGREEN_ 재미를 느꼈던 부분들이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나도 덕분에 재밌었어. 비 오는 날 하는 퀴디치 경기가 왜 그렇게 재밌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빗줄기가 창을 세차게 쳐대는 걸 바라보다가 말했다.) 혹시 모르지. 적진의 마법사에게 이런 농담을 해보는 거야. 당신은 날렵해보이는데, 학창시절에 한 수색꾼 하셨었나 봅니다. 나는 몰이꾼이었어요. (벌건 눈알이 조명 어딘가를 공허하게 좇았다.) 그래, 교복은 태우는 게 좋겠다. 그게 너랑 내가 마지막으로 합의를 본 일이 되겠어. 이게 어쩌면, 너와 내 마지막 대화일지도 모르겠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7년 동안, 고마웠다. 비 내리는 창밖을 등지고 그는 그렇게 한참 침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