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주워먹으며 기숙사 배정식을 보고 있다. 지금 먹어둬야 한다. 왜냐하면, 곧 있으면 이 평화는 깨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테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핀도르에 온 걸 환영해! 우리 기숙사는 동쪽 탑에 — 오, 거기 안경 낀 친구는 벌써부터 왜 우니? 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알겠어, 그... 초콜릿이라도 먹을래? (설명해야 할 것은 태산이고,) 우리 기숙사는 용감한 사람들을 위한, 아니, 테오? 시어도어 밀러! 학기 첫날부터 지팡이 빼들고 싸우지 마! 지금 멈추지 않으면 10점 감점할 거야! 니콜, 너도야. 얼른 그 반짝이 폭탄 집어넣지 못해?! (지팡이를 겨누고 장난감을 꺼내드는 후배들을 말리다 보면, 저녁 식사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이 벌써 올해로 3년째! 전쟁 속에서도 어린아이들은 여전하고,
힐데가르트는 이것이 학교에서 맞는 마지막 9월이라는 감상에 잠길 새도 없다.)
@2VERGREEN_
하여간에 신입생들은 언제나 기운이 넘친다니까. 힐다, 아무리 반장이라지만 이거 업무 과중 아니야?(가볍게 박수를 쳐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런 쪽으로는 그를 넘어서는 인물이 별로 없거든.)얘들아, 반장 선배를 너무 힘들게 하면 후플푸프의 성격나쁜 선배가 너희를 잡아먹을지도 몰라!(괜히 겁준다. 그리고는 당신의 어깨를 은근슬쩍 끌어당긴다.)자, 우리는 그럼 우리 할일을 하러 갈까요, 반장?
@Raymond_M (안녕, 어느새 나타난 당신을 보고는 작게 웃으며 손 흔든다.) 그렇게 기차를 오래 타면서도, 피곤하지도 않는지! 우리도 신입생 때 저랬었나? 난 너랑 기차에서 양피지로 비행기를 접었던 것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나서. (당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끌어당기는 채로 죽 따라간다. 옆에 서서는 너스레 떨며 말하다가 또 피식 웃고는,) 그런데 네 말은 좀 정정하자. 너를 가지고 '성격나쁜' 선배라고 하기에는, 더 나쁜 애들이 너무 많지 않아?
@2VERGREEN_
열한살이란 자고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에너자이저들인 법이지. 그래도 보고 있으면 귀엽잖아. 그리고 힐다, 난 아직도 네가 목도리를 끊어먹고 풀숲에서 구른 뒤 교복의 품질에 대해 항의하던 걸 기억하거든.(그때야말로 호그와트 악동들의 전성기였지! 킬킬거린다.)그럼 성격 나쁜 말고 '성격 나빠보이는' 이라고 하지 뭐. 들어온 애들 중 몇몇은 내 얼굴을 보고 딸꾹질 하던데! 나중에 잘 달래줘. 그 선배가 그래도 착한 그리핀도르들은 안잡아먹는다더라, 하면서.
@Raymond_M 열한 살은 열한 살 다울 때가 좋기는 하지. 보는 우리야 영 걱정되고, 속이 터지지만. 이런, 이러다가 내가 독버섯을 주워먹고 병동에 갔던 그 때 이야기까지 나오겠어, 레이? 더 내 휘황찬란했던 역사가 나오기 전에 빨리 연회장을 떠나야겠다. (따라 킬킬 웃으면서 연회장 밖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산책이라도 할까?' 덧붙이고.) 알겠어, 혹시나 민달팽이를 토하고 싶은 거라면 혈통주의 같은 걸 떠들어대면 된다고도 덧붙여줄게.
@2VERGREEN_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좋아, 자진납세란 훌륭한거죠, 반장.(당신의 등을 툭툭 두드린다. '물론, 영광이지.'윙크한다.)애들 반응은 어때? 안그래도 여기저기가 난리라서 후플푸프의 예민한 애들 몇은 그러고도 떨고 있더라. 모르가나가 옛날 호그와트 교수였다는 사실 때문인지... 교수들을 불편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방학은 어땠어? 이번 방학땐 편지를 영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Raymond_M ... 떠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야. 가민이 문제야? 당장 저기만 봐도 그래. (고개를 돌린 끝에는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저학년들이 있다. 가는 길에 가볍게 무장 해제 주문으로 지팡이를 날려버리고, 산뜻하게 감점까지 해버렸지만.) 벌써부터 자신은 기사단이 되어 모르가나를 끝장내버릴 거라는 애들도 많고. ... 쟤네들이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이 전쟁이 끝이 나야 할 건데. (천천히 걸으며 한참 바닥을 쳐다보다, 이어지는 말에야 겨우 싱긋이 미소짓는다.) 지루해죽는 줄 알았어. 하다하다 천하의 힐데가르트 마치가 너무 심심해서 교과서를 펼쳐봤다고 하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 너는?
@2VERGREEN_
(쓴웃음 지어보인다.)지금 호그와트는 객관적으로 개판이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사상이네, 차별이네, 권리네 하는 말에 휩쓸려 자기 '입장'을 정하지 않으면 도태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될거고.... 어떤 애들은 자신이 '권리' 라고 느꼈던 것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테니. 그야말로 거대한 용광로나 다름 없어.(다른 점이 있다면 이 불꽃 너머로 우리가 튀어나가는 그 때에도 화합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 정도일까. 이 사람이 저 사람과 불화한다. 이 사상이 저 사상과 불화한다. 애정과 분노가 불화한다. 우리는 혼란의 시대를 살게 될것이다.)...나도 너와 같은걸 바라지만... 잘 모르겠다. 모르가나 가민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은 더더욱 아닐테니까.(이건 오래 곪아온 상처가 터진 것 뿐이다. 진짜 혼란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엉망이었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사람 하나가 빈 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쉽지는 않더라.
@Raymond_M 적어도 용광로는 어디까지 끓어올라야 하는지라도 정해져 있지, 이건 그냥...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거대한 화산에 더 가깝겠다. 터져오르는 순간에는 모든 걸 멸망시켜버릴 압도적인 자연의 무언가 말이야. (혼란의 시대라도 살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스스로를 궤멸시켜 버릴 것이리란 공포는 도무지 사라지지가 않는다.)
...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다. 가민이 죽어버린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겠지. 의심과 차별이 모든 것을 잡아먹은 후일 테니까. 온갖 곳에 슬어버린 곰팡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하겠지. 그래도... (알지 않니, 내가 하는 일은 세상을 바꾸어놓기는 커녕 이 자리에 잡아놓는 것도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무력함을.)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진 세상을 생각하고 싶어.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의미가 없이 느껴지거든.
@Raymond_M 원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도 있잖아. ... (한참 고민하며 입만 달싹인다. 그 모든 상실과, 상실 너머에도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네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제 손을 들어 당신의 등을 두어 번 토닥인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밖에 없었다.)
@2VERGREEN_
(터진다면 아주 많은 것들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만큼 망가지겠지만, 터지지 않을 수는 없다. 무화無化는 그런식으로 기능하지 않는다.)적어도 이 모든 것들이 이 안에서 터지지는 않기를 바라야지.(눈 가리고 아웅일지라도, 이 안에서 터진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전쟁에서 어린아이들을 도망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그저 비극 아니겠는가?)...이 전쟁은 그저 단초일 뿐이야.(우연한 계기. 개인이 누른 출발 선언. 그런 거 말이다.)마법사들의 역사에서 이런 전쟁이 처음이었을까? 머글본 마법사를 죽이라고 외쳤던 게? ...이미 의심과 차별은 팽배해 있었어. 입술에서 입술 사이로 건너가지 않았을 뿐이지.(상자 안의 고양이는 있으면서도 없다. 그렇다면 상자 안의 차별은 어떨까? 그 무수한 시간들 속에서 세상은 더 나아가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믿지도 않는 문장을 들먹인다.)
@2VERGREEN_
결국 혼란이 올거야. 우리를 모두 삼킬 전쟁이. 그래도 말이야, 힐다. 세상은 멈춰있지 않을거야. 누가 그러더라. 어떤 일이 양적으로 정도를 넘어 모이면... 어느 순간에는 질적인 변화를 이룬대. 현재를 더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이들의 외침이 궤를 이루면, 그때는 정말로 그게 새로운 어떤 것이 된대. 멋지지 않아? 우리는 결국 하나의 태양을 밀어 올리기 위해 저항을 쌓는 거야....(피아를 식별하기 힘든 희미한 웃음이 그의 얼굴 위에 올라앉아 있다.)결국은 네가 원하는대로 될거야, 내 친구.... 그러니 그때까지 우리 살아남자.(우리는 신화가 되지 않을것이다. 한 세계에서 그 다음 세계로 넘어가는 그 중간에서 한참동안 헤매일 것이다. 길을 잃고, 다리를 절다가 엎어지고 흐느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괜찮을 것이다.
@2VERGREEN_
당신이 옳다. 때때로는 그 모든 언어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의심하게 되면서도, 그 언어를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당신이 제 등을 어루만지면, 가만히 허리 숙여 당신의 등을 끌어안는다.)...괜찮아. 나는. 정말이야...
@Raymond_M ... 알고 있어. 이게 시작도, 끝도 아니라는 것쯤은. 하지만 레이, 머리에만 존재했던 것과 입밖으로 꺼내진 것은 다르지. 사유는 죄가 될 수 없으나, 행동은 죄가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지금 후자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 ... 따라서, 이건 아무도 겪어본 적 없는 시대라고 다르게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 (상자 안의 고양이는 관측에 따라서 결정되나, 상자 안의 차별은 그것과 관련없이 항상 존재하지. 세상이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역사에 남을 시대야. 이러다 전부 다 사라져버리면 남는 것조차 하지 못할 시대지. ... 그게 한번씩 굉장히... 슬프게 느껴져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생겨.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의지는 나아가지 못해야만 마땅했던 세상을 한 발짝 나아가게 만든다. 그것은 찬란한 일이고, 동시에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다.
@Raymond_M 그런 의지로 살아가는 이들을 곁에서 본 사람이라면, 이를 단순히 '좋은 일'이라고 서술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 이미 각오하고 있어. (정말로?)
하지만, 하지만 있잖아. 마법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면... 정말로 커다란 마법처럼 이 모든 일이 없었던 것이 되지 않을까...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눈을 떴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그런 어린아이 같은 희망이 도무지 사라지지가 않아. 모든 걸 알면서도 이러는 거, 굉장히 바보 같지? (천천히 눈을 내리깔며 이야기하고는, 멋쩍게 웃는다. 나는 아직도 열한 살의 그 기차에서 자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 상상은 상상이고... 난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아서 외치기를 멈추지 않을 거야. ... 그러니까, 너도 그럴 거라고 약속해줄래? (그 익숙한 온기가 여상하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괜찮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건... 이 덕분이 아닐까.)
@2VERGREEN_
(행동이 되지 못한 말은 생각으로 남는다. 그러나 사유가 죄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옳을까? 이 세상을 움직여 온 것은 언제나 우리의 혀끝을 움직이는 발화가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을 움직이는 사상이었다. 사람들의 머릿속 기저에 깔린 확신과 불안, 논리 없는 강박은 언제나, 태고 이래로 지독하게 긴 시간동안 우리를 견인해 왔다. 그건 지진이 일어나기 전 우리의 발 아래 멘틀이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다. 원인이 되지만 우리의 눈앞에 그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만 같아 보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시대가 다른 한 시대와 다른 게 뭔지. 차별이 담화의 물망 위에 올랐다는 건 차별을 시작하는 이들의 근거도 되지만 차별에 저항하는 이들을 무한히 만들어 내는 근거가 되므로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말을 하지 않은 모든 일들은 없는 것처럼 여겨져도 좋은걸까? 힐다, 우리는... 이 시대의 기록자가 될거야. 살아있는 한 평생을 떠드는 증거품이자 양피지가 되겠지.
@2VERGREEN_
(조각나 사라진다고 해도, 세계를 이루는 어느 한 페이지에는 우리의 이름이 적혀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세계를 이루는 피륙이 되겠지. 그는 그 사실이 자랑스럽거나 대단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세계에게는 유감이 있었다. 그가 소리없이 웃는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히, 속삭인다.)힐다는 강하구나. 난 아직도 선택하지 못했는데.(아주 많은 곳에서. 아마 그는 평생 그렇게 번민할지도 모른다. 각오와는 아주 먼곳에서.)아니. ...나도 가끔 바라. 이 모든 게 꿈이길. 그저 아주 나쁜 백일몽이었고, 그래서 눈을 뜨면 우리 앞에 놓인 세계는 이보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것이었기를. 아마 이 전쟁에 휘말려있는 내내 그렇겠지.
@2VERGREEN_
(그것은 약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너무 무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사람을 향한 애정과 세계를 향한 친애를 버리지 못한,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인 탓이다.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면, 차라리 평생 호그와트로 오는 그 기차 안의 어린아이로 남고싶어질정도로.)난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데에 안도감을 느껴.(괴물과 싸우는 이는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우리가 두려움을 아는 한 괴물이 아님을 믿는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쥔다.)물론이지, 내 친구. 난 살아남을거야. 아득바득. 바닥을 기고 흙탕물을 삼켜서라도 그렇게 할거야.(그가 고개를 숙인다. 이마와 이마가 힘겹게 마주닿는다.)내가 죽으면 넌 울거잖아.(그러니까 이건, 그런 말. 널 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생을 끝끝내 살아내겠다는 질긴 맹세다.)
@Raymond_M (그러나 우리는 사유를 재단할 수 없다. 마굿간에서 태어난 선지자는 그리 말했다지. '네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그렇게 남에게 대하라.' 이념은 세상을 바꾼다. 타인의 그것을 주제넘게 통제하려 했다가는 언제 또 우리의 사고가, 진정한 '우리의 것'이 될 수 없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내심 그것이 두려웠다. ...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드러나 버린 그것에 경이로울 정도의 끈기로 저항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 네 말이 맞아. 우리의 기억은 모두 기록이 될 거야. 그건 굉장히... 슬프면서도 기쁜 일인 것 같아.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종이는 찢어지고, 양피지는 바스라지겠지만... 우리는 숨이 붙어있는 한 영원히 남아 무언가를 말하고 행동하겠지. 세상에 이만큼 강한 흔적이 또 어디 있겠니...
@Raymond_M 참 이상하지. 지금은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며 당신이 얼마나 쓸데없고 하찮은 사람인지에 대해 떠들어대는 전쟁통인데... 나는 오히려 자주 사람이란 얼마나 경이롭고 기적 같은 존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가끔은 두려워질 정도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깨닫게 돼.
(천천히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있잖아, 이건 그냥 수많은 만약 중 하나지만... 넌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아? 어느 날 눈을 떴더니 네가 그리던 꿈같은, 따뜻하고 다정한 세계에서 깨어난 거야. 넌 그저 학교로 향하는 기차에서 아주 잠깐 동안 시덥지 않은 악몽을 꾼 거야. 그러면 너는 어떻게 살아갈 거야? (우리가 수도 없이 해 보았을 가정. 그러나 나의 상상은 꿈에서 깨어난 순간에서 멈춘다.)
@Raymond_M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는 상상을 해도 그것은 저택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 막이 내린다는 어느 고아의 편지 속 이야기처럼,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충돌과 투쟁하는 것이 숙명이었으므로. 나는 도무지 그 이상을 상상할 수가 없다. ... 그래서 당신에게 묻고 싶었다.)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나는 모두를 사랑하고 싶으니까. ... 존엄을 잃지 마, 레이. (눈에 담기는 것은 온통 지독하게 선명한 초록이다. 모든 것을 말려죽이고자 내리쬐는 여름의 햇볕 아래에서도 스스로 피어나는 초목의 색깔. ... 나는 내심, 나와 같은 빛의 눈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매번 기껍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너로서 살아남지 않는다면... 싫어. 그게 날 더 울게 만들 거니까, 알았지? 날 울게 만들지 마. 네가 아니어도 눈물 흘려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이 세상에는 추모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Raymond_M (당신의 것은 흐려졌고, 내 것은 어느 순간 끝없는 생명을 잃은 것처럼 변해버렸지만. 어느 날, 어느 순간 완전히 시들어버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2VERGREEN_
(우리는 사유를 재단할 수 없지만 선과 악을 나눌 수는 있다. 도덕과 합리의 법 안에서 사람이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세기는 도덕이 이득에 패배한 세기로 그려질 것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계몽주의가 빛을 발할 때 마법세계에서 계몽주의는 첫 숨을 토한 적 마저 없으므로. 그는 맹렬하게 묻는다. '도덕과 선의를 바로세우지 않은 채로 비어지고 가장 깊숙한 곳에 적립된 사유가 짐승의 우짖음과 무엇이 다른가?')누군가는 묻지. 악의가 범람하는 것은 이렇게 쉽고, 이득을 따지는 논리는 어디에서나 등장하는데 어째서 선의는 때때로 우리 삶의 이편에서 짓쳐와 우리를 떨게 하는지, 일으켜 세우는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지... 멋진 일이야, 힐다. 살아있다는 건.(그건 시멘트 틈에 움튼 꽃잎을 보는 일. 어둠속에도 서로를 부르기 위해 등불을 들어올리는 일. 코 앞까지 들이닥친 죽음 앞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들어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일. 그의 시선이 허공을 좇는다.
@2VERGREEN_
엘리자베스, 그의 조모의 임종까지의 나날은 그의 눈꺼풀 위에 아직도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다.)죽음과 비탄, 비극을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앞에 서면...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선명해져. 그 사람의 코끝을 따라 흐르는 빛과, 자그마한 솜털. 이마 위에 패인 주름 하나하나까지가... 너무나도 선명해져. 그리고... 소중해지지. 결국에 우리는 죽음 앞에 서서야 알게되는거야. ...죽음따위가 흐려지게 만들 수 없을정도로 우리의 순간이 소중하다는걸. 그건 아주 이상한 기분이지.(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다시금 응시한다. 아주 새삼스러운 것을 보는 것도 같고, 아주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것도 같다. 분명한 것은, 아주아주 조심스러운 시선이라는 것이다.)어쩌면 덜 헤맸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도 있었을거고. 그렇지만 힐다, 설령 이 세계가 아주 다정하다고 해도...
@2VERGREEN_
나는 여전히 죽기 직전까지 떠드는 입일거야. 수장되어도 멈추지 않는 목소리일거야.(그것은 아주아주 새삼스러운 일인 동시에 무척이나 다정한 목소리다.)어쩌면 더는 싸울 필요 없는 이 세계로 도피하기를 선택하고 싶어했을 수도 있지만, 힐다. 나는 나를 알아. 나는 그렇게밖에 살 수 없어. (그것은 그저 지당한 일. 그가 사랑의 바깥에서 숨쉴 수 없는 것 만큼이나...그는 당신만큼이나 다른 세계를 몰랐다. 그의 세계는 한번도 분절된 적 없고, 한번도 흐려지거나 더 선명해 진 적이 없으므로.)어떤 아이들은 말하곤 하지. '그들은 더는 인간이 아니'라고. 나는... 잘 모르겠어. 그들이 인간이기에 더 나아질 수 있을거라는 모든 가능성을 버린다면 왜 우리는 싸워야 하는걸까? 이게 상대를 모두 죽여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 따위라면. 그래서 나는 네 다정이 좋아. ...내가 그렇게 살 수 없을지라도.
@2VERGREEN_
힐다, 이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나는 구겨지고 뭉개져도 결국 지지 않는 들판일거야. 널 울게 하지 않을 수 있다면.(그러고 나면, 그가 해사하게 웃는다. 그림자진 초록 눈동자 사이로 빛이 드는 것만 같다.)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은 지긋지긋하거든.
@Raymond_M (그리고 그가 만약 당신의 마음 속에서 맹렬하게 묻는 사유를 들을 수 있었더라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유를 실천하지 않고 그 굴레를 끊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모든 규정과 도덕은 그것에 의해 억압당할 지도 모르는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는 이를 위해 세워져야하므로. 인간의 원초적인 사유가 짐승의 우짖음과 다르지 않다면, 그것을 도덕과 합리로 덮고자 한다고.)
... 그리고 나는 네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 좋아. 존엄을 잊은 듯이 구는 애들이 너무 많잖아... (그리고 이 부분에서,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왜 당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적으로' 구는 것 - 물론 이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 과 으례 생각나는 싸움꾼들이 구는 것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인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새삼스럽게 그것이 궁금했다.)
@Raymond_M (하지만, 그것의 정답은 곧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다른 언어로 설명될 수 있었다. '그들이 인간이기에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모든 가능성을 버린다면 왜 우리는 싸워야 하는 걸까?' ... 그렇다. 우리는 미약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투쟁하는 것이다. 그늘을 등지고 걸으면, 햇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나아간다면... 무언가는 달라질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와 함께 그곳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기에...)
그 아이들에게 내 다정은 나약함이고, 쓸데없는 것이며, 힘을 가지지 못한 것이지. 하지만 나는... 너 같은 사람이 있기에 항상 힘을 낼 수 있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하루하루의 애틋함, 인간의 신비를 말해주는 친구가 있기 때문에 견디는 거야.(말갛게 웃는다. 흐려져도 여전히 선명한 여름 한철을 마주한다. 하늘 아래에 선 당신이 여상하다. 그래서, 그래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Raymond_M ... 레이, 정말 만약의 이야기지만... 내가 널 울게 만드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넌 이렇게 한결같이.. 내가 널 믿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데, 내가 여기에 보답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VERGREEN_
내가 옛날에 했던 말을 기억해? 내가 싸울때는 내 안의 네가 함께 싸우는 거라고 했던 말을. 이제는 네가 싸울때 그 속에 있는 내가 함께 싸우는거구나. 그건 무척이나 멋지고, 뿌듯하고, 행복한 일일거야. 우리가 전혀 다른 곳에서 홀로 싸워도 결코 홀로는 아니라는 것이.(사실 그렇다. 애정을 놓지 않는 우리는 결코 홀로가 되지 아니하며, 세상에 버려지지 아니한다. 애정은 때때로 우리의 발목을 잡아채는 늪, 미온적으로 오가는 악의에 대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덫이 되곤 하지만, 때때로는 우리를 구원한다. 외로움 속에 홀로 되지 않게 한다.)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말이야, 힐다. 그냥 말해. 나 힘들어, 하고. 보답하지 못할 것 같을때에는 그저 도망쳐도 괜찮아. 그러니 언젠가 내가 네게 언젠가의 그 날 네게 신의를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묻거든 오늘의 이야기를 해.
@2VERGREEN_
그저 네게 바라는 것은... 네가 무너졌다고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주저앉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상처를 숨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그 상처가 네 약함의 증거인 탓이 아니다. 주저앉는 것은 달려본 자의 몫. 상처입는 것은 싸움을 선택한 자의 몫. 그러니 네 생애를 내가 어찌 탓하겠는가?)그리고 그걸로 충분해.(장엄하거나 장대한 것이 되지 않아도 좋다. 시대의 박편으로 쓸려가도 좋다. 네가 가지를 뻗는 나무 대신 발 아래의 들풀이 되기를 선택해도 나는 여전히 네 손을 잡을 것이다.)힐다, 내 이름을 부르는 법을 잊지는 않을거지?(사실, 그러므로. 이 애정에 대한 값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