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nde 임판데, 방학은 잘 보냈어? (앗, 하품이 옮았나 보다. 작게 중얼거리며 마찬가지로 하품하고, 찌뿌둥한 몸 몇 번 죽죽 늘려보며 물었다.) 오랜만이야.
@2VERGREEN_ 응, 오랜만이야. 힐다 (잘 지냈냐는 말에 한참 침묵하더니.) 나름대로는. (짧게 대답하고는 여기저기 쭉쭉 더 기지개한다.) 하품을 옮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음, 힐다는 방학 잘 지냈어?
@Impande 뭐, 똑같았어. 오빠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남는 시간에 N.E.W.T 교과서나 한 번 펼쳐보고, 졸리면 자고... 차라리 학교에 오고 싶었던 방학은 처음이더라. (한참의 침묵에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다 당신 앞에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이 담긴 접시를 내민다.) 아쉽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음식이 더 많았을 텐데.
@2VERGREEN_ 심심한 방학이었나보네. 이해는 간다. 내가 힐다처럼 활동적이었다면, 그런 방학을 따분하다 느꼈을거야. (케이크를 받아들더니 어깨 으쓱거린다.) 괜찮아. 어차피 위장이 큰 편도 아니니까. (정확히는 몇 년새 양이 줄었다고 하는 게 더 맞으리라. 포크로 케이크를 갈라 입에 넣는다.)
@Impande 적어도 평화롭기는 했으니 불평해서는 안 되지만 - 응, 좀 많이 따분했어. (1학년 때의 첫 연회장에서의 만찬을 떠올려 본다. 그때도 이랬었나?) 그러면 다행이지만 말이야. ... 그런데,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 이제야 온 거야?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난다는 클리셰 같았어. (웃음.)
@2VERGREEN_ 불평해도 된다고 생각해. 지금의 평화는 금방 깨질 살얼음판위에 있고, 너도 알고 있었을테니까. (그러곤 슬리데린 테이블위에 있는 커피를 당연하다는 듯이 가져와 마신다. 우유에서 커피로, 대식가에서 소식가로. 임판데는 변했고, 변하고 있었다.) 그냥 잠깐 주방에 다녀왔어. 다들 오랫동안 못 봤으니까. (여기서 '다들'은 '집요정들'을 말하는 것이다.)
@Impande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매일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는데. 세상이 몇 년 사이에 너무 시끄러워지지 않았어? (그 옆에서 잔에 주스를 따라 가져온다. 여전한 자신 앞에서, 당신은 어쩐지 너무나도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럴 것 같았어. 딜리는 잘 지냈대? (그러니까, 몇년 전 당신에게 생일케이크를 가져다주는 걸 보면서 친해진 몇 안 되는 집요정 중 하나.)
@2VERGREEN_ 솔직히 세상은 항상 나에게 시끄러웠어. 힐다. 하지만 전쟁 소식이 점점 그 소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더라. (느리게 식사를 이어간다. 중간마다 커피를 홀짝거린다.) 아, 딜리? 딜리라면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야. 방학동안에도 꽤 바빴던 거 같은데... 호그와트 집요정들에게도 방학이나 휴일은 없나봐.
@Impande 그래도, 세상이 시끄러워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없어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뜻이었어. (이야기하며 빈 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턱을 괸 채로 다른 테이블을 보았다가, 언제나와 같은 연회장의 천장을 보았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 오늘따라 왜 이리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번 학년에는 부활절이랑 크리스마스 방학 때 집에 가야되겠다. 그러면 그나마 차려야 할 음식이 1인분이라도 줄어들 테니까. (언제나처럼 너스레를 떨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2VERGREEN_ 그건... 그래. 나도 전쟁은 싫어. 애초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잠시 침묵한다.) 그것도 방법이겠는걸. 난 여기에 남겠지만, 대신 주방 일을 도와줘야겠어. (커피 잔을 이리저리 기울이다가, 당신의 불안한 시선을 눈치챈다.) 힐다, 왜 그래?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원인이 스스로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무슨 일 없었지? 가족 분들은 잘 지내시고? (당신의 가까이에 앉아 등을 토닥여준다.)
@Impande ... 집에 안 갈 생각이야? 그럼 나도 남을래. 같이 주방 가서 접시라도 닦지, 뭐. (당신의 말에 금세 또 생각을 바꿔버린다... 일렁이는 검은 표면을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는 빠르게 고개 젓는다.) 아무 일도 없었어. 평소랑 완전히 똑같았대도. ... 그냥, 이게 호그와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좀 울적해져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졸업 학년으로서 보통 느낄 만한 마음으로, 거짓말하기를 선택하며 웃는다.)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2VERGREEN_ 그래도 괜찮겠어? 너희 집은 우리 집이랑 다르잖아. (선을 그었다가 아차한다.) 물론, 우리 집에서도 오매불망 집요정들이 날 기다리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알지. (평소와 완전히 똑같았다, 평화로웠다. 한번 더 당신의 말을 곱씹었다가도.) 그렇다면 이해가 가네. 졸업한 후에 뭘 하며 보낼지... 같은 걸 생각해도 막막하잖아. 나만 그래? 물론 난 어느 쪽으로 진출할진 확실하지만... 그냥, 막연해질때가 있더라. (뒷 말엔 씁, 소리를 낸다.) 우린 친구잖아. 당연한 행동 아냐?
@Impande 그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알아. (우리는 다르다.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머리로는 당연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 학년 말 방학이 아니면 집에 안 간 지 오래되었으니까 상관 없어. 어차피 가도 할 일도 없고, 그럴 바에는 너랑 노는 게 훨씬 더 즐겁거든. (느리게 말하며 당신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댄다. 예전처럼.) ... 나도 막막해... 지금의 친구들이랑 헤어지게 될 것도 싫고, 나 혼자서 스스로 앞가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2VERGREEN_ 응, 이해해줘서 고마워. (당신의 수면 아래를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내 마음도 요동쳐서인가. 아니면 남을 들여다보는 것을 완전히 포기해서인가.) 그래? 난 차라리...('완전히 세상과 연을 끊고 싶은데.' 처음으로 떠오른 문장이었다. 그러나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될 외로움과, 무엇보다 그걸 듣고 속상해할 당신이 그려져서.) 힐다같은 몇명이랑만 계속 연락하고 싶어. (역시 당신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예전처럼.) 하지만 부담간다는 건 공감이 가.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학교가 이 정도면 바깥은 도대체... (얼마나 끔찍할까. 뒷말 대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하늘이 시커먼 바다 같다. 이 곳을 곧 집어삼킬 커다란 파도가 되어, 입을 벌리는 것 같아서...)
@Impande ... 나랑은 당연히 계속 연락해야지. 졸업하고 나서 갑자기 사라지기만 해봐. 순간이동을 해서라도 너희 집에 찾아가서 난동 피울 거니까... (그러나, 어쩐지 당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무슨 탓일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창문 밖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흐린 하늘에는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를 잡아삼키기 위한 파도가 계속 몰려오는 검은 바다. 우리는 시대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자신이 없어. 적어도 학교 안에 있으면 전쟁도, 죽음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잖아. 하지만... 이곳을 떠나게 되면... 세상에 내던져지겠지. (팔을 들어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유일한 위안이 이것뿐이라는 것처럼.)
@2VERGREEN_ 이런, 힐다한테는 이사하고 난 후에도 집주소를 알려줄까 했는데... 난동부린다는 말을 들으니 그럴 생각이 사라졌어. (장난스럽게 팔꿈치로 당신을 쿡쿡 찌른다.) 힐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너희들과 연결될거야.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말이야... (안기는 당신을 팔벌려 마주 안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를 의지하는 것은, 홀로 휩쓸리는 것보단 여럿이 낫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유리병 속 편지에 희망과 낭만을 담아 떠내려보내듯,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남기려하는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우린 당장 할 일을 붙들고 버티는 수 밖에 없을거야. 먼 곳을 바라보기엔 너무 어두운 곳이니까. ... ... 하고 싶은 일은 있어?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Impande ... (팔꿈치로 쿡쿡 찔리면서도 웃지 못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어딘가 슬픈 구석이 있어서, 뒤늦게야 작게 키득거린다. 정말 즐겁다기보다는, '그래야 하기 때문에' 웃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네가 원하지 않는데도 이루어지는 것은 싫어. ... 귀찮게 구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날려버려줄게. 나 이제 그 정도 주문은 쓸 수 있거든... (유일한 위안은 어두운 세상에서 왜 아직도 당신의 품은 따스하다는 것이다. 묻고 싶었다, 조그마한 당신이 어떻게 한결같이 제 쉴 구석이 되어줄 수 있는지. 나는 어떻게 항상 당신에게 있어 예외가 될 수 있는 건지.) ...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가끔 생각해. ... 버틸 수 있을까? 버틴다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걸까? (느릿하게 당신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잇는다. '무엇도 남기고 싶지 않아.' 당신에게, 그리 말할 수 있을까?)
@2VERGREEN_ (한박자 느린 당신의 반응을 느낀다. 침묵한다. 시선이 오래된 기둥을 거슬러올라간다. 천장에서 맴돌다가 겨우, 얼굴을 마주한다.) ...소중한 이들이 있음에도, 내가 고립되고 싶은 이유는 책임과 시선에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겠지. (한 손을 들어 당신의 눈을 가린다.) 힐다, 누군가를 날려버리지 않아도 괜찮아. '너희'가 나를 규정하지 않는 이상, 나는 여전히 이어져있으면서도 자유로울거야. 임판데가 원하는 건 그럴 수 있는 장소니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너 역시 내가 쉴 곳이 되어주었잖아. 아무리 차갑고 작은 거울이어도, 햇빛의 따스함은 보관해둘 수 있는 걸) 나를 위해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줘. 하지만 나도 너가 힘든 건 싫어. (그러니까... 천천히 다시 손을 치운다.) 너 역시 도망쳐도 괜찮아.
@Impande ... 가끔은 넌 너무 어려운 말을 해. 언제 날 두고 이렇게 똑똑해진 건지 모르겠어. (어느 순간 찾아온 어둠에 저항하지 않고 싱긋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번에는 진정 우러나온 웃음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의 기준과도 상관 없이 네가 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바란다는 말이잖아. 너를 '다른 것' 취급하는 시선이 존재치 않고, 원하지 않는 책임을 부과하지도 않는 곳... 네가 원하는 장소를 만들어줄 수 있게 계속 노력할 테니까, 어쨌든... 나랑은 계속 연락해주기로 약속한 거야. (동시에 무언가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계속 지키고 싶다. 따스한 햇빛을 비출 수 있는 그 거울이 깨지지 않도록. 계속 빛을 발할 수 있도록.) ... 힘든 순간이 오면 꼭 네게 이야기할게, 기댈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2VERGREEN_ 예전부터 비슷한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어. 담아서 낼 그릇이 항상 부족했을 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 인용- 생각 또한 존재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여전히 그것은 내 머리속에 있었는데. 꺼내보이지 않으면 모르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어렸을 적 느꼈던 답답함은 이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확히 이해했어, 힐다. 임판데가 임판데일 수 있는 곳. 그걸 나는 원해. (고개를 젓는다. 어이없다는 듯 웃음 흘린다.) 연락 끊는다고는 안 했거든? 다만 내 공방에 초대해주기엔... 조금 어려울 거 같다. 정도였을 뿐이야. (임판데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또 겁이 많은 편이었다. 고립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나 다른 이들과는 이어지리라 생각했고.) 응, 부디 그렇게 해줘. (다시 창밖을 본다. 이젠 매서운 바람이나, 어두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유리에 비친 두 사람.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인영만 보일 뿐이다.) 나도 꼭... 그리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