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그거 도로 반송하면 안 되나. (옆에 앉는다.) 쥘, 잘 지냈어?
@jules_diluti 그리고 난 항상 너의 독립을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웃으면서 옆에 있는 푸딩 한 입 먹는다.) 난 항상 잘 되고 있어. 삼촌도 최근에 회복하셨고, 불사조 기사단 일도 보람차고. 요즘도 루드비크랑 대자보 만들고 있어? 붙이는 거 도와줄 수 있는데.
@jules_diluti 뭐든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이지. 전처럼 너무 묶여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흐음…) 그래도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갈래가 다를 뿐이지. 나도 좀 고민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 일단 적과 싸우기가 바쁘니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이상 문제 없어. 또 조금이라도 불사조 기사단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보다 넌 잘 쓰잖아, 루이한테 보여준 적 있어? 분명 자랑스러워할 텐데.
@jules_diluti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덜 절박해서라기보단… 쥘은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너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지. 난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강하게 주장하고 맞서 싸우는 게 낫다는 의견은 그대로지만. (어깨 으쓱하며 웃는다.) 그래도 동네방네 자랑하는 걸 좀 익혀둬야 할걸? 나중에 모두가 아는 유명 작가가 되려면 말이야.
@Ccby 음, 모든 설득의 기본은 공감이에요.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는 걸 정말, 정말 싫어하고, 반감을 가질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마음을 녹이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와, 정말 힘들었겠다, 그런데 이런 쪽으로도 생각해 볼래? 같이요. 하지만 세실같은 방법도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분노한 민중을 일으켜 세우는 건 분노한 혁명가니까요. 프랑스 혁명 시기에 명성을 떨친 자코뱅 결사단이 저처럼 사근사근하게 사람들을 설득하진 않았을 거예요. 세실처럼 말했다면 모를까... (손날로 자기 목을 툭, 치는 시늉을 했다.) 저 같은 사람은 혀가 길다고 목이 달아났을지도요.
@jules_diluti 그렇구나… 역시 어려운 것 같아, 공감이라는 건. 내가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건 적어도 나한텐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편에 서게 된다면 아예 헛된 노력은 아니겠지? 너의 방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한 번 두고 봐야겠어. (싱글 웃으면서 쥘이 하는 말 듣고 언젠가 어렸을 때 읽었던 역사 책의 내용을 떠올린다.) 그래, 역시 가장 공감하기 쉬운 감정은 분노인 것 같네. 걱정 마, 내가 마법 세계에서 그런 혁명을 이뤄낸다면 로베스피에르보단 내 친구들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생각이거든.
@Ccby 평화의 시기와 소란의 시기에 필요한 인재는 다른 법이죠. 물론 지금이 평화의 시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아침마다 불길한 소식을 담은 예언자 일보가 탁자 위로 떨어지고 사람들은 명단에서 가족의 이름을 찾지만...) ...저희를 둘러싼 이 사면의 성벽으로 보호받는 이상,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와닿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을 거예요. 세실이 저 바깥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한걸요... 로베스피에르의 결말을 함께하지 않을 거란 점도요! (웃는다.) 그래서, 이제 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나요?
@jules_diluti 누군가에겐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시기가 누군가에겐 가장 평화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안전한 벽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의 모두에게 알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 중 하나겠지. 너 같은 인재가 그런 일을 도와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쥘. 그래도 가끔은 대자보가 아닌 다른 글도 보여 줘. (잠깐 생각하다가) 불사조 기사단 정식 단원이 된 후로 전보단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지. 하지만 역시 학교를 졸업해야 한 후에 좀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은 해야 하는 공부가 좀 더 있잖아?
@jules_diluti … …아, 쥘, 그렇게 치켜세우지 말라니까 그러네. 더 배울 건 언제나 있지. 지나친 자만은 안 좋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주 즐겁게 웃고 있다.) 네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고마워. 누구보다 열심히 들어 줄 테니까 빨리 말해 봐. 기대되는데?
@Ccby 머글들의 성경에 나오는 일화를 모티브로 한 건데요, 삭개오라는 동족의 배신자가 있거든요.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마구 수탈해가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죠. 그런데 나중에 구원받고 회개해서 돈을 사람들에게 전부 돌려줘요. 여기까지가 원본 이야기. (손을 모으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런데요, 세실. 세실이 만약 그 사람에게 돈을 빼앗겨서 십수 년을 힘들게 살았다면,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도 잃었다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가 그렇게 깔끔하게 끝날 수 있을까요?
@jules_diluti 나라면 삭개오를 죽이겠어.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간단하다는 듯 답한다.) 내가 십수 년을 고생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면 화가 나겠지.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거야. 분노가 모이면 복수를 찾게 되기 마련이니까, 수탈의 상징이 사라지면 모두 안심하게 될 거고, 그의 최후를 본 다른 사람들은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하겠지. …단순한 회개는 고통을 보상해줄 수 없을 테니, 결국 그게 최선이라 생각해. 용서 또한 특권이 아닐까? 그나저나 꽤 어려운 주제를 쓰고 있네, 쥘.
@Ccby 그렇죠. 역시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지만, 본보기로 세운다는 의미도 있겠네요. 한편으로 회개한 '개인'에 대한 처형은 남아있는 다수의 집권 세력으로 하여금 용서받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더욱 강경한 탄압으로 이어지겠지만...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 건 제가 다루려는 주제가 아니니까요. 참고할게요. 여기서부터 중요한데, 그러면 삭개오의 가족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예컨대 귀한 것만 먹고 입으며 자라던 그의 어린 자식 말이죠. 그 아이가 제 이야기의 주인공이거든요.
@jules_diluti …삭개오의 아들은, 다른 수탈한 물건들로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거고, 그래서 완전히 아버지의 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그의 생활은 작은 것 하나하나마저도 다른 사람들의 고통 위에 이루어졌을 테니까. 지금까지 무지한 채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면 더더욱. (잠깐 쥘의 얼굴을 살핀다.) 하지만 나라면 그에게 기회를 주겠어. 회개는 이때 이루어져야 하는 걸지도 몰라…. 깨닫고 행동해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져온 아픔을 회복하고 더 큰 선을 가져온다면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벗어날 자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거야. …뭐, 그건 그냥 내 생각이고. 작가님께서는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해피엔딩을 줄 생각인가?
@Ccby 그렇죠. (당신이 제 얼굴을 살피는 동안 가만히 수긍한다. 무지한 채로 살 수 있었던 시대의 수혜자. 황금옷을 입은 아이. 그러나 위축되는 기색 없이 미소하며 고개를 든다. 부정할 것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 고마워요, 세실. 그렇게 말해줘서. 아이는 틀림없이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세실의 말대로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으니 마찰과 갈등은 존재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법이죠. 그 끝에 해피엔딩이 있다면 더더욱이요. ("모든 사람들은 희망과 용서로 끝나는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덧붙이고.) ...그래서 당신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굽어질 바에야 부러질 사람 같아서 걱정된단 말이에요.
@jules_diluti 나도 그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어. 그의 미래를 읽고, 듣고,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릴게. 완성되면 꼭 보여줘야 해. (새로운 시작과 해피엔딩, 희망과 용서, 그것은 어린 시절의 약속과도 닮아 있다. 잠깐 기대로 가득 찬 어린 모험가의 눈을 하고서는 마주 미소짓는다. 그 유치한 희망은 육 년의 시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고… 유난히 쥘을 볼 때면 그런 여전한 믿음을 되새기게 된다.) 당연하지, 쥘. 나는 굽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당신의 인생이 책이라면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요?’ 그런 질문을 본 적이 있거든. 넌 어떨 것 같아? 동화 속 이야기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충분할까?
@Ccby (그는 희망을 좇고 당신은 불의와 투쟁하지만, 그 모든 것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약속을 닮아있다. 사람을 이해하자는 약속. 그리고 그보다 전, 편안한 집을 떠나 무지개를 좇아 달리자는 약속. 그래서 그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 위에 오래도록 머무른다. 앳된 티를 벗어던진 저 얼굴은 앞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들을 겪게 되겠지.) ...그랬으면 좋겠네요. 굽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고. 부러지는 건 외력(外力)에 달린 일이니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요. 세상이 당신에게 관대하길 바랄 수밖에.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것도 좋고요, 아니면... ... 엄지둥이 이야기의 마지막 대사도 좋을 것 같아요. 집을 나갔던 엄지둥이가 여우에게 목숨이 위험해지자 아버지는 여우더러 마당의 닭을 전부 잡아먹으라고 말하고 엄지둥이를 집으로 데려오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아이구, 이 바보 같은 녀석을 봤나. 네 아버지는 암탉보다 자식을 더 사랑하니까 그러지!" (멋쩍게 웃는다.) ...그런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