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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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0:50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앞에 편지 한 통을 떨어뜨린다. 겉봉투에 "사랑하는 우리 쥘에게," 라고 쓰여있다. 봉투를 보자마자 푸딩을 먹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큰 소리로 탄식한다.) 아, 멀린이시여...

Ccby

2024년 08월 02일 21:01

@jules_diluti 그거 도로 반송하면 안 되나. (옆에 앉는다.) 쥘, 잘 지냈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1:07

@Ccby 아아, 제가 왜 안 그러고 싶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루이 누님도 이런 편지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몰라요. 하지만... (어깨 으쓱하며 한숨을 푹 내쉰다.) ...유감스럽게도, 태어날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는 법이죠! 독립할 수 있을 뿐이지. 나름 잘 지냈답니다. 세실은요?

Ccby

2024년 08월 02일 21:37

@jules_diluti 그리고 난 항상 너의 독립을 응원하고 있는 거 알지. (웃으면서 옆에 있는 푸딩 한 입 먹는다.) 난 항상 잘 되고 있어. 삼촌도 최근에 회복하셨고, 불사조 기사단 일도 보람차고. 요즘도 루드비크랑 대자보 만들고 있어? 붙이는 거 도와줄 수 있는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3:38

@Ccby 그러면 성인이 되고,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겠네요. 그때가 되면 그냥저냥 걱정 끼치지 않을 정도로 연락하고 살 순 있겠죠. 불편해도 여전히 마음이 가서, 걱정을 시키고 싶진 않거든요... (눈 깜빡.) 삼촌께서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에요. 대자보는 이제 학기 시작했으니 천천히 생각해 봐야죠. 그런데 괜찮겠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게 백 프로 같진 않잖아요.

Ccby

2024년 08월 03일 01:14

@jules_diluti 뭐든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이지. 전처럼 너무 묶여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흐음…) 그래도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갈래가 다를 뿐이지. 나도 좀 고민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 일단 적과 싸우기가 바쁘니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이상 문제 없어. 또 조금이라도 불사조 기사단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보다 넌 잘 쓰잖아, 루이한테 보여준 적 있어? 분명 자랑스러워할 텐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01:58

@Ccby 저도 세실에게 미움 당할까봐 걱정했는데, 모든 게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세실만큼 강경하게 쓰진 못하겠더라고요. 마음이 약해서 그런가. 아니면 지금껏 누려온 수혜들 때문에 충분히 절박하지 못한지도요... 음.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가.) 요지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그리고 동네방네 자랑하긴 멋쩍네요. 누님께 인정받으려고 한 건 아니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절 위해 한 거고, 친구들에게 인정받으려 한 거죠.

Ccby

2024년 08월 03일 11:03

@jules_diluti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덜 절박해서라기보단… 쥘은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너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지. 난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강하게 주장하고 맞서 싸우는 게 낫다는 의견은 그대로지만. (어깨 으쓱하며 웃는다.) 그래도 동네방네 자랑하는 걸 좀 익혀둬야 할걸? 나중에 모두가 아는 유명 작가가 되려면 말이야.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3:36

@Ccby 음, 모든 설득의 기본은 공감이에요.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는 걸 정말, 정말 싫어하고, 반감을 가질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마음을 녹이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와, 정말 힘들었겠다, 그런데 이런 쪽으로도 생각해 볼래? 같이요. 하지만 세실같은 방법도 효과적일 때가 있어요. 분노한 민중을 일으켜 세우는 건 분노한 혁명가니까요. 프랑스 혁명 시기에 명성을 떨친 자코뱅 결사단이 저처럼 사근사근하게 사람들을 설득하진 않았을 거예요. 세실처럼 말했다면 모를까... (손날로 자기 목을 툭, 치는 시늉을 했다.) 저 같은 사람은 혀가 길다고 목이 달아났을지도요.

Ccby

2024년 08월 03일 15:53

@jules_diluti 그렇구나… 역시 어려운 것 같아, 공감이라는 건. 내가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건 적어도 나한텐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편에 서게 된다면 아예 헛된 노력은 아니겠지? 너의 방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한 번 두고 봐야겠어. (싱글 웃으면서 쥘이 하는 말 듣고 언젠가 어렸을 때 읽었던 역사 책의 내용을 떠올린다.) 그래, 역시 가장 공감하기 쉬운 감정은 분노인 것 같네. 걱정 마, 내가 마법 세계에서 그런 혁명을 이뤄낸다면 로베스피에르보단 내 친구들을 좀 더 소중히 여길 생각이거든.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8:09

@Ccby 평화의 시기와 소란의 시기에 필요한 인재는 다른 법이죠. 물론 지금이 평화의 시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아침마다 불길한 소식을 담은 예언자 일보가 탁자 위로 떨어지고 사람들은 명단에서 가족의 이름을 찾지만...) ...저희를 둘러싼 이 사면의 성벽으로 보호받는 이상, 전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와닿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을 거예요. 세실이 저 바깥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한걸요... 로베스피에르의 결말을 함께하지 않을 거란 점도요! (웃는다.) 그래서, 이제 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나요?

Ccby

2024년 08월 03일 20:53

@jules_diluti 누군가에겐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시기가 누군가에겐 가장 평화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안전한 벽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의 모두에게 알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 중 하나겠지. 너 같은 인재가 그런 일을 도와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쥘. 그래도 가끔은 대자보가 아닌 다른 글도 보여 줘. (잠깐 생각하다가) 불사조 기사단 정식 단원이 된 후로 전보단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지. 하지만 역시 학교를 졸업해야 한 후에 좀 더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은 해야 하는 공부가 좀 더 있잖아?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00:02

@Ccby 제발, 세실이 이 학교에서 배울 게 남아있긴 한가요? 전과목 특출남의 전설을 새로 썼으면서? 호그와트 역사상 이런 학생은 십 년에 한 번이나 나올까 말까 할 거예요. (고개 흔들며 웃는다.) 제 말을 믿어요, 세실. 당신에게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은 없을 거예요. 아, 맞아! 제가 최근에 쓰고 있는 소설이 있는데 중간에 막혔거든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당신의 의견이 궁금해요.

Ccby

2024년 08월 04일 00:15

@jules_diluti … …아, 쥘, 그렇게 치켜세우지 말라니까 그러네. 더 배울 건 언제나 있지. 지나친 자만은 안 좋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주 즐겁게 웃고 있다.) 네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고마워. 누구보다 열심히 들어 줄 테니까 빨리 말해 봐. 기대되는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2:58

@Ccby 머글들의 성경에 나오는 일화를 모티브로 한 건데요, 삭개오라는 동족의 배신자가 있거든요.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마구 수탈해가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죠. 그런데 나중에 구원받고 회개해서 돈을 사람들에게 전부 돌려줘요. 여기까지가 원본 이야기. (손을 모으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런데요, 세실. 세실이 만약 그 사람에게 돈을 빼앗겨서 십수 년을 힘들게 살았다면,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도 잃었다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가 그렇게 깔끔하게 끝날 수 있을까요?

Ccby

2024년 08월 04일 17:16

@jules_diluti 나라면 삭개오를 죽이겠어.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간단하다는 듯 답한다.) 내가 십수 년을 고생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면 화가 나겠지.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거야. 분노가 모이면 복수를 찾게 되기 마련이니까, 수탈의 상징이 사라지면 모두 안심하게 될 거고, 그의 최후를 본 다른 사람들은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하겠지. …단순한 회개는 고통을 보상해줄 수 없을 테니, 결국 그게 최선이라 생각해. 용서 또한 특권이 아닐까? 그나저나 꽤 어려운 주제를 쓰고 있네, 쥘.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9:38

@Ccby 그렇죠. 역시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지만, 본보기로 세운다는 의미도 있겠네요. 한편으로 회개한 '개인'에 대한 처형은 남아있는 다수의 집권 세력으로 하여금 용서받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더욱 강경한 탄압으로 이어지겠지만...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 건 제가 다루려는 주제가 아니니까요. 참고할게요. 여기서부터 중요한데, 그러면 삭개오의 가족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예컨대 귀한 것만 먹고 입으며 자라던 그의 어린 자식 말이죠. 그 아이가 제 이야기의 주인공이거든요.

Ccby

2024년 08월 04일 21:52

@jules_diluti …삭개오의 아들은, 다른 수탈한 물건들로 편안한 삶을 살아왔을 거고, 그래서 완전히 아버지의 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그의 생활은 작은 것 하나하나마저도 다른 사람들의 고통 위에 이루어졌을 테니까. 지금까지 무지한 채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면 더더욱. (잠깐 쥘의 얼굴을 살핀다.) 하지만 나라면 그에게 기회를 주겠어. 회개는 이때 이루어져야 하는 걸지도 몰라…. 깨닫고 행동해서 자신의 아버지가 가져온 아픔을 회복하고 더 큰 선을 가져온다면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벗어날 자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거야. …뭐, 그건 그냥 내 생각이고. 작가님께서는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해피엔딩을 줄 생각인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00:48

@Ccby 그렇죠. (당신이 제 얼굴을 살피는 동안 가만히 수긍한다. 무지한 채로 살 수 있었던 시대의 수혜자. 황금옷을 입은 아이. 그러나 위축되는 기색 없이 미소하며 고개를 든다. 부정할 것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 고마워요, 세실. 그렇게 말해줘서. 아이는 틀림없이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세실의 말대로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으니 마찰과 갈등은 존재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법이죠. 그 끝에 해피엔딩이 있다면 더더욱이요. ("모든 사람들은 희망과 용서로 끝나는 이야기를 좋아하잖아요?" 덧붙이고.) ...그래서 당신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굽어질 바에야 부러질 사람 같아서 걱정된단 말이에요.

Ccby

2024년 08월 05일 23:09

@jules_diluti 나도 그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어. 그의 미래를 읽고, 듣고,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릴게. 완성되면 꼭 보여줘야 해. (새로운 시작과 해피엔딩, 희망과 용서, 그것은 어린 시절의 약속과도 닮아 있다. 잠깐 기대로 가득 찬 어린 모험가의 눈을 하고서는 마주 미소짓는다. 그 유치한 희망은 육 년의 시간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고… 유난히 쥘을 볼 때면 그런 여전한 믿음을 되새기게 된다.) 당연하지, 쥘. 나는 굽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당신의 인생이 책이라면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요?’ 그런 질문을 본 적이 있거든. 넌 어떨 것 같아? 동화 속 이야기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충분할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06일 00:42

@Ccby (그는 희망을 좇고 당신은 불의와 투쟁하지만, 그 모든 것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약속을 닮아있다. 사람을 이해하자는 약속. 그리고 그보다 전, 편안한 집을 떠나 무지개를 좇아 달리자는 약속. 그래서 그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 위에 오래도록 머무른다. 앳된 티를 벗어던진 저 얼굴은 앞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들을 겪게 되겠지.) ...그랬으면 좋겠네요. 굽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고. 부러지는 건 외력(外力)에 달린 일이니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요. 세상이 당신에게 관대하길 바랄 수밖에. (잠시 뜸을 들였다가.)

그것도 좋고요, 아니면... ... 엄지둥이 이야기의 마지막 대사도 좋을 것 같아요. 집을 나갔던 엄지둥이가 여우에게 목숨이 위험해지자 아버지는 여우더러 마당의 닭을 전부 잡아먹으라고 말하고 엄지둥이를 집으로 데려오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아이구, 이 바보 같은 녀석을 봤나. 네 아버지는 암탉보다 자식을 더 사랑하니까 그러지!" (멋쩍게 웃는다.) ...그런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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