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히죽이며 곁을 지나간다. 실수인 양 의자 다리를 툭 걷어차자 등받이가 테이블 위로 기울여 처박혔다.)
@yahweh_1971 (의자 등받이가 처박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달갑지 않은 상대를 봤다는 듯 눈이 차가워지고.) 네 발은 도무지 가만히 있는 법을 모르나 보지, 홉킨스?
@Julia_Reinecke
그거 미안하게 됐군. 네 혀랑 행동 원리가 비슷한가봐. (얼굴에 시선이 잠시 머무른다. 웃는 듯 마는 듯 고갤 돌리곤 의자를 바로 세워주었다.) 못돼먹었단 점에서 말야.
@yahweh_1971 (잠시 무표정으로 당신과 시선을 마주하다, 비웃듯 입꼬리를 올린다.) 네 발을 그렇게 높게 쳐준 기억은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칭찬은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Julia_Reinecke
물론이지. 네가 살면서 언제 이런 칭찬을 들어보겠어, 굳이 구구절절 인사하진 않아도 상관없지만. (의자를 빙글 돌린다. 노골적으로 욕설하는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걸터앉았다.) 방학은 좀 어땠어? 좋아 보이네, 친구.
@yahweh_1971 (더는 웃고 있지 않은 눈으로 당신을 본다.) 좋았지. 물어봐줘서 고맙네. 하지만 내 안부를 물을 시간에, 네 그 스큅 형제나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홉킨스? 걱정되잖아. 자꾸 네가 그렇게 설치고 다니면. 거긴 제 몸 하나 지킬 능력도 없는 반푼이인데.
@Julia_Reinecke
(웃음은 천천히 사그라진다. 가만히 당신을 들여다보곤 손마디로 제 입가를 눌렀다. 즐거움 없이 히죽인다.) 아, 즐거운 가족 이야기야? 그런 거면 서로 말을 아끼는 편이 좋을 텐데. 나만 반푼이를 매달았나? (몸을 살짝 숙이다가도 관둔다. 손을 내저었다.) 설치긴! 그저 걱정돼서 물었을 뿐이야.
@yahweh_1971 글쎄. 너랑은 다르게, 난 그다지 손해볼 게 없거든. (여기서 등장하는 조소는,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다.) 네가 나를 걱정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 그건, 한 2학년 때쯤 관둔 거 아니었나?
@Julia_Reinecke
하긴. 네 가족에게 해로운 건 멀리 떨어진 나 따위가 아니지. (가벼이 이죽였다. 뒷말을 잇지 않되 함의하는 바는 알 것이므로......) 게다가- 이런, 줄리...... 가엾게 여긴다는 말은 싫어하잖아. 바꾼 표현도 마음에 안 들어? (사이. 짧은 한숨.) 미안하지만, 5학년이야.
@yahweh_1971 (웃지 않는 눈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래? 이거, 착각해서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상황인가? (그럼에도 입가는 조소를 머금었다.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를 떠나 한 걸음, 더 당신에게 가까이 간다. 목소리를 낮춘다.) 네 동정 따위 처음부터 바란 적 없었는데 말이지.
@Julia_Reinecke
부끄럽게 왜 이래, 줄리. 널 위한 동정이 아니라는 걸 알잖아...... (당신이 다가오면 자연히 시선이 올라간다. 더 자란 친우를 올려다보곤 웃었다.) 네 말마따나 난 약해빠진 이들을 사랑하니까. 네가 메브에 대해 말했을 때 혀를 비틀어버리지 않은 것과 궤를 같이하지. (지팡이를 쥔 손이 까닥인다.) 비켜. 이렇게 열렬해서야 부담스럽거든.
@yahweh_1971 아, 그 사랑, 정말이지 집어 던지고 짓밟아버리고 싶네. 차라리 혀를 비틀어 보지 그랬어? 그랬으면 재미있었을텐데 말이야. (마찬가지로 손에 쥔 지팡이는 언제든지 받아칠 태세다.) 비키기 싫다고 하면, 저주라도 쏠 모양이네. 무서워라. (전혀 무섭지 않다는 투.)
@Julia_Reinecke
너무 무서워하진 마. 널 해치지 않아. 넌 내가 '비호하는' 것들 중 하나니까. (시선이 미끄러진다. 지팡이를 쥔 손은 더 이상 한들거리질 않고. 그는 문득 형제를 떠올린다.) ...... 부디 멍청하게 굴지 마, 줄리아 라이네케. 내 사랑조차 걷어찬다면 이 드넓은 세계에서 누가 널 사랑해주겠어. (비소한다.) 네가 사랑하는- 사체나 다름없는 아버지?
@yahweh_1971 (일순간 표정이 굳는다. 그것은 ‘아버지’를 언급한 것에 따른 습관이나 다름없었다. ‘당신은 정말 끝의 끝에서까지 나의 발목을 잡아......’ 그러나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줄리아는 더이상 율리안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더는 사랑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그거 알아, 헨 홉킨스? 사랑은, 나약해빠진 것들이나 하는 거야. (그는 웃었다.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얼마나 많은 사랑이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하던가. 얼마나 많은 사랑이 날아오르는 이들의 발목을 잡던가. 그에게 사랑은 곧 족쇄였다.) 내가 그 역겨운 걸 바랄 것 같아? 아무도 날 사랑하지 말라 그래. 나도 그럴 테니까. 결국 서로에게 좋은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