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차는 됐어. 시켜준다면 옆에서 구경은 해주지. (우디-?-가 앉아있는 의자 등받이를 짚고 껄렁하게)
@Finnghal 그럼 호박 주스는 어떠니? 무도회에서 이렇게 앉는 것도 너밖에 없을 거야, 삐돌아. (쿡쿡, 눈을 접어 웃었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 걸 받았는데… 독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네가 좀 먹어 봐 줄래? (뻔뻔하게...)
@WWW 제법 변화구도 칠 줄 아는데? (눈썹 슬 치켜올리고) 사람들에게 독을 먹이는 것 말고 무도회에서 하고 싶은 것은 없어?
@Finnghal 후후, 모르는 척 먹어 줄 생각은 없니? (수상한 버터비어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모르는 척 건배를 하든, 받아 마시든… 핀갈의 자유다.) 모처럼의 무도회인데, 춤이나 출까…. 우리 삐돌이는 연습 좀 했니? 파트너는 있고?
@WWW 연습은 많이 했는데, 레아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래. (부루퉁.) 아는 놈이 먹으면 재미없잖냐, 하려면 꿈에도 모르는 녀석을 먹여야지. (약간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그럴듯한 반절과 함께 손을 내밀고.) 한 곡 추시겠습니까, 레이디?
@Finnghal 어머, 연습은 다른 여자(?)랑 해놓고 춤은 나랑 추시겠다? 나쁜 남자네···. (짓궂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눈을 접어 웃는 모습은 즐거운 듯 보였다. 잔을 내려두고 손을 얹는다. 낯에는 연한 홍조가 돌았다.) 이번만 봐드릴게요, 무슈. 발은 세 번만 밟을게.
@WWW 이것도 예법에 안 맞는 거야? (진지하게 믿은 듯 한순간 쩔쩔매고 당황한다.) 벌칙이라면야 별 수 없이 달게... ... 아니, 그런데 보통 발을 밟아서 응징할 때는 실수인 척하고 시치미 떼지 않아? (집에서 무엇을 배워듣고 온 것인지 점점 의심스럽게 만드는 발화.)
@Finnghal (그 순간, 그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가… 다시 가늘게 접혀 웃는다. 처음 보는 당황한 표정이 나름, 그러니까, 귀엽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후후, 바보인 줄만 알았는데 제법이구나? 그럼 모르는 척 넘어가 줘야 한다는 것도 알겠네.
자아, 이쪽으로…. (공간에 여유가 있는 곳으로 핀갈의 손을 이끌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리드에 맞추기 위해 몸을 가깝게 붙인다. 맞잡지 않은 다른 손은 핀갈의 어깨에 얹고, 자신도 모르게 잠시 호흡을 멈춘다. 물속인 듯이.)
@WWW 모르는 척 넘어가기에는 네가 이미 소리내서 말을... (투덜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연습한 대로 움직인다. 다소 긴장되기는 했지만, 본능적으로 박자를 따르는 듯한 매끄러운 스텝이다. 춤 동작이 20년 전에나 추던 것 같다는 문제가 있지만.) 익숙해 보이는데, 혹시 무도회 춤도 <자신을 지켜야 할 상황>이야? (우디-웬디?-의 허리를 가볍게 젖히며 반진반농의 어조로 물었다.)
@Finnghal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아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촌스럽다…? 이건 아닌데. 오래 됐다…? 알 만하네. 눈높이에 자리한 핀갈의 복식을 한번 보고 소리 없이 미소 짓는다. 멈춘 호흡은 차라리 도움이 되었다.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온 신경을 기울여서, 발을 밟지 않으려 애를 썼고,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자연스러웠고…
우아하게 휘어지는 허리. 내려오는 앞머리 사이사이로 핀갈을 응시하며, 얕게 속삭인다.) 네, 그런가 보죠. 그러니 에스코트 부탁드릴게요, 무슈. (그제야 호흡을 가늘게 들이쉰다.) 얘, 궁금한 게 있는데…….
@WWW 뭔데? (우디-웬디?-를 일으키고 턴한다. 맵시없고 서툴지만 정확한 동작. 귓가에 바로 가까이서 목소리가 스친다.) 왜 이렇게 긴장해. 발을 밟을 타이밍을 재고 있어?
@Finnghal 내가 동화를 좀 쓰고 있거든. (한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호흡은 어렵지 않았다. 차려 입은 복식이 맵시를 더하니 동작으로 충분했다.) 너는 공주랑 기사가 이어지는 이야기가 좋으니, 공주랑 왕자가 이어지는 이야기가 좋으니?
@WWW '이어진다'는 게, 그러니까, 연애? (팔짱 끼고 빙그르르 돌아가며) 그런 쪽은 딱히 취향이 없는데. 기사랑 왕자는 뭐가 다른 거야?
@Finnghal 그래, 연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거. (스텝, 턴. 움직임을 따라 웬디의 드레스도 미끄러지듯 흔들린다. 보석이 빛을 반사하며 생긴 작은 불꽃 같은 착시가 발치에서 일렁인다.) 글쎄…, 왕자는 동등하며, 권력이 있고, 보통은 잘생겼고… 어느 날 나타난 신비로운 존재지. 그 점이 낭만적이야. 기사는 무력이 있고, 공주와 오래 함께 지냈고, 공주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점이 애틋하지.
@WWW 왕자에게 믿음이 가는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 (반대쪽 팔을 팔짱 끼고 돌아간다. 나풀나풀 흔들리며 반짝이는 꽃 모양 자수.) 고민해볼 구석도 별로 없는걸, 그렇게 들으니까.
@Finnghal 어머, 모르시는 말씀. 혜성처럼 나타난 운명에 이끌리는 게 여자란다. (그 자수에 시선이 옮겨 가면, 호흡이 조금 흔들리고, 실수로 핀갈의 발등을 살짝 밟았다. 무게가 실리기도 전에 빠르게 발을 빼서 통증이 남지 않게 했다.) 그리고 기사는, 그럴 무력이 있다 하더라도, 왕자를 못 이기잖니. 이겨서는 안 되니까.
@WWW 그거 정말 바보같다고 생각해. '이겨서는 안 된다'니, 도대체가. 그런다고 버젓이 존재하는 힘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발이 살짝 밟히면 눈썹을 슬 치켜올리고 작게 '한 번' 이라고 속삭인다. 마주보고 스텝을 밟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당초에 갑자기 나타난 얼굴만 잘생긴 놈팽이가 뭘 하다 온 녀석인지 어떻게 안다고. 진짜 왕자인지 아닌지조차 판별할 수 없잖아?
@Finnghal 어머, 아프지도 않으면서 보채긴… (얄밉게 한번 샐쭉 웃어 보이고선,) 권력도 일종의 '힘'이라고 한다면 글쎄…? 집안끼리 결혼 시켰을지도 모르겠네. "프린세스 핀갈, 너도 이제 열여섯이니 혼기가 찼구나, 이제 가문을 위해 우리와 수준에 맞는 집에 시집을 가렴…" 뭐 그런 거 말이야. 말하고 보니, 순혈주의 가문들 사이에서는 아직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 같기도 하고…?
@WWW 집안에서 명령하면 연정이 생겨? (우디-웬디-를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리면서 의아한 듯이.) 아니, 그보다 왜 내가 공주인 거야!?
@Finnghal (샹들리에의 빛나는 조명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자리 잡은 그 순간, 핀갈의 리드를 따라 손을 잡고 한 바퀴 돌았다. 드레스의 아랫단이 화사하게 흔들리고, 눈을 감고 웃는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렀다. 기분이 좋았다.) 어머, 몰랐니? 공주들은 원래 남들이 대화할 수 없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거란다….
@WWW 어째서!? 아니, 그보다 역도 성립해? (우디-웬디?-와 잡은 손을 올린 채 그의 주위를 리드미컬한 발놀림으로 돌아간다. 다시 양손을 잡고 앞뒤 스텝을 왕복하며) 그나저나 그 드레스 정말 잘 만들었네. 누군지는 몰라도 네게 꽤 호의가 있나본데.
@Finnghal 그건 네가 증명해보렴. 아무튼 나는 인형 공주고, 삐돌이는 이웃나라 인어 공주인 거지. 후후. (한 발짝 뒤로 갔다가, 앞으로 간다. 전혀 거슬리는 것 하나 없었지만, 그저 공연히 핀갈의 발등을 밟아본다. 지그시.) 이거 세 번 다 밟으면 그만 출 거니? …휘트니가 만들었다더라.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WWW 흠. (두 사람 다, '남들이 대화할 수 없는 것'의 범주에 들기는 할 것이다. 사선으로 비껴 왼쪽으로, 그 다음 오른쪽으로 교차하고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곡이 끝나기 전에 상대를 버리고 가는 엉덩이가 걷어차여도 모자랄 짓은 안 해. 말했잖아, 무도회 예법은 공부하고 왔다니까. (그래도 '두 번' 하고 꼬박 카운트는 센다.)
@Finnghal 후후, 듣고보니 일리 있지? ("있지, 인어들의 목소리는 어때?" 하고, 귀엣말로 소리를 죽여 물었다.) 곡이 안 끝났으면 좋겠네···. (간극.) 그래야 네 발을 밟지. (못됐다...)
'우디'는 정장에 들어갈 망토를 이렇게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드레스로 해 달라고 했거든. 네 옷은 누가 골랐대니?
@WWW 우리 어머니가. 여름내 직접 만들어주셨어. (팔짱을 끼고 돌아가며, 보석이 가득 박힌 드레스 밑단이 반짝이며 휘날리는 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우디도 그 사실을 아나?
@Finnghal 어머, 멋져라… 그래서 네 몸에 꼭 맞는 거구나. 사랑 받는 공주님이네. (보석은 크기가 작은데다 모조품이다. 진짜 보석을 아낌없이 쓸 만큼 부유하진 않으니까. 핀갈의 시선이 향하는 것을 느끼고, 걸음을 보다 명확히 했다. 움직임을 따라 흔들림이 커진다. 불꽃 또한.) 글쎄… 너무 오래 자고 있는 걸. 얘, '들장미 공주' 이야기는 아니?
@WWW 동화는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다시 한 번 우디-웬디를 빙그르르 돌리고, 농담조로.)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이번 곡을 하는 동안은 더 밟을 생각이 없나봐.
@Finnghal 왜? 동화 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는데. 나는 가능하면 영영 동화 속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런 건 안 되겠지……. (빙글, 돌았다가 가까워진다. 순서대로 허리를 조금 젖힌다. 조금 힘을 빼고 핀갈의 팔에 상체를 기대다시피 했다.)
그래, 나머지 한 번은 언젠가… …때에. (곡이 어느새 끝을 향하며 잔잔해져간다. 고개를 젖혀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정면으로 자리한 샹들리에를 올려다본다. 그것이 먼저 잘게 흔들렸고, 천둥같은 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힌다. 음악을 덮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