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ud_ens 마땅한 추측이었지, 예언 같은 게 아니라. (눈을 감았다 뜬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폭풍우가 더 거세졌는데.
@Furud_ens 종합하자면 ‘프러드 허니컷은 계속 오두막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정도 되겠네. 내 추천 사항은 이거야: 죽음을 먹는 자로부터 공격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네 가족들을 위해서 네가 최전선으로 나가는 것. 혹은 최전선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 어때?…
@Furud_ens (침묵한다.) 너희는 왜 항상 나더러 전쟁을 선망하는 거 아니냐고 떠들어대는 건지 모르겠네. 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적어도 오두막에서 나갈 각오도 없는 너한테는 그딴 헛소리 듣고 싶지 않아. (의외로 그의 어조는 침착했다.)
이유 세 가지면 되겠어? 좋아.
첫째. 전쟁에 나설 각오와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가족을 지킬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둘째. 스큅을 열등 인종으로 구분하는 파시스트들을 물리치지 못한다면 너희 '오두막집'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셋째. 늦든 빠르든 전쟁은 널 집어삼킬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숨는 것보다 전선에 나가 있는 편이 대응하기 쉬워.
@Ludwik 아하. (짧게 대답하고 그보다 좀 더 길게 침묵했다. 들은 말을 제법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듯하다.) 처음 습격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워하던' 모습을 봤거든. 난 너랑 소모적 논쟁을 할 생각은 없으니 넘어가겠지만, 거기에 대해 해명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걸. 여하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정말?) 안전을 강구하고 나서, 그쪽도 생각해 보지. 하지만 최전선은 아니야. 그리고 지금도 아니야. 나는 네 성향과 대의에 대해서 일부 공감하는 면이 있지만, (*"너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때가 오겠지."* 아마도 거의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의 우린 순간이동조차 할 줄 모르는 열 네 살이지. 난 지금도 네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가진 그런 좋은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너는 네 마음의 평정을 먼저 구가할 필요가 있어.
@Furud_ens 죽음을 먹는 자가 학교 안까지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고작 그런 것으로 화를 내다니. 우리 동급생들은 참 여유가 많으시네. (빈정대는 그는 어둠 너머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겐 그런 여유가 없어. 평정심?… 우리 사정을 봐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닥치는 전쟁 속에서 평정심부터 찾으려다간 다 죽을걸.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국을 지킬 영웅들이 필요하다고… … (그는 지금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 작년 그날 기사단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교장에게 면담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그날이다. 하지만 나이가…) 우린 왜 지금 태어나버렸을까? 몇 년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Ludwik 네 말대로 나이는 하나의 한계지. 꽤 명확해서 알기 쉬워. 한계가 있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어야만 하는가? 그렇지는 않지.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현명하겠지. 그리고 그 외에도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인지하는, 혹은 그렇지 않은, 수많은 한계들이 있을 거야.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건 진지하게 고려되고 어떤 건 무시되기도 하지만, 핵심은 '한계는 존재한다'야. (어둠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얼굴을 한번 쳐다봤다가, 도로 연회장으로 잠시 시선을 돌린다.) 한계와,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사람들이 비겁해지는 이유를, 용기와 희생이 그토록 대단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를 모르고서...... 어떻게 진정 싸울 수 있겠어? 루드비크.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은 당신의 뒷머리에 대고 속삭였다. 목소리에는 당신의 지향과 거의 대척되는, 안타까움과 약함이 담겨 있다.) 네가 다치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할 거야.......
@Furud_ens (그는 오래도록 입을 다물었다. 아니, 사실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 외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준다면 난 그걸로 영웅이 되는 거 아니냐고. 훈장도 받을 거고 다들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내게 그것은 기쁘고 영광스러운 명예라고 말이다… … 하지만 정작 그가 입을 열었을 때 흘러나온 건 단조로운 읊조림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은 극소수지만 있어왔어.
… …도스토옙스키를 읽은 적 있어? 그의 작품에 이런 명제가 등장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어떤 이들에겐, 이를테면 나폴레옹이나 카이사르처럼 세상을 영원히 바꾸어놓았던 영웅들에게는 살인조차 죄가 되지 않아. 어떤 죽음은 세계의 진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모든 것은 허용되는 거지. (선문답.) 만약에 내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될 수 있다면. …언젠가는.
@Ludwik 난...... 굉장히 좁은 시야를 가졌어. 역사의 눈보다는 개인의 눈이 좁을 테고, 개인의 눈 중에서도 난 더 좁지. 얇은 글씨를 쓰는 데 가느다란 펜이 필요하듯 아주 좁은 시야에서만 들여다볼 수 있는 '틈새'가 있어. 그건 역사에, 대의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작은 사건들만을 다루지만....... 그럼에도 그게 세상의 영원한 변혁보다 무가치하지는 않아. 난 틈새를 보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해. (결국 당신의 말에는 대답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단지 '입장'이 있을 뿐.)
@Furud_ens …틀렸어. (대답하고, 반박했다.) 틀렸다고. 내 눈엔, 네가 들여다보고 있는 그 틈새는 시대의 돌풍에 휘말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보여. 그건 강제 분할되기 전의 국가 같은 거야. 우리 두 사람의 상상 속 오두막집 같은 거라고. 네가 틈새를 통해 뭘 보고 있든… 그런 미시적인 관점으로는 아무것도… (그러나 말을 끝내지는 못했다.)
@Furud_ens … …우리 엄마는 바보 같은 사람이야. (언제나 틈새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그게 그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으므로. ‘난 그런 엄마가 너무 밉고, 그리고…’) …그리고, 불쌍하고 가여운 여자야. 나한테 몇 번이고 하울러를 보내서 전교적으로 망신을 주더라도 전부 용서해야 할 만큼.
넌 그러겠다는 거야?… 바보처럼 ‘아무것도 이루지 않겠다’고? 닥쳐오는 돌풍을 그저 맞기만 해서는 고통받을 뿐인데도?… …
@Furud_ens … … (긴 한숨을 토해낸다. ‘난 엄마의 삶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여자의 고통을 경시하고 싶지 않아. 그런 짓만은 할 수 없어.’) 아니. …그렇지 않아. 의미 없지 않아… …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 …네가 틈새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도대체 무엇이야? 모든 고통을 감내할 만큼… 그것은 아름다워? (이해하고 싶어진 것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