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무도회가 취소되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귀엽게 잘 꾸미고 왔네요. 처음 보는 복식인데, 무슨 드레스예요?
@LSW 음, 내 생각은 내 생각이고... 어쩔 수 없잖아? (팔을 바깥으로 뻗은 채 한 바퀴 핑그르르 돌자, 치마가 들썩입니다.) 루사티아 - 그러니까, 소르브 옷. 엄마가 보내주셨어.
@2VERGREEN_ (부풀었다 꺼지는 치마를 보며 홀로 팔짱 낀다.) 마치 씨 덕분에 좋은 구경 하네요, 제가. (역시... 귀엽다. 정말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지금도 어제 같은 생각 하는 중이에요? 무도회가 취소되었으면 좋겠다고.
@LSW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하죠, 윈필드 경. (장난스럽게 대꾸하고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 절레절레 흔듭니다.) ... 무제한 버터맥주와 광대 같은 애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서해주기로 했어. 다들 매일 똑같이 칙칙한 교복을 어떻게 입고 다닌 건지, 원.
@2VERGREEN_ 지금 힐다도 그 광대들의 대열에 꼈다는 건 알죠? 좀 귀여운 광대긴 하지만. (어떤 마법사 아이들은 18-19세기에나 입을 법한 예복을 입고 왔기에 광대라는 말에 꽤 동의했지만...) 용서라는 건 마음이 좀 풀린 거죠? 그랬으면 좋겠는데.
@LSW ...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편 아니야?! 치마가 붉은색인 거랑 꽃 자수가 놓여있는 거랑 레이스가 많이 달린 것 치고는! ... 응, 광대 맞네. (이야기하다 스스로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목소리가 점점 작아집니다.) 어, 완전히 풀렸어. ... 난 원래 화가 길지 않거든. 딱히, 이런 무도회가 아니였어도 사흘만 자고 일어났음 마음이 다 풀렸을 걸?
@2VERGREEN_ (조금 웃는다. 미소는 금세 사라진다.) 다행인걸요. 무도회를 잘 즐겨야 후회가 남지 않죠. 사실... 이러는 이유가 잘 이해가지 않지만, 그래서 다들 이렇게 차려입고 무리지어 이 공간 가운데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건가봐요. 광대처럼. 전 힐다가 무도회에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LSW ... '이렇게 차려입고 무리지어 이 공간 가운데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 너 방금 무도회의 본질을 꿰뚫는 말을 했다는 건 알고 있지? 사실 나도 어쩌다 이런 걸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뜸. 고민하다가 싱긋 웃어보입니다.) 뭐, 무도회라도... 레아랑 함께라면 즐거워. 그냥 그렇게 결정 내릴래.
@2VERGREEN_ 다행이네요. 저랑 있는 게 즐겁다고 하니까. (하고는 둥근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 포도를 좀 집어온다. 대수롭지 않게 꺼내는 주제는...) 솔직히 그동안 좀 궁금했어요. 왜 절 그럭저럭 괜찮게 대하나 하고.
에스마일과 이야기 나눴다면서요. 전해들었어요, 그에게.
@LSW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무슨 이야기인지 듣기도 전에 눈에 띄게 동요하는 기색입니다. 그야, 당연하죠. '에스마일'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당신과의 이야기는 불편해지기 마련이었으니까.) 응, 보가트 수업이 끝나고 잠깐. ... 그게 어째서? 내가... 걔랑 대화하는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비록 그 대화가 전부 빈정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도. ... 벽에 기대어,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 채 이야기합니다.)
@2VERGREEN_ (씨 없는 포도인 줄 알았는데 입 안에 무언가 씹혔다. 뱉어내는 건 그리 예절이 없는 행동이다. 곧 레아의 입 안에서 작은 아드득- 아득 소리가 난다. 그러는 동안 그의 시선은 힐데가르트의 손에 가 있다. 레아는 포도알을 하나 더 집는다.) 그럼 우리 셋이 어떻게-애매하게 얽혀 있는지도 잘 알죠? 전 그동안 힐다가 모른 척해준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말했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원인이라는 걸요.
@LSW (금세 애써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져버립니다. 한참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는 말합니다.) 그래, 이야기했어. 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 ... 그런데, 레아, (... 당신 앞에서, 처음 보는 얼굴로 서있습니다. 분노한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아니면 슬픈 것인지 모를 얼굴로...) ... 에시랑 네가 신기한 게임을 하더라고. 하나는 거짓, 둘은 진실이야. 어떤 게 거짓인지 맞춰볼래?
첫째, 난 이제 안토니오와 샤일록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둘째, 나는 네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어.
셋째, 난 지금의 네가 두려워.
@2VERGREEN_ (레아는 과일을 집은 채로 힐데가르트를 마주보았다.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포도알을 접시에 내려놓는다.)
"Would I lie to you" -제가 당신에게 거짓말하겠어요?- 라는 게임이에요. 에스마일과 종종 했어요. ...힐데가르트, 제가 틀린다면 당신이 무엇을 묻든 솔직하게 한 가지를 말해줄게요. (입을 다물었다가)
첫째죠? 거짓말은.
@LSW (정적, 호흡의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틀렸어. 둘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거란 건, 네가 나한테 증명해냈으니까. 거짓말은 세 번째였어. 그럼 이제 내가 질문할게. (어느 순간, 정신없이 움직이던 손이 우뚝 멈춥니다. 그리고는,)
왜 그랬어? (... 마음 속 깊이 참아왔던 질문을 던집니다.)
@2VERGREEN_ (얼마 전 이 둘은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레아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쩌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힐데가르트가 자신을 두려워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두 개의 명제가 반증 앞에서, 부서진다.)
힐다가 신경쓸 일이 아니에요. 그건 저와 에스마일의 일이죠.
힐데가르트 마치는 제 친구예요.
아시겠어요?
@LSW 아니, 그건 대답이 될 수 없어, 레아. (... 분명히 이야기했었죠. 세상에는 닮은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고. 내 생각을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네가 틀렸어. (... 비단 이것은 이 놀이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입니까?) 이건 너와 그 애만의 일이 아니야. 네가 나보고 '친구 사이에' 숨기지 말라고 했잖아. ... 너는 나를 제멋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왜 나는 그러면 안되는 거야? (당신의 얼굴을 보는 눈이 가늘어집니다.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고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 당신이 그랬듯이.)
아니, 이건 내가 신경써야 할 일이야. 난...
힐데가르트 마치가 레아 윈필드의 친구가 맞아?
@2VERGREEN_ 에스마일과 저는 친구고 그에게 숨긴 것이 있었죠. 알아요. -하지만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이야기한 건데요? (목소리에 고저가 없다.) 이제 와서 제게 나쁜 뜻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면, 제가 힐다를 부추긴 거라 생각해요? 쿠피예를 벗긴 건 힐다면서 에스마일과의 관계가 틀어졌던 것이 저 때문이라고, 제 탓을 하려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와의 문제를 대화로써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외면해 왔으면서? ...
(하지만 힐데의 말이 옳았다. 레아는 틀렸다. 적지 않은 부분들에서. 그리고 지금의 방법에서 바람직한지를 따지자면, 이번에도 틀렸다. 다른 사람은 레아 자신을 제멋대로 평가하고 판단해도 된다. 레아 자신이 타인을 대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힐데가르트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지 말아야 했다...)
당신은 제 친구예요, 힐데가르트.
@LSW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냐고? (하지만 제 목소리는 건조하고, 차분할 뿐인 당신의 목소리와 달리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걸 입밖에 내는 순간 너나 나, 둘 중에 하나는 무조건 상처입을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 소문과는 별개로, 그 애를 상처준 건 내가 맞으니까. 너에게도, 에스마일에게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 (기대고 있던 벽에서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한 발짝 다가갑니다.)
맞아, 전부 다 네 말대로야. 네가 별 의도 없이 이야기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왜냐하면... 네가 그런 소문을 일부러 흘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나는... 너를 믿었으니까. 하지만 있잖아, 돌아보니까 내가 틀린 것 같다. 너랑 나는 너무 다르거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주어져도 서로를 닮은 점은 하나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다르거든!
@LSW 넌 이 순간에도 내 탓을 하잖아. 한 가지만은 진실되게 대답해준다고 하더니, 네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내 탓을 하고 있잖아. ... 매번 그랬듯이. (그리고 한 발짝 더,)
넌 네 스스로가 둥글어지기 위해서 깎아냈다고 했지. 내가 넌 그리 태어난 것 같아 보인다고 이야기했을 때, 나에게 분노했고. 아니, 넌... 둥글어지지 않았어. 너는 파도를, 네게 굴러오는 다른 돌들을 '너를 날카롭게 벼려낼 수 있게' 만드는 데에 사용했던 거야. 그러지 않고서는... (마지막, 당신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갑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이런 걸 친구라고 부르진 않겠지...
내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니, 윈필드?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이름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VERGREEN_ (힐데가르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레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뱃속이 울렁였다. 물러서진 않는다. 그러다 입에서 흘러나온 건)
...알겠어요. 맞아요. 우린 달라요. 그리고 틀린 쪽은 나라고요. 알겠어요? 당신 말이 다 맞아요. 난 날카로운 돌이에요. 부딪치는 어떤 돌이든 깨고 상처를 남긴다고요. 날 제대로 봤네요. ...제대로 봤다고요...
(수긍이다. 그는 중얼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편다. 손바닥에 희미한 반달 모양 손톱 자국이 남는다. 레아는 이런 언쟁을 상상해 왔고, 막상 닥치면 그렇게까지 의미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에스마일에게 상처를 입혔던 과정은 또한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힐데가르트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으니까, 그 또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레아는 자신의 그런 성향이 "틀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가슴에 선득한 기분이 드는 거지?)
왜 그랬는지 말해줄게요. ...그게 나거든요.
@2VERGREEN_ (그래서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말들은 반쯤은 토해내듯이, 반쯤은 오래된 상처를 갈라 고름을 짜내듯이 쥐어짜낸 것이지만 목소리는 담담하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전 다른 돌이 가까워지면 벨 수밖에 없어요. 당신과는 달라요. 모난 돌이 구르고 구르다 보면, 언젠가는 얼추 다른 돌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하게 돼요. 전 바닷가의 날카로운 돌이고, 샤일록이고, 남의 탓을 해요. 내가 소문을 낸 이유는 하나뿐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저는 지금 힐데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이해 못하는 것도 당연해요. ...그게 나라고요. (하고는 말이 없었다.)
...윈필드라고 부를 거면 그렇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