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필요하니까- 했던 게 아닐까요? (힐다를 뒤따라간다.)
@LSW 이딴 수업은 있어서는 안돼. 용기를 주는 게 아니라, 겁을 주고 있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여전히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 이딴 게,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2VERGREEN_ 그럼 제가 묻죠. 겁과 용기에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나요? 겁내는 사람은 용기를 낼 수 없나요? 두려움은 조금도 쓸모없는 감정인가요? -그랬다면 마법사들이 진작에 그걸 "도려내는" 방법을 개발해내지 않았을까요? 마법사의 털 난 심장 이야기처럼요. (뒷짐 진 채로 힐데가르트를 따라간다.)
@LSW ... 때론 두려움은 용기의 마중물이 되겠지. 사실 겁과 용기는 한끝 차이일지도 몰라. 애초에 두렵지 않은 것에는 굳이 용기가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까. (빠르게 말하며 걸어가다 어느 순간 우뚝, 멈춰섭니다.) ... 하지만 이런 건 안돼. 타인의 앞에서, 스스로의 가장 내밀한 기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이런 건... 서로의 기억에, 서로가 상처받게 만드는 이런 건 안된다고.
@2VERGREEN_ (입을 벙긋인다. 레아에게 있어서 방금의 일들은 만찬이나 다름없었으나... 그런 걸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았다.) 상처받았다면 서로를 잘 보듬어주면 되지요. 상처는 언젠가 낫잖아요. 우리는 친구고. (꽤나 나이브하게 들릴 말이다.) ...많이 무서웠다면 같이 병동에 가요. 거기서 진정 물약을 받아서 하룻밤만 같이 자는 거예요.
@LSW 아니, 레아. ... 난 무서운 게 아니야, 난... 화가 나는 거야. (툭, 말을 내뱉고는 돌아서서 당신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눈가는 조금 발갛고, 눈은 실핏줄이 모두 터져버려 엉망이고, 입술은 살짝 떨리고 있습니다.) ... 어떤 상처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아. 계속 덧나고, 벌어지고, 곪아서... 영원히 남아. 오늘, 누군가는 그런 상처를 안고 돌아갔을 거야.
@2VERGREEN_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언제나 그랬듯 누군가가 동요하는 모습은 마치 텔레비전의 화면을 보는 듯하다.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에도 이러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듯이.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번에는, 분명히, 잘못 짚었다. 마땅한 변명을 고른다.) 그렇네요. ...제가 무심했어요. 힐다의 기분을... 그렇게 고려하지 않고 말했어요. 미안해요. ...
@LSW ... ... 아니야, 내가 미안해, 너한테 화내려는 게 아니였는데. (깊게 숨 들이쉬고는, 느리게 조금씩 내쉽니다. 손 들어 입술에 난 거스러미를 만지작거려요. ... 어쩐지, 당신의 차분한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날도 있지만... 오늘처럼, 가끔은, 오히려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 진정 물약이 이럴 때도 도움이 될까?
@2VERGREEN_ -그럼요. (즉답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또는 미안하다던 말은 신기루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눈길은 힐데가르트의 입술에 머문다.) 도움이 될 거예요. 제게 화낸 것도 신경쓰이지 않으니까, 병동까지 데려다줄게요. 제가 같이 가게 해 줄래요?
@LSW ... 응. 같이 가 줘. 혼자서는 외로워서 자꾸 다른 생각이 들 것 같거든... (천천히 고개 끄덕이고는 다시 병동 쪽으로 발걸음 돌립니다. 한참 고민하다 화제 돌려요.) 있잖아, 나는 네 보가트가... 할머니가 아니라, 네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냥,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그쪽에 훨씬 더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거든.
@2VERGREEN_ (가면서 힐데가르트의 보가트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선수를 빼앗긴 기분이다. 슬쩍 뒷짐을 지며 걷는다.) 그렇군요. ... (마땅한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복도의 벽면에 걸린 초상화들을 본다. 감상하듯이, 다음은 귀옆머리를 쓸어넘긴다.) 아버지는 강한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괜찮으실 거라고 했어요. 제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전 그냥 힘없는 호그와트 학생이잖아요. 그런 일이 또 일어난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머잖아 병동에 도착한다.)
@LSW ... (가만히 복도를 걸어갑니다. 뒤를 따라오는 초상화 속의 사람들과, 당신이 오늘따라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 알 수 없습니다.) ...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것'이 두렵거든. 행동할 수 없고, 온전히 지켜보고,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두려운 거거든. 물론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것이 다른 게 당연하지만, 어쩐지... ... 왜 너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친구니까, 너무나도 당연히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2VERGREEN_ (초상화 속 사람들은 병동의 복도 즈음에서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더 따라올 수 있는 액자가 없어서인지. 그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할 수 없는 상황이 두렵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중얼거리곤 고개를 든다.)
어쩌면 힐다는 제게서 닮은 점을 찾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닮은 곳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사람들끼리도 말하다 보면 공통점이 나오잖아요? (그의 의문을 설명할 만한 '가설'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게 완벽한 해설이 되지는 않을 거란 예감이 든다. 병동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행동이 빠르다. 그는 병동 부인에게 부탁하여 진정 물약을 가져와 내민다.)
죽음을 먹는 자들과 마왕에게 맞서기로 한 건 제 아버지의 선택이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선택하셨어요. 최우선인 목표를 고르셨죠. 그보다 후순위인 것들은 언제나 미뤄졌어요. 그게 맞는 일이지만.
@LSW ... 그거 내가 말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물약 받아들고는 손에 가만히 쥐고 있습니다. 한참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입술만 달싹이다, 결국 이야기하고 맙니다.) ... 그 이야기, 수정해주면 안돼? 정말로 세상에는 '닮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주어져도, 끝없는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
(떠올립니다. 사람보다 공과 과를 앞세우고, 잘못된 이를 색출하는 것이 먼저이고, 수많은 사람을 상처주더라도 진실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 그게 정말 맞는 일일까? 그러니까, 네 아버지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니야. - 그리고, 나도 최우선의 목표를 고르는 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 많은 것들 중에서, 정의를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VERGREEN_ 그걸로 무언가 이루어낼 수만 있다면 올바른 선택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다른 것들은 모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잖아요. 어떤 것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요. 마치 물을 주지 않아도 선인장이 잘 자라는 것처럼. (힐데가르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채로, 그리고 그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모르는 채 단조롭게 말하고는 잠시 텀을 두었다가) ...그러니까, 이런 걸수도 있겠네요. 힐다는 할 수 없는 상황에 그렇게 익숙하지 않고- 전 할 수 없는 상황에 적응했다던가.
...그렇게 해서 닮은 점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깊은 골이 사이에 패인 채로 그대로 남아있게 되나요?
@LSW ... 하지만 예를 들어보자. 언뜻 보기에는 정의로운 것으로 보이지만, 아주 가까이서 보면 실상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잖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잘못된 정의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옳은 걸까? 아니면... 정의를 선택하게 된 동기가 옳지 않아도 -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거나 - 그런 경우에도 옳다고 생각할 수 있어? (여전히... 당신을 올곧게,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 ... 아니, 그러면 서로에게 '없는 존재'가 되는 거지.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하게 되는 거야. 골 따위도 사라지고...
@2VERGREEN_ (그런 자세한 것들은 어렵다. 어려운 일일 뿐더러...) 옳지 못한 동기더라도 결과적으로 정의롭다면,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도덕적 가치에 부합한다면 정의로워요. 반면 동기가 불순하면서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다면 올바르지 않겠죠. (힐데가르트를 마주보지 않는다. 한참 침묵이 이어진다.) ...왜 이런 이야길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의로운 분이세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셨을 거고, 오점이 있는 정의도 아니에요. 그게 맞아요. (소리내서 부정한다. 네가 틀렸다고. 지금 레아는 힐데가르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취급을 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올바르다. 이건 굳게 믿어왔던 사실이며,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언제나 거슬린다. 누구에게든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