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wik
전쟁같은 대격변의 시기에야말로 예술과 음악의 중요성이 도드라지는거겠지. 모두가-조금이라도 웃고싶어하니까.(눈이 마주치자 한쪽 뿐인 눈동자가 언제나같은 호선을 그린다. 장갑낀 손으로 신입생들을 가리킨다.)봐, 저 파릇파릇한 병아리들을. 벌써부터 음울한 전쟁이나 현실과 대거리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아? 이제보니 너도 좀 웃을 필요가 있어보이지만.(두 팔 벌린다.)포옹하겠어, 루디오? 물론 네가 그리웠어!
@Raymond_M 후플푸프의 밴드맨다운 말이네. (무의식적으로 레이먼드의 안대에 시선이 가 닿는다. '...' 이내 레이먼드와 짧게 포옹했다.) 하지만 춤추고 노래할 기분이 아닌 녀석들도 여기엔 꽤 될 텐데.
@Ludwik
말을 아끼는 건 네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친구.(그리고는 보란 듯 제 안대를 톡톡 두드린다.)'빌어먹을 놈들'의 테러에 휘말렸거든. 별로... 낭만적인 경험은 아니었지. 그 덕에 신문 1면도 장식해 보고 말이야.(들으라는 듯 혀를 찬다.)물론 여기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갈아마시고 싶어서 안달이 나신 분들도 있겠지만... 호그와트는 *공식적으로는* 회색지대니까. 춤추고, 노래하고, 웃으셔야지. 너도 마찬가지야. 너무 진지하게만 살면 성격 버린다?
@Raymond_M 봤어, 신문. 우리 엄마가… <MAGUS> 구독하거든.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털어놓는다. 그러자마자 마치 변명하듯 덧붙였다.) 난 예언자 일보로 봤지만.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루드비크답잖게 저자세였다. 어쩌면, 레이먼드 앞에선 그날부터 쭉 그랬다.)
@Ludwik
아, 그 끔찍한 거.(그의 인상이 옅게 구겨진다.)내 존재 자체가 국제 마법사 비밀유지 법령의 지대한 위협이라고 떠들어대던데. 그래서- 찢어다 태웠어. 벽난로에 처박았지.(킬킬거리며 손 내젓는다.)그런 건 내게 미안힐 일이 아니야. 아비가 신 포도를 먹었다고 아들들의 이가 시게 되는 것도* 아니고.(*렘31:29) 네가 아니면 누구랑 이런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하겠어? 알잖아. 불편하다는 이유 따위로 과반의 인간이 입을 다물기를 선택한다는 걸.
@Raymond_M 그렇지? (‘내가 강경하게 나올수록 너는 더 만족하는 것 같아.’ 일말의 다행이었다.) 야, 진짜 잘했네. 그런 신문은 싹다 불쏘시개로 써야 돼. 헛소리 써서 돈 벌고 다니는 쓰레기 기자들도 사회적으로 숙청 좀 해야 되고, 구독하는 놈들도… (말이 멈춘다.) … …우리 엄만 왜 그런 걸 구독해서 보는지 모르겠다니까. 쯧.
@Ludwik
동의해. 혐오가 논리의 옷을 그럴듯하게라도 주워 입으면 인간들은 환호하지. 더는 생각하고 정당화할 필요가 없으니까.(그의 고개가 옅게 기울어진다.)글쎄... 다른 부분이라면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라고 하고 넘겼겠지만... 이 부분은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네. 여러모로 당사자인 사람으로 말이야... 슬리데린은 분위기 어때? 너 거기서 편하게 밥은 먹을 수 있어?
@Raymond_M (‘내가 엄마를 욕하면 너는 더 만족할까?…’ 그러나 엄마에 대해서는 그런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종내 포기하고 물음에만 답했다.) …음, 뭐. 슬리데린은 늘 그랬듯 별로지. 어딜 가나 순수혈통이 어쩌고, 저쩌고. 나랑 같은 방 쓰는 놈들도 죄다 그래. 근데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서 괜찮아. (엄마랑도 같이 사는데, 하고 말하려다가, 이제 가족 이야긴 그만 꺼내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그만둔다.) 하지만… 후플푸프였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Ludwik
네가 신경 쓰는 것도 문제지만... 내가 신경쓰여서 그런다, 내가.(그리고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애정어린 미소.)친구가 불편할 게 뻔한 장소에 던져져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일 리가! 이참에 아예 후플푸프로 오는 건 어때? 내가 로브를 넘길 순 없어도 절반쯤은 공헌할 수 있을 것 같거든...(제 주머니에 둘둘 말린 노란 넥타이 내민다.)한번도 안 차본 신품이야. 난 목이 졸리는 기분이라 별로더라고. 네가 거둬주는 건 어때? 내 넥타이도 착용해 달라고 아우성을 지르는 것 같걸랑.
@Raymond_M 하지 마, 인마. (으악, 하며 뒷걸음질한다. 그러다 내밀어진 노란 넥타이를 보고…) …넌 이게 나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 …하긴 그리핀도르보단 어울리려나.
@Ludwik
알겠어, 알겠어.(그리고는 가볍게 당신의 머리 정돈해 준다. 그래도 여전히 산발이지만... 당장 방금보다는 좀 낫다.)무슨 소리야, 루디오. 기숙사 성격론이 1학년때 틀렸다는 게 증명되긴 했지만... 내가 그리핀도르 넥타이를 구할 수 있었다면 너한테 묶어주는 건 그거였을걸. 그래도 흠... 후플푸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있어봐, 바꿔 묶어 줄 테니까.(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타인을 챙기는 데 퍽 익숙한 사람의 솜씨다. 이미 넥타이를 풀고서. 천연덕스럽게.)싫어?
@Raymond_M 레이먼드. (조금이나마 정돈된 제 머리칼을 매만진다.) 넌 나한테 용기나 대담함, 의지력, 기사도 정신… 이런 게 있는 것 같아? 아니면 공정함, 성실함, 인내, 의리… 그러니까 ‘후플푸프다움’이 있어 보여?… 싫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 그냥… 잘 모르겠어서. (풀어진 제 넥타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샤론이라면 네 말에 부정할 것 같은데.
@Ludwik
글쎄. 기숙사의 덕목이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거 아닌가? 누군가는 내가 '후플푸프답지 않게' 머글본들을 편애하며, 성실함 없이 이리 저리 놀러다니기를 즐기고, 인내심 없이 화를 낸다고 말하겠지. 저런 성격 파탄자는 그리핀도르에나 어울린다는 말을 내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코웃음 친다.)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후플푸프 다움'이란, 사랑을 제 인생의 시초 삼는 것이며, 내 뒤에 설 이들이 나와 같은 것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일이며, 내가 그르다고 선택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야.(그리고 당신의 목에 거침없이 제 넥타이를 두른다.)네 '후플푸프 다움'이란, 혈통이라는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권력을 얻기를 택하지 않는 곧음이며, 영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도 누구의 영웅이 되는 것이 쉬운지를 재지 않는 순박함이고, 불편한 자리를 제가 마련하고도 기꺼이 그 자리를 피하지 않는 인내야.
@Ludwik
뭐... 그때 네가 '쓰레기 짓'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부정하진 않아. 그러나 루디오, 내가 말하는 '쓰레기 짓'은,(그가 넥타이를 붙들고 당신을 훅 끌어당긴다.)네 마음을 긍정하는 대신 두려워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그 애정을 채우려고 하는 거야.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너 자신에게 쓰레기짓이라고. 그렇지만 그게 네가 그리핀도르가 못될 이유는 아니지. 막말로, 후플푸프 7학년 선배가 끈기 있게 세 다리를 걸치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뺨 맞고 쫒겨난 걸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리핀도르 머글본 아이들은 슬리데린 선배들이 외치는 '머드 블러드'라는 멸칭에 반항하지 못하는데. 대체 그놈의 '기숙사다움'이 대체 뭐냐? 넌 훌륭한 명예 후플푸프야.(그리고는 넥타이 끝을 정리한 뒤 멀어진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멍청한 얼굴 하지 말고. 네가 원한다면 네가 그리핀도르다운 이유도 다섯가지쯤 대줄 수 있어, 루디오.
@Raymond_M … …네가 날 너무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그는 습관적으로 젠체하면서도 이따금 이렇게 스스로를 낮잡아 보았다. 레이먼드가 넥타이를 매 주는 동안 말없이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완연히 후플푸프 학생처럼 보이는 제 모습을 살핀다. 표정은 줄곧 굳어 있었다.) 한 가지 말할게. 난 후플푸프 애들을 보면 짜증이 나. 아니, 사실 다른 기숙사 놈들 전부 다. 그리핀도르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설쳐대서 짜증 나고, 래번클로는 헛소리만 하는데 우등생 대우를 받아서 짜증 나고, 후플푸프는… 잘 모르겠어, 그냥, 그 애들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하지만 제일 싫은 건 슬리데린이야. 몇 명만 빼고 전부 총살해버리고 싶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나다.’) 사실 이딴 학교엔 다니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기도 해. 그랬으면 내가 분란만 일으키고 다닐 일도, 샤론과 로신을 만날 일도, …널 만날 일도 없었겠지. 그랬으면 어땠을까?
@Raymond_M 이런 생각만 드는데도 내가 ‘명예 후플푸프’야? 웃기는 말이지 않아?… 결국 후플푸프는 될 수 없다는 거잖아. 내가…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다. 너는 결국 마법사로 남을 것이라고…) 머글이 될 수 없는 명예 머글인 것처럼. …아니, 이상한 말을 너무 많이 했네. … …넥타이는 고마워. 근데 나랑은 안 맞는 거 같다.
@Ludwik
(그는 가만히 듣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단상 끝에 그가 툭, 내뱉는다.)너, 진짜 생각 많구나? 그것도 잡생각들만 잔뜩. 뭐, 그래. 그래도 하나는 알겠다. 너, 내가 한 소리 하나도 못 알아들었군.(그러나 그는 당신을 다정하게 어르거나 달래는 대신 긴 한숨을 뱉는다. 언제나 당신을 향해서 보이던 웃는 얼굴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걸.)그리핀도르처럼 용기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래번클로처럼 논리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고, 후플푸프처럼 성실함인지 진실함인지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는 진력을 내지. 슬리데린을 싫어하는 건 네가 모자에게 천명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네 이상과는 전혀 다른 폐곡선을 그리기 때문이잖아. 순수혈통이라는 꼬리표는 너를 마법세계에 위화감 없이 안착시키지. 슬리데린은 차별의 대상이 되는 대신 차별의 주체자들로 가득하고. 거기에 그게 자기 정체성의 일부라네?
@Ludwik
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골방에 틀어박혀 자기혐오나 씹어먹는 건 열두살에 졸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지, 골방은 아닌가? 증명할 수 없는 걸 증명하려고 싸움판에 뛰어들어 자해를 해 보이는 거니까?(부러 신랄하게 씹어댄다. 그리고 긴 한숨을 뱉는다. 제 뒷머리를 쓸어내리며.)나 역시 네가 너 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미워한다. 그러나 나는 네가 왜 고작 그따위 이유로 너 자신을 미워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어...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틀이라도 있는 것처럼.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너 공동주의자communist 아니었냐? '인간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그 물질의 기본형인 원자의 운동을 예측할 수 없다. 의식은 물질에 후행하며, 물질의 운동은 예측되지 않으므로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아니하다.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없으며,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무엇이들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므로 우리는 비로소 자유하다.'
@Ludwik
너희들이 달고 사는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너는 과거를 선택할 수 없어도 미래를 선택할 수 있고, 어제는 선택할 수 없어도 오늘과 내일을 선택할 수 있는데... 후회와 할 수 없는 일에 천착하느라 운명론을 신봉하며 선택할 수 없는 거나 씹어대는 게 네 삶의 방식이야? 머글이 되고 싶다면 성인이 되자 마자 빌어먹을 지팡이따위는 처박아버려. 네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새끼들 입에는 엿이나 처박아주라고. 설령 그게 어제의 너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거냐?(폭론이다. 그도 안다. 그렇지만... 지금 당신, 빌어먹도록 짜증나게 굴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겠다. 억샌 손아귀가 당신의 양 어깨를 잡아챈다. 손아귀에 들어간 힘은 당신의 어깨가 우릿하게 아리기 충분할 정도다.)영웅이 되겠다며. 영웅은 찰나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미래시를 부정하는 자 아니었냐? 그게 아니면... 이번에도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할 작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