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발소리가 느릿느릿 가까워진다. 그늘을 따라 걸어 당신을 보았다.) ......
@yahweh_1971 (힐끔, 인기척이 나는 곳을 쳐다보고는.) ...... 무슨 일이야? 헨 홉킨스.
@Julia_Reinecke
산책하고 있었어. 우연이지만...... 마침 여기 있으니. (걸음은 느리게 가까워진다. 당신의 두어 걸음 앞에 당도했을 때, 달빛을 가리며 굽어다보고.) ...... 물어보고 싶었는데, 줄리. 감상이 어때?
@yahweh_1971 ...... (당신을 노려본다. 그것은 마치 겁먹은 초식동물이 제 앞에 놓인 육식동물을 경계하는 것과도 비슷한 눈초리였다.)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건데. (경계, 어쩌면 적대까지도 어린 목소리.) 너도 날 비웃으러 온 거야?
@Julia_Reinecke
(공격으로 받아들였다면- 역시 당신은 오롯이 살인자가 될 수 없을 사람이다.) 비웃긴. 궁금할 뿐이야. (느리게 대꾸한다. 시선이 파랗게 반짝이다 굴러가고, 그는 몸을 세우며 당신의 곁에 자리잡는다.) 합류하고 싶어? 동경하나?
@yahweh_1971 ...... (고개를 돌린다. 대답은 한 박자 느리게 나왔다.) 아니. (그러고는, 다시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잘 모르겠어. 내가 뭘 느껴야 하는지...... (작게 중얼거린다. 당신이 마치 없는 것처럼, 아니면, 예전에 우리가 아직 '친구'였을 때처럼.)
@Julia_Reinecke
'느껴야만 하는' 건 없어. (조용히 대꾸하나, 비난하는 뉘앙스는 없다. 시선은 더 이상 당신을 담지 않는다.) 네게 그런 걸 정해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지. 그런 건 허상일 뿐이고, 난 그저- 궁금한 거야. 넌 완전히 그네들의 편인가?
@yahweh_1971 ...... (한참 동안 입을 다문다. 그리고,) 그러길 바랐지. (목소리는 나직하다.) 함께 있으면 강해진 것 같으니까. 그 안에서는, 아무런 선의도 필요 없었으니까. (그가 아버지에게 주어야 했던 선의, 베풀어야 했던 선의, 착취당해야 했던 그 선의―) 거기 있으면, 거기 있으면...... (그러고는 고개를 숙인다.) 괴롭지 않았으니까.
@Julia_Reinecke
그건 이상한 말이네. (감상을 느리게 내어놓았다. 이미 격랑을 겪은 뒤의 음성은 미지근하다.) 난 네게 선의를 바라지 않았어. 네가 마음대로 지껄이고, 못되게 굴었어도...... 넌 내 친구였을 거야. 네가 내게 귀한 것들을 해치지만 않았다면. ...... 널 친애했으니까. (진실로.) ...... 라이네케, 겉껍질이 강하고 해로운 걸 선망하지 마. 네가 싫다면 선의 따위는 꺼지라고 하되...... 무언가가 싫대서 굳이 대척점에 설 이유는 없어. (이건 무의미하며 피상적인 간섭이다.)
@yahweh_1971 ......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잠시 있다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고는, 침묵.) 그건 네가 강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야. 혼자서도, 설 수 있으니까. 네 마음대로, 착한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선의든 악의든 주고받는다 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너는 몰라.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게 무슨 감정인지.
@Julia_Reinecke
이해받으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을 이해하는 건 힘든 일이지. ...... 내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니 널 이해한다고 자만하진 않을게. (가시는 연하다. 물렁거리는 끝에도 아프다면, 이미 상처가 존재했다는 의미일 테다.) ...... 네게 변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거고. 하지만 말마따나 네가 '약한 애'라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면...... 비호해줄 애들이 꼭 걔들뿐이진 않단 건 덧붙이고 싶네. 단적으로, 나도 있고. (딱히 으스대는 음성은 아니다.)
@yahweh_1971 (당신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웅얼거린다.) 네가 하는 건 비호가 아니야. 헨. 굳이 따지면 무관심과 가끔씩 제공하는 보호에 가깝겠지. 그건, 그건...... (조용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달라. 내가 바란 것과. (한참 동안 입을 다문다. 고개를 들지 않는 것은 수치심일까?)
@Julia_Reinecke
(...... 소속감? 그네들처럼 강해졌다는- 자기위안에 가까운 감각? 생각하되 입을 열진 않는다. 한참이 지나 무릎에 팔을 괬다.) 그럼 난 널 다시 데려올 수 없겠네. (대답하는 음성은 건조하다.) ...... 아쉽군. 널 꽤 좋아했어.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