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7월 19일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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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nghal

2024년 07월 19일 22:12

(호숫가를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

LSW

2024년 07월 20일 01:46

@Finnghal -수영은 안 하네요. 웬일이래.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1:54

@LSW 입학식날은 돌아다니는 1학년이 많더라고. ... 게다가 오늘은 밤산책 하는 사람도 유달리 많은 것 같네. 너도 그렇고.

LSW

2024년 07월 20일 02:17

@Finnghal 아하, 학기 첫날이니까 면피面皮를 챙기고 나름- 상급생으로서의 "위엄"을 보이겠다는 뜻이죠? 알겠어요. (밤산책 이야기는 은근슬쩍 넘겼다.)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2:25

@LSW 그것도 그렇고, 물에서 나올 때 누가 보기라도 하면 곤란해.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 저, 레아. 방학 동안에는 무슨 일 없었어?

LSW

2024년 07월 20일 02:28

@Finnghal 별일이네요, 이제 그런 걸 다 신경쓰고. 새삼스럽지만. (하며 양손으로 뒷짐 진다.) 방학이라면 제 안부를 묻는 거예요, 아니면 마법 세계에 대해 묻는 거예요?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2:35

@LSW 음... 둘 다 궁금하지만, 지금 물은 건 앞엣것. (제 뒷머리를 긁으며 약간 겸연쩍은 낯을 한다.) 어쩌면 나도 신문을 구독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LSW

2024년 07월 20일 02:46

@Finnghal 하긴 부엉이들은 어디든 찾아가니 집주소가 바닷속만 아니면 받아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핀갈, 소식에 밝지 않은 게 외려 좋은 일일지도 몰라요. 알아봤자 즐겁지 않은 일 투성이거든요, 세상은. (하며 호숫가로 고개를 튼다.) 그래도 전 잘 지냈어요. 바닷가 근처 목장에서 살거든요. 진 신문을 구독하지만 거기까지는 풍파가 와닿지 않아요. 다른 세계라서.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2:49

@LSW 음, 그런데 오늘 분위기를 보니 그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 그리고... ... (다음 말을 하기 전에 힐끔, 곁눈질로 레아의 눈치를 보고) 아냐, 아무것도. 무탈했다니 다행이네.

LSW

2024년 07월 20일 02:58

@Finnghal (평소 레아의 기준대로라면 그건 "이상한" 것이 맞았다. 마법 세계의 주민이라면 조금 더 세상의 소식에 익숙해야 한다. 헌데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자세한 이유는 헤아리기 어려우나 핀갈이 그러한 정세에 어두웠으면 했다. 정세에 밝다는 것은 곧 불의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레아는 일전 모르가나 가민의 마법에 속절없이 짓눌렸던 핀갈과 그것을 수치스러워했던 핀갈도 기억한다. 악의는 거대하며 핀갈은 한낱 해변을 뒹구는 자갈이다.) - (침묵이 길다. 적어도 자신이 주워 보기 좋게 잘 닦아 광을 낸 '특별한' 돌멩이이므로, 그것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뿐이다.) 이번에는 '이상하다' 기보다는... 다른 거라고 해두죠. 그리고 하려던 말 해요.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3:03

@LSW ... ... 너나, 네 가족들한테... 무슨 일이 있는데... ... 내가 까맣게 모르면 안 되잖아. (혼나는 어린애처럼 우물쭈물하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2년 전 아이작 윈필드에게 있었던 일이나 한 달 전 메르체 남매에게 있었던 일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그야말로 윤나게 반짝이는 작업의 성과.)

LSW

2024년 07월 20일 03:06

@Finnghal (안타깝게도 그 돌을 잘 갈고닦은 사람 중 하나인 레아는 이번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다 해요? (눈이 조금 동그래진다. 자신이 그러지 않아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3:10

@LSW 알아, 나도! 허세 같은 거. (그 시선을 오해했는지, 얼굴을 돌리며 손사래를 친다.) 알아봐야 내가 어찌할 힘도 없고, 애초에 신문에 실릴 만큼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나면 늦어도 한참 늦고, ... ... 그렇지만.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알고 싶다고 생각해.

LSW

2024년 07월 20일 03:20

@Finnghal 뭐, 허세라기보다는... (나란히 걷고 있었으나 핀갈이 얼굴을 돌린 탓에 옆얼굴만 얼핏 보였다. 사실 가장 먼저 드는 건 '환심을 사려는 거짓말인가?' 하는 의심이었으나 그새 희미해진다. 레아는 그것이 신기한 조각상이라도 되는 양 한참을 뜯어보느라 다른 말을 잘 듣지 못했는데, '알고 싶다'는 목소리만큼은 귓가에 선연하게 와 박혀서, 속이 울렁거린다. 확 기분이 나빠지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귀여운 소리를 다 하네요. 알고 싶다라. ...그럼 그렇게 해요. 돌멩이.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3:36

@LSW (귓가에 흔들리는 금빛 귀걸이나 여전히 뻣뻣하지만 차분하게 떨어지는 회백색 머리칼, 더 이상 악취도 나지 않고 공을 들여 곱게 손질된 살결 따위가 정말 한때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 같다. 지금의 얼굴에서 울퉁불퉁 흙 묻은 자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오직 그 야행성 동물 같은 노란 동공과 살짝 일그러진 얼굴에 떠오른 요령 없이 서투른 표정뿐이다. 그 얼굴은 레아의 말에 황당한 듯이 그를 휙 돌아본다.) 도, 돌멩이!? 뭔데, 그 호칭은!?

LSW

2024년 07월 20일 03:38

@Finnghal (그 요령 없는 얼굴을 가만 구경한다. 기분나쁜 울렁거림이 그새 가신다.) 그런 게 있어요. 이제부터 핀갈은 돌멩이예요. 자갈보다는 어감이 귀엽지 않아요?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3:44

@LSW 자, 자갈? 잠깐만, 심하지 않아!? 네 마음속에서 나는 얼마나 하찮은 거야!? (정신에 대미지를 입은 듯한 비틀거림...)

LSW

2024년 07월 20일 03:50

@Finnghal 하찮게 안 봤어요. (하찮게 본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곤란해질 것 같으니 이쯤에서 화제 전환한다.) 어쨌든... 궁금하면 신문을 구독하고 주기적으로 받아보라고요.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모르는 편이 좋다는 주의지만, 알고 싶다면 알아야죠. 친구가 무사한지는 누구든 확인하고 싶어하잖아요. 이해해요. 당신 마음.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3:54

@LSW 그러면 레아는 왜 신문을 구독하는데? (의아한 듯 레아를 가만 건네다보며 반문.)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알고 싶어서가 아닌 거야?

LSW

2024년 07월 20일 04:03

@Finnghal (허를 찔렸다.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든다. 고민은 짧다.) 글쎄, 이유는 같아요. 알고 싶어서예요.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4:11

@LSW 그건... (종종 그러하듯이, 별다른 의식 없이 정곡을 찔러놓고 뜻밖의 반응에 머뭇거린다.) ... 그런 녀석들의 말만으로는 모자라? 그러니까... (고개를 돌려, 불빛이 새어나오는 성 쪽을 일별한다.) ... 오늘 저녁만 해도, 학기 첫날부터 누군가 거하게 한 판 하던데. 물론 멋모르고 동조하는 녀석들과 실제로 저지르는 녀석들은 또 많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

LSW

2024년 07월 20일 04:33

@Finnghal 잉크워스 무리 말인가요. (약간의 긍정이다.) 그런 이들이 사람을 가르는 것에는 이유가 없어 보여요. 아마 당사자도 그냥 '그래도 되니까' 라는 이유로 그러는 거겠죠. 하지만 내 말은... (호그와트 성을 돌아보지 않는다. 밤의 호숫가는 어둡다.) 유목민들은 양떼에 염소 몇 마리를 꼭 섞어요. 양들은 겁이 많아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염소는 눈에 띄는 행동을 하거나 나서길 좋아해요. 목자를 따라 먼저 나선다거나, 다 자란 풀만 뜯어먹는다거나. 그렇게 양들이 염소를 따르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제가 보기에 염소는 마왕이었어요. 저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뜻이에요, 핀갈.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4:44

@LSW '그래도 되는구나'라고 여기게 하는 사람? (진지해진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곤,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흘러내린 머리칼을 털어낸다.) 바보같아. 될 리가 없잖아, 남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면서 반격당하지 않는다는 따위. 가민이 아무리 강대한 마법사라도 그런 식으로는 결국 언젠가 잡혀죽는 결말밖에 기다릴 게 없는데 하물며 그 졸개 노릇하는 정도로... 하긴 공멸하는 것도 '반격당하지 않는다'는 범주에 넣는다면야. (짧은 비웃음 같은 소리를 내고, 잠깐 생각에 잠긴 얼굴.) 하지만 인간은 양보다 훨씬 영리한 생물인데. 그런 얘기야? 레아. 충분한 지성을 가진 존재들이 단순한 무리동물처럼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이유를 알고 싶다.

LSW

2024년 07월 20일 05:28

@Finnghal ('무리동물.' 핀갈이 정확하게 보았다. 레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반격한다는 건 곧 죽을 각오로 임하는 거죠. 목숨을 거느니 약간의..., 괴롭힘을 견디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쪽이 있고. 실제로는 그 자를 따르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맞서 싸우는 수는 훨씬 적어요. 그 자가 잡힌다고 해도 그의 '졸개'들과 졸개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있겠죠. 그들을 전부 솎아낼 수는 없어요. 그랬다가는 무리가 남아나지 않아요. ...없앨 수 없다고요.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05:34

@LSW (레아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진지한 얼굴에 작게 세로 주름이 생긴다. 발밑을 보면서 잠깐 그 말을 되씹는 듯하다가, 마지막 말에는 고개를 들어 레아의 표정을 살폈다.) ... 레아는 지금의 마법 정부가 '마왕'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보는 거야?

LSW

2024년 07월 20일 11:00

@Finnghal 마왕을 꺾더라도 그 무리는 세상에 남아있겠죠. 뿌리는 쉽게 뽑히지 않아요. 그래서, 네. (미주본 얼굴은 언뜻 무던해 보인다.) 전 '이기더라도 이기지 못한' 결말이 될 거라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저 밖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레아는 눈을 여러 차례 깜빡이다가, 입을 벙긋이다가, 눈을 내리깐다.) 그들이 그 고귀한 피를 흘릴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당신에겐 뭍의 사람들이 그저 아귀다툼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18:21

@LSW 가치... (혀끝에서 잠깐 굴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딴데를 본다.) ... 뭐, 그렇게들 믿기도 하는 것 같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나? 어둠의 마법에 집어삼켜진 세계에 기다리는 것은 멸망뿐인걸. 늦거나 빠르거나 결국 다 죽는데, 그것도 모를 만큼 어리석은 게 아니라면 당연히 발버둥치게 되지 않겠어. (그래도 알 바 아니라는 것이 그의 심경이지만... ... 달빛이 흩뿌려진 수면이 바람에 물결친다. 돌아보고.) ... 떠나고 싶어? 레아. 풍파가 닿지 않는 곳으로.

LSW

2024년 07월 20일 21:04

@Finnghal (어딜 가든 물이 있고 바람이 분다. 그것을 안다.) 아뇨. (고개를 젓는다.) 그보단... 음, 돌멩이에게 설명해 주려면 비유를 드는 게 좋겠네요. (호숫가로 다가간다. 달빛은 수면뿐 아니라 가장자리에 널린 자갈들도 비춘다. 제각기 다른 모양이다. 레아는 그중 하나를 골라 집어든다. 매끄럽게 잘 마모되어 동그랗고 보기 좋다. 그것을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한다.)

바닷가나 호수에서. 물이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마다 조약돌들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깨져나가요. 핀갈은 바다 근처에서 살았으니까 잘 알겠죠.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21:23

@LSW 그러니까 왜 돌멩이냐고... (궁시렁거리면서도 쫄쫄 따라간다.) 음. 그렇지... 우리 집 앞은 돌보다는 바위가 많았지만, 바위도 오랜 세월 계속 파도를 맞으면 결국 조금씩조금씩 깎여.

LSW

2024년 07월 20일 22:02

@Finnghal 파도와 풍랑에 맞선 바위나 돌이, 조금씩 깎이고 깎이면 둥글어져서 보기 좋게 예뻐지죠. 어떤 것들은 빛을 받으면 반짝이고, 이렇게. (핀갈에게 돌을 보여주듯이 내민다. 달빛을 반사하는 검은 돌은 얼핏 보면 흑요석 같다. 발치의 자갈들도, 어떤 것들은 빛을 낸다.)

...이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요. 계속 쓸리고 부딪쳐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거나, 파도가 삼켜 바닷속으로 휩쓸려 가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22:05

@LSW 그러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곳은 사실 파랑이 휩쓸고 지나갈 만큼 휩쓸고 지나간 곳이다... 그런 거야? (발치에 반들거리는 돌멩이들을 발끝으로 톡톡 건드린다.) 그리고 풍파를 맞은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 ... ?

LSW

2024년 07월 20일 22:34

@Finnghal (대답하는 대신 호수 쪽으로 몸을 틀더니 주웠던 조약돌을 있는 힘껏 던진다. 돌이 호수 한가운데에 빠진다. 몇 번 파문이 인 뒤에는 수면이 잠잠해진다.)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네요. 비유를 더 잘 들었어야 했는데.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22:44

@LSW 미안. 진짜로 돌멩인가봐. (시무룩하게 고개 떨구고) 다른 식으로 한 번 더 말해주면 안될까.

LSW

2024년 07월 20일 23:08

@Finnghal (어깨를 으쓱인다.) 이 마법 세계를 바다라 하죠. 바닷가의 바위와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은 사람들이에요. 파도는 그 돌멩이들에게 있어서 고난이고요. 그러니까... 모르가나 가민, 루드밀라 잉크워스, 그런 사람들의 존재와 이 전쟁을 파도라 치죠.

파도는 언제나 일어나요. -그건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닷물을 통째로 말려버릴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상하게 들릴 비유라는 건 아는데. 어떤 돌멩이들이 용감하게 파도에 맞서 싸우려 한다고 생각해봐요. 부조리한 파도에 뒹구는 동안 돌멩이들은 점점 반질반질해져요. 저는... 그렇게 깎여나간 조약돌들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돌로는 파도를 막지 못하잖아요. 바닷속으로 휩쓸려가면 모를까.

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쁜 돌들이... 예쁜 돌인 채로 해안가에 남아주면 좋겠다고요. 이해했나요?

Finnghal

2024년 07월 20일 23:47

@LSW (발치에서 조약돌을 하나 차올려,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낚아챈다. 묘기에 가까운 운동신경. 반들거리는 돌을 손에 잡으면, 그제야 한참을 들여다보고.) ... ... 너는 네 세계의 전사들을 사랑하는구나, 레아. 왕이나 영웅이 아니라, 마치 친구나 가족들처럼. 그들이 영광을 누리는 게 아니라,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원하는 거야.

LSW

2024년 07월 21일 00:01

@Finnghal (속이 울렁거렸다.) ...웬일이래요. 돌멩이가 어떻게 파도에 맞서 싸우냐고 말할 줄 알았는데.

Finnghal

2024년 07월 21일 00:12

@LSW 레아가 어렵게 한 얘기 같아서 노력했어. (웃음기도 없이 진지하게 대꾸하며, 돌멩이를 빤히 들여다본다.) 나는 영광스러운 죽음은 열약한 삶보다 훨씬 낫다고 배우고 또 그렇게 여기면서 살아왔는데... ... 그것이 선택의 문제조차 아닐 때는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레아한테 원하는 걸 주고 싶은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부터 상상할 수 없어. (낙심한 얼굴로 손바닥을 기울여 돌멩이를 떨어뜨린다. 얕은 물에 돌이 부딪히며 찰박 소리가 난다.)

LSW

2024년 07월 21일 00:43

@Finnghal (입을 벙긋인다. 핀갈이 이런 반응을 보일 때가 어려웠다. 여전히 속이 좋지 않다. '본인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지.' 가장 먼저 드는 건 그런 생각이다. 그러나 이후 식도 아래, 뱃속에서부터 밀려올라온- 알 수 없는 뜨겁고 불쾌한 것들과 뒤엉켜 응어리진다. 레아는 그것의 이름을 모를 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얕은 물 아래로 가라앉아 더는 보이지 않는 돌을, 어두운 수면을 응시한다.) 저는... 그러니까, 당신 표현을 빌리자면. 전사들이... (말이 자꾸만 끊겼다. 고개를 숙인다. 머리가 아프다.) ...한 번쯤 뒤를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뿐이에요.

돌멩이는 돌멩이로 남으면 돼요. 전 그거면 충분해요. 어렵지 않잖아요.

Finnghal

2024년 07월 21일 01:13

@LSW 레아, 레아. (고개를 수그리는 레아의 손을 제 두 손으로 겹쳐잡고 간절하게 부른다.) ... 그러지 마. (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면서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 절벽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잘못 달린 돛을 보고는 선 채로 돌이 되어버릴 것처럼... ...) 그렇게 혼자 남은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잡은 손에 부드럽게 힘이 들어갔다.) 나는 네가 그렇게 외로운 건 싫어.

LSW

2024년 07월 21일 03:43

@Finnghal (장갑 위로는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심 그것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향초 냄새에 코끝이 싸하다. 아마 향초 탓일 것이다.)

글쎄요... 전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그리고 새삼스럽게도, 핀갈의 말에서 이곳이 그의 세계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것이 낙심인지 안심인지를 모르겠다. 레아는 굳이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한다. 어쨌거나 핀갈은 레아가 이곳에 와서 본 수많은 돌멩이들 중 하나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되뇌인다.)

당신에게 원하는 건 하나면 돼요. 돌멩이로 남는 것. (자갈은 자갈로. 격랑에 삼켜지지 않고...) 그러고보니 말이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해왔잖아요, 이제까지. -그럴 거죠?

Finnghal

2024년 07월 21일 04:18

@LSW ... 글쎄, 어떨까. (줄기차게 같은 말을 반복해왔으면서, 막상 그 말만 하면 될 것 같은 이 순간에는 어째서인지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검은 가죽에 싸인 손끝들을 엮은 채로, 시선을 피했다가.) ... 있잖아, 레아. 네가 말한 대로면... ... ... '이겼지만 이기지 못한' 경우에선... ... 그러니까 염소를 없애서, 멍청하고 못된 양들이 잠깐은 얌전히 있게 된 경우에선. (사이) 조금 더 오래 너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지... ... 네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머뭇거리듯 질문을 되돌리며, 노란 눈동자가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춰왔다.)

LSW

2024년 07월 21일 11:23

@Finnghal (조금 뒤 고개를 든다. 얼굴은 아까와 같다. 눈시울이나 코끝이 붉어진 징조가 없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에요. 염소는 우두머리니까 그 뒤를 따르는 양들도 있겠죠. 그렇게 한다면 피가 흐를 거예요. (그러니까 애당초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는 싸우지 말고 순응하거나, 멀리 멀리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쳐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그리고 새삼스럽게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노란 눈은 야생의 것이라고.)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는 투쟁이 있을 수 있나요?

Finnghal

2024년 07월 21일 19:09

@LSW (레아가 울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생각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저 섬광처럼 잠시 마음속에 명멸했다. 그 평소와 같은 얼굴이, 간신히 머리의 열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하게 해주어서. 천천히 손을 떼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그런 건 없어, 레아. 그러니까 피가 흐르지 않는 삶도 없어. 살아있는 한 싸움은 끊이지 않고, (모두가 입으로는 평화니 공존이니 무해하게 들리는 말들을 떠드는 중에도,) 그건 이 세계도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누군가는 반드시 죽고, 누군가는 사라지게 될 거야. (몸을 돌리고, 성을 응시하며 한참을 침묵한다.) ... 하지만 이기는 쪽이 좀더 많이 살겠지... ... 결국에는 전부 그 문제야.

LSW

2024년 07월 23일 01:32

@Finnghal (입을 열었다가, 닫는다. 성을 바라보지 않는다. 레아의 시선은 여전히 깊은 물을 향한다.) 그건 바다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법인가요? ...어른스러운 말을 하네요. 제가 꼬마애가 된 기분이에요... (하고 레아는 숨을 내쉰다. 깊이. 다시 가슴팍이 조금 부푼다.)

딱 하나만 대답해줘요. 대답 못 들었거든요. (레아가 말하는 것은 고향으로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동시에 그리 '알고 싶지 않다.') - (파도에 깎이고 깎인 바닷가의 돌멩이는 그만큼 반짝인다. 레아는 그것에 자신이 눈길을 주게 되는 것이, 핀갈이 말하는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든 황금과 보석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결국에는 그런 것이다. 언젠가는 파도에 휩쓸려 가든 깎이고 마모되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모래알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든 더 이상 손에 쥘 수 없게 된다면...)

LSW

2024년 07월 23일 01:35

@Finnghal (얼마는 살아남는다 해도 얼마를 반드시 잃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그게 맞지 않을까? 망치를 들고 그 작은 조약돌을 전부 깨부순다면, 역설적으로 그것이 파도에 휩쓸려 갈 일도 물과 바람에 의해 사라질 일도 없는 것이다...)

Finnghal

2024년 07월 23일 02:31

@LSW 이상하네, 레아가 그런 기분이라니. 난 항상 레아가 나보다 어른이고, 나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 (불빛이 새어나오는 성을 올려다본 채, 한동안 말이 없다. 이윽고, 천천히 돌아서서.) ... 응, 그렇게 할게. (위로하듯이, 안심시키듯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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