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_M (레이먼드의 눈을 가린 안대를 보고 놀란 얼굴로 멈춰선다.) 메르체, 네 얼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Finnghal
메르체가 아니라 레이. 핀갈, 난 여전히 그쪽이 훨씬 더 좋다고.(뻔뻔스럽게 웃어보인다. 그리고 어깨를 가볍게 들었다 놓는다.)몇가지... 가벼운 일이 있었지. 보이는 것보다 대단한 상처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 워어, 그런 얼굴 하지도 말고. 둘중 한 사람만 웃어서는 호그와트 최고의 드러머의 면이 안살잖아. 내 역할은 너희를 웃게 하는건데. 그동안은 잘 지냈어?
@Raymond_M 필요없어, 그런 역할. 그래서야 너는 음악가도 학생도 친구도 아니고 어릿광대가 되어버리잖나. (작게 헛기침을 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돌아온다.) 걱정을 받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 존중할게.
@Finnghal
글쎄, 난 거꾸로 생각하는데. 그 모든 걸 합해서 '내 친구들의 레이'인 거니까. 내가 너희를 아주 많이 애정한다는 사실을 알잖아.(그의 목소리에 아주아주 부드러운 애정이 섞인다.)그런데 저런 표정들이라니. 보고있기에 썩 즐거운 일은 아니지. 그것도 원인이 나라고 한다면. 그러니 네 이야기나 좀 해줘. 방학은 어땠어? '네' 방학말이야.
@Raymond_M 친구란... (다시금 작게 헛기침. 이제 그는 '친구'라는 말을 터무니없이 무거운 의미로 이해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그 말이 가지는 무게와 온도를 알게 되었다. 다만... ... ) 좋을 때 웃기만 하는 사이를 뜻하는 말은 아니지. 아마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렇게 자신없게 뒤에 덧붙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행동거지다.)
@Finnghal
내가 알고 있는 것도 그래. 그렇지만 핀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물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애정을 아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나는 믿거든.(어느새 그는 1학년때의 그 개구쟁이의 얼굴을 한 채다.)무엇보다, 나도 개학 할 때쯤에는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이정도일줄은 몰랐지. 그러니 안심해, 난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박애주의자는 못되거든.
@Raymond_M 박... 뭐? (한순간 예전의 그 험악한 얼굴로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가, 이것도 *이상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빠르게 표정을 수습한다.) ... 미안. 너무 어려운 말이라서 잘 못 알아들었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된 거야.
@Finnghal
모든 인간들을 평등하게 사랑하는데는 실패했다는 뜻이야. 그보다는... 편애를 하지.(당신이라면 확실히 알겠지. 그가 2년동안 얼마나 많은 선배와 동급생을 '지팡이를 뺏'고, '매달'거나 그 혓바닥으로 작신작신 으깨뒀는지.)테러에 휘말렸어. 마법사일보에도 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죽음에 고개를 처박고 계시느라 바쁘신 분들께서, 친히 다이애건 앨리까지 행차하셨지.
@Raymond_M (왜... 왜 그런 짓을 해야 하지. 여기서는 그게 *적절한* 목표인가? 당혹스럽지만 나중에 더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평온한 낯.) ... 기차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지. 신문을 보지 않아서 자세한 건 모르지만... ... 그렇구나. 그게 메르체 너였군. (조금 서늘하고 날카로워진 눈으로 레이먼드를 한 차례 훑는다.) '휘말렸다'고 하는 건 네가 본래 목적은 아니었단 뜻인가?
@Finnghal
그러네. 확실히 내가 오해할법한 표현을 하긴 했어.... 나도 그들의 '목표들' 중 하나였을텐데 말이야. 그들이 노린 게 머글본과 혼혈 마법사들이었으니. 뭐, 그들이 '머글본'과 '혼혈'이 죽어버리길 바랐을 때 떠올린 게 너와 내 얼굴은 아니었을테니 그러려니 하자고. 그건 무차별 테러였어. 그 범주에 드는 대상이 있기만 하다면 그들의 얼굴과 이름, 목소리와 나이, 성별따위는-간단히 무시되는. 정말이지, 끝내주는 이념(비웃음이 섞인 단어다.)이야.
@Raymond_M 머글본과 혼혈 아무나? 무장과 비무장,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얼굴을 찡그리고, 혐오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 어둠의 마법사가 할 법한 행동이군.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워. 어째서 그런 자들이 백주대로를 활보하게 두고, 또 어째서 그렇게 많은 자들이 거기에 희희낙락하며 찬동하지. ... 아니, 미안하다, 메르체. 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군.
@Finnghal
정확히 그랬지. 그네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당장 죽이려고 하는 이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구더기와 썩은 살점을 절제하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들은 없지. 돼지새끼를 살처분해도 죄책감은 느끼는 게 인간인데. 혐오란 위대해.(손을 휘젓는다.)아니, 뭐. 괜찮아. 나도 했던 생각이니. 핀갈, 이건 합리를 위한 학살이 아니야. 선을 위한 이념도 아니지. 태고적부터 존재했던, 다른 인간을 짓밟아 이득을 챙기겠다는, 가장 원초적인 종류의 밥그릇싸움인거지. 학살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지. 노예와 짐승을 교육할때 가장 먼저 그걸 주입하지 않던가?
@Raymond_M ... 글쎄, 난 잘 모르지만, 가령 그... (입을 꾹 다물고 하려던 말을 빠르게 바꾼다.) ... 말을 길들일 때도 말이야. 우선은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데서 시작하는 법이야. 다른 말들을 도륙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해봤자 전혀 도움은 되지 않을걸. ...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동자가 잠시 아래로 가라앉는다.) ... 그거야말로 어둠의 마법에 정신을 잡아먹힌 녀석들이나 할 짓이야. 목적이고 이득이고 없는, 파괴 그 자체를 위한 파괴일 뿐이지. 그런 식으로는 아무도 배부르지 않아.
@Finnghal
이건 우리에게 하는 경고야. '우리는 너희를 언제라도 도륙할 수 있고, 차별할 수 있고, 인간이 아닌 것으로 대할 수 있으며, 너희의 목소리를 묵살할 수 있다.'는 메세지이기도 하고. 어린 코끼리를 쇠말뚝에 묶어두고 무기력을 학습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야. 우울감에 젖은 인간은 통제하기가 쉬워지거든. 그래서 계속 겁을 주는거지.(빙긋 웃는다. 눈동자는 여전한 채로.)글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식민지로 부강해진 제국주의의 역사를 알고, 백성들이 굶어 죽어갈 때 그 위에서 금은보화를 뿌려대던 이들의 역사를 이미 봤는데? 열한살이라는 나이부터 마법세계라는 안락한 모형정원의 세계에 길들여진 이들이 마법사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까?
@Raymond_M 그런 짓을 한다고!? 도대체 왜?? (질겁해서 아연실색한 얼굴... 머글들은 정말 파도파도 공포스럽다.) 제국주의는, 그 뭐냐. 머글 세계의 어둠의 마법 같은 거라며. 침략하는 나라도 침략당하는 나라도 왕과 상인들만 돈을 벌고 백성들은 궁핍해진다고 루드비크가 그랬는데. (또 잘못 알고 있나... 저도 모르게 뒷머리를 살짝 긁는다.) 아무튼 어느 쪽의 세계나 어둡고 혼란스럽구나. 정말, 수백수천 년을 한결같이 현자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고 역사가들이 교훈을 일깨워왔는데도 왜 이런 건지.
@Finnghal
그런 식으로 길들인 코끼리는 인간의 말에 아주 복종해. 환상에 사로잡혀서 아주 가는 실로 다리가 묶여있어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하지. 뭐... 그렇게 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생물들을 구경하게 하는 건 돈이 되는 일이니까. 결국은 이것도 이득의 문제네. 편리의 문제기도 하고.(고개를 까딱까딱,)오, 정확하게 맞췄네. 애초에 식민지라는 건 그렇게까지 효율적인 돈벌이 수단은 못되거든. 그렇지만 권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그리고 핀갈, 설마 왕족과 귀족들이 평민들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을거라고 믿을 정도로 순진한 건 아니잖아.(가볍게 박수를 짝, 친다.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서다.)결국은 그거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거. 내 이후의 세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거. 그리고 내 세대에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자기과신. 멋지지?
@Raymond_M 아니, 그야말로 어둠의 마법처럼 들리는데. (인상을 팍 쓰고 잠깐 말이 없다.) 그러니까 온 세상을 굶주리게 만들면서 공포로 이루어진 권위를 키운다는 말인가. 그걸 위해서 세상을 둘로 쪼갠다고... ... 인간은 그렇게나 어리석은 생물이라고 말하는 거냐, 메르체?
@Finnghal
그래, 난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인간은 그렇게 어리석은 생물이며 이기적인 생물이다. 군림하기 위해 제 발 아래 깔리는 무수한 시체들의 향연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수 있는 족속이며, 그것이 대의가 아닌 옹졸한 욕망일지라도 이득이 되기만 한다면 그 미친 소리를 대의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들고 다닐 수 있는 족속들이라고. 핀갈, 광기의 계보를 멀리서 찾지 마. 1학년 때의 네가 했던 말과 행동을 너도 기억하잖아?
@Raymond_M 아-아. (눈동자가 도르르 구른다. 1학년 때 이야기가 나온 것치고는 드물게도 평정이 흔들리지 않으며, 무언가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듯이) ... 그랬지. 사실 지금도 별로 의견이 달라지진 않았어. (시선을 낮추어, 앉아있는 레이먼드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 단지 그래, (그것이 너희들이라면, 말려들지 않는 편이 역시 현명하겠어. 어리석은 이기주의에도, 그것을 막으려는 끝도 없는 분투에도. 그런 생물이라면 늦든 빠르든 자멸하는 것이 제격이겠지. 그런 말을 뱉지 않고 삼킨 것은, 그 나름으로는 비열한 폭력에 굴하지 않은 레이먼드를 향한 예우였다.) 참으로 덧없고도 고귀하겠구나, 너의(-너희들의-) 싸움은.
@Finnghal
그렇군. 안타깝지 않다고는 못하겠지만... 별로 놀랍지는 않군.(당신은 3년간 호그와트에 차분히 녹아 들었다. 위장색을 익혔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러나, 레이먼드는 생각한다. 적어도 생각을 입 밖으로 빼지 않는 염치는 인간으로서 갖추어 마땅할 덕목이다.)그저 언젠가, 이 광기가 마법세계를 완전히 집어삼키려 드는 그날, 네가 우리를 묶어 장작을 쌓고 불을 붙이라고 외치는 광신도는 아니길 바란다.(하하, 그가 짧게 소리내 웃는다.)공허가 화려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 올바른 완성이 부당하게 욕을 당한 것을 보고, 솔직한 진실이 잘못 불리는 것을 보고. 이 모든것에 싫증이 나, 나 죽음의 안식을 희구하노라. 죽는 것이 사랑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소네트 66)괜찮아. 덧없고 고귀한 것에 일생을 바치는 것을 나 사랑이라고 배웠으니.
@Raymond_M 장작? 내가? (가늘게 실소하며, 잠시 눈을 들어 천장에 흘러가는 모사된 밤하늘의 모양을 본다.)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것은 내가 아니지. (너희들이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레이먼드에게 서늘한 시선을 던진다.) 그러니 그걸 감당하는 것도 내 몫은 아니고. 아름답게 타오르도록 해, 충성스러운 투사님. 너희가 패배하더라도 인연을 존중해 타고 남은 재 정도는 수습해줄 테니.
@Finnghal
(그는 '너희들'의 '너희'가 대체 누구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내는 목구멍을 끓듯 웃어버린다.)결국은 그 문장이 입을 넘는군. 기어이. 내가 그 너희를 어디까지로 받아들이면 되지? 거기에 따라 내 태도가... 좀 달라질 예정이거든.(느긋한 태도가... 어딘가 팽팽하게 당겨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착각이 아니다.)괜찮아, 그대로 둬도. 바람에 날리고 빗물에 흘러가게 둬. 내 묘지가 없어도 언젠가 너희는 다시 보게 될테니. 나와 다른 얼굴을 한 채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이미 잿더미에서 일어서는 생물을 알지 않던가?
@Raymond_M 끔찍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두어 번 흔든다.) 이 민족의 쇠망 뒤에 무엇이 오든, (너희, 라는 말을 삼키고.) ... 온다면 이전과는 다른 것이 와야지. 하지만 그래, 무운을 빈다. 그런 먼 이야기는 어쨌든지, 나로서도 7년이나 같이 보낸 동기들이 의미없이 죄다 죽어없어지는 건 별로 기쁘지 않을 테니까.
@Finnghal
(이것으로 분명해졌다. 당신이 적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다. 그가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나도 그렇게 믿어. 무언가가 유의미하게 바뀐다면, 논의의 의안은 바뀌어야겠지.(그러나 이것은 가정법이다. 그는... 글쎄. 같은 이야기로 기백년을 넘게 싸우고도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진절머리 나게 많이 안다.)핀갈, 마법세계는 작아. 세상의 끝으로 도망가도 온 세상이 불타기 시작하면 불길을 마주하겠지. 나 또한도 네가 무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