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친근하게 몸을 기울인다. 옆자리에 앉으며 어깨를 툭 부딪혔다.) 이봐, 쥘. 방학은 어땠어?
@yahweh_1971 아! (깜짝 놀라서 수저를 떨어뜨릴 뻔한다. 기예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간신히 허공에서 숟가락을 잡아채더니 희미하게 웃는다.) 아, 헨이군요? 잘 지냈어요. 정말로요. 메브와 유다는 잘 있고요?
@jules_diluti
(잽싸게 손을 아래에 받쳐주었으나, 그래, 잡아주어서 다행이지...... 구멍이 뚫릴 뻔했던 손바닥을 잠시 내려다보곤 웃었다.) 다들 아주 무사해, 나부터 물어주지 않다니 서운한걸. 우리 우정은 공백에도 건재했지?
@yahweh_1971 흠, 그야 헨은 제 눈 앞에 있는걸요. 아주 무사하고 안녕하게. 눈으로 본 걸 믿는 건 래번클로의 덕목이잖아요? (자신의 눈가를 손으로 톡톡 두드린다. 물론 저는 래번클로가 아니지만, 덧붙이더니.) 아... 아아, 맞다. 제가 편지 보내는 걸 깜빡 잊었었죠? 어떡하지. 너무 정신없어서 생각도 못 했어요... (안절부절한다.)
@jules_diluti
아, 괜찮아. 내게 서운한 것이라도 있었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네. (혹은: 그저 상냥한 네가 말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짧게 웃다가도 고개를 기울인다. 쨍하게 푸른 눈이 당신을 들여다본다.) ......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yahweh_1971 어, 어어... 그게. (눈을 깜빡이며 망설인다. 그러나 당신의 선명한 푸름은 사람의 진솔함을 불러일으키곤 했고- 결국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사실 문제가 두 가지 있었는데요. 하나는 성적 때문에 엄청 혼났다는 거고요. (이어 집게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두 번째는 진로 고민이에요. (...) 말하고 나니 정말 별 거 아니네요... ... (시무룩해진다.)
@jules_diluti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지. 아주 바른 길을 따라 자라고 있네, 쥘. (손끝을 세워 집게손가락을 가벼이 건드린다. 톡톡 두드려주던 손길에 살포시 힘을 더해 다시 주먹을 만들어주었다. 상냥함이란 마음을 무르게 만든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은 정서에 익숙한 반응을 가져왔다.) 성적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 자, 난 아주 쓸만한 선생이란 말야. 넘어가서- 진로 고민이라면 어떤 거야?
@yahweh_1971 (당신이 만들어준 주먹을 꾸욱 쥔다. 당신이라면 어리광을 좀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목소리를 낮춰서 칭얼거리듯 말을 잇고.) 헨도 아시다시피 저는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가... 아버지가, (힘겹게 마른침을 삼키더니.) 제가 글을 엄-청 못 쓴대요. 그런데 그냥 한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제 글에는 문제가 있거든요. 예컨대... 악의를 가진 사람이 없어요. 미움은 쉽게 풀려 버리고, 모두가 재미없게 평면적이죠.
@jules_diluti
(입을 다물곤 말을 차분히 경청한다. 이어지는 '못난 글의 특성'에 대하여 잠자코 들어주는 것까지가 그가 발휘한 인내심이었다.) ...... 이해가 안 되네. (이것은 결국 튀어나와버린 말이고. 잠시 당황해 눈을 굴리곤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꾼다.) 그분에 대하여 반감은 없지만- 그건 네 아버지 개인의 감상일 뿐이야. 난 네 글이 좋았어. 누구에게나 때로는 모두가 무르고 다정한 세계도 필요한 법이야, 쥘.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네가 동화를 쓴다면 분명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거야...... (...... 적어도 내게는.) 다른 이유라면 모를까,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진 말았으면 좋겠어...... 네가 안온하고 행복하길 바라니까.
@yahweh_1971 (평소에도 놀란 표정을 종종 짓곤 했으나 지금처럼 당황한 적은 드물었다. 입을 달싹이다가 나온 말은.) ... ...제가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나요? (얼굴에 희미한 생기가 피어난다. 그것은 희망이다. 이어 고개를 흔들며 소리내어 웃는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누군가는 별이 된 살라맨더와 템즈강을 건널 수 있었던 개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겠죠? 네, 언젠가는 저도 다시 한 번 그런 글을 쓰게 될지도요. 하지만요, 헨. 저는 살면서 비가 내리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햇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폭풍우를 알더라도, 알기 때문에, 맑은 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알겠나요, 헨?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