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그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사람 같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자리는 이 오래된 건물들이 아니라 머나먼 어딘가일는지도 모르겠다. 헨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하고 제 나라의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다가...) ...어? 아. 방금 뭐라고 했어? 딴 생각 좀 하느라.
@yahweh_1971 (헨의 물음에 그는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온다. 사진기. 멍하니 그걸 내려다보더니 끄덕였다.) 어. ...사진기. 이거 말이지. 삼촌이 생일선물로 준 건데… 사진 자체보다는 사진기가 멋지게 생겨서 갖고 싶었어. (니콘 F를 척 들어올린다. 여기저기 낡았지만 아직 쓸 만해 보였다.) 어때, 멋지지?
@yahweh_1971 이건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가 아닌데 왜? 필름 카메라잖아. 인화하려면 방학 때 집 가서 해야겠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도래는 아직 멀었으므로...) ...말하고 보니 집 가고 싶다. 좋아하는 거 다 안에 넣어두었다면 겁쟁이 너도 그렇겠네, 나랑은 좀 다른 이유로. (요컨대 '나는 겁쟁이가 아니야'라는 거다.)
@yahweh_1971 (외동인 루드비크에게 형제는 동경의 대상이다. 없으니까 부러워할 수 있는 것.) 뭔 소리야? 형이면 너보다 나이가 많다는 거잖아. 근데 왜 너 없으면 못 살아? (곰곰.) 난 형은 없지만 삼촌은 있어. 크쥐시토프 삼촌이 나한테 이 카메라를 사 주셨고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주기도 했어. 근데 삼촌은 아마 나 없어도 잘 살 거야. 형제 관계도… 어, 숙질 관계와 비슷한 거 아닌가?
@yahweh_1971 (루드비크는 자신의 시선에서 헨을 이해하려 애쓴다.) 우리 엄마랑 삼촌의 엄마아빠도 전쟁 중에 죽었어. 내가 태어나기 전까진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가족이었댔는데. (그 말은 곧 ‘너희 형제도 그런 거야?’라는 물음이었다.) …네 형은 몇 살인데? 너도 형한테 선물 사달라고 해. 새 카메라라든지. 형한테서 그런 거 잔뜩 받은 다음에 그 중 몇 개만 서랍이나 금고에 넣어두면 되잖아.
@Ludwik
비슷한 거지만, 같을진 모르겠네. (전쟁. 하루동안 잊을 만하면 들려온 단어를 잠시 곱씹었다. 마법사들의 전쟁이라기에, 당신이 말하는 문장들은 헨이 머글들의 사회에서 학습한 '전쟁'을 명료히 가리킨다. 그것은 헨의 소관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흘려보낼 뿐이다.) 날 기른 건 메브야. 우린 열두 살 터울이고, 메브는 오랫동안 내 보호자였어. ...... 걔는 너무 고생했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잇는다.) 그러니 너무 요구하기엔...... 으음. 좀 그런 거지. 뭐, 받은 게 적다곤 못하겠지만.
@yahweh_1971 (‘비슷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서로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미약한 희망. 몇 번이고 품어왔던...) 닭한테 터울 많이 나는 형이 있었는 줄 몰랐네. …어떤 기분이야? 너 챙겨 주는 형이 있으면. (“걔는 너무 고생했어”, 는 루드비크에게 있어서 이상한 말이 아니었다. 보호자가 피보호자를 위해 ‘고생하는’ 일은 흔하다고 느꼈으므로. 그저 흘려보낼 뿐이다.)
@Ludwik
기분이라면...... (신경이 쓰여 다가왔을 뿐인 것을, 그저 가벼이 기분을 전환시켜주면 뿌듯히 끝났을 대화에 문득 상념이 실린다. 드물게 입을 여닫았다.) ...... 좋지. 메브가 있어서 기뻐. 걔는 *내 사람*이니까. (발끝이 움직인다. 저도 모르게 숲 저편을 노려보다- 의식하곤 웃었다.) 걔도 이곳에 있었어야 했는데. ...... 알아? (이해해?) 기분이 마냥 좋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걜 버려두고 혼자 세계에 편입돼버린 거야. (밤은 감상을 불러오고, 사정을 모르는 또래에게 괜한 말을 지껄이도록 한다. 잠시 입을 다물었다.)
@yahweh_1971 (헨이 숲을 바라볼 때, 루드비크는 중세부터 그 자리를 지켰을 건물을 바라본다. ‘내 사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안다.) 알아. (이해해. 어쩌면 이게 오해일지언정.) 난 호그와트에 다니게 된 것도, 영국으로 이주한 것도 전혀 기쁘지 않았으니까. 삼촌을…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삼촌을 혼자 있게 하고선 나만 여기 있는 게 싫었어. … …무슨 뜻인지 알지? (이해하지?)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삼촌을 떠올릴 때마다, 이 카메라를 만질 때마다…
@Ludwik
(말을 경청하며- 시선이 느리게 구른다. 당신을 바라보던 눈은 미끄러져 카메라 위로 고이고, 헨은 말을 고른다. 그는 죄책감을 이해한다. 그가 숭상하는 '논리'로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아도, 잊을 즈음이면 퍼렇게 발목을 감으며 기어오르는 그것.) 이해해. (나지막히 대꾸했다.) 죄책감이라면 잘 알지. ...... 난 호그와트에 와서 기쁘지만...... 메브를 버려두고 떠나는 건 싫었어. 걔는 이제 혼자야. 내가 위로해줘야 하는데, 그러기엔 난 너무 어리고- 나는- 빌어먹을 마법사니까. ('잡념'이 울컥이며 치민다. 당신의 사정을 틀에 끼워맞췄다. 교집합만으로 전체를 판단해, 어쩌면 우리는 같을지도 모르겠다고.) ...... 그래도 난 이곳에 왔지. 그럼 이제 '할 수 있는 걸' 할 거야.
@yahweh_1971 (이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제 안의 무언가가 베인 기분이 들었다. 거기서부터 철철 흘러나온 피가 결코 멎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건 아픈 상처도 괴로운 유혈도 아니었다…) …맞아. 네 말대로… 아직 어리고 빌어먹을 마법사들이야. 이곳에 와버린 이상, 적어도 7년 동안은 그래야 해. (입과 성대가 아니라 상처로부터 말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루드비크의 시선이 헨에게로 옮겨짐과 동시에, 카메라의 렌즈가 헨을 향하게끔 한 것도… 상처가 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고 싶어졌어. 사진이란 건 어떤 시간과 공간을, 그리고 그 순간의 마음을 박제하는 일이니까.’ 셔터에 손가락을 올리고서 물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뭐야?
@Ludwik
(*비밀번호: henn)
https://pourlenregistrement.tistory.com/m/3
@yahweh_1971 (묻겠다. 세계의 변혁을 말하는 너 어린 독수리여, 너는 태양을 멈추고 지구를 움직인 토룬의 코페르니쿠스가 되려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코르시카의 보나파르트가 될 수 있을까… …)
@yahweh_1971 …사진 잘 찍혔다. 방학 되면 인화해서 한 장 보내 줄게. (그리 말하며 드물게도 그는 웃었다.)
@Ludwik
(헨은 당신을 바라본다. 의외롭게도 순한 웃음이 망막에 맺히고, 그래, 머릿속엔 여전히 당신이 언급한 유혈과 총칼이 있는데도. 시선은 수 초를 이어지다- 이윽고 카메라를 내려다본다.) 네가 원하는 것이 진실로 변혁이라면, 전쟁은 수단에 불과하겠지. 그럼 넌 '개혁가'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갈망하는 것.) 하지만 전쟁에서의 승리를 원한다면...... 그래, 네가 원하는 너는 *영웅*이구나. (짚어내려가는 말에 비난하는 논조는 없다. 그는 당신의 말에 반감을 가지지 않는다. 편가르기를 하기엔 우리들 열한 살은 때론 턱없이 어리게 느껴지며, 당신이 맞서 싸우는 것은 아직 내가 아니므로. 우린 그냥 대화하고, 인지하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야.) ...... 고마워, 루디오. 이제 들어가자. 오늘은 날이 춥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