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신문 필요해? 뭐 포장할 거라도 있어? (신문을 '읽는다' 는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습니다. 가방 막 뒤지다 년도가 한참 지난 머글 신문 몇 장을 꺼내 보여줍니다.)
@2VERGREEN_ (힐데가르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몸을 튼다.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포장할 건 없고 그냥 예언자 일보를 읽고 싶어요. 아버지 이름이 거기 실릴지도 모르거든요.
@LSW 아쉽네! 혹시나 이런 신문지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또 얘기해줘. (다시 신문지 꼬깃꼬깃 접어서 가방 속에 쏙 집어넣습니다.) 우와, 신문에 이름이 실린다니... 아버지께서 유명한 분이신가봐. 어떤 일 하셔? 연예인? 정치인?
@2VERGREEN_ (필요해지면 말하겠다며 말을 받았다.) 아마도, 네. 위즌가모트 의원이래요. 저도 위즌가모트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영국의 법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들었어요. 재판을 하는데 법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그러니까 마법사들 세상에선 어떤지가 좀 궁금했어요.
@LSW 재판을 하는 곳에서 법도 만든다고? 흠, 영국이랑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법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곳이구나. 알아두면 좋을 것 같네,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위즌가모트, 라는 발음에 익숙해지려고 두어 번 말해봅니다.) 이런 걸 보면 마법사들의 세상도 머글들의 세상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껴.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비슷한 건 당연하려나...
@2VERGREEN_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저런 법이 있고 그 법을 만드는 사람들도 법을 어긴 범법자들을 단속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희 할머니는 신문에 정치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답답하다며 꼭 산책을 나가셨는데 마법사들도 그럴지 궁금해요.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그런 정치인일지도 신문을 보면 알 수 있으려나 싶고. (그러니까, 마지막이 본심이다.)
@LSW 우리 부모님도 매일 가게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트셨다가 10분 만에 답답하다며 채널을 바꾸시는 거 있지? 다른 것도 다 비슷한데, 아마 그런 것도 비슷하겠지. (... 표정이 미묘해집니다. 이런 말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걸까?) 아니지 않을까? 왜냐하면... 레아는 착하고 바르니까, 네 아버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자신 없습니다.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요.)
@2VERGREEN_ (힐데가르트를 한동안 빤히 보다가) 뭐, 너무 그렇게 눈치볼 필요는 없으니까 어깨 힘 풀어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무례한 행동이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뒤로 하여 뒷짐 진다.) 좋은 분이실 거예요. 좋은 일 하신다고 들었거든요. 되려... 날 그렇게 봐줘서 고맙네요. 착하다고.
@LSW 하지만 방금은... 친구가 가져온 호박 파이가 너무 맛없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가 해주신 거였다! 같은 상황이랑 비슷한 상황이었잖아. 부끄러워서 혼났네! (그래도 고맙다는 이야기에는 다시 방긋 웃습니다. 다행이다! 같은 소리 해요.) ... 너희 아버지께서 무슨 일 하시는지 너도 잘 모르는 거라면... 레아도 머글 세계에서 자랐어? (고개 갸웃.)
@2VERGREEN_ 곤란하게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어요. (하며, 부끄러웠다는 이야기에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어쨌든, 네. 아버지가 마법사신데 말했다시피 일 때문에 바쁘셨어요. 어머니도 그러셨고요. 그래서 외할머니랑 살았어요. 이런저런 마법사들 이야길 들었지만 실제로 보진 못했다, 그 정도예요. ...힐다도 머글 태생인 모양인데 적응하기 어렵진 않아요?
@LSW 그렇구나! 할머니랑 사는 건 어땠어? (몇 초 뒤 오해하지 말라는 듯 막 손사래칩니다.) ...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나는 할머니가 두 분 다 안 계시거든. 아, 맞아. 내가 아는 한은, 가족 중에 마법사는 없어.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아까 말했던 대로 이곳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괜찮은 것 같아! 앗, 그런데 아직 지팡이를 들고다니는 건 좀 어색해. 매일 챙기는 걸 까먹는 거 있지? (머쓱한 듯 머리 긁적입니다.)
@2VERGREEN_ 그게 참 번거롭죠. 작은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가끔 궁금할 때가 있어요, 마법사들은 왜 마법을 보조하는 수단을 이렇게 작지 않게 만든 건가 하고. (가만 보며 뒷짐 졌다가) 그리고 할머니랑 사는 게 어떠냐면, 음. (옆머리를 쓸어넘긴다.) 사실 부모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예의범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그런 몇 안 되는 규칙만 잘 지키면 참 자상하고 우아하셔요. 다른 집 할머니들은 손주들에게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LSW 그러게. 그런 거였음 매일 하고 다니면 되니까 까먹는 일도 없을 텐데. 교복 주머니에 공간 차지도 이만큼 하지 않을 테고. 지팡이가 제일 멋있어 보여서 그런가? (그 이야기 가만 듣다가 고개 갸웃 기울입니다. 그런 거구나!) 물론 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다른 친구들 이야기들 들어보면 대부분 너그러우시고 손주들을 이뻐해주시는 것 같네. 레아 덕분에 새로운 걸 배웠어, 고마워! (빵긋!)
@2VERGREEN_ 아마 힐다네 할머님들도 힐다를 봤다면 예뻐하셨을 거예요. (웃는 얼굴을 가만 보다가) 있죠, 힐다는 누구누구랑 살아요? 당신 가족들이 궁금해요. 어쩐지 밑으로 동생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솔직히 맏이라기엔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뭐, 둘째라던가. (정말로 솔직하게 말했다. 이건 이마의 멍만 봐도 알 수 있다.)
@LSW ... 그러셨을까? (죽은 이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단지 추측할 뿐이네요. 이어지는 당신의 질문에 손가락 꼽아가며 대답해 줍니다.) 엄마랑 아빠, 그리고 언니 한 명 있어. 엄마랑 아빠는 머글 세계에서 같이 사탕 가게를 하시고, 언니는 대학생인데... 아, 13살이나 차이 나거든. 꽤 많이 나는 편이지? 흠, 사실 동생은 없어서 다행일지도 몰라. 나한테 동생이 있었으면 같이 장난을 치다가 벌써 열 번은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을 걸?
@2VERGREEN_ (힐데가르트가 손가락을 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었군요. 철없는 손위형제인가 했는데... (물론 이건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이다.) 그랬다면 똑 닮은 형제자매가 나란히 이마에 멍을 달고 다녔겠네요. (뜸.) -그러고보니 제가 살던 동네, 시내에 사탕가게가 있었거든요. 커다란 유리벽 덕분에 안의 사람이 쇠고리에 사탕 반죽을 걸고 치대는 것이 밖에서 보였어요. 사탕 나오는 시간이면 엄마 손잡고 놀러 나온 애들이 유리 앞에 딱 붙어 서있곤 했죠. 그런 수제 사탕 가게예요?
@LSW 맞아, 어떻게 알았어? 언니는 나보다 조용한 편이기는 하지만, 둘 다 덜렁거리는 건 똑같거든. (당신의 말에 꺄르르 웃습니다.) 맞아. 매일 아침마다 사탕도 만들고, 태피나 초콜릿도 만들곤 했어. 우리 동네에서도 학교 가던 애들이 창문 너머로 맨날 구경하고 했었는데. 주말에는 아예 자리 잡고 구경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 (공백. 눈만 깜빡이다 또 미소 짓습니다.) 물론 온 지 얼마 안되기도 했고, 호그와트도 재미있지만... 레아는 집에 가고 싶다거나, 집이 그립다거나 생각해본 적 없어?
@2VERGREEN_ (웃음이 많구나 하는 감상이 남는다. 참 천진하다.) -그리워요. (그래서 선뜻 말했다.) ...전 도싯의 홀워스에 살아요. 차로 몇 시간 거리에 보빙턴 전차박물관이 있고 바닷가로 가려면 양 목장을 거쳐야 해요. 저희 할머니 소유의 목장이죠. 초봄에서 중순까지 새끼 양들이 태어나요. 여름이면 개가 양을 몰아 축사까지 데려오죠. 고양이가 축사에 숨어든 쥐나 풀밭의 메뚜기를 잡아요. (음성에 고저가 없었으나 말씨가 부드러웠다.) ...힐다나 힐다네 언니 같은 덜렁이는 살아남기 힘든 곳이랍니다. 들판에서 길을 잃기라도 하면, 너무 넓어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을 찾기 어렵거든요. (당연하게도 농담이다... 그런데 진담처럼 들리는 농담인.) 전부 다시 보고 싶네요. 여긴 조금... 낯설어서요. 싫은 건 아닌데.
@LSW ... 멋진 곳에서 자랐구나! 그러고 보니까 네가 왜 그렇게 조용하고 좋은 사람인지 알겠어. 왜, 보통 사람들이 양은 순하고 착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잖아. 네가 자라온 환경을 닮은 거지. (꼭 옛날 이야기라도 듣는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당신의 이야기 듣고 있다 툭 던지듯 말합니다.) 들판은 넓고 또 넓으니까. 길을 잃는다고 해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인 것 같아. 풀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만이 가득한 끝이 알 수 없는 들판이라니, 낭만적이잖아. (...) 나도. 싫은 건 아닌데, 한번씩 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창문을 열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라든지, 언덕 위로 올라가면 보이던 항구라든지.아, 조선소에서 들려오는 철 부딪히는 소리도. 여긴 레아의 고향에 있던 양떼도, 내 고향에 있던 거대한 배들도 없는 곳이니까.
@2VERGREEN_ ('싫지 않다'고 말했지만 힐데가르트가 '싫은 건 아니다' 라고 하고 나서야, 목가적이며 평화로운 감상을 새삼 듣고 나서야 레아는 스스로가 마법사들의 세상에 갖고 있던-어떤-반감을 깨닫는다. 주의를 깊이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던 것이다. 이곳에는 들판도 시원한 바닷바람도 망치로 배를 두드리는 단조로운 소음도 없다. 새삼스럽게도.)
...양들은 순하지만 사실 고집이 세고 미련하답니다. 낯선 곳을 꺼려하고, 친족과 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 양을 무리에서 쫓아내요. 제가 자라온 곳을 닮았다면 그런 점까지 닮았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굳이 힐데가르트가 나열해 준 장점을 반박하는 걸수도. 반박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도록 조근조근한 말투다.)
하여튼 언제 한번쯤 당신이 사는 곳에 가보고 싶네요. 제 고향의 바닷가에는 조선소가 없거든요. 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풀들이 부딪치는 소리, 얼마나 다를지 궁금한데.
@LSW (새삼스러울 수 있지만, 어떤 것들은 '굳이' 하는 말에야 겨우 인지되곤 합니다. 당신의 반박 아닌 반박에는 입 삐죽여요.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낯선 곳을 꺼려하고, 가족들과 남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건 또 자신과 타인을 명확하게 구별할 줄 안다는 뜻이잖아. (!) 그건... 풀이 부딪히는 소리만큼 좋은 소리는 아닐 거야. 아득히 들려와서 괜찮은 거지, 가까이서 들으면 소음이겠지만... 아, 레아가 괜찮다면, 우리 집에 놀러오지 않을래? 이번 방학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오고 싶을 때 찾아와도 돼. 엄마한테 학교 친구가 놀러왔다면서,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해야겠다!
@2VERGREEN_ (레아는 힐데가르트가 좋은 점을 찾아 말해주는 것이 참 상냥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점에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그건 분명 힐데가르트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한편, 약간의 짜증스런 감정이 밀려올라오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다.) ...좋아요. 그럼 조선소는 방문까지는 안 하는 걸로 하고... 이번 여름방학에 힐다네 집에 갈게요. 가족에게 새로 사귄 친구들 자랑을 할 때가 슬슬 왔거든요. 전 완두콩만 안 들어있으면 괜찮으니까... 그것만 알아줘요. (하며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