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7월 13일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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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nghal

2024년 07월 13일 23:06

(달이 이울고 별빛이 희미해지고, 밤의 숲을 배회하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새벽 무렵, 병동의 불빛이 보이는 내정 한켠의 벤치에 조용하고 꼿꼿하게 앉아있다.)

jules_diluti

2024년 07월 13일 23:07

@Finnghal (당신 옆에 조심히 다가가 선다. 앉기 전에 먼저 허락을 구하고.) 앉아도 될까요? 싫다면 좀 떨어져 있을게요.

Finnghal

2024년 07월 13일 23:09

@jules_diluti 앉아. (눈을 돌리지 않은 채로, 정면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 린드버그, 였었지. 후플푸프의.

jules_diluti

2024년 07월 13일 23:37

@Finnghal 기억해 주셨네요! (얼굴이 미미하게 밝아진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벤치에 앉고, 여전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당신을 곁눈질한다.) ...죄송해요, 역시 이런 상황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놀라셨죠?'는 너무 당연하고. '괜찮아요?'라고 하면 "괜찮겠냐?" 하실 것 같아서요.

Finnghal

2024년 07월 13일 23:49

@jules_diluti 넌 아는 게 있냐? 그... (눈을 질끈 감고 기억의 저편을 더듬어, 가장 떠올리기 싫은 순간을 어거지로 끄집어낸다.) 인페리오, 인가, 하는 주문에 대해서.

jules_diluti

2024년 07월 14일 01:02

@Finnghal 임페리... ... 예요. (차마 주문을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행여 듣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덧붙인다.) 아이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주문"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부모는 세상에 없어요. 그건 금기예요. 끔찍한 일이고요. 마법 세계에서도 지워진지 오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존재만 알아요. 저지르면 감옥에 간다는 것도. 그마저도 부모님께서 위즌가모트 의원들이랑 친하시니까, 들을 수 있었고요... ...

Finnghal

2024년 07월 14일 01:27

@jules_diluti ... ... 어둠의 마법. (쉰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나온다.) 그러냐, 오늘 내가 당한 건 어둠의 마법이라는 거군. (어째서인지 그 말에 확연히 표정이 풀어지는 것이 보인다.) ... 고맙다. 덕분에 많은 것이 이해가 됐어.

jules_diluti

2024년 07월 14일 01:56

@Finnghal 와아, 지금 핀갈이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한 거예요? 핀갈 아니죠? (눈을 둥그렇게 뜨며 되묻는다. 부러 장난을 친 것으로, 금세 힘빠진 미소를 짓더니 벤치에 몸을 기댄다.) 당신은 뭘 이해하고 싶었는데요? 왜 그렇게 끔찍한 기분이 들었는지?

Finnghal

2024년 07월 14일 02:04

@jules_diluti 끔찍하지 않았어. 오히려... ... 그 반대지. 그게 문제야. (뭔가 울컥 솟구친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금세 다시 작아진다.) 고통스러운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니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어. 거슬러야 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떠올리지조차 못했어. 그 안락함에, 행복감에, 다 잘 될 거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 ... 녹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하는 동안 고요해졌던 얼굴은 다시금 치를 떨며 일그러진다.) ... ... 그게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 없어.

jules_diluti

2024년 07월 14일 02:12

@Finnghal ... ... 영영 정신이 깨지 않았다면 행복했을까... ...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중얼거리더니 당신의 장갑 낀 손을 바라본다. 그것을 잡고 싶은 것처럼.) ... 예전에 ... 작은누님께서 어머니께 물어본 적이 있어요.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어둠의 마법에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인데, 우리는 왜 적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게 없느냐고. 그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죠. "메이블, 어둠의 마법은 강력해 보이지만 가까이 해서도, 알아서도 안 되는 거야. 그건 네 영혼을 찢어놓으니까." (...) 핀갈을 안락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서 선택권을 빼앗기 위해, 교수님은— 마왕은 큰 대가를 치러야 했을 거예요.

Finnghal

2024년 07월 14일 02:21

@jules_diluti 무슨 끔찍한 소리를 하는 거냐. 술에 취해 꿈꾸는 것 같은 정신줄 나간 상태로 영원히 있는 게 좋을 리가 없잖아. 영영이 아니라 1분, 아니 1초라도 두 번 다시 그런 건 사양이야. (질겁을 하며 쥘에게서 몸을 약간 물리고 몸서리친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새삼스러운 눈으로 쥘을 뜯어보고) ... 너는 그 여자가 불쌍하냐?

jules_diluti

2024년 07월 14일 17:09

@Finnghal 으음, 하지만 종종 그런 동화가 있긴 하잖아요. '고통스러운 현실과 달콤한 꿈 중에서 어디를 택할 것이냐'. 물론 대부분 핀갈처럼 "무조건 현실이지!" 를 외치고 끝나기도 하지만, 꿈 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당신을 빠안... ... 쳐다본다. 소년 역시 오늘 깨달았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동화에서 살고 싶었단 말이 혀 끝을 맴돌다 사라진다.) ... ... 조금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애쓰느라, 이렇게 무서운 짓을 벌이고 있잖아요.

Finnghal

2024년 07월 14일 17:16

@jules_diluti (본래도 동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소년은 발화되지 않은 소망을 상상하지 못한다. 단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다고만 여긴 듯, 짧게 코웃음치고) 한심한 거지. ... ... 넌 어둠의 마법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생각해?

jules_diluti

2024년 07월 14일 17:52

@Finnghal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세상에 욕망이나 목표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핀갈. 물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본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마법 사회를 위해서'는 아닐 수 있어요. 좀 더 다르고, 개인적인 이유가... ...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여서, 더는 상상이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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