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예요. 규칙이 없으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말걸요. 그러니까 얌전히 교수님 말씀대로 대본을 쓰는 게 좋겠죠.
@LSW '꼭 지켜야만 한다' 고 얘기하면 어기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 아니야? 과제 같은 것도 그래. 귀찮고 재미없는걸. (귀 옆에 깃펜을 꽂아둔 채로 빤히 바라봅니다.) ... 나는 힐데가르트 마치라고 해! 모범생 친구는 이름이 뭐야?
@2VERGREEN_ 레아 윈필드예요. (옆구리에 양피지를 끼고서 양손 깍지를 낀다.) 저도 어기고 싶지만 귀찮고 재미없어도 하는 쪽이 내게 도움된다고 배웠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이 과제가 정말 우리더러 규칙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목적으로 내준 거라면 따르는 게 결과적으로는 편할걸요. 그리고... (힐데가르트를 흘끗 보더니) 할 생각이 아주 없어보이지는 않는데, 재미있지 않아요? 이야기를 쓰는 거.
@LSW 그래, 그래, 모범생 레아. ... 그래도 정말로 규칙을 어기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나를 찾아와. 나는 사고를 저지르고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거든! (자랑인가요? ... 그저 웃어보입니다.) 싫은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이나,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훨씬 더 재밌어. 아, 정말 뭐를 써야하지?
@2VERGREEN_ ...참고하죠. (일가견이 있다... 그 말의 반응인지 아닌지는 모호하나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그러면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쓰는 건 어때요?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면 그걸 다뤄요. 사고라도 쳐서 규칙을 어기고 호그와트행 기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좋겠네요. 어디까지나 극본이니까.
@LSW 아,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정말이지... 사실은 이런 과제 따위만 방해하지 않았다면 호그와트로 가는 열차에서 다같이 숨바꼭질이나 할 생각이었거든. 넓고 이곳저곳 숨을 곳도 많이 보이길래. (깃펜을 들고 이것저것 적어봅니다. 숨바꼭질? 술래잡기? ... 뭐 그런 식의,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죽 적어내려갑니다.) 레아는 어떤 이야기를 쓸 생각이야? 극본이니까 뭐든 적어도 되잖아!
@2VERGREEN_ (힐데가 써내려가는 것을 힐끗 보고는) 놀이터라면 몰라도 달리는 기차에서 정말로 숨바꼭질을 하는 건 위험해 보여요. 지나치게 용감한 아이가 기차 꽁무니까지 가버릴 수도 있는걸요. (깃펜을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린다.) 전 그럴 생각이 없어서 '베니스의 상인'을 패러디할 거지만. 힐데 당신은(다시 곁눈질하고는) 음-... 안토니오 역을 주고 싶어요.
@LSW 앗, 하긴 나도 아까 기차에서 뛰어다니다 갑자기 불이 꺼져서 다치기는 했으니까. 그 충고는 수용할게. (머리를 걷어 이마에 시퍼렇게 남은 멍을 보여줍니다. 굉음의 정체는... 네, 창문과 부딪힌 힐데가르트였네요.) 앗, 안토니오면 중요한 인물이잖아. 정말 그런 중요한 역할을 나한테 줘도 돼? (말은 그리해도 신난 듯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꼬리가 붕방방 흔들리는 듯해요.) 그럼 샤일록 역할은 누구한테 줄 거야?
@2VERGREEN_ (이마의 멍을 흘끗 보고는) 글-쎄요. 이건 비밀인데, (비밀이라는 것치곤 말하는 데 고민도 망설임도 없다.) 헨 홉킨스가 샤일록 역할을 마음에 들어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친구를 참 소중히 생각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레아의 눈에 힐데가르트는 그렇게 보였다.-) 안토니오를 권한 거예요. 친구의 사랑을 위해 돈을 빌리고 위험한 계약까지 했잖아요. 힐다는 친구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어요?
@LSW 흠, 하지만 결국 완성본을 보지 못한 건 아쉬워. 나중에라도 시간이 남으면 '네 베니스의 상인'을 완성해서 보여주면 안돼? (배시시 웃습니다.) 글쎄,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은 없으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한은 도와주고 싶어. 앗, 그래도 파운드만큼 살을 잘리는 건 좀... 사양하고 싶고!
@2VERGREEN_ 보통은 그렇죠. 살 잘리는 걸 누가 좋아해요. 하지만 친구를 돕겠다는 마음은 잘 알겠어요. -재미있는 대답을 해줬으니까, 완성하면 보여줄게요. (그러고는 힐데가르트 가까이 고개를 숙인다. 귓속말하듯이.)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아직 내지 못했거든요. (자세를 바로한다.)
@LSW 그렇지? 생각만 하더라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아픈데. (얘기를 더 잘 들으려고 몸을 함께 기울입니다.) 원래 베니스의 상인과는 다른 결말을 짓고 싶은가보네. 혹시 안토니오가 아니라 샤일록이 이기는 결말을 짓고 싶어?
@2VERGREEN_ (눈을 몇 번 깜빡인다.) 뭐,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애매한 대답이다.) 그런 결말을 바라는 건 많이 이상한가요?
@LSW 아니, 그건 레아의 선택이니까... 이상하다거나, 괜찮다거나 판단하려는 건 아냐. 어떤 사람들한테는 제멋대로 조건을 바꾼 재판관의 판단이 더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거고. (어깨 으쓱!)
@2VERGREEN_ 하지만 법적으로 생명은 중요해요. 샤일록이 심장 근처 살을 베어내면 안토니오는 죽게 되어 있으니 어떤 재판관이라도, 변장한 약혼녀가 아니라도 막았을 거예요. 그건 살인이니까요. ...그래도 재판관이 스스로의 해석을 조건에 반영했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저는 그냥...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문다.)
@LSW ... 당연히 생명이 가장 소중하지!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듯이 구는 어른들도 있잖아. 사실 제일 중요한 게 뭐였는지 망각하고, 돈이나 명예 같은 걸 따르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은 샤일록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리 툭 뱉어놓고는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난 입 무거워! 어디 가서 얘기 안 할테니까, 얘기해주면 안돼?
@2VERGREEN_ 어디 가서 말하지 않더라도 저에 대한 힐다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죠. (하며 양손을 숨기듯 느릿느릿 뒷짐 진다. 겉보기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다. 그는 샤일록이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지만 재판관이 상인과 고리대금업자의 계약에 개입하지 않고 놔두었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건 재판관이-피고인과 연줄이 있는 포샤가 아니었더라면- 그리함으로서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방금 자신이 '살인이므로 누구든 막아설 것이다' 라던 말과 모순된다. 즉 거짓말이다.)
@LSW 이건 연극이잖아, 고작 이런 걸로 널 미워하게 되진 않아. 우린 친구니까. (글쎄요, 말하자면 힐데가르트는 재판관이 행동이 옳은지를 논하기 전에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거래 자체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친구를 돕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 악덕 사채업자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겠지요.) ... 하지만 네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레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해해야 하겠지만...
@2VERGREEN_ (파란 눈이 굴러간다.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러면 말해줄래요? 힐다는 어떤 경우에 사람을 미워하게 되거나, 싫어하게 되는지. 그걸 좀 듣고 싶어요. ...제가 하는 생각을 말했다가 혼난 적이 있거든요. (하며 잠시 텀을 두었다가 덧붙였다.)
@LSW ... 하지만 생각이 죄일 수 있을까? (질문에 푸른 눈이 데굴, 굴러갑니다. 한참 고민하다가 내뱉은 대답은 이것이네요.) 굳이 말하자면 남을 상처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는 것 같아. 왜,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하나에서 다치게 하고 싶다는 게 티가 나는 사람들 있잖아. 그거 말곤 딱히 없는 것 같아.
@2VERGREEN_ 생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대도 그 생각대로 충분히 행동할 수 있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건 잘못이에요. 하지만 당신 말대로, 연극이니까.
('고작 연극으로 미워하게 되지는 않아.' 우린 친구니까, 그래서 궁금하다. 힐다는 상처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그건 정말 진실로 친해져서 어느 날 그에게 모진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레아에게 이건 대본이다. 굴러가는 눈을 좇는다.)
별것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안토니오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샤일록인 만큼, 비정한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이용한 건 나쁘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동기가 있었겠지 하는 거예요. (양손을 앞으로 하여 손바닥이 보이도록 펼쳐 보인다.) 좀 싱겁죠?
@LSW 맞아, 그건 잘못이지. 하지만 모든 생각이 실천으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잖아. 생각보다 세상에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 많으니까. (그 말 듣고는 어깨 으쓱합니다.) ... 그런 생각도 해볼 수 있지, 뭐. 사실 샤일록과 안토니오는... 꼭 다른 생물이기라도 한 것 마냥 엄청 다른 사람들이었잖아. 그런 사이에 어떻게 사연이 없겠어? 여전히 이때를 틈타 그를 죽이려고 한 샤일록은 당연히 잘못되었지만, 레아가 말한 부분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맞는 것 같아. (여전히 웃는 낯입니다.) 아니, 전혀 싱겁지 않아! 난 이렇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는 게 제법 재미있거든.
@2VERGREEN_ ...다행이에요, 재미있어서. (웃는 힐데가르트를 빤히 보다가, 제 양손을 모아 깍지를 낀다.) 그렇다면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요. (조금 뜸을 들이다가) 힐데가르트는 안토니오가 어떻게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 친구를 위해 큰 돈이 필요해서 찾아간 고리대금업자가 그러길, 네 살을 내놓으라 한다면. 그 돈을 당장 어떻게든 마련하고 싶다면. 엄청나게 다른 사람들이었잖아요. 서로 다른 사람이라 죽이려 들었으니, 그 둘이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나요?
@LSW (공백. 한참 고민하다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답지 않게 제법 진지한 얼굴 하고 있어요.) ... 물었을 거야. '당신은 제가 죽기를 원하십니까? 하지만 어째서요? 나도 당신이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생명은 소중한 거잖아요. 제 어디가 그렇게 싫으신 건데요?'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긴 대화를 나누는 거지. 어떤 게 싫었던 건지, 당신과 나는 어디가 다른지... 사실 닮은 곳이 하나도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이야기하다보면 공통점이 하나쯤은 나오는 법이거든. 때론 너무 닮아서 서로가 다르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응, 그런 점에서는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이상론.) 죽는 건 무서우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보고. 그래도 정답이 없으면 뭐, '친구를 위해서다!' 하고 눈 딱 감고 죽기를 각오해야겠지? (그리고는 원래의 웃는 낯으로 돌아옵니다.) 레아는 어떻게 생각했어? 철천지원수인 안토니오와 샤일록이 서로 화해할 수 있었을까?
@2VERGREEN_ 낙관적이네요. ...시간이 충분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요. 네. -하지만 그런 일은 오지 않을 거라 믿어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리고 둘에겐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거거든요. (실감한다. 힐데가르트와 레아는 너무나 달랐다. 당장으로써는 공통점을 단 한 가지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더구나 어쩌면 죽이려 드는 쪽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을지도 모르죠.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하지만... 착하네요, 힐다. 전 힐다의 말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해요.
@LSW ... 하지만 그 둘의 이야기는 희극 속 이야기니까. 현실에서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그 속에서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뭐, 현실의 일이라면 나를 왜 미워하냐고 묻는 안토니오한테 샤일록이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주먹을 한 대 날려도 진작에 날렸겠지? (그리 말하고는 당신을 마주봅니다. 깊고 푸른 눈을 바라보아요. ... 꼭 어둔 새벽, 하늘의 모습이 비친 밤바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만 너무 오래 했네! 아, 레아한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아까 샤일록 나름대로도 행동의 동기가 있었을 거라고 이야기했잖아. 그럼 그 동기가 어떤 거였을 거라고 생각해? (...) 모범답안이 아니여도 좋아. '네 답안'이, 네 생각이 궁금해.
@2VERGREEN_ (레아 자신이 쓰는 '착하다'는 이러한 용법으로 활용된다. 하나, 보편적인 사회 통념에 어긋나지 않아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좋을 것. 둘, 협동과 관용 정신이 있을 것. 셋, 이상적일 것. 힐데가르트는 여기에 전부 들어맞는다.) - (그래서 그와 마주보는 눈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시선을 비스듬히 튼다. 어릴 적 배운 것이 하나 있었다. '눈을 마주치기 어렵다면 그 사람의 미간을 바라보렴. 그 사람에게는 네가 마주보는 것처럼 보일 거란다.')
저의 답 말씀이시죠.
(이야기 속의 샤일록은 유럽에서는 이방인이라 불리곤 하던 민족이다. 그는 잠재적 고객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며 자신이 유대인이라 무시하는 안토니오를 죽이려 들었다. 레아는 힐데가르트와 눈을 마주친다-혹은 그런 듯이 보인다.) -질투예요. 안토니오가 사업에 방해되어서 그런 것만이 아니겠죠.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가진 것들을 질투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으려 들었죠.
@2VERGREEN_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지내던 때에 안토니오를 죽일 기회가 왔고, 샤일록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그걸 잡아챘을 뿐이니까. 이런 것도 동기라면, 네. 좀 초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