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돌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걸까?… 고개를 떨구고 숨 죽여 우는 내내 어깨가 떨린다.)
@Julia_Reinecke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알 수 없어 다만 혼란스럽다. 울음소리가 부끄러워 잔뜩 숨을 죽였으나 제 호흡은 유달리 컸다. ‘세상에 나와 나의 수치, 그리고 잘 쉬어지지 않는 내 숨만 있는 기분을 누군가는 이해할까?…’ 하지만 다른 이의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황급히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 닦고는 뒤돌아보자…) 아. … … (그대로 얼어붙었다. 화를 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저 애한테 얕보이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고함도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Ludwik (무섭다. 첫 만남부터 그랬다. 당신은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를 끊임없이 ‘독일인’이라고 호명했다. 그는 기억조차 못 하는 그의 뿌리를 상기시키려는 것처럼, 거기에 깃든 죄악을 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 화를 냈다. 그에게 당신은 그런 존재였다. 무서운, 그래서 도망치고 싶은, 피하고 싶은 사람.) ......저기. (하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목격이 존재한다. 이전과 이후를 단절시키는, 그런 ‘마주침’이. 당신은 눈물을 흘렸고 그는 그것을 그저 지나칠 수 없었다. 당신이 또다시 그에게 소리를 지르더라도, 화를 내더라도, 힘을 주어 팔을 붙잡아, 또다시 빨간 자국이 남는다 하더라도...... 그는 한 걸음, 더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겁먹은 동물을 달래듯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Julia_Reinecke (친구가 되고 싶었다. 처음 만났을 땐 그랬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낯선 땅에서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때 서투르게 화내지 않았더라면 그 애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까? 몇백 번을 곱씹었다. 그렇지만 폭격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뿐이고 한 번 으스러진 마음에는 흉터가 남는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그것을 잘 안다.) …너, 다… 흑… 다른… 다른 놈들한테 말하면… … (한 번 상처입혔으니 이제 너는 나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 믿었다. 세상에는 사죄도 용서도 없다. 증오와 복수심, 고통과 슬픔으로만 살아가던 어른들을 그는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너는 왜 나를 바라보지? 꼭 위로하려는 것처럼?… ‘너는 도대체 몇 번이나 나를 무너뜨리려는 심산이지?’)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제기랄, 이, 이… 독일인 주제에!… (울면서 내뱉은 말은 꼴사나웠고 비명에 가까웠다.) 쳐다보지 마… … 저리 가라고… 다, 다 너 때문이야…
@Ludwik (그는 타인의 울음에 익숙했다. 눈물. 그것은 줄리아가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부터 그의 삶에 존재했다. 그렇기에 울음은 그가 살아온 11년의 삶 속에서 그 어떠한 것보다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어떤 눈물은, 어떤 울음은 말과 글보다도 더 많은 것을 담기도 한다. 미처 언어화되지 못한, 언어화될 수 없는 것들을. 슬픔과 수치, 외로움과 고통, 눈물과 울음소리가 토해내는 복잡한 감정들을, 그는 마치 선명한 색깔을 보듯 구분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독일어보다도, 영어보다도 앞서서 배운 제1의 언어였다.) ...... 이야기하지 않아. (그렇기에, 그는 당신의 비명을 알아들었다. 그 뒤에 어린 절박함을 읽었다. 그가 느끼는 것은 더이상 '독일인'으로 불릴 때의 수치도, 당신을 향해 늘상 느끼던 불편감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갔다. 두 팔을 벌려 당신의 품 안에 파고들려 했다.)
@Julia_Reinecke (…너는 이상하다. 왜 그리도 남을 돕고자 하는지 루드비크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 불가해가 비로소 그를 무너뜨렸다.) …너 때문이라고. 전부… … (포옹은 비참하다. 줄리아 라이네케의 온기에 위로받은 자신에게 소름이 끼쳤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줄리아를 끌어안았다가, 귓가에 대고…) 왜…?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그리 물었다. 왜 아직도 나를 ‘돕고’ 싶어해? 나를 안아 준 건 어째서야? 날 네 아래로 보는 거지, 그런 거지? 내게 ‘베풀어’ 주는 거지?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너는…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있어?… 그 모든 걸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왜냐고만 묻는다.)
@Ludwik ...... 잘 모르겠어. (그저 당신의 울음을 보았을 뿐이다.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줄리아 라이네케에게는 사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당신을 아래로 본다면 포옹 속에서 우월감을 느꼈을 것이다. 당신을 이해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단지, 단지......) ...... (그는 당신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말 대신 온기로서만 전해지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는 자신이 당신을 이해했는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당신이 위로받기를 바란다. 행복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그의 진심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Julia_Reinecke 대답해. (그때처럼, 줄리아를 울리고 말았을 때와 똑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명령형이었으나 기실 간청이나 걸구에 가까웠다… 그리고 줄리아를 끌어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만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루드비크는 떨리는 제 몸에 온 힘을 싣고서, 꼭 위로받고 싶어하는 짐승이 그러는 것처럼, 매달리듯 포옹했다. 이 온기는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미지는 으레 공포 혹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억눌린 목소리로 속삭이고 만 것은 그래서였을까?) 대답해 줘… …
@Ludwik (그 포옹은 줄리아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그를 마치 동앗줄처럼, 구원자가 내미는 손길처럼 붙드는 그런 포옹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답답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온기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 네가 울고 있었잖아. 그래서...... (그러므로 그의 행동은 그저, 당연했다. 줄리아 델피니 라이네케는 그렇게 빚어진 이였다. 울음은 그의 역린이었다. 그는 그것을 결코 외면하지 못했다.) ...... 그래서. (그러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그 이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Julia_Reinecke 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사실 너에게 아주 조금, 아니, 많이 미안했다고. 동시에 화가 나고 창피하고 짜증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독일식 성을 가진 애를 보는 건 처음이라 막연하게 미움부터 들었다고…) 넌, 왜 그렇게까지... … (그리고 넌, 왜 그렇게까지 남을 ‘돕고 싶어’하는지. 내가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왜 내게 고작 소리 한 번 지른 게 전부인지. 전혀 풀리지 않는 의문이 공포스러웠다.
‘그래서 네가 싫었던 것 같아. 줄리아, 나는… 네가 두려워.’ 결국은 인정했다. 육성으로 뱉지 못할 나약한 본심이다. 가장 최악인 것은, 루드비크가 지금 줄리아에게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나야…’
…힘껏 끌어안았던 아이를 난폭하게 밀쳐낸다. 눈물을 닦고 부러 분개한 낯을 짓는다.) …네가 하는 말은 하나도 납득이 안 돼! 넌 결국 그때처럼, (다이애건 앨리에서처럼.) 날 내려다보고 있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