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wik ... 너 지금 나한테 머저리 마법사라고 했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빼액 소리칩니다.) 넌 절대 내 연극에 출연 시켜주지 말아야겠다.
@2VERGREEN_ (계속 혼잣말을 중얼대다 흠칫 놀라 돌아본다.) 뭐, 뭐?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벌떡 일어서서 노려본다.) 난 너더러 출연시켜달라고 한 적도 없거든! 딱 봐도 재미없는 이야기나 쓸 것 같은 게!
@Ludwik 뭐라는 거야! 난 교수님까지 놀라게 만드는 재밌는 이야기를 쓸 거라고. (그리 당당하게 외치고는 근처에 다가와서는 속삭입니다. 협박조네요...) ... 그리고 너! 그런 식으로 굴면 아무도 널 자기 연극에 써주지 않을걸?
@2VERGREEN_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내려다보았다.) 지금 시비 거는 거냐?
@Ludwik (살짝 쫄았습니다. 애써 티는 내지 않은 채로, 얼굴 구기며 올려다봅니다.) 이런 건 시비가 아니라 사실적시라고 부르는 거거든.
@2VERGREEN_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실적시'란 영단어를 못 알아들었다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서다.) ...쫑알쫑알 시끄럽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왜 시비야? 여자애라고 못 때릴 줄 알고?
@Ludwik 시비 아니라고 말했잖아! (좀... 화났습니다. 첫날부터 '친구들'과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이어지는 말에 더욱 더 언성 높입니다.) 너 그렇게 말하는 거 엄청 무례한 거 알고는 있어? 때린다고 해서 내가 겁 먹을 것 같아? (비겁하기는, 한마디 덧붙입니다.)
@2VERGREEN_ 그럼 뭔데! (힐데가르트보다 더 큰 소리로 윽박지른다. 그럴수록 특유의 억양이 두드러졌다.) 시비 아니면 뭐냐고. 내가 뭐가 무례하다는 거야? 네가 먼저 나한테 소리 질렀으면서! 영국 돼지놈 주제에!
@Ludwik 첫만남에 머저리라고 하면서 때리겠다고 협박하는데 그게 어떻게 무례한 게 아닐 수 있는 건데? (얼굴 팍 찡그리며 귀 막습니다. 그 목소리 뚫고 말하려다 보니... 같이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목청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겠네요.) 너 말 잘했다, 넌 어디서 왔길래 '제국주의'니 '영국 돼지놈'이니 그런 소리만 하는데? 러시아? 체코? 아님 헝가리에서라도 왔냐? (답만 피해서 우다다 내뱉습니다...)
@2VERGREEN_ (기차 안이 고함소리로 가득 찬다.) 난 폴란드에서 왔거든, 멍청아! 이래서 영국놈들은…! 네가 머저리가 아니면 뭐냐?
@Ludwik 아, 몰라, 모른다고! (이름 하나하나에 힘을 담아서 빽 외칩니다!) 머저리가 아니라 힐데가르트 에버그린 마치! 너도 빨리 이름 불어, 연극에 생산 수단을 독점해버린 못돼먹은 악덕 공장장으로 올려버릴 거야!!! 말버릇처럼 '영국 돼지놈들' 이라는 소리를 한다는 설정까지 넣어버리기 전에 빨리 불지 못해?!! (다가가서 넥타이 붙잡고 짤짤 흔들어요....)
@2VERGREEN_ …너 뭐라고 했냐? (있는 힘껏 힐데가르트를 밀치고는, 억양이 더욱 짙어져서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꽥꽥댄다.) 나더러 악덕 공장장이라고? 웃기지 마! 우리 크쥐시토프 삼촌은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노동 공로 훈장도 받은 숙련 노동자라고! 스타하노프만큼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야! 너네 집엔 그런 거 없을걸? 너는 영국 돼지니까! 이… 이 제국주의자, 파시스트 놈! 내가 너한테 이름을 왜 가르쳐 줘야 하는데?! 너희 영국놈들은 어차피 내 이름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잖아!
@Ludwik 너야말로 웃기지 마! 그깟 훈장이 뭐가 자랑스러운데? 소비에트라고 무고해? 독재자들이 던져준 훈장이 뭐가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얘기하는 거야? 네 나라가 뭐가 그렇게까지 자랑스러운데? 너 혼자만 뭐가 그렇게 떳떳한 건데?! (따라 말투가 '이상해져' 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닮아가는 것이겠네요. 마지막 말에 더 분에 받혀 버둥거리다 팔로 한 대 팍 칩니다.) 뭐, 파시스트? 다시 말해 봐. 다시 말해 보라고!! (목소리가 갈라집니다. 어쩔 수 없어요, 힐데가르트에게 있어서 그 말은 최상급의 모욕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2VERGREEN_ (한 대 맞고는 주춤한 얼굴이다. ‘여자애’한테 맞을 거라곤 생각을 못한 것처럼. 약간은 겁 먹은 듯이 보이던 그의 낯은 서서히 분노와 증오로 변해갔다.) 우, 우리 엄마도 날 때린 적은 없는데, 네가 뭐라고…! (힐데가르트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입에선 마찬가지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폴란드는 소련이 아니란 것도 모르냐? 멍청아! 뭐, 독재자? 그러는 영국은, 이 파시스트 돼지놈아! 자! 다시 말했다! 이제 뭐 어떡할 건데?
@Ludwik (뺨 맞고는 좀 멍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금세 눈물 글썽거리지만 들키기는 부끄러워 급하게 옷으로 벅벅 닦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너도 남의 일 같은 건 하나도 모르잖아! 너 같은 거 진짜 최악이야! 우리나라가 그렇게 싫으면... ("그렇게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 입안에서 그 말이 맴돕니다. 나 스스로도, 나의 반쪽은 돌아갈 나라가 없는 이의 것이 아닌가? 너의 것. 내가 아닌 것... '너희'의 나라라는 말을 해도 되는 건가? 한순간에 말이 멈춥니다.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 그렇게 싫으면...
@2VERGREEN_ (그러나 루드비크는 타인의 눈물에 민감하다. 힐데가르트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것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런 걸 바랐으면서도... '이러려는 게 아니었는데. 여자애한테 이럴 생각 없었는데...' 후회했다.) ...아니, 나, 나는... (그렇지만 이제 와서 사과라도 하려고? ...내가 왜? 쟤가 먼저 나한테 소리질렀는데. 난 무고해. 무조건 무고하다고... ... 봐, 쟤도 지금 나쁜 말 하려고 하잖아. 틀에 박힌 제국주의자가 아닌가!) ... ...'우리나라가 그렇게 싫으면', 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그런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입밖으로 흘러나온 건 흔들림 없는 빈정거림이다. 결국은 그랬다.) 근데 영국이 '너희 나라'긴 한가?
@Ludwik (이야기해도, 바꿀 수 없다는 건.)
https://posty.pe/i8o45b
@2VERGREEN_ (하지만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영웅이 아니다. 지금의 그는 겁 많고 자존심이 드센 열한 살 소년이다. 그에게는 사과할 용기도 질의할 대담함도 없다. 그러니까 또 다시, 결국은 그랬다.) 그래, 잘 아네. 넌 나쁜 놈이야. 파시스트 돼지라고!……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뻔한 거지! 내 말이 틀렸어? (장례를 치르더라도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파묻히지 않는다. 이 시대에 낳아진 우리는 마음 한편에 무력감을 품고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다만 그 행선지는 달랐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Ludwik (우리의 질문은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진작부터 고통을 대면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채로 태어나버린 소년들일 지도 모릅니다. 도처에 살아남은 자들의 비명이 들리고, 죽은 자들의 시체가 산을 쌓은 시대에 우리는 던져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파르티잔이니, 인민군이니, 정치적 숙청이니, 그런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발음할 수 있는 소년들은 돌덩이처럼 남은 무언가를 품고 살아갈 것입니다.)
... 그렇게 굴어줘? 네가 바라는 대로? 다 할 수 있어. 제대로 이름을 부르지도, 발음하지도 못하는 척 하면서 칼리노프스키가 아니라 칼리나우스키 같은 거로 부를 수 있어. 네 말투하고 생긴 게 이상하다면서, 영국인 같지 않다면서 어디서 온 거냐고 물어봐줄 수도 있고, 네 출신을 듣고도 매일 헷갈려 하면서 그런 곳에서 왔으니 이렇게 엉망진창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어. 그래, 넌 우리가 아니니까 너희 나라에 돌아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
@Ludwik (... 어느 날은 모든 것이 사무쳤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리 이해하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일 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제멋대로인 열한 살 먹은 소년입니다. 치기 어린 마음이 자꾸 솟아오릅니다. 굴절된 이해는 오해가 되어 상처를 입힙니다.)
... 제발.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립니다. 제 두려움과 고통은 패배와 수치 따위가 아니라 승리와 영웅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힐데가르트의 고통은 총살로 끝나지 않습니다.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애초에 서로에게 오답만을 남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2VERGREEN_ (힐데가르트를 말없이 응시한다. 노려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상처입힌 아이였고,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러니 친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절대로.) 내가 바라는 게 아니라, (이것만은 진심이다.) 네가 바라는 거겠지, 힐데가르트 마치. …다 해 봐. 다 해 보라고!… 네가 그럴 때마다 난 말할 거야. 너는 죽어 마땅한 파시스트 놈이라고. (루드비크의 지복은 승리와 영웅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