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몸을 휙 돌린다. 여전히 무표정인 것 같지만, 미세하게 눈이 커진다. 줄리아 라이네케. 앨리슨 '쿠말로'의 딸. 그럼 나에겐...) 임판데는 극본을 짜는 방법 모른다. (꼼지락거리는 손을 뒷짐져 숨긴다. 시선은 어디에 고정되지 못하고 허공을 맴돈다.)
@Julia_Reinecke 줄리아는 해본 적 있다. 그렇게 보인다. 극본이라는 어려운 거.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색하게 간식을 쥐여주는 모습에서, 앨리슨 라이네케가 겹쳐보인다.) 아—. (초콜릿을 보고는 입을 벌린다. 이런 짓을 한두번 해본 눈치가 아니다. 왜 이렇게 뻔뻔하고 당당한지...) 임판데 간식.
@Julia_Reinecke (입에 들어온 초콜릿을 느리게 녹여먹는다. 덩어리가 사라지고 단내만 남자, 다시 입을 벌린다.) 도와줘? (남이 자신에게 해주는 모든 것은 당연하다 여겼는데. 도와줄까라는 질문을 받으니 좀 희한한 기분인 듯.) 응, 도와줘. (그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퀄-리-티. 퀄리티. (반사적으로 따라 말하더니.) 그러면 누가 뭘 보는걸까.
@Julia_Reinecke (그에게도 줄리아의 말이 조금 어려운 눈치다.) 으음. 친해지다? 친해지는 건 뭘까... (주는 대로 답싹답싹 받아먹는다. 달콤하다. 혀로 입술을 훔치고는 갸우뚱.) 많은 아이들을 등장. 줄리아, 임판데 필요해? 임판데의 역할. 잘 어울리는 역할, 임판데는 뭔지 몰라.
@Julia_Reinecke 좋아하는 거...? 임판데 그런 거 없다. ('어떻게'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냥 목숨이 붙어있으면 사는 거지. 거기에 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나. 애매한 표정으로 어깨나 으쓱인다. '우리 엄마'라는 말에 눈동자가 더 바쁘게 굴러간다. 임판데는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호칭이었기 때문이다.) 4년전에 루반지가 앨리슨을 데려왔다. 루반지가 임판데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굵고 묵직해진다.) "이제부터 네 엄마이자 내 아내가 될 사람이다. 예의바르게 굴어. 어허, 인사 안하고 뭐해?" (다시 원래 목소리로 돌아가더니.) 루반지가 임판데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앨리슨 웃었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Julia_Reinecke 잘? (당신의 말은 건조하고, 무겁고, 맥락이 촘촘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그 때문일까. 아니면 임판데가 앨리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일까.) 앨리슨이 글과 말을 알려줬어. 아주 가끔 요리도 해주었다. 하지만... 앨리슨이 '엄마'냐고 묻는다면 모르겠어. 앨리슨 둥실둥실 떠있다. 날 수 있는 공처럼. 아니, 날고 있던 건 임판데? (아무튼 서로 닿지 않으니, 관계를 쌓는 것은 어려웠다는 소리다.)
@Impande ......그랬구나. (그가 기억하는 엄마는 다정하고 상냥했던 사람, 무엇이든지 헌신적이었던 사람,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그를 두고 떠나버린 사람. 당신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둘이 닿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당신이 '내' 엄마를 '엄마'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미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음, 그럼 임판데. 나는 지금 '어린 왕자'를 하려고 하고 있거든. 극본으로 말이야. 네가 바오밥나무를 하는 건 어때? 바오밥 나무도 네 머리처럼 복실복실하거든. (거짓말이다. 죄책감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하지만, 내뱉은 말을 후회하진 않는다.)
@Julia_Reinecke (당신이 추억을 헤매는 동안, 임판데는 멀뚱히 당신을 바라본다. 임판데에게 앨리슨은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외로움을 들여다보기엔 둘의 마음 문은 작았고, 그 열쇠 구멍은 더더욱 작았다. 더 많은 교류가 있었다고 쳐도, 달라지진 않았겠지. 임판데는 임판데고, 앨리슨은 앨리슨이었을 것이다.) 임판데 어린 왕자 몰라. 하지만 바오밥 나무는 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할아버지가 들려줬던 이야기에 있었다. 죽지 않는 나무, 수천년을 한 자리에서 버텨왔던 나무... 고개가 기울어진다.) 음. 임판데 바오밥 하고 싶다. 나무는 무엇을 하면 돼?
@Impande 바오밥나무는 어린 왕자의 행성에서 나는 나무야. 그런데 그 나무가 자라면, 행성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어린 왕자는 매일매일 그 나무를 청소해야 해. 네 역할은, 가만히 서 있다가, 어린 왕자가 너를 끌어내면, 그대로 끌려나가면 돼. (다른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어쩐지 이런 역할을 주고 싶었다. 바오밥나무. 행성의 파괴자. 내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사람.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꿈을 부순......) 어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Julia_Reinecke (행성을 망가트리는 나무. 할아버지인 레타보가 말한 신화와는 멀지만, 여전히 거대하고 대단한 나무다. 흐으응... 소리를 내며 몸을 좌우로 기울인다.) 임판데, 바오밥나무, 그럼 줄리아가 어린 왕자? ('집요정들' 인형을 의자 위에 앉힌다. 양 팔을 높이 들고 당신을 바라본다. 벌써부터 배역에 충실하다.) 나무는 말하면 안된다. 그치만 나무 죽을 때 비명 지르고 싶을 거다. (쓸데없는 배역 분석까지...)
@Impande (가만히 당신을 본다. 극본의 '어린 왕자'를 맡은 사람은 프러드다. 그러나 당신의 말 속 '어린 왕자'는 무언가...... 자신이어도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오밥나무의 싹을 제때 뽑아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하는 사람. 하지만 이미 바오밥나무는 저만큼 자라버리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건 나의 잘못일까?) ...... 아니, 임판데. 어린 왕자 역은 따로 있어. (다소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대사는 줄 거야. 하지만 비명은 안 돼. 관객은 어린 왕자에 이입해야지, 바오밥나무를 동정하면 안 되거든.
@Julia_Reinecke 음. 어린 왕자는 따로 있어? 극본 쓰는 사람과 주인공은 매번 같지 않구나... (차가운 거절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말이 있다면 괜찮다. 나무도 입이 있다. 비가 떨어지는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다. (허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 이입과 동정이 뭘까.) 임판데 그게 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도 나무가 될 수 있다. 언젠가 나무가 된다. 밟고 있는 땅에 묻혀서.
@Julia_Reinecke 줄리아,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죽었기 때문에 나무가 될 수 있다. 살아있는 건 나무가 될 수 없다. 줄리아 나무 못 되잖아.
@Julia_Reinecke (자기 양 팔을 스르륵 내린다. 양쪽 죽지가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 (당신을 빤히 본다.) 현실에서는. 이건 모두 극 속의 이야기야. 현실에서는. 이건 모두 극 속의 이야기야. 이건 모두 극 속의 이야기야. (고장난 축음기처럼 당신이 해주었던 말을 몇번 반복한다.) 아무도 죽지 않아.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임판데, 살지도 죽지도 않아. 임판데는 임판데다. (별 의미도 없으면서, 수수께끼같은 말을 괜히.)
@Julia_Reinecke 음... (그런가? 별 생각없이 고개 끄덕인다.) 임판데 제대로 된 게 아닌가보다. 어느 쪽이 되어야한다. 생각해본 적 없다. 임판데는 임판데니까. (집요정들도 그냥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껴주고 예뻐해주던가. 임판데는 그래서 현재 상황에 대한 거부감도, 뭔가 노력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