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은 어떤 날이냐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에게 9월 1일은 시끌시끌한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이 날은 어머니의 생일이다. 그게 다였다. 그는 순간이동으로 프랑스 니스의 마법사 사회에 다녀왔고, 요란하게 비쥬를 해대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공허한 웃음을 지었고, 나이 든 어머니의 뺨에 입 맞추며 생일 축하 인사를 전했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샀다. 60세 이상의 마법사에게 특화된 빗자루다.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는 몇 년 전부터 프랑스 아마추어 퀴디치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목가적인 나날…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평화…)
오늘도 평화롭네. (그는 다시 영국으로, 마법부 건물 근처로 돌아왔다 ─ 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다. 사실 아무것도 평화롭지 않지만 톱니바퀴의 일상은 계속된다.)
@Ludwik (...당신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유난히 시끄러운 펑, 소리가 들린다.) ...(약간 비틀거리다 당신을 마주 보고, ...오랜만이네요, 하듯 고개를 기울인다.)
@callme_esmail (곧장 들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아직 살아 있네요? (처음 건네는 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웃음을 머금어 마주 본다.) 하하… 이것 참… 어떡한다, 예전에 배운 수어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네… (당신이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게 80년대 일이었던가.)
@Ludwik (눈을 굴린다.) "아, 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하네요... ...괜찮습니다. 저도 폴란드어는 못하니 영어로 하죠." (지하에 마법부가 있을 건물을 보고도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 듯 잠시 일별하고,) 출근이 급한가요? 오랜만에 뵌 김에 대화라도 좀 하고 싶은데."
@callme_esmail Nic mi nie jest, pani괜찮습니다, 아가씨. 실망한 건 아닙니다. (괜히 폴란드어를 섞어 말하더니, 마치 에스코트하듯 에스마일과 가볍게 팔짱을 낀다. 이윽고 ‘펑’!… 위원회 사무실로 순간이동했다. 불이 꺼져 있고 스산하다.) 업무도 급하지만 당신과의 대화도 포기하고 싶진 않네요. 그래서 여기로 왔습니다. 오랜만이지요?
@Ludwik ...("파니"만 알아들었다. 분명 전에는 그렇게 안 불렀던 것 같은데... 아닌가? 요즘은 뭐가 진실이고 아닌지 영 모르겠어서. 도착한 사무실을 둘러보면, 책상과 의자가 있고, 서류가 늘어져 있는... 그래도 제법 평범한 광경. 당신을 돌아본다.) "...감동적인 말씀이지만, 기억에 없는 곳인데요." (진심이다.)
@callme_esmail (분명, 전에는 그렇게 안 불렀었다. 모르가나 가민─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자가 총리로 취임하기 전까진 그랬다. 그럼 이건 진실인가?) 거짓말은 관두십시오, 시프 씨. 아니면 농담인가요? 기억하지 못할 리 없잖아요. …벌써 6년 전 일이긴 해도.
@Ludwik "6년 전... 아." (머릿속에 암기해 둔 색인을 두어 번 재확인할 필요도 없이, 그 햇수면 대충 알겠다. 손 내저으며) "아닙니다. 농담 같은 것 아니고요... (미간 잠깐 꼬집고,) ...당신의 "업무"란 게 문서 관련된 거라면 이번에는 기억하겠네요. 할 일 하고 계시면 한가한 제가 말동무라도 해 드리죠. 당신 자녀분들 이야기 해 드릴까요?"
@callme_esmail … (모호한 시선으로 에스마일을 보다가, 성큼성큼 심문실 117호로 걸어간다. 팔짱은 아직 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 딸과 한 해를 보냈겠군요. 베라도 방학 때 돌아와서 당신 얘기를 하덥니다, “머글 태생은 다 이상한 것 같다”면서요. 하-하… (의도적으로 미로스와프 얘기는 하지 않았다.)
@Ludwik "...에?" (깃펜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 "저... 방금 연행당한 겁니까? 어째서...? 물론 요즘 세상이 그게 딱히 이유가 필요한 세상은 아니기는 하지만...? 심문실을 이렇게 남용해도 되는 건가요?" (적극적으로 의문을 표하는 것치고는 어쨌든 첫 몇 걸음만 비틀거리며 순순히 따라간다.) "음. 베라 앞에서는 "나름" 신경쓴 건데. 그래도 제가 이상한 건 사실이니 영특하다고 볼 수 있겠어요. (...) 그러고 보니 미르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최근엔 언제 만나셨어요?"
@callme_esmail 미로스와프와는 작년 1월경 마지막으로 만났고 살해당할 뻔했습니다. (스몰토크도 없이 툭 뱉으며 117호의 문을 연다. 안에 들어가면… 에스마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6년 전 풍경과 똑같다. 루드비크는 에스코트가 끝났다는 듯 팔짱을 풀고 제 자리에 앉았다.) 앉으시지요. 저번처럼 이것저것 건드리진 마시고, 긴장도 푸시고요. 예전에도 지금도 난 당신을 연행한 게 아니라 그저 면담을 하려는 겁니다. 네. 그냥 면담요.
@Ludwik "...살해요? 그애가 결국-" (마침 타이밍 좋게 열리는 문 안쪽을 본다. ...물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색의 사진과 포스터들이고, 그 다음에는 TV와 라디오. 꽤 오랜만에 보는 머글 서적의 제목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노우글로브 한가운데의 눈사람마냥, 이 정원을 완성하는 가장 정교한 조각상처럼 자리에 앉은 당신의 얼굴에게로 시선이 향한다. 경탄이 당혹으로 흐려져 가며 당신을 응시한다.) "저번처럼...? (말꼬리가 올라간다.) 제가 여기 왔었나요? 그럼 기억할 만한 장소 같은데," (그리고 말을 하는 동시에 몸에 긴장이 들어가며 어깨가 굳는다.)
@callme_esmail …꼭 기억이라도 잃은 것처럼 말하는군요. 여러 번 왔잖습니까, 제가 당신을… 되도록 많이 여기로 오게끔 했었으니까. (두 번째로 이상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린다.) 당신이 내 물건을 하도 건드려대서 화낼 뻔했던 것도 기억하는데요, 저는.
@Ludwik "되도록 많이." (...곱씹다가, 돌연 지팡이를 빼든다. 당신을 똑바로 겨눈다. 이 안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마도 그가 처음이 아닐까.) "알 만 하군요.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네요. ...저한테... 그동안 이 안에서 무슨 짓을 했습니까? 똑바로 말해요, 칼리노프스키." (그는 당신이 결국에는 어느 쪽의 군인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심문관에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아 모든 잔혹성에 눈을 돌렸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스스로가 이 방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는 사실과 "화낼 뻔"이라는 말의 함의를 분석할 겨를이 없고, 그저 당신의 제복 같은 코트와 직함과 이미 죽어버린 것만 같은 잿빛 눈에서, 세상 바깥과는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공포만을 느낀다. 영국인 머글 태생들이 그랬을 것처럼.)
@callme_esmail (맞다. 처음이다. 이곳으로 오는 이들은 전부 무장이 해제된 상태였다. 루드비크는 강제로 무력해진 이와 나눈 ‘면담’을 토대로 그들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모든 잔혹성에서 눈을 돌리더라도 즉결 처분이나 아즈카반 7년형을 제안하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관료적 국가폭력은 군인에도 심문관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가해에 편승하게 만든다. 그건 지금 에스마일이 묻는 ‘무슨 짓’과 궤가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폭력이란 점만은 같았기에, 루드비크는…) 날 죽이는 건 괜찮습니다. 이 안의 물건들만큼은 가만히 두십시오. (아무 변명도 하지 않는다.) 부탁입니다.
@Ludwik "물건만큼은 두라고요." (눈을 감았다 뜬다. 파들거리며 떨기 시작한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이 환각을 보듯이, 당신의 설명의 부재에서 상상이- 어쩌면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당신을 죽여도 그것 안 된다 이거죠. 보통 이런 방 안에서, 사람이 그런 말을 많이 한다는 것 아십니까? 끔찍한 짓에도 정도가 있거든요. 끌려와서는 아무리 곤죽이 되도록 당해도 더 최악인 건 언제나 남아 있기 마련이라. "제발 제 손은 건드리지 마세요, 저희 부모님만은 제발 내버려 둬요, 제 가족, 제 아이들만은 살려주세요." 그럼 보통 무슨 답이 돌아오는지 아시겠죠. (틈을 주지 않고 자문자답한다. 마주보고 서서 몸을 기울인 채, 한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친다.) 바로 그걸 건드립니다! 그리고 그걸 눈앞에서 보여주잖아요. 그게 그들이 하는 짓이잖아요. 당신이, 한 짓이고. 그걸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신대... 아실 만한 분이 말이에요, 루드비크...
@Ludwik -그러니까, 싫어요." (숨을 몰아쉬며 다시 몸을 편다. 굳이 음성을 낼 필요가 없음에도, 단순히 당신이 듣게 하기 위해 깃펜이 적으며 동시에 읊는다.) "프로테고 디아볼리카."
(...검푸른 불꽃이 방 안에 일어나, "아군"으로 규정된 대상 외의 모든 것을 활활 태우기 시작한다. 이 경우에는 즉, 레닌과 마르크스, 가가린과 헤르카셰프스키. 붉고 흰 깃발이 휘날리고, 군인과 노동자가 총과 곡괭이를 든 채 곧게 세상 위에 서 있고, 에스마일이 읽지 못하는 폴란드어 문구들- Polska Zjednoczona Partia Robotnicza가 굵게 적혀 있는 선전 포스터와, 아주 예전에 당신에게서 얻어먹었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폴란드 사탕까지... ... 그와 당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 스스로의 턱 아래와 심장에마저 총알을 박아넣어 버린 당신이 지금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것이다. 그걸 아는 것처럼, 한층 크게 떨기 시작한다.)
@Ludwik "...당신은... ...당신은 제 동지였다면서요. 왜 그랬어요? 전 그때 고작 열아홉 살이었는데, 미르 또래였는데. (그리고 세실 브라이언트는 스물한 살이었고. 에버렛도 열아홉 살이었던가? 역사의 쓰레기통을 뒤집어 엎어 그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 애쓰듯이, 그는 그 기계를 헤집고 비틀어 하나의 톱니바퀴인 당신을 끄집어내 묻는다. 오래전 당신이 그에게 물었듯이.) 왜... 왜 그랬어요? 그들이 어떤지, 뭘 하는지 알면서. 당신... 우리, 이렇게 될 필요는 없었잖아요..."
@callme_esmail (그러나 이 순간에만은 변명이 흘러나왔다.) …명령대로 이행했을 뿐입니다!… 아니, 당신과의 면담들은 내가 명령받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라서…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에스마일이 묘사하는 상황들을 그는 직접 본 적 없었으나 전해들은 적이라면 많았다. 어떤 오러들은 자랑하듯 그런 얘길 늘어놓았더랬다. 루드비크는 그들 앞에서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미소 짓는 것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면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에 점점 무뎌질 때가 있었고… ‘나도 다를 바 없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머글들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건, 마법사 사회가 무엇을 저지르건, 조국이었던 나라가 어떻게 되었건 전부 모른 척하고 알량한 평화를 누리고 싶었다. 심문실 117호는 가장 평화로운 안식처였다. 이곳에서 그는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 복수인지 뭔지 모를 일을 할 수 있었다. 그것 또한 폭력이다.)
@callme_esmail (따라서 그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야 했다. ‘옛 친구’와 편하게 회포나 풀기 위해 데려온 곳이 불타버릴 줄 짐작했어야 했다. 에스마일은 머글 태생이고 루드비크는 머글 태생 등록 위원회의 부역자임을 다시금 떠올렸어야 했다. 그런데… 모든 걸 모른 척하고 과거의 환상 속에서 살다 보면, 현실 감각을 잊기 마련인지라… …)
(불탄다. 레닌과 마르크스, 가가린과 헤르마셰프스키의 사진이. 붉고 흰 깃발과, 군인과 노동자가 총과 곡괭이를 든 채 곧게 세상 위에 서 있는 포스터가. 폴란드 통일노동자당의 선전 포스터와, 아주 예전에 에스마일과 나눠 먹었던 미하우키가. 아니, 중요한 건 물건 그 자체가 아니다.)
(지금 살라먹히고 있는 것은 루드비크의 유년이자 어떤 시대였다… …)
@callme_esmail (확 느껴지는 열기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아이러니하게도─ 얼어붙어 있다가 벌떡 일어나 화염에 휩싸인 ‘역사의 쓰레기’들을 향해 돌진했다. 제 눈앞에 살아 있는 에스마일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때만은 그곳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루드비크는 다만 불태워지는 구시대의 물건들을 끌어안으며 알아 듣기 어려운, 폴란드어로 이루어진 비명을 질렀다. 자연히 몸에 불이 붙는다. 불타는 통증보다 아픈 것은 이미 불타버린 가가린의 사진이었다… 눈물이 흐른다. 같이 타죽고 싶다. 그냥 그러고 싶다. 그게 전부다. 그게 전부니까… …)
(하지만, …하지만 아직…) 피니트 인칸타템…
@Ludwik (그리고 당신이 예상했어야 하는-실제로 그럴 수 있었든 없었든 간에-대꾸가 돌아온다.) "닥쳐요, 루드비크!" (할 말이 그런 변명밖에 없다면 부디 침묵을 지켜라. 여기는 예루살렘이 아니고, 당신은 그저 평범한 악이 아니니까- 싫어할 것도 많은 세상에서 하필이면 스스로를 유달리 싫어한 당신은 그의 후회이자 슬픔이고, 어떤 마법사도 그의 "비정상성"을 신경쓰지 않는 세상에서 아주 사적이고도 날카로운 배척이었다. 이미 소유해 버린 약자성에 더하려 들지 않았던 그가 어쩌면 순전히 당신을 거스르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게 했을 만큼.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랐는데. 당신은 가장 마지막에야 그것을 깨달았다면 그것은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 머리에 피가 몰리고 귓가에 뭔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이 울려서 정작 뒷문장은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Ludwik (그는 당신의 안식처를, 거짓된 평화를, 아무것도 자라거나 태어나게 하지 못하는 모형 정원을 전부 사르고, 그것이 우리가 결국 되지 못한 잿더미가 되도록 둔다. 모든 화려한 색깔이 전부 타오르고 녹아내리고 검고 희게 형체도 없어지도록.)
(...잠시 고개를 숙였다 들면 당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닥쳐요, 제발, 지금 제가 당신한테 화내고 있잖아요, 같은 생각이 스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하지만 당신을 살리기 위해 불을 끄지도 않는다. 당신이 그가 정의한 "당신"보다도 그 시대에, 그 사물들에 가깝다면 그것은 그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망연히 보고 있다가, 당신이 스스로 불을 끌 주문을 외면 그것만은 누구의 의지인지는 모르나 실현된다. 그는 아주 약간의 희망을 품고 묻는다.) "...왜요. 이제는... 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