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6일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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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9월 06일 01:33

(전쟁터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 현관문을 쾅 닫고 집에서 나온 그가 짐가방을 끌고 허둥지둥 큰길을 향해 걸어간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 멈춰선 그의 안색은 헤쓱하게 질려있다. 머뭇거리다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구조 버스를 기다린다....)

LSW

2024년 09월 06일 23:09

@jules_diluti (순간이동 특유의 펑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 속에서 새카만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 오나 했더니. 여기서 뭘 하는 거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01:35

@LSW (뻣뻣하게 경직된다. 이 순간 그가 제일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 그는 가파르게 호흡하며 몸을 돌리고, 지팡이를 내리고, 당신을 본다. 얼마 안 되는 오클리먼시를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생각하기를, 뭐라고 해야 할까. ...일단 부정하자.) 곧... 돌아가려 했어요.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

LSW

2024년 09월 07일 02:24

@jules_diluti 무얼 확인하려고요. 어디로 가게요? 어린 시절처럼 가출이라도 하려는 거라면, 그럴 나이는 한참 전에 지났는데. (당신 눈을 바라보기만 한다. 레질리먼시를 쓰는 건지 아닌지, 그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7:40

@LSW (지팡이를 쥔 손의 떨림이 점점 심해진다. 저 푸른 눈이 자신의 심리를 해부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털어놓는다.) 가출이요, 네.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맞아요. 이만 손 털 거예요. 다 그만둘래요. 질렸어요. 지겨워요... ... 여기서 떠날 거에요. 영국도 떠나고, 필요하다면 유럽도... ...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싶어요. 우리가 친구였던 시간을 생각해서, 레아. 부디 날 그냥 보내줘요.

LSW

2024년 09월 07일 18:29

@jules_diluti 당신이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집을 빠져나왔겠군요. ...그러세요. 가요. 이젠 돌아올 곳도 없어질 테니까. (뜻밖에도 쉽게 돌아선다.) 아마 붙잡을 사람도 없을걸요.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8:46

@LSW 네?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돌아본다. 예상치 못한 일이다.) 정말요? 그냥... 그냥 가도 된다고요? 레아. 레아? (두어 걸음 당신의 등을 향해 옮기는 순간, 공교롭게도, 구조 버스가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도착한다. 그는 혼란에 싸여 당신과 버스 사이를 갈팡질팡 쳐다본다. 차장이 외친다. "안 타십니까?"- "잠시만요!" 그가 당신을 향해 소리친다.) 당신은 어디 가시려고요? 안 도망쳐요? 지금이 적기인데!

LSW

2024년 09월 07일 19:01

@jules_diluti (잠시 멈추어 있던 그가 뒤를 돈다. 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발로 쥘의 배를 걷어찬다.) 차장, 이 사람 싣고 가요. 아주 멀리 멀리.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9:14

@LSW (뒤로 형편없이 나동그라진다. 억울하단 듯 눈이 둥그레진다.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다 품 안의- 아직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힙 플라스크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걸 급히 주워든다.) 왜 때려요? ("언제 타실 거예요? 곧 떠납니다?") 아잇, 곧 간다니까... ...! 당신은, 뭐. 아즈카반에라도 가시려고요? 아즈카반에 가기 전에 돌이나 안 맞게 조심해야 할 텐데요?! 그냥 같이 타요!

LSW

2024년 09월 07일 19:19

@jules_diluti (...쥘을 발로 차서 구조 버스의 문에 밀어넣으려는 수작이었는데 조준 실패했다.) 난 아무 데도 안 가요. (기어이 지팡이로 쥘을 겨누고 동작 그만 주문을 쓴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20:26

@LSW (동작 그만 주문에 포박당한다.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왜?' 눈을 크게 뜨고, 욱욱거리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차장이 다소 질렸다는 얼굴로 겨드랑이에 두 팔을 밀어넣어 버스 위로 끌어올리는 게 느껴진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돌아갈 곳도 없어진다면, 당신은 어디로 갈 생각이에요?' 그리고. '죽을 생각인가요?')

(움직일 수 있는 건 눈 뿐이다. 그는 의자에 앉혀진다. 창문 너머로 당신을 곁눈질하며 필사적으로 버둥거린다. 차장이 버스의 문을 닫는다. "출발합니다.")

LSW

2024년 09월 07일 23:21

그때 레아 윈필드는 당신을 배웅했다. 버스의 창 너머에서. 어둑한 세상에서 파란 눈만 빛을 받았다. 생각을 읽었는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웃었고, 그러고는 끝이었다. 구조 버스가 출발한다. 쥘 린드버그의 집 앞에 유령처럼 선 마법사의 모습이 멀어져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가자, 멋진 신세계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이 세상에 어디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디로든. 리본과 드레스를 입어도 되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다. 그것이 당신의 생존 방식이라면 그렇게 영원히 외롭게 뜻대로 되는 일 없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쥘 린드버그의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은 일단 묻어두자. 그것이 당신이 삶을 연명하게 하는 소마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다. 원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곳이, 그 표현만큼 아름다운 사람들과 좋은 일들을 가져오지는 않으니까. 이런 악우보다는 조금 더 근사한 술친구를 만나자.

LSW

2024년 09월 07일 23:24

친애하는 사람들을 할퀴고 다치게 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자. 그때쯤이면 오래 전의 무도회 파트너 정도는 잊을 수 있겠지. 잘 가, 쥘 린드버그. 내 작은 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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