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28

→ View in Timeline

Edith

2024년 09월 01일 20:28

(다이애건 앨리, 인적 드문 골목에 순간이동으로 나타나서는 헛구역질한다.) 내가 미쳤다고 여길...... (마법 세계가 지긋지긋하다는 건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보다는 그래, 어쩌면 도망치기 전 저지른 일들이 그새 발각되어서 수배지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승패가 확실하게 결정되기 전까지는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안전하다. 그래, 돌아가자. 돌아가서 기다리자...... 그렇게 생각만 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간다.)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1일 20:39

@Edith (...) "계속 서 있을 예정이신가요?"

Edith

2024년 09월 01일 21:26

@callme_esmail (이런 식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지인 중에는 한 명뿐이다.) ...아닐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졌네.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1일 21:57

@Edith "아하, 그렇군요." (다소 장난스러운 얼굴.) "그럼 제가 한번 더 틀어서 다른 곳으로 모시고 가도 되려나요?"

Edith

2024년 09월 02일 11:34

@callme_esmail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알아서 해. 그런데 어디로?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2일 15:26

@Edith (대답하는 대신 팔을 내민다.) "한 번만 저를 믿어 보세요, 이디." (그리고 한 번의 딱, 소리 후, 그들은 바닷가에 와 있다. 어쩌면 당신도 익숙한... 하얀 절벽과 검푸른 북해의 파도가 부딪치는 곳.) "...아, 잘 왔네요. 누구를 동반하는 건 오랜만이라 걱정했는데. 당신도 빼놓은 것 없이 잘 있죠?"

Edith

2024년 09월 02일 22:59

@callme_esmail 머리가 어디 한 번 구른 느낌이긴 한데, 일단 잘 붙어있어. (작게 헛구역질하지만 아까보다는 나아졌다. 인간의 몸뚱이란...) ...여긴 왜? (파도소리가 거칠다. 목소리가 잘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3일 12:20

@Edith (작게 웃음소리 낸다.) "그건 순간이동의 평범한 부작용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최근에 온 곳 중에 마법 세계가 떠오르지도 않고, 너무 머글 세계도 아닌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양해 부탁드려요." (몇 음절 정도는 해풍에 묻혔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지는 이해했으니 괜찮다. 최근 입모양을 읽는 기술이 꽤나 발달하기도 했고.) "좀 걸을까요?"

Edith

2024년 09월 03일 18:14

@callme_esmail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와 모래 밟는 소리가 넓은 공백을 메운다. 사람의 기척은 없었으므로 그는 파도 소리 사이로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한다.) 아직도 기사단을 돕고 있어?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4일 14:08

@Edith (몇 걸음 걷다 말고 당신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린다.) "저도 당신한테 비슷한 걸 여쭤보려고 했는데요. 재미있네요... 저로 말하자면, 네. 제 성에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돕고 있어요. 중간에서 정보를 전달한다거나, 관심을 보이는 학생에게 기사단에 대해 알려준다거나." "...그럼 이제 제 차례. 갑자기 다이애건 앨리에 나타나서는, 그렇게 복잡한 얼굴로 서 계셨던 게 지금 전쟁과 관련이 있나요?"

Edith

2024년 09월 05일 11:04

@callme_esmail (잠시 망설였다. 입술을 달싹이다 뱉어낸 것은 예전에 하지 못했던 질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그 모든 일들이 있었는데도 또 다시? (바닷바람이 분다.) ...그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어쩌면 그 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을 싸움이지만.) 그래서 왔어. 지켜보고 싶어서.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5일 16:10

@Edith (당신을 빤히 보다가, 떠오르는 미소가 밝다. 아주 예전에,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에서 당신이 그의 동생을 같이 찾아주겠다고 했을 때보다도 훨씬.) "...당신도 알잖아요, 이디. 긍지니, 권리니, 하는 것들은. (당신의 아버지가 올곧게 주창하고, 선전 포스터에 굵게 쓰여 있을 말들.) 사실 세상은 모두가 평등한 게 옳고, 출신만으로 우월하거나 수치스러운 건 없다는 걸 정말로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물어봐 주니까요. 세상이 사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빛과 정의가 이기는 찬란한 미래가 오지 않고, 당신이 결국 선택한 길이 "옳았던"것 같았을 때... 실망하지 않았나요? 이디스? 정말로 이게 끝인지? 저는 그게 끝이 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곳에서 계속 버티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 궁금해 하니까요. 제가 어째서 그렇게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5일 16:10

@Edith "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Edith

2024년 09월 06일 17:22

@callme_esmail (그는 누르 시프를 위해 마셨던 추모주를 떠올렸다. 그리고 옛 후원인을 떠올렸다. ‘욕심에 걸맞게 추악하질 못하군.’ –그 말대로다. 그리고 당신의 말대로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것’이 되어갈수록 이 세계가 끔찍했어. 도망치는 건 실패를 선언하는 것 같아 오기를 부렸지. 괴로움만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었으니 고통에 매달렸고. 그런데 내가 이룬 것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생동감을 잊지 못해서 결국 이렇게 됐어.

나는 너처럼은 될 수 없을 거야. 내가 해온 일들은 선이나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에 불과하니까... ...난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가 두려워. 지금 내가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옳은‘ 것에 투신한들 그것조차 공허하고 지난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면, 그때 난 어떻게 되지? (죽음으로 도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건 지리멸렬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래도 내게 기다릴 가치가 있나?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7일 19:25

@Edith (끄덕인다.) "당신이 간을 그렇게 혹사하실 때 그건 진작 알아봤죠..." (아니라면, 떠밀리듯 쫓겨난 뒤 창문에 붙어서서 마법부 건물을 지켜보는 당신에게 종이로 된 뱀을 보냈을 때, 혹은 모든 일이 끝났다고-혹은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했던 날 아침,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는 당신을 보면서. ...어쩌면 당신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기다림이 비로소 맞물려 이 바닷가로 우리를 안내한 것이라면, 그것은 그를 기쁘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가치... 같은 문제는 아니라고 느껴져요. 머리가 아니라 심장의 문제랄까요. 제가 해온 일이 결국 선이나 대의에 부합한다면 그걸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 제가 부적 팔다가 당신 앞에 잡혀갔을 때 말씀드렸잖아요? (살짝 웃고) 저도 살려고 하는 거라고. 당신은 생동감이라고 방금 표현하셨는데, 저도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서..."

callme_esmail

2024년 09월 07일 19:37

@Edith "...생각보다 저희는 비슷해요. 어떤 결과가 올지 잘 알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두려울 때도 있는 거고, 지긋지긋할 때도 있는 거고, 좀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고마울 뿐이에요. 그러니까 만약에, 이것도 공허하다고 느껴지시면, 잠시 쉬다 오셔도 돼요. 그런다고 대단하게 끔찍한 무언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친 사람이 되는 것뿐이에요. 돌아오셔도 아마도 저는 여기 있을 테니까. 그게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러고 싶으니까요.

언젠간 당신과도 술 한 잔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법사 술 말고 그냥 머글 맥주로."

Edith

2024년 09월 07일 23:22

@callme_esmail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하하. (대신 막혔던 숨이 터지듯 짧은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웃었다. 1년 전 사표를 내고 나오던 날에 이렇게 웃었었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조차 다 삼킬 수 없을 만큼...)

—언제든지. (웃음소리가 잦아든 뒤 그의 응답은 분명히 당신에 대한 경애다.)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