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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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0:54

(호그와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기를 들어올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사진기-라는 것이 머글 사회의 것인지, 마법사회의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으며, 그는 아직 파괴되지 않은 이 세계의 박편을 움켜쥐기를 바란다. 찰칵. 사진기가 빛을 뿜는다. 그리고 발견한 어린애 하나.)아직 못나간 애들이 있다더니...(그리고 인기척. 열세 살이나 되었을까? 그 어린애를 등 뒤에 숨기고 지팡이를 치켜든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1:08

@Raymond_M ...못 나간 게 아니라, 싸움에 합류하려고 온 거겠죠. 호그와트에 있는 자들은 전부 잠재적인 폭도로 간주해서 사살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마뜩찮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지팡이를 들어 당신과 대치한다. 턱짓 까딱.) 내보내려면 지금 빨리 하시던가요.

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1:16

@jules_diluti
(그가 지팡이를 홱 치켜든다. 형형한 눈이 어둠속에서 당신을 정확히 응시하고 있다.)이만한 애를 소년병으로 쓸만큼 막되먹지 않았어. 차라리 이 호그와트에서 길을 잃어 못나갔다는 쪽이 더 설득력 있겠지.(그가 어린애의 손을 잡는다. 아이는 형편없이 떨고있다. 응, 부모님한테 가자. 갈 수 있을거야. 아저씨가 보내줄게. 그가 당신을 향해 턱짓한다.)앞장서. 얠 내보낼때까지 공격은 안할테니까.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건 자유지만 동심은 지켜줘야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2:26

@Raymond_M 내가 기습해서 공격하지 않았다는 건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이거든요? 최소한 당장은요. 그리고 제가 그 애를 폭도로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윗선에서... 에이, 됐다. 말해서 뭘 하겠어요. 눈앞에서 생목숨 잃는 꼴 보고 싶지 않다면 빨리 피신이나 시켜요. (짜증스럽게 어깨를 으쓱하지만, 당신이 시키는 대로 지팡이를 내리고 앞장선다. 애들이 죽는 꼴 보는 취미는 없다. 최소한 눈 앞에서는. 그렇게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합리화시킨다.)

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3:17

@jules_diluti
(입꼬리가 비죽 올라간다. 우스운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 것도, 슬픈 것도 같은 얼굴로.)그걸 내가 어떻게 확신하겠어? 20년 전에는 7년을 보면서도 널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그는 당신의 뒤에서 아이의 손을 잡아끌다가... 결국에는 안아 올린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조바심이 나는지 보폭은 크고 걸음은 빠르다. 그가 한숨처럼 중얼거린다.)...널 여기서 보지 않길 바랐어.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0:02

@Raymond_M 그럼 사람 보는 눈을 더 기르세요. (톡 쏘아붙이는 폼이 다소 기분이라도 상한 듯하다... 무슨 이유로? 어린애에게 해가 갈 짓을 할 거란 취급에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상한 걸까. 하지만 그는 실제로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서 부모를 뺏고 투옥하고 추방하는 일에 이바지해왔다. 의식하지 않다 뿐이지. 덩달아 보폭이 빨라지고, 키 차이 때문에 거의 뛰다시피 하게 된다.) 왜요? 이십 년 전엔 절 죽은 사람 취급하시더니. 새삼 우정의 잔재라도 느껴요? (웃는다.) 살려주시게요?

Raymond_M

2024년 09월 02일 12:17

@jules_diluti
(그는 당신의 안일한 무지가 그저 우습다. 펜 끝은 칼끝과 같아서, 얼마든지 상대의 살점을 베어내지만 그것은 현실의 일이다. 작가는 얼마든 현실의 이면으로 숨어들어 그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자위한다. 얼마나 손쉬운 일이란 말인가... 그의 시선이 흘깃, 당신을 향한다.)율리, 그때의 넌 죽은 게 맞아.(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보는 것이 진실이라고 착각한다.)그러나 그 상象이 죽고도 너는 살아있으며...(그가 미미하게 입술 끝을 밀어 올린다.)그 증거로 나는 너를 여전히 사랑해 슬퍼하지. 비극적이게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14:18

@Raymond_M 나는 늘 마음이 약하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들려주고요. 그게 어릴 땐 동화였고, 커서는 당신들을 향한 위로나 세상을 향한 비판이었고... 이제는 선동글인 것 뿐이에요. 이 연속성 어디에 묘비를 세울 셈인가요? (돌아보지 않은 채로 대꾸한다. 당신 품 안 아이의 존재는 거의 잊어버렸다. 다만 뛰다시피 걷는 이유는 과거로부터 달아나기 위하여.) 보아하니 거대한 슬픔은 아닌 것 같네요. 누군가 나를 위해 비통해 한다는 사실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게 결국 공격이나 죽이려는 시도로 귀결된다면.

Raymond_M

2024년 09월 02일 23:13

@jules_diluti
아직 모르는구나, 너는.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내가 널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도. 아무것도 몰라.(그는 문득 웃음을 터뜨리고 싶어졌다. 정적을 찢어발기듯, 시원스럽게 배를 잡고 허리를 젖혀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나는 단 한번도 네 절대성을 욕심냈던 적이 없어. 넌 내게 단 한번도 사랑을 구걸했던 적이 없지. 그러니 네 묘지는 내 유년의 끄트머리에 내 요람과 함께 세워질거란다.(기억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그는 번민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그저 평생을 네 독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의 사랑은 언제나 독선적이었다. 그는 멋대로 사랑할 이들을 선택했고, 그 무엇도 그 사랑을 거두게 하지 못했다. 그의 낯 위로 어둠조차 가리지 못한 슬픔이 어린다.)

Raymond_M

2024년 09월 02일 23:13

@jules_diluti
널 사랑한다는 건, 널 기다린다는거야. 언젠가 해일처럼 덮쳐 너를 쓸어 뭉개버릴 과거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며 네 눈 앞을 막아서는거야. 네가 돌아보기만 한다면, 언제나 거기에는 내가 서있을거라고 말하는 거라고. 그렇지만 넌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그 증거로 내가 널 향해 보냈던 수많은 편지를 받으면서도 단한번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 나는 그래서 이것이 내 짝사랑이 될것임을 알았다. 아마 앞으로도 평생.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1:04

@Raymond_M (그는 프로메테우스가 누구인지 모른다. 수많은 낮과 밤을 호승심과 열패감으로 보냈음에도, 정작 자신이 펜을 들어 싸운 상대를 알지 못한다. 편지를 주고받듯 나누었던 치열한 언어의 공방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프로메테우스의 투서를 구석구석 뜯어보면서도 그 너머의 사랑을 비웃었다. 그러니 그는 당신의 가장 미욱한 독자다. 쥘 린드버그는 옛 벗의 지극히 사사로운 애정을 알지 못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크게 여겨 고통을 감수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니 실은 단 한 번도 레이먼드 아서 메르체를 안 적이 없다. 이토록 어리석었다.)

당췌 무슨 소리인지... ... (당신 얼굴에 서린 슬픔을 보고 비웃으려다 말끝을 흐린다. 문득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밖이다. 그는 멈추어 선다.) ... ... 아이는 보내주죠. 제 동료들은 봉쇄선 건너편에 몰려 있지만, 숲 쪽에도 드문드문 산재해 있어요. 호그스미드 쪽으로 보내세요.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1:05

@Raymond_M 내 죄업을 생각해 주시는 건 감개무량하지만... 아즈카반에서 당신 면회를 받으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건 거절하고 싶어서요. 세상에 대한 짝사랑은 알아서 간수하셔야겠네요. (그는 아직 지팡이를 들지 않았다. 팔을 늘어뜨린 채로 걸음을 옮겨 당신과 아이 주변으로 반원형을 그린다.) 내가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레이'?

Raymond_M

2024년 09월 03일 23:17

@jules_diluti
(그래, 당신은 그를 온전히 읽으려 한 적이 없었지. 그러나 오독은 살아있는 자들의 권리다. 투서란 그런 것이지. 읽는 자들의 동정에 기대 퍼지는 글이 아니라 '읽게' 하고 '듣게' 하고 머릿속에 박아넣는 것으로 연명하는 글쪼가리. 그는 당신의 얼굴에 어린 질문이 긍정어린 무언가로 변하는 장면을 본다. 그러나 그는 당신을 비웃지도, 멈춰서지도 않는다. 그가 당신을 일별한다.)...호그스미드로 통하는 길목에는 아무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 네 말대로, '이 안에 있는 건 뭐든 죽여도 된다.'는 사살 명령이 내려진 판에?(그러므로 그는 호그스미드로 연결된 통로로 걸음을 옮긴다.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는 것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그가 대꾸한다. 비식, 결국 입술을 타고 형편없는 웃음이 흘러내린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말하는 투다.)

Raymond_M

2024년 09월 03일 23:18

@jules_diluti
태양은 곡식을 먹어 배불리지 않고, 바다는 시인의 시에서 존재의 의지를 찾지 않지. 태풍과 해일이...(그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지독하게 피로하다. 하하! 그가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늘어지는 프레임 속 당신은 여전히 선명하고.)청자 없다고 우짖음을 멈추던가?(어둠속에서도 선명한 흰 눈동자는 태양에 살라먹힌 것 같다. 혹은 그 자체로 태양이거나. 쉬이, 그가 품안의 아이를 어른다.)네가 뭐라고 부르든 나는 그 사람이겠지. 네가 알든 모르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네가 이제는 레이의 율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난 여전히 율리의 레이야.(마지막 단어는 방점처럼 떨어져 박힌다.)여전히.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0:42

@Raymond_M 이렇게 되면 제가 당신들을 호위라도 해주는 것 같잖아요. 제 동료들이 본다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꼴이 우습게 됐네요... (투덜거리면서도 곧잘 걸음을 옮긴다. 당신의 의견엔 일리가 있다. 호그스미드로 연결된 통로까지만 가면 그거로 된 것이다...) ...마왕님이 직접 시키신다면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저도 이런 꼬맹이 사살하는 건 그닥 내키지가 않아요. 동화 작가로서의 프라이드가 있지... (알량한 원칙들. 아이는 '가급적' 살려두며, 한 번 약속한 것은 '가급적' 지키고, 모든 거래는 '가급적' 상호 이득이 되는 쪽으로 한다. 사실은 그렇게 무게감도 없는 자부심일지언정 간직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본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기 위해서다. 바람이 적절한 방향으로부터 불어올 때, 내켜서 베푼 한 번의 선의로 그는 열 번의 악행을 합리화했다. 자신을 참아넘길 수 있었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0:43

@Raymond_M (그는 당신의 하얀 눈을 보고 태양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을 상기한다. 사람들에게 불을 가져다 준 후 독수리의 발톱에 살을 쪼아먹힌 프로메테우스. 당신의 정체를 짐작치 못하면서도 연상의 과정은 반사적이다.) 그래요, "레이". 당신이 지독한 사랑꾼에다 박애주의자라는 건 잘 알았어요. 하지만 태풍과 해일은 제발 좀 멈췄으면 좋겠는데. 나는 아주 평온하게 살고 있었다고요, 당신들이 와서 들쑤셔 놓기 전까진... 제발,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거예요? 좀만 더 현명하고 조용히 산다면 우린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어요. (더는 레이의 율리가 아니게 된 초라한 인간의 애원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왜 불의를 참지 못하느냐? 어찌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잠든 인간들을 만나기 위해 산을 내려가고, 프로메테우스는 바위에 결박당할 줄 알면서도 불을 내어주며, 시지프스는 괴로움 속에서도 바위를 밀어 올리는지. 당신들은 대체 왜 일을 키워서... ...)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2:56

@jules_diluti
그렇다면 선택하게 되겠지. 이 연약한 신뢰를 다시 깨고 네 알량한 프라이드 버릴건지, 그게 아니면 배신자로 오인받을건지. 어려운 선택지는 아니겠군.(그가 내뱉는 말은 서늘한 데가 있다. 그럼에도 비웃음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넌센스라면 넌센스겠다. 차라리, 그래. 자조를 닮은 음울한 구석이 거기 있을 수는 있겠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알았으므로, 당신으로 인해 심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므로. 말끝은 무미건조하고, 슬픔은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혀끝은 반응을 예측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는 가정할 수 없는 작자다. 그 끝에 이 작은 아이의 숨이 달렸다면. 통로는 길고 어둡다. 마치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품속의 아이가 떠는 것이 느껴진다. 그가 나직하게 허밍한다. 한때의 호그와트를 장식했던 '우리의 멜로디'는 자장가의 형태로 굽이굽이 돌아온다.)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2:57

@jules_diluti
괜찮아, 전부 못된 꿈이란다....(그럼 아이가 품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저 안죽을 수도... 있어요? 그럼 레이먼드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지. 물론이지. 넌 내일 아침 일어나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길거란다. 언어는 침대맡을 연상시킬만큼이나 몽롱하다. 당신에게 향하는 것과는 다르지.)내가 너만을 사랑했다면 나는 재앙이 되는 대신 널 영영 찾아오지 않았을거야. 내 유년과 너를 같은 자리에 넣고 영영 파묻어버렸겠지. 언젠가 꺼내들 예쁜 유년기의 추억중 하나로. 묘비를 세우지도, 슬퍼하지도, 괴로워하지도 않았을거야.(아라크네가 아테나와 나란히 수틀 앞에 앉을 때, 둘은 정말 대등한 존재였는가? 정말로 아라크네가 '제우스를 모독하지 않고' '주제를 알아' 처신했다면 그는 신과 동등한 인간이 됐을까? 고양이가 배부르다는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는 쥐를 내버려둔다면, 이건 '평화'인가?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2:57

@jules_diluti
그의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자뭇 신이 난 것도 같다. 타닥, 탁, 타닥, 구둣굽이 박자맞춰 바닥을 두드린다.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인다.)그래, 우리는 평화로울 수 있었겠지. 내가 우리의 목을 조르는 네 손을 물어뜯는 대신 웃으며 소리 없이 질식했다면. 시체와는 완벽한 평화를 말할 수 있는 법이잖아? 그들은 언제나 좋은 청자고, 나와는 달리 살려달라고 외치지도, 그 어떤 반대를 표하지도 않으니까.

jules_diluti

2024년 09월 05일 23:14

@Raymond_M
... ... 당신이 제게 임페리우스를 썼다고 하면 돼요. (비루한 변명조의 말이다. 알량한 프라이드를 버릴 용기도, 배신자로 오해받기를 감수할 각오도 되어있지 않은.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놓지 않겠노라 떼쓰는 아이나 다름없는 투정. 세상을 지옥으로 이끌어 놓고도, 터무니없게도 그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통로는 어둡고 길다. 저 멀리서 불빛이 희미하게 어른거린다. 머리가 띵하니 어질거리기 시작한다. 산소가 부족할 리도 없는데.)

(아이가 두려워하는 소리를 듣고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열네 살의 쥘 린드버그는 무도회장에 갇힌 신입생들을 달랬다. 바로 지난 주에 그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쓴 동화를 구연하는 시간을 가지며 온 세상 어린이들의 친구 행세를 했다. 그런데 지금, 아이를 향해 희망적인 말을 속삭이는 당신의 애정어린 음성 앞에서, 그는 불현듯 아주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

jules_diluti

2024년 09월 05일 23:15

@Raymond_M (사실 하나: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죽이지 않았다. 아테나는 아라크네에게 수치를 주었다. 그리고 아라크네는 나무로 갔다. 때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은 단어 몇 개로 충분하고, 그것은 "아바다 케다브라"가 아니다.)

그만해요, 레이... (마침내 율리가 신음한다. 그것은 그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황금의 장치가 삐걱거리고, 녹이 슬고, 어긋나며 뒤틀리는 소리였다.) ...나는 다 죽여버리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다같이 살고 싶어요. 내가 차린 식탁에서 모두가 웃으며 식사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세상의 나머지가 어찌 되든 상관없으니 내가 친애하는 자들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의 시체를 보길 원한 적이 없어... (사실 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평등하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의 고통에 자신의 고통처럼 반응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36

@jules_diluti
임페리우스, 그날, 모르가나 가민이 그 저주를 우리에게 쓴 이후로 단 한 순간도 그 저주를 사용해보고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지만-그렇게 해. 모두가 네 말을 믿을테니. 어차피 넌 '착한 율리'고 난 '죽어 마땅한 더러운 머드 블러드'잖아?(그의 문장은 그저 사실을 말하는 듯이 건조하다. 그러나 얼마나, 틀린 말이기는 한가? 이 시대에 그 사람이 한 말이 얼마나 진실된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나 그의 말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했는지가 아니다. 당신이 그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신뢰와 믿음은 그 사람이 가진 것에게서 유래한다. 그는 그 사실이 새삼스럽게 우습다고 생각한다. 하기야, 이 세계가 어디 촌극 아니었던 적이 얼마나 있느냐마는... 그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당신을 바라본다.)그럴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게 유감이라고 말해줄까, 그럴 수 없는 사람들마저 사랑해버린 게 유감이라고 말해줄까?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37

@jules_diluti
아니지, 후자가 차라리 위로가 되겠군. 넌 나와는 다르잖아. 사람을 버리는 일을 할 수 있는데 사랑을 버리는 일이 어렵겠니. 네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이들만을 사랑으로 남겨두는 거야.(이것은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다. 그의 눈동자가 말한다. 널 살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잖니. 괴롭다면 떼어내 버리렴. 기껍잖은 오독을 경험했으니 그 책따위는 불길에 태워버리면 그만이지 않겠니... 거기에는 채 버리지 못한 애정의 잔재가 동정과 뒤섞여 흐른다.)가여운 율리. 이제는 그저 쉬워서 간 길에 책망까지 받고 있구나. 어려울 거 있나? 그냥 쉬운 길을 선택해. 언제나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나는 네가 쉬운 길을 선택하고도 번민하길 바란다. 괴로웠으면 좋겠어. 네가 버리지 못한 것이 그 자리에 남아있다면 좋겠어.(그가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학창시절의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입술이 괴롭게 비틀린다.)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38

@jules_diluti
그럼 내가 적어도, 네가 이런 사람이 되어서 이렇게나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게 이렇게 쉬운 사람이 되어서도 널 사랑하는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사랑이 쉬워서 사랑을 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저 버릴 방법을 몰랐던 것 뿐이지. 이 세상을 사랑하면서도 널 사랑하는 나를 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네가 이렇게나 끔찍한 꼴이 되었는데도 널 동정하는 나는 내게조차 불가해다. 어떻게 아니겠는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01:31

@Raymond_M 그런 말, 쓰지 말라고요... ... (눈을 질끈 감는다. 그렇게 하면 빛 뿐만 아니라 어둠도 그의 세계로부터 몰아낼 수 있다는 듯이. 그의 평면적이고 안락하고 다정하매 구성원 중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는 세계에 '죽어 마땅한 더러운 잡종'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프로파간다를 작성함에 있어서 잡종이란 대신 머글 태생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이는 비겁한 변명으로 작용했다. 나는 그래도 선을 지켰다고... 당신이 읽으며 분노한 MAGUS처럼, 어리석고 감정적인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결국 그의 글이 양분이 되어 죽음을 먹는 자를 낳고 머글 태생을 박해해 세상으로부터 추방하게 된다면.)

(당신의 말은 가장 상냥하고 끔찍한 판결이 되어 그를 괴롭힌다. 이곳에서 변론은 불가능하다. 자리를 피할 수조차 없다. 당신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 그의 걸음 또한 느려진다. 겨우 두어 발짝 앞으로 나간 뒤 몸을 돌리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01:31

@Raymond_M (하나의 녹안과 두 개의 금안이 마주한다. 쥘 린드버그의 어깨가 떨리는 호흡으로 들썩인다.) ... ... 당신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책망하고, 포기하지 않고 괴롭게 하죠.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왜 계속, 당신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걸 요구하는지. 돌아보라고. 직면하라고. 끝까지 지켜보라고. 나는 울고, 앓고, 내가 저지른 일로 말미암아 괴로워하게 될 거라고. 내가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며 파편을 주우라고! (좁고 어두운 통로 안에 목소리가 쩡하니 울린다. 그가 숨을 고른다.) 왜... ... 그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제.

나를 그토록 질책하는 사람이 내 친구일 리가 없는데. 왜 내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내가 단순히 몰락하는 게 아니라 후회해서 깨우치길 바라는 것처럼 굴어요... ... (그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빛이다. 이곳은 통로의 끝.)

Raymond_M

2024년 09월 07일 01:46

@jules_diluti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말을 하고 있어.(그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가장 엄혹한 곳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파괴적인 곳에서도 같은 말을 할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당신을 친구라고 불러온 이유이며, 당신은 책망하는 이유이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유이며... 이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한이 있어도 사랑을 버리지 못했노라고 고해하는 이유다.)왜냐면 그것이 내 사랑이니까. 조금 더 부연할까. 율리, 죄는 사라지지 않지만 사람은 속죄를 택할 수는 있다. 죄악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생애였다고 할지라도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 내일이란 단어를 내가 기적이라고 여기는 건 그래서야.(그는 당신을 위해 단어를 고른다. 아니다. 이것은 당신만을 위한 변론이 아니다.

Raymond_M

2024년 09월 07일 01:46

@jules_diluti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의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며 진홍같이 붉을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그에게는 당신을 용서할 권리가 일부 있었고,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으며, 당신을 기다릴 시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거꾸로 묻자. 사람이 변할 수 있을거라고 믿지 않는다면 내 사랑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사람이 더 나아질거라고 믿지 않는다면, 율리. 대체 내가 너를 친구라고 부르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그는 이상주의자로 남고싶었다. 그러나 세계는 그를 현실주의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중간에 애매하게 체류하기를 택했다. 이 모든 문장이 너무 오래 묵어서 묵직하게, 오랫동안 폐부를 짓눌렀던 것만 같다. 그가 헐떡인다.)-아무도 네 이름을 소리쳐 부르지 않는다면 네가 대체 어떻게 돌아올 수 있니? 난 언제나 해가 드는 뭍에 서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Raymond_M

2024년 09월 07일 01:47

@jules_diluti
목이 쉬도록 너희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그가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선다. 아, 우리의 이 애매한 평화협정의 끝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가 당신을 지나친다.)난 언제나 수백번이고 수천번이고 같은 말만을 할거야.(그는 지금 빛 아래 있다. 한 걸음, 고작 한 걸음이 빛과 어둠을 나눈다. 신발코까지 어둠이 밀려와 잘박거린다. 그가 당신을 돌아본다. 그의 얼굴이 슬프게 일그러진다. 이어지는 말은 속삭임같다. 바람이 붙면 흩어질.)내가 여기 있잖아. 그러니 부디 돌아봐, 제발.

*이사야1:18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6:57

@Raymond_M

("그러니 돌아봐."

쥘 린드버그는 마침내 뒤를 돈다. 그곳에 그가 남겨둔 모든 것들... ...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목 하에 등진 과거가 있다.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그 모든 미움과 슬픔과 체념과 질투, 질책과 원망과 죄책.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그리고 당신은 해가 드는 뭍에 서서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기다린다. 언제나처럼.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그 사실은 얼마나 끔찍하게 파괴적인가?)

난 내 죄가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속삭인다.) 책임질 용기는커녕 처음부터 다시 읽을 각오도 없는걸요.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인용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6:57

@Raymond_M (내가 당신이 구하려는 아이를, 당신을... ... 이 자리에서 죽이려 들지 않는 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내일을 기다린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를... ... 나는 불가해하다고 느껴요. (정말이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사람 몫의 슬픔만으로도 벅찬 인생 속에서 당신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어째서 자신을 이야기로부터 배제하려 들지 않는지. 당신들의 식탁엔 왜 자신을 위한 자리가 남아있는지. 그럼에도 속죄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하는 이유는 뭔지... ... 연회에 초대한 거라면 그냥, 용서해주면 될 일이 아닌가. 사랑과 질책이 공존하는 레이먼드 아서 메르체의 시선 앞에서 그는 혼란스러웠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16:57

@Raymond_M (평화협정은 끝났다. 호그와트를 나왔으므로 그는 당신을 공격할 수 있다. 혹은 허공으로 폭죽을 쏘아올려 이곳에 기사단이 있음을 알릴 수 있다. 그의 손이 경련하듯 지팡이를 움켜쥔다. 금방이라도 신호를 보낼 것처럼. 그러나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단념한다. 한 손을 들어 모자를 움키더니 바닥에 동댕이친다. 뒤를 돌아 두어 걸음 걸어가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자를 내던진 손으로 마른세수를 쓸어내린다.)

나는... 모르겠어요. 이젠 지긋지긋해요. 여기서 떠날 거예요. 그 애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난 오늘 당신을 못 본 거니까, 그러니까... (말끝을 흐린다.) 오늘은 어떤 어린아이도 죽지 않을 거예요. (그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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