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me_esmail
(당신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찰칵,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
@Raymond_M (인기척에 돌아본다. ...아마도 사진에 돌아보는 중의 얼굴이 담겨서, 결과가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뭐죠? (보통의 행인이 그랬을 것보다는 덜 불쾌한 기색이지만, 진심으로 의아한 표정.)
@callme_esmail
네 평온한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당신은 이 거리에 잘 녹아들었고, 그리하여 평온해 보였다.)불쾌했다면 사과할게.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거든.
@Raymond_M (...아. 이미 알아봤구나. 옅은 변신을 풀고, 백금발이 그냥 검은색으로 바뀐다. 어두운 갈색의 눈이 당신을 올려다본다.) 불쾌하지는 않았어요. 혹시 모르니 다른 사람인 척을 하느라. ...하지만 근시일 내에 목숨을 더 위협받을 쪽이 저는 아닐 텐데. 차라리 당신 사진이나 제게 하나 남겨주시는 건 어떨까요?
@callme_esmail
네 몸짓이나 버릇같은 걸 한 30년만 보고 살면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 바뀔걸. 그런 건 함부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를테면, 신문을 쥐는 각도 같은 거.(그가 장난스럽게 키들거린다. 처음에는 온 세상을 의심하느라 바빴다. 당신을 찾고싶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깨닫기 전부터 당신을 발견하고 있었다.)내 사진은 많아. 대부분 쥴이랑 찍은거지만. 그럼 이건 어때?(그가 당신의 옆으로 다가가 당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쥔다.)우리 둘이 찍은 사진을 한 장 남기자. 어째 그렇게 찍은 사진은 없었던 것 같지 않아?
@Raymond_M (약간 부루퉁하게 신문을 잡은 손을 내려다보곤 그것을 접어 내려둔다. 하긴 우리는 이제 녹빛이 없어도, 음유시인의 문양이 없어도 영혼만으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된 지 오래니까.) 그런 사진도 저는 좋은데. 두 분이 같이 웃고 있는 걸 보면 기분 좋음이 두 배거든요... (눈 깜빡.) 저는 좋은데. 그렇게도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프레임에 저희가 어떻게 담기는지 안 보일 텐데. (지나가는 마법사들 중에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있으려나, 생각한다.)
@callme_esmail
(오래 곁을 둔 친구란, 서로의 나이테에조차 그 흔적을 남긴다. 행복했던 과거를 덧그리면서 그 사람의 얼굴을 결코 지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 당신이 서있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목에서 사진기를 풀어낸다.)네가 좋다면 그걸로 됐어. 자, 자, 포즈 잡으시고?(그가 당신의 옆으로 조금 더 바짝 붙고는 사진기를 거꾸로 쥔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소리없이 코웃음을 쳤지.)사진기를 쥔 게 벌써 20년이 넘었는걸. 겨우 이 정도를 어려워하면 사진작가 칭호 반납해야지요? 그러니 찍는다. 치-(즈, 소리가 나오기 전에 불빛이 터진다. 그리고 한 장 더. 당신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장난스럽게 그를 올려다 보면 한 번이 더 터지지. 그의 눈은 여전히 초승달.)멋진 사진일거야, 그렇지?
@Raymond_M (...하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과거들 또한 있었다. 당신이 은둔하던 그의 거의 유일한 친구였고, 반대로 당신이 부조리에 부딪혀 학교 건물의 구석만을 맴돌던 기억들. 당신의 흉터를 처음 본 순간과 리본을 돌려준 순간들, 그것들은 정말 유난히 쏟아졌던 폭우나 유난히 가물었던 여름처럼, 심장 속의 흐릿한 나이테로만 남았음을 그는 알지 못한 채 슬퍼하지만... 포즈? 답지않게 뚝딱거리며 당신에게 조금 더 붙는다. 치- 까지만 했으면서, 방금 눈 감은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하면 한 장이 더 찍히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신을 보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네, 아주 멋진 하프-캔디드 샷이 나오겠네요. (못 말린다는 듯 눈을 굴리고.) 하나는 제가 갖고, 하나는 당신이 갖고... 하나는 쥴한테 선물이라도 할까요?
@callme_esmail
(그래, 우리의 삶에 빛이나 양달만이 존재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과거에 대한 철저한 기만이다. 우리의 어린시절은 때론 비통했고, 때때로 비참했으며, 괴로웠고, 그 탓에 우리는 무수한 나날들을 눈물이나 슬픔으로 덧써야 했다. 그러나 꽃은 3월의 햇살만을 먹으며 자라나지 않는다. 오늘에는 과거가 필요했다. 때로는 폭풍우와 우기가, 바람과 지진이. 우리는 그 나날들 없이도 잘 자랐겠지만, 그 나날들의 일부는 우리가 이곳에 서있는데에 기여했을 것이다. 우리가 피어나 오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데에.)아니면 인화를 여러 장 해버리지 뭐. 한장씩만 가지기엔 감질나지 않아? 똑같은 사진을 세 장씩 인쇄하자. 그리고 나눠가지기 전에 서로의 싸인을 그 뒤에 하는거야. 흠, 아니지. 쥴도 같이 찍는 게 맞나?(그가 천진하게 묻는다. 죽음따위가 목전까지 다가온 사람이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얼굴로.)
@Raymond_M (그늘이 있었으나 빛이 있었고, 빛이 있었으나 그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짧고 덧없기 때문에 의미 있다. 그것을 부정한 적은 없다. 언젠가 최악의 무도회가 끝나고, 연회장에 서서 당신처럼 아침은 다시 올 것이라 말했을 때처럼. 당신이 좇은 이상은 세상이 이상적이지 않았기에 의미 있는 것이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는 호칭을 거부하고 마법 세계를 위한 기사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말한 당신은, 끝내는 에스마일의 이름이 더는 본부에서 들릴 필요가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돌아와 싸우는 것을 선택했기에, 그는 당신을 기다렸지만 원망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당신을 한 번도 붙잡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세상을 마음 다해 사랑할 뿐이지 세상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고 늘 말하는 당신은, 분명 아주 다르지만 어쩐지 핀갈 모레이를 떠올리게 한다.)
@Raymond_M (에스마일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죽음을 상상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이 당신의 삶 또한 부정하는 것이 된다 하여도...) 다같이 찍어요. 몇 장이든, 싸인도 하고. 이제 저도 월급이 있으니 필름은 얼마든지 선물해 드릴 수 있으니까. (잠시 고개를 내린다.) 하지만, ...레이, 죽지 않을 거에요? 정말로. 저랑 쥴이랑 같이 사진을 찍으러 돌아오시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어요?
@callme_esmail
(어쩌면 당신의 생각이 옳다. 그의 사랑은 어쩌면 태생적인 것이며, 그가 장담할 수 없는 것이고, 끌어안거나 버리기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것은 일종의 불능이거나, 혹은 불구다. 그는 그 사실을 겸허히 인정한다. 그리고 이 불능이 자신을 언제나, 꺼꾸러뜨리고도 다시 일어서게 했다는 사실도. 그는 세상에 불을 던지러 온 선지자가 아니며, 그 어떤 복음도 설파하지 않을테지만, 결국에는 같은 말을 할것이다. 사랑. 그의 가장 기저에 있는 소음마저도 거기서 왔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이 앞에서 가장 단단한 인간의 모습을 흉내낸다. 너희가 나를 강하게 해. 그리고 이곳에 일어서게 했지. 그가 생각한다.)난 죽으러 이 전장에 온 게 아니야. 내가 지금 죽으면 내 대자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자라날거고, 쥴은 피아노를 그만둘지도 모르는걸. 그리고 너는 슬퍼하겠지.
@callme_esmail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필연이다. 당신도 아는 바와 같이, 그는 어둠 사이로 걷고, 가장 위험한 곳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그런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런 이들이 가진 일종의 불능이다. 한때의 당신이 그랬고, 지금의 그가 그러하듯이.)그것지만 에시, 만일 내가 죽는대도... 에시, 너무 슬퍼하지 마. 불사조는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서는 새고, 내가 너를 떠나더라도 언젠가는 말이야, 다른 얼굴을 한 채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너를 다시 찾아올거야.(그가 손을 뻗어, 사락, 당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다. 비극적인 기색 없이 그가 속삭인다.)바람이 되고 들풀이 되어서라도 너를 찾을게. 내가 모아놓은 기록들이 역사가 되는 그 순간에, 너무 늦지 않게 올테니까. 그러니 내가 더는 웃지 못하게 된다면, 날 용서해줄래?
@callme_esmail
(어떤 이들은 말한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 용서를 구하는 것보다 쉽다고. 그러나 이것은 허락이 아니다. 그는 결코 뒤로 물러서거나 도망치지 않을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