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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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0:11

(금지된 숲 언저리, 짐짓 태연한 얼굴로 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 숲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지팡이를 겨누고 경계하며 두어 발짝 다가간다. 소리내어 묻기를...) 누구죠? 정체를 밝히고 나오세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1일 20:38

@jules_diluti 기사단의 찬란한 미래가 머잖았다. (어둠 속에서 그에게 대뜸 어깨동무를 했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1:03

@Kyleclark739 (무게를 잡던 게 무색하게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공에 지팡이를 내던졌다가 허둥지둥 도로 받는다. 잇새로 나직한 소리를 낸다.) *카일*-! 기척 좀 내고 다녀요. 하마터면 적인 줄 알았잖아요. 그리고 그런 농담 하나도 재미없어요. 당신 대체 누구 편이에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1일 21:24

@jules_diluti (꽁지머리 만지작... 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말하길,) 우리 일주일 전에도 같이 열차를 탔어. (승강장에 도착했는데 거기 오늘 마침 쥘 린드버그도 온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다.) 열차라도 타고 접근해줄까. 적인 줄 알았다면 네 업보다. 너도 빨리 도망칠 수 있게 열차를 타고 다녀라. (주변을 보다가,) 그래서, 여기로 올 거라던 놈은? 와야 잡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2:40

@Kyleclark739 (이제 제멋대로 친분을 과시하고,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는 정도론 놀랍지도 않다. 당신을 흘겨보며 지팡이를 갈무리한다. 최소한 여기엔 당신의 숙적이 없을 테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업보는 무슨. 아직도 불교에 빠져 지내시는 거예요? (손으로 어깨에 걸쳐진 당신의 팔을 탁탁 친다.) 몰라요. 아직도 코빼기도 안 비치네요. 인원을 충원한 뒤에 돌입할 거라, 그냥 지루한 대치 중이었어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1일 22:55

아주 무지함+종교(불교) 용어 오남용

@jules_diluti (눈앞에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훑어보더니,) 있는 놈 아무나 잡아서 끌어와라. 잡아와서 머리를 땋든 등딱지에 나무를 심든 뭘 해야겠다. 심심하대잖아. (그리고 덧붙였다.) 혹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고 있다면 말해주길 바란다. 일어날 일은 그것이 일어나야 할 때에 일어나야 할 곳에서 일어나게 되어있으므로. (그는 나무에 기대 앉았다.) 나는 너도 거기서 나처럼 해탈할 줄 알았어. (단어의 뜻을 몰랐다.) 그들도 결국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잖아.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의 굴레에서 벗어나...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3:45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인용

@Kyleclark739 당신도 별로 해탈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걸요. 제 발로 번뇌를 찾아다니고 있잖아요. 왜, 옛말에 따르면... "방랑에 병들어, 꿈은 겨울 들판을 헤매이누나 旅に病んで夢は枯野をかけ廻る!" (마츠오 바쇼의 시구를 아무렇게나 인용하더니 팔짱을 낀 채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우리는 자유할 수 없어요, 카일. 목장주가 우리에게 다정하길 바라는 게 최선이죠. 목장 바깥의 물은 더럽고 풀은 억센데, 주림도 목마름도 느끼지 않을 도리는 없으니까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2일 15:27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인용

@jules_diluti 울타리 나무를 뽑아 목장 동물의 눈을 파서 아주 못 보는 짐승으로 만들어라. 내달릴 수 있는 곳까지 내달려 머리를 어딘가에 박았을 때 그것이 울타리인 것을 모르고, 그 옆에 키 큰 사람은 목장주가 아닌 거길 우연히 지나가고 말 객으로 알게끔. (방랑에 병들어... 그는 쥘 린드버그를 올려다보았다.) 너 병들었냐?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17:30

약간 잔인한 비유

@Kyleclark739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 자유했던 짐승은 두 번 다시 길들여질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눈을 파낸 것으로 인해 괜한 꿈을 꾸게 되는 거죠. 나무에 머리를 부딪혀도 울타리인 줄 알고, 객을 보더라도 목장주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무지 속의 진정한 자유는 자식 대에나 가서야 가능할지도요... (턱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되뇌이다가, 당신 말에 기함하듯 쳐다본다.) 비유 몰라요? 그리고 방랑에 마음이 병든 건 제가 아니라 당신이라고요, 당신!

Kyleclark739

2024년 09월 02일 23:41

약간 잔인한 비유, 육식 관련 비유

@jules_diluti (그는 쥘 린드버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의미 없이 손을 움직이다가 멈췄다.) 온전히 자유하지 못했으며 하물며 올바르게 길들여지지도 못한다고, 저주받은 동물이다. 세상에 풀어둘 수도 없으며 목장 안에 둘 수도 없는데 그 짐승들이 헤매다 어딜 갈 수 있지? 냄비 국물 속에? ('통탄스럽다'고 덧붙였다.) 나는 멀쩡해. 시나 더 읊어봐. 의미심장한 걸로.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1:50

@Kyleclark739 하루빨리 처분하는 게 평화의 시대를 도래하게 할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그 가엾은 동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을 줘버렸답니다. (어깨를 으쓱하더니 기억 속에서 다른 시구를 길어낸다.)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 마타리 풀이여, 넌 무엇에 대해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나?' (천천히 발을 옮기며 낭송을 이어간다.) '미안하네, 나방이여 난 너에게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냥 불을 끄는 수밖에.' *

*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1763 ~ 1828

Kyleclark739

2024년 09월 03일 23:48

@jules_diluti ('지나치게 많은 정' 그는 그 부분에서 허연 기억 속의 무언가를 떠올렸다. 왜 그것이 지금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 땅에 묻혀있을 그의 족제비였다.) 정을 받은 동물은 어떤 면에서 윤택해져? 털이 부드러워지나? (그리고 고작 부드러운 털을 가지는 것이 과연 목장 동물의 미덕인가? 그는 상념에 빠졌다. 쥘 린드버그가 시를 읊었다. 그것은 정말 의미심장했다. '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나방도 불도 아닌 적어도 불을 끄는 사람이라면 그는 똑똑하다, 다만 고독하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0:55

@Kyleclark739 (누나들과 어머니가 기사단과 함께 도피하길 택했다는 것과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쥘이 제일 먼저 한 것은 그가 자라난 오랜 집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곳의 마당엔 그가 친애하던 족제비가 묻혀 있으니까. 무덤을 다시 판판하게 고르고 그 위에 벚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봄이 오자 꽃잎이 날렸다. 그는 그 꽃잎을 위글이라 생각하며 웃었다. '떨어지는 꽃잎 / 나뭇가지로 돌아가네 / 아! 나비로구나'... ... 상념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다.) 뭐, 털이 엉기지 않고 부드러워지겠죠. 다음 생에는 저도 털이 고운 양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기왕이면 처음부터 눈이 멀어서 사랑을 듬뿍 받는 개체로. (뜸을 들인다.) 세상에 고독치 않은 인간이 어디 있겠어요? 그저 나방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성가셔하는 사람, 불타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과 미물을 위해 불을 꺼주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Kyleclark739

2024년 09월 04일 23:36

@jules_diluti 너는 양 같지가 않아. 양이 될 수 없어. (그게 그의 감상이었다. 그는 뭔가 이유를 더 붙이려고 했지만,) 네가 왜 양이야. (정말 솔직한 날것의 감상밖에 나오지 않았다. 굴종하기를, 통제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존재하지 않는 신의 제사장, 그는 쥘 린드버그의 입에서 나온 말을, 자유를 등진 따뜻하고 기분 나쁜 곳에서 나다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네 말이 맞나 보다. 고독치 않은 인간이 없어서 네가 나방이나 불에 대해 얘기하는 때가 오기도 하고. (그는 길쭉한 족제비를 다시 생각했다. 그게 이제 세상에 없다는 게 사람 죽은 것보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도 애도를 할까.) 네가 왜 양이야... (멀리 호그와트가 보였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5일 22:09

@Kyleclark739 제사장 노릇 따위... (작게 웃는 소리는 조소에 가깝다.) 제사장 노릇 따위 전부 은퇴하고 싶은걸요. 사람들이 다 제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십수 년 만에 본 옛 동창들이 공연히 절 미워하는 것도 싫고, 기껏 공들여 분재처럼 키운 친구들이 돌연 이렇게 사는 건 질린다고 떠나는 것도 그만 겪고 싶어요. (여유를 가장하던 마음에 불쑥 심술이 고개를 쳐든다. 모든 것을 전부 게워내고 싶다는 생각.) 나는 통제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모든 게 잘 통제되지 않았고,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않아요. 당신이 세상 곳곳을 쏘다니며 오랜 적과 무의미한 싸움을 하는 동안, 나도 이곳에서 쳇바퀴나 돌리고 있었다고요... (점차 빨라지던 목소리가 잦아든다. 호그와트의 높은 탑이 웃자란 소년들을 내려다본다. 그는 조용히 덧붙인다.) 그러니까 차라리 양으로 살까봐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6일 00:56

@jules_diluti 계속 겪어. (벌건 눈알이 건조하게 쥘 린드버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빅브라더를 향한 사랑을 생각한다. 멈출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네가 직접 가져온 쳇바퀴다. 눈을 가린 덮개와 장벽이 사라지면, 어리석은 우리들은 눈에 띄는 가장 높은 곳 제사장의 단상을 먼저 보게 되지 않겠나. (마른 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그리고 너를 죽이게 될 거야. 그간의 굴종을 깨달아서가 아닌 돌아갈 집이 없음을 깨달아서. (저 멀리 호그와트가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억해? 셰익스피어는 머글 세계에서 유명한 옛날 영국 작가다. 만들어낸 단어나 표현이 1700개나 된대. 쥘 린드버그, 고통 속에 쓰러져라.

( '그러나 사랑은 눈 먼 것이라 연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짓을 알지 못해요. 만약 알 수 있다면, 큐피드도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평범한 소년으로 변해버릴 거예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1616)

jules_diluti

2024년 09월 06일 12:12

@Kyleclark739 그거 아세요? 난 일평생 그들에게 멜로드라마를 낭독하며 살았어요. 터페니 러시*와 페니 드레드풀**에 대해서요. 세상은 무대고 나머진 보드빌***이죠. 나는 내 역할에 충실했어요... 사실 난 제사장도 무엇도 아니고 그저 익살꾼이에요. 그들은 집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그저 본래부터 집이 없었을 뿐이죠, 당신이 그랬듯이. 하지만 날 죽이려 들겠죠. (흐린 눈으로 당신을 본다.) 사람들은... 사회의 잔해 속에 서 있어요... 그들 모두보다 더 오래 존재할 감옥 속에****. 새로 주어진 자유 속에서 그들이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 싸워 새로운 노예의 신세가 될까요? 난 모르겠어요...

* Tuppenny Rush - 토요일 오후에 상영하는 2페니짜리 영화들
** Penny Dreadful - 픽션 시리즈가 실린 8페이지짜리 잡지
*** Vaudevile - 음악이 있는 짧은 희곡.
****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에서 인용되었다.

Kyleclark739

2024년 09월 06일 21:19

@jules_diluti (새로운 노예의 신세가 될까요? 난 모르겠어요.) 그걸 집 없는 노예한테 물으면 어떡하나. (그는 쥘 린드버그의 입에서 빨리 지나간 이름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봤다. 이제 와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어떤 작품의 이름인지, 그 작품 세상에서 쥘 린드버그마저 익살꾼이었다면 한낱 카일 클라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카일 클라크는 자신이 누렸던 굴종에 대해서 생각했다. 쥘 린드버그가 그곳에서 일평생 낭독하고 있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나 너 죽이고 싶긴 한데, 안 싫어해.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고생했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7일 00:40

@Kyleclark739 (멍하니 서있다가 고생했다는 그 한 마디에 금세 기운을 차린다. 언제 속내를 쏟아냈냐는 듯이 표정은 생글거리고, 황금빛 두 눈은 다시금 제사장의 것이다. 당신의 등을 한 손으로 두드린다.) 그렇죠? 저 고생깨나 했죠? 그래도 익살꾼치곤 꽤 유능했던 것 같다니까요. 죽이고 싶더라도 정말 죽이진 말아주세요. 좋았던 지난날을 위하여. 그 정돈 해줄 수 있잖아요? (등을 두드리던 손으로 어깨동무를 한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본다.) 오래 사세요! 세상은 원래 권태로운 거니까. 몇 년 더 살다 보면 적응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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