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은 어떤 날이냐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에게 9월 1일은 시끌시끌한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이 날은 어머니의 생일이다. 그게 다였다. 그는 순간이동으로 프랑스 니스의 마법사 사회에 다녀왔고, 요란하게 비쥬를 해대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공허한 웃음을 지었고, 나이 든 어머니의 뺨에 입 맞추며 생일 축하 인사를 전했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샀다. 60세 이상의 마법사에게 특화된 빗자루다.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는 몇 년 전부터 프랑스 아마추어 퀴디치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목가적인 나날…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평화…)
오늘도 평화롭네. (그는 다시 영국으로, 마법부 건물 근처로 돌아왔다 ─ 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다. 사실 아무것도 평화롭지 않지만 톱니바퀴의 일상은 계속된다.)
@jules_diluti 이런, 린드버그 씨. 괜찮으십니까?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걱정하는 것치곤 웃는 얼굴로 대응한다. “총리 각하께서 통치하고 계시며 율법이 적용된 우리 영국 마법사 사회가 ‘평화’롭지 않을 리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짐가방에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뭐지요?
@jules_diluti 하하하. 그만큼 중요한 구절이니까요, 린드버그 씨. (짐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종류를 짐작했었는지 태연한 낯이다. 한두 해 어울린 게 아니니까.) 이 모든 일들이… 총리 각하께서 쌓아올린 올바른 사회를 위한 일이지 않습니까. 우리의 안보가 린드버그 씨 손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일개 관료에 불과한 저입니다만, 무언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좋을 텐데…
@jules_diluti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충실히 근무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겠습니다. (군견 같던 모습은 아들 언급에 조금 흐트러졌다.) … …제 아들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미로스와프. 니스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었죠. …최근엔 저도 본 적 없습니다만… (거짓말은 아니다.)
@jules_diluti (‘결국 소문이 났군. 그래… 미르, 내 아들.’ 루드비크는 오래도록 체념해왔다. 그 덕분에 이번에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군요.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괜찮으시다면야 언제나처럼 117호에서요. 아, 짐가방은 제게 주십시오. 들겠습니다.
@jules_diluti (시종처럼 복종하며 뒤따라 갔다. 그러나 117호에 들어와 짐가방을 내려둔 그는 무언가 만족스러워 보인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미로스와프는 절 보자마자 섹튬섹프라 주문을 쓰더군요. 덕분에 죽을 뻔했습니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족을 죽이려 하다니… (의도치 않게 쥘로 하여금 이따금 펜을 쥐지 못하게 하는 상처를 들쑤시곤, 언제나의 자기 자리에 앉는다.) 알고 있었지만… 체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Ludwik 제게 죄송할 게 뭐가 있어요? 다 당신 선택이지. 당신 핏줄이면 방아쇠 하나는 기가 막히게 당기겠네요. 내 말은, ... 그게 내 대자녀에게도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된다는 뜻이에요. (깜깜한 티비 스크린을 바라본다. 손바닥이 괜히 뜨끔거리며 아파오기에, 그의 기분은 좋지 않다. 결국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한숨을 쉰다.) ...모형정원은, '평화'는, 분재같은 거예요. 나무를 지나치게 옥죄어서도 안 되지만, 때마다 가지치기를 하고 철사를 감아두지 않으면... 딴 생각을 하는 가지가 나오기 마련이라고요.
@jules_diluti (흐리게 웃는다. 침묵이 이어진다. 그는 벽에 걸린 헤르마셰프스키의 사진만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먼저 가지치기를 한 건 제 아들 쪽이었습니다. 절연당했거든요. …그게 벌써 벌써 이 년 전 일이네요, 세월 참 빠르다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머글 태생 등록 위원회의 부위원장의 아들이 불사조 기사단원이라니, 누구나 꺼림칙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제 아들을 죽여야 할까요. 명령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Ludwik 됐어요. (만일 누군가가 마르쿠스 린드버그에게 당신 아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리타분한 인간이니 화를 내고 못 들은 일로 했겠지... 상념은 짧고 입맛은 개운치 않다. 손을 휘적거린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아직 그렇게 알려진 사실도 아니고. 당신 아들이 호그와트에서 눈부신 활약이라도 벌이면 모를까... 어쩌면 그곳에서 죽어서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는 미로스와프의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당신의 눈길이 벽에 걸린 사진을 향한 이유도 그저 도피라 짐작할 뿐이다.) 언제부터였어요? 갑자기 절연한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전조라거나, ... 이유라거나. (저도 모르게 그의 어머니가 무수히 되풀이한 질문을 던진다.)
@jules_diluti (쥘의 거절에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티 내지 않으며 느리게 말을 잇는다.) 절 많이 닮은 아이입니다. 마법 실력은 그럭저럭 탁월하다는 것 같지만, 눈부신 활약을 벌일 만한 수준은 아니지요. (자식의 능력을 단정짓는 냉혹한 평가를 아무렇지 않게 뱉었다. 외모가 닮았기 때문일까? 미로스와프로부터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아버지다운 태도는 아니다.) 그 애가 불사조 기사단에 가입한 것도 남들 영향이지 자기 ‘신념’은 아닐 겁니다. …헨 홉킨스가 절 죽이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 테러리스트가 제 앞에서 떠들던 말을 미로스와프도 들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때 극단적인 사상에 경도라도 된 것 같습니다… 그게 이유였을까요. (전조라면 더 있었다. 프랑스 니스에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쥘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Ludwik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루드비크, 당신이 얼마나 자질이 뛰어난 마법사였는지 몰라요? 지금이야 단순 행정 업무에 만족하시는 것 같지만 한때 이름깨나 날리셨잖아요. '대령!'⋯ 로즈워드 교수님을 살해한 순간부터 죽음을 먹는 자들이 당신을 얼마나 죽이려 했는데. 기실 전장에선 마법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각오가 중요해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결단력.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 죽임당하는 건 한 순간이니까. (그래서 메이블 린드버그가 죽었고 로신 오하라가 죽었고 로즈워드 교수님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성을 잔존한 죄로 사라져갔다.) 그런 점에서 당신 아들에겐 훌륭한 투사의 자질이 있어요. 혹은 살인자의 자질이 있거나. 둘은 별반 다르지 않죠. 물론 그런 신념은 금방 좌절되곤 합니다만은⋯. (뜸을 들이더니.) 헨 홉킨스에게 경도되었다면 더욱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보다 "올바르게" 자라고 있는 그 애의 동생에게 신체적 위해가 미치지 않게 하려면요.
@jules_diluti … … (흐린 미소만 짓는다. 과거 이야기가 나올 적엔 항상 이 표정을 했다. 쥘 린드버그의 손에 이끌려 여러 사교 모임과 선전 현장엘 나갈 때 흔히 취하던 태도였다. 그런 식으로 자신과 세상을 유리하고 나면 그나마 견딜 만했으므로.) 린드버그 씨의 조언, 유념하겠습니다. 제 아들이 살인자가 되는 것 또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만… 그 탓에 하나뿐인 “올바른” 딸마저 피해를 입는 건 더더욱 피하고 싶습니다. 역시 그 전에 저도 파니 로즈워드처럼 죽임당해야… … (…) 아니, 실언을 했습니다.
…저희 무슨 이야길 하고 있었죠? 아, 그렇지, 헨 홉킨스에게 경도되었을 게 뻔하니 더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였죠… … 네, 그 말이 맞습니다… (쥘의 선전 도구는 오래전부터 망가진 지 오래다. 그가 오래전부터 펜을 쥐기 힘든 시간이 늘어났듯이.)
@Ludwik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어 내뱉는 말은 한 단어.) 맥없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천천히, 산책하듯이, 모형정원 안을 돌아다닌다. 결국 나는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진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하나같이 죽으려는 사람 뿐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당신처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있었다면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았을 것 같은데. 딸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몰이해적이고 무심한 언어는 쉽게도 던져진다. 잠시 침묵.)
⋯있잖아요, 루드비크. 나라고 마냥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생각없이 보내는 건 아니에요. 마음이 힘들 때도 있고, 괜히 지나간 과거를 곱씹게 되는 날도 있다고요. 그래서 성 뭉고 병원에 상담을 다니기 시작한 거고요. 이 전쟁이 끝나면 당신도 상담이나 한 번 받아 보세요. 틀림없이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어깨를 툭툭, 두어 번 두드린다.)
@jules_diluti 죄송합니다. (모든 것에 대고 사과하고 싶었다. 영웅이 되지 못한 ‘대령’ 또한 쥘 린드버그의 실패 중 하나가 될까.) …하지만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요, 미로스와프도 베라도… 그리고 당신도.
상담사가 저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지 않네요. (낮은 웃음소릴 흘렸다.) 아니, 사실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에게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 …제가 너무 비관적인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시대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님 앞에서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Ludwik 아, 또 거짓말은. 이해받고 싶으면서 단념한 건 아니고요? (도로 자리에 앉는다. 턱을 괴고 작게 한숨을 뱉는다.) 물론 친구들은 이해해주지 않겠죠, 당신이든 나든. 그들은 당신이 "이 돼지 자식들아!" 하고 외치던 시절이 나았다고 말할 테고, 당신은 맥없이 수긍할 거예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없이 모든 게 보다 단순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모든 걸 털어놓을 상대로는 아예 남남인 사람이 낫다고 생각해요.
(잠시 말이 없다가.) ...물론 나도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어요. 십수 년 전의 저라면 결코 동의하지 않겠지만. 갱년기가 이르게 오기라도 한 모양이죠... (그리고 당신을 마주보며 웃었다.)
@jules_diluti 아뇨. 영국 마법사들은 절대 모릅니다. 영국 머글들도 물론 그렇고요. (이해를 단념한 지는 오래 되었다. 모든 인간과 인간의 궤적을 무의미한 쓰레기라고 여기면 견딜 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출되는 감정을 막을 수 없어서 그는 말한다 ─ 오래전, 쥘 린드버그에게 긴 편지를 보내며 울었던 날들처럼.) … …그거 아시나요, 린드버그 씨? 저는 아직도 머글이 되고 싶습니다. 머글로 태어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 가끔은… 아주 예전 일이긴 하지만… 남자가 아니고 싶은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것들, 절대 이해받을 수 없을 겁니다. 아예 남남이라면 더더욱. 아니… 아니… 전부 의미 없죠, 이제 와서는…
저는 어엿한, 정상적인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린드버그 씨와 같죠. 미로스와프와 베라도 그렇게 되어야 할 테고. 전 그냥 방황이 길었을 뿐입니다. 이젠 완벽히 정착했어요, 린드버그 씨 덕분에. (…)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절 구해 주셨으니까요… …
@jules_diluti 다른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 몰라도 당신은 조금 다릅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Ludwik ... (당신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고개를 숙인다. 무언가를 참으려는 것처럼 검지와 중지로 오른 관자놀이를 짚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턱끝까지 치받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어서, 그 또한 충동적으로 입을 연다.) ... 힐데가르트 마치와 아이작 나디르가 손목에 감고 다니는 게 있어요. 무지개색 리본이죠. 그건 머글들의 발명품이에요. "이상한" 자들을 위한 연대의 표시라고 하더군요. 연대는 언제 발명되는지 아세요? 핍박이 있을 때, 그래서 개인의 힘으론 도저히 오지 않은 내일을 견뎌낼 수 없을 때예요.
그러니까, 루드비크. 당신이 머글로 태어났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예요. 당신을 위한 다정한 세계는 바로 이 모형정원밖에 없어요. 바깥으로 한 발이라도 떼는 순간 주어지는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뿐이죠. 순응하거나, 맞서 싸우거나. 그리고 당신은... 이보세요. 당신은 오래 전부터 순응해 왔잖아요?
@Ludwik 그전까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정상'을 내게 가르쳐준 건 다름아닌 당신인데. 물론 저는 항상 제가 남자라고 느꼈고, 그 사실에 별다른 불만도 없었어요. 하지만 남자가 머리에 리본을 매고 치마를 입는 건 부끄러운 거라고 당신이 가르쳐주었고, 나는 흠 잡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그런 차림새를 관두었어요. 어엿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여인을 성적으로 욕망한 적 없음에도 결혼을 했고요. 자식은 가지지 못했지만... 아, 그래서 자식이 없었던 걸까요? 제가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에... (신경질적인 웃음에 다소간의 쇳소리가 섞인다. 말을 멈출 수 없다. 이곳은 심문실 117호. 오직 대화만으로 심문이 이루어지는 곳. 그렇다면 대화의 끝에는 총살이 예비되어 있을까... ...)
@jules_diluti 저희 둘 다 서로를 어엿한 마법사로 만드는 데 일조한 셈이군요.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도 당신이 한 번 그랬었죠, 제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그게 ‘잘못된 것’인 줄 몰랐다고… (불현듯 울고 싶어졌다. 울지 않기 위해 눈을 빠르게 몇 번 깜빡이며 심문실 117호를, 그러니까 모형정원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연대와 투쟁 대신 안락을 원했고 택했다. 순응하면 모든 게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하려드는 건 어렵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외치는 건 쉬운 것처럼…’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쥘 린드버그는 대중으로부터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우주 비행사나 전쟁영웅 같은 일을 꿈꾸고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가졌다. 어린 시절엔 루드비크가 쥘보다 조금 더 일찍 현실 세상을 알았다─왜냐면 그의 유년을 채웠던 건 비들 이야기도 해피엔딩이 등장하는 동화도 아니라,
@jules_diluti 허물어져 아수라장이 된 안전지대와 수백만 민간인의 죽음을 다룬 역사였기에─, 그래서 “그건 이상하다”고 세상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말을 전해 주었고, 쥘은 스스로를 고쳤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영혼 안에서 소화시켜 다른 이들에게 나누는 존재다. 몇 년이 지나 쥘은 방황하는 루드비크에게 마치 보답하듯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으며 루드비크는 그 길을 따라 걸었다. 한데 이렇게 서로를 돕고도 우리는 완전해지지 못했다. 그건 우리가 “이상한” 자들과 함께 가는 대신 잿빛이나 황금빛 둘 중 하나뿐인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맞서 싸울 수 없었다. 전부 변명이지, 나도 알고 있어. …나도 알고 있어… …’)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린드버그 씨. (…) 저도 알고 있어요. 머글로 태어났더라면 제게는 있을 곳이 더더욱 없었을 겁니다.
@jules_diluti (계엄령이 발발한 나라에서 죽기살기로 탈출한 이들에 관해 읽었다. ‘보건 의료를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동성애자 명단을 작성 및 관리’하겠다던 선포에 관해 읽었다. 텅 빈 식료품점과 상시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에 관해 읽었다. 다시 말해 그것이 제 세상이었던 적 없었다. 읽고 듣기만 했다. 항상 그런 식이다… 전쟁도 탄압도 제게 피처럼 이어져내려온 것인 동시에 직접 겪지 못한 것이다. 그들과 같은 세상에서 살며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는,) 하지만 죄책감이 느껴져요. …난 결국 세상에 발맞춰 걸을 수밖에 없는데, 도저히… 도저히… 죄책감을 지울 수 없어서, 죽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고…
아니… 모르겠습니다… 내가 뭘 어쩌고 싶은 건지… 머글 태생 등록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근무하면서도 이런 말이라니, 웃기니까요…
@jules_diluti 하지만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아직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이 또한 우습기만 합니다─, 왜… 왜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지요? 당신도 성 뭉고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다고 했어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안다고 했다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까?… 그건 나와 같은 이유 때문인가요? 고통으로 말미암아 벌을 받고 용서 또한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아니… 당신은 나와 조금 달라요. …내게 가르쳐 주세요… …
@Ludwik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신은 불사조 기사단이 구하지 못한 사람이에요, 쥘 린드버그는 속으로 덧붙인다. 비록 당신이 연대를 위한 연대,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긴 했어도. 무의식적으로 당신에게 진정성이 부족하다 여겼기 때문에 의심의 목소리에 더욱 격렬히 반응했고, 그로 인해 동지를 불명예하게 죽였지만.
그들은 당신을 내쳤죠. 최초의 살인 때문에 열병을 앓을 정도로 괴로워했던 연약한 마음은 연대와 투쟁을, 당위성을 빼앗긴 순간 배겨낼 수 없었을 거예요. 나는 그저 떨어진 과실을 주웠을 뿐. 그러니 어찌 보면 당신은 그들의 올바름이 남긴 잔해debris입니다.
물론 내쫓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당신을 용서하고 처단하지 않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최선의 선택이 거듭된 결과는 곧 필연일진대, 당신은 어째서 이렇게 가여운 존재가 되었을까요?)
@Ludwik (하지만 나도 가엾지. 그는 속으로 덧붙인다. 이제 그는 힐데가르트가 한 말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한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와 쥘 린드버그, 그는, 그들은 스스로를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때론 심문과 총살형으로 때론 손과 입으로... ... 그는 별안간 기분이 유쾌하다. 기분이 어지러이 부풀어 오른다.)
20세기의 최후반에 다다른 지금 자기연민은 꽤나 세련된 취미가 되지요, 칼리노프스키 부위원장. 그러니 마음껏 자조하고 자학하세요. 여기는 심문실 117호가 아닙니까. 애초에 그런 용도라고요... 오래 전 죽인 줄 알았던 양심이란 놈이 장장 이십 년을 숨죽이고 있다가 편도체며 전두엽에 보복하기 시작한 겁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나는 전부 이해합니다. 네, 저도 정도가 약할지언정 비슷한 병증을 앓았습니다... ... (두 팔을 벌려 방 안을 가리킨다. 열오른 투로 즐거이 말을 잇는다.)
@Ludwik 우리 꽤나 열심히 최악인 삶을 살았어요, 그렇지 않나요?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체포당했습니다. 이 심문실이 세워지기 전, 마왕이 집권하기 전, 우리가 졸업하기 전부터 체포당해 있었던 것 같아요. 총알이 내 머리를 관통했고 나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살아갈 수 있었어요. 나는 내 손끝에서 빚어지는 황금의 세계를 지극히 사랑했습니다. 사실 황금이 아니었지만, 눈동자에 금박을 덧씌우면 황금으로 보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만인에게 타향인 세계에서 다른 대안이 있기는 한가요? 나는 오래 전 순응의 불가피함에 무릎 꿇었습니다. 내가 틀렸다면 대안은 총살형밖에 없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면서 자책할 순 없는 겁니다. 중력의 잘못입니다. 네, 전부 그렇고 말고요! ... ...